요리와 여자, 그리고 여행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 무라카미 류의 요리와 여자 이야기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1999년 11월

무라카미 류가 무척이나 싸가지 없음은 이미 여러번 느꼈지만....그가 세치의 혀로 꽤나 자극적인 말들을 내 쏟는 다. 그러나 그가 밉지 않은 이유가 있다.

철저한 자신감으로 내 멋대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거나, 그가 부럽다거나 그런 의미 보다는 그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가장 적절한 표현인것 같다.

'무라카미 류의 요리와 여자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거기에 여행이 덧붙여진다. 아마 이게 원제인 것 같은 데. 무라카미류의 에세이에서 언제나 다루어지는 소재이다. 

아, 그녀와 그곳에서 먹은 그 음식.......그랬었지. 그러나 이 글이 단순히 음식과 여자에만 머물러 있다면 그건 그리 읽은 만한 글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그에게는 세상을 삶을 보는 눈이 있다. 그 시각이 옮은 지 그른 지는 각각 독자의 몫이기에 여기서 논할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시력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저자는 일본 경제의 거품 시절에 그 혜택을 철저히 누렸음을 인정한다. 그래서 그의 거품은 다른 사람의 거품보다 빨리 더 많이 잦아들었다. 그리고 그는 한 사람의 작가가 되어서 이제는 본인 자신이 더 많은 거품(부가가치)를 일으키고 있다.

여행을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는 내가 읽기에 좋다. 나보다 더 많은 곳을 여행하고, 나보다 더 좋은 음식을 경험하고, 나보다 더 많은 이성을 경험한 사람에게서 내가 미쳐 해보지 못한 것의 간접 경험을 얻는 다.

책보기의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