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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 프랑스 요리로 말을 걸어오다
벵자맹 주아노 외 지음 / 한길사 / 2004년 12월
평점 :
한 프랑스 사람이 나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대표적인 한국요리는 뭐냐." 고.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한국 사람들 조차 김치 또는 불고기를 든다. 정말 이 두가지 요리가 한국요리를 대표할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김치는 하나의 독립된 주요리라고 할수 없다. 불고기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다.
이 두가지 요리가 한국요리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착각(?)은 오히려 외부로 부터 주입된것이다. 외국인 특히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국요리, 불고기 또는 갈비. 그리고 아마도 외국인들에게 가장 특이하게 보이는 음식, 김치.
다시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 친구에게 꺼꾸로. "그럼 프랑스를 대표하는 요리는 뭐냐?" 그 친구는 대답을 못했다. "프랑스 요리는 다양해서 무엇이 하나 대표한다고 할수 없는 데." 내가 말했다. "우리 한국 요리도 마찬가지야."
이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조금은 아시겠는 가.
스파게티가 이태리 음식을 대표한다는 착각, 스시나 사시미가 일본 요리를 대표한다는 착각을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왜 우리나 외국인들이나 프랑스 요리를 대표하는 주자는 왜 지목하지 못하는 것일까. 여기에 프랑스 요리의, 아니 프랑스 요리의 마케팅 또는 이미지 메이킹의 우수성이 있다.
어느 나라나 음식은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단편이다. 르네상스 이후 이탈리아에서 발달한 요리가 메디치가의 왕녀가 프랑스로 시집오면서 대려온 이탈리아 요리사들에 의해서 프랑스 요리로 풍성해지고 발전해 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알만한 프랑스 인들도 인정하는 바인데.
이 이야기를 전한 한 친구가 동료들로 부터 그럴리가 없다는 엄청난 무시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파스타나 피자가 이태리 요리의 전부인지 알고 있는 문외한들에게도 프랑스 요리는 높은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한 식도락 하는 일본의 무라카미 류도 책에서 쓰지 않았던가. 일본에서 프랑스 요리를 비슷하게 하는 식당은 있어도 이태리요리를 제대로 하는 식당은 보지 못했다고.
일설 하고.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책, "두남자, 프랑스 요리로 말을 걸어오다."는 여러가지로 내가 좋아할 만한 책이다. 이 책은 단지 요리책이 아니다. (마치, 정명훈의 Dinner for eight가 요리책 이상의 것을 우리에게 선사하듯이.)
이 책을 보면 왜 프랑스 요리가 유명한지 알수 있다. 음식과 그 음식에 얽힌 사연들 그리고 그 음식을 나누었던 사람들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프랑스사람들이 있기에 프랑스 요리는 유명할수 밖에 없다. 이 책의 지은이가 그렇다. 각 요리마다 그 요리의 유래라 던지. 이 요리에 얽힌 자신의 개인적인 추억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실려있다.
말 많은 프랑스인이 하고 싶은 수다를 다 떨어 놓았다. 프랑스 음식의 유래, 오해. 그리고 선입견을 깰수 있다. 그 어떤 책보다 프랑스 문화를 접하는 데에 좋은 책이다.
그리고 아테네 호텔의 알랭 뒤카스의 요리와는 거리가 있겠지만 힘들지 않게 비싸지 않게 만들어서 여럿이 즐길수 있는 요리들이 주로 소개되어 있다. 조금은 너무 투박하고 촌스러운 맛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음식이란 만들기 쉽고 나누어 먹기 쉬어야 되는 것이 아닌지.
프랑스 요리법을 뒤지다 보면 한가지 요리에도 너무 서로 다른 요리법이 있어서 무엇을 선택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데. 이 책에서 보고 꼬꼬뱅을 만들고, 양파스프를 만들고 너무나 만족했다. (물론 초콜렛 무스에서 삐끗하기는 했지만)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을 즐기는 당신이라면 이 책을 한번 권하고 싶다. 꼭 요리가 아니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