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맛과 추억
황석영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요즘 출판계의 승패는 물론 책의 질이지만 그 다음으로 마케팅인것 같다. 그 엄청난 마케팅 투자라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

넥서스나 디자인 하우스의 마케팅 능력은 그 중에서도 혀를 내두를 만 한데. 이 책의 원제목은 '노티가 꼭 한점 먹고 싶구나'였는 데 왜 '맛과 추억'이라는 어중띤 이름으로 바꿔었는 지.

이 책이 어디에 추천이 되어 있어서 읽었는 데.  나는 요리나 음식에 관심이 많고 원래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공부하는 책은 요즘은 좀 싫고 그래서 요즘은 가벼운 수필을 많이 보는 것 같다.


솔직히 그 유명한 황석영의 작품을 하나도 본것이 없다. 이문열의 삼국지로 '나도 삼국지 읽어봤다.'를 한 후에 다시 한번 다지는 의미에서 황석영의 삼국지를 한 질로 사다 놓고는 나는 안 읽고 우리 어머니 좋은 일만 시켜드렸다.

나의 책읽기의 가장 큰 나쁜 버릇은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읽게 잘 안된다는 것이다.

먹거리와 그에 관련된 추억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내가 나누어 보면 크게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작자는 5개의 장으로 나누었다.)

첫째, 우리 나라 곳곳의 음식들
둘째, 제한된 사회인 군대와 감옥에서의 먹거리들
세째, 외국에서의 음식들

저자 자신의 추억과 심지어 그 어머니 세대의 추억까지 간직한 먹거리는 생소하기 그지 없다.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70년대 이후로 우리의 식생활은 너무나 그 이전과 달라졌다. 물론 그 이외의 많은 생활상이 그렇다고 하지만. 일제 시대 태어나서 해방과 전쟁을 겪고 근대화의 그 숨가쁜 상황을 지나온 우리의 바로 전세대가 아마도 그 이전의 문화를 조금 이라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싶다.

유난히 유랑을 많이 한 작가는 아마도 자기의 지역에만 국한된 삶을 살았던 사람들에 비해서 유난히 많은 것들을 기억하는 것 같다.

그가 말하는 우리의 먹거리들이 그가 말하는 외국의 먹거리보다 나에게는 더 생소했다면 이건 단지 나만의 경우 일까. 한편으로 씁씁한 일이다.

단지 그가 옛날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나도 여행을 하다 보면 지금의 팔도 음식이라는 것이(물론 남한에 국한된) 어디를 가나 비슷 비슷하다. 물론 지방의 특산물이 중요한 차이를 주지만 서울에서도 각 지방의 특산물 식당이 있고. 좁은 땅에서 한가지가 유행하면 전국을 휩쓰는 것도 사실이다.

이전에 비해서 식재료는 풍부해 졌는 지 모른다. 하지만 음식에 쏫는 정성은 반감해서 누구나 진한 화장에 분냄새를 풍기는 싸구려 창녀 같은 음식들을 내 놓는 다. 진짜 장인 정신을 느낄수 있는 음식은 거의 없다.

이건 단지 음식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별로 남아있지도 않은 정교하게 또는 투박하게 조각된 돌상이나, 세세한 정성으로 하나 하나 파내려 갔을 문짝하나만 보아도 그런 심정을 느끼게 된다. 요즘은 왜 이런 물건들이 없나 싶다.

그리고 이건 단지 우리나라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다. 전세계 어디를 가나 어쩔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나는 발전이라는 것을 믿는 사람이다.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저울에 달면 그래도 얻은 것이 조금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기계화 사업화의 대량 생산으로 극소수의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던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지만 그래도 때로는 안타갑다.

우리 음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나 내가 모르기에 지루했던 것도 사실이다. 병영이나 감옥에서의 먹거리 이야기에는 혀를 내 두를 수 밖에 없다. 그런 한계상황에서도 먹는 것은 그리도 중요한가 보다.

해외의 먹거리 이야기까지 가면 저자의 음식에 대한 관심이 보통의 수준이 넘는 다는 것에 놀라고 부럽고 그렇다. 오히려 이 음식들이 내게 더 친숙하게 들리는 것도 이상스러웠다. 

저자가 하고 싶은 음식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결코 제한된 분량의 책에 다 묶지는 못했다고는 하지만 글의 하나 하나는 조금은 성의가 없었다는 것이 여기까지 책을 읽고 난 나의 감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 장은 작자가 '그네'들이라고 부르는 사람들과의 추억을 곱씹었다. 어쩌다 어떤 음식을 먹으면서 '어, 이거 언제 먹어본 음식이더라' 그러면서 당연히 따라오는 같이 먹는 사람들 그 장소의 추억들.

'우리는 모든 맛을 잃어버렸다. 맛있는 음식에는 노동의 땀과 나누어 먹는 즐거움의 활기, 오래 살던 땅, 죽을 때까지 언제나 함께 사는 식구, 낯설고 이질적인 것과의 화해와 만남, 사랑하는 사람과 보낸 며칠,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궁핍과 모자람이라는 조건이 들어 있어며, 그것이 맛의 기억을 최상으로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미식가나 식도락자를 '맛을 잃어버린'사람으로 규정한다. 마치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 끝없이 헤메는 돈 주앙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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