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지기의 한옥 짓는 이야기
정민자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아름지기 재단은 우리의 고궁과 문화지키기 사업을 하는 문화 재단이다.


아름지기의 한옥집에 대한 이야기는 벌써 오래전 부터 매체를 통해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으로 직접 발길을 옮기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삶에서 어떤것들은 게으른 사람을 기대려주지 않는 다. 그러나 나의 ?은 경험상 거의 모든것들은 시간이 무르익었을때 결국은 내곁으로 오게 된다. 마음에 두고 있는 일은 언젠가는 성사된 다는 그런 말이다.


지난 10월말 작정을 하고 방문한 안국동 3번지. 아름지기 재단의 홈페이지에서 본 약도를 따라거 찾아가기 결코 어렵지 않았다. 대로변은 아니지만 대로에서 바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간 그집은 집앞에 바로 가야 '아, 내가 제대로 찾아왔구나.' 하는 것을 확인 시켜주는 조그마한 나무판 만이 이곳이 아름지기의 안국동 사옥임을 알려줄 뿐. '내가 여기 있으니 이곳으로 오라'고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규모가 작다는 것은 익히 들었지만 정말 작은 공간이었다. 대부분의 목재를 구재(옛집에서 나온 나무들)로 썼다는 데도 어찌나 마감을 깨끗히 다듬었는 지 신재 같았다.
한쪽에는 영어로 말하고 있는 동양인 젊은이들이 대청을 차지하고 있었고 보료가 깔린 안방을 돌아서 간곳은 두사람의 직원이 책상을 맞대고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실재로 장소가 살림집으로 만들지 않은 구조라고 실재로 이곳에서 살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원래는 이곳의 한옥을 짓는 과정을 책으로 쓴 '아름지기의 한옥짓는 이야기'를 읽고 갔어야 했는 데. 도서관에서 대출중이라 이곳을 다녀온 후에야 책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아름지기 한옥짓는 이야기"의 저자는 아름지기 재단의 정민자 이사이다. 정민자 이사는 이 아름지기 한옥집의 건설 총 지휘를 맡은 분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 이유는 70년대 본인이 성북동에 창덕궁의 연경원을 본뜬 한옥집을 짓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옛것은 다 타파해야할 구습이면 초라한 것이며 새로운것 현대적인것 서구적인것으로 모든 사람들의 정신이 일사천리 집중되던 그 시기에 성북동에 평생을 살아나갈 한옥을 손수지은 경험이 있었던 터라 그야말고 총대를 거머줄수 밖에 없었다.
저자는 이 한옥을 지으면서 그때 그때 일어난 일들은 자세히 적어놓고 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한옥짓기를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을 적잖이 실어 놓았다.
전문적이고 지루하지 않게 글을 엮었음에도 한국사람이면서 한국의 건축 양식에 문외한인 나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이게 뭐지'하는 것들이 적지 않았다.
저자는 또 한옥을 짓는 방법만을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한옥에 사는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물론 실질적인 삶의 방식뿐 아니라 한옥에 사는 사람이 가지게 되는 철학 같은 것 까지도 엿볼수 있다.
그녀의 성북동 집에 들어서면서 한 사람은 '이집에 들어서면 기가 죽는 다'고 했단다. 재대로 지은 한옥에서 보이는 선비의 고고함이 대충 대충, 각도 안맞게 지은 집, 대량생산의 산물로 똑같은 구조의 집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주는 따끔한 질책 같은 것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그 집주인인 저자는 커피잔에 커피를 대접한단다. 웃음이 나오는 부분이다. 가뜩이나 기죽어있는 사람에게 전통 다례를 갖춘 다과상을 대접한다면 어떨까. 아마 무척이나 몸둘바를 몰라서 그 집에 자주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한옥을 짓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각이 삐뚤어진 아파트 한채라도 내 이름 앞으로 해 놓기 쉽지않은 것이 우리들의 삶인데.
그러나 이 책에서 제안하듯이 장판으로 도배로 그리고 창문에 드리운 발 하나로 한옥의 정신을 느낄수 있는 방하나 쯤은 마련할수 있을 것 같다.


요즘 한옥에 대한 옛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런 책들이 나오는 것은 아주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것을 너무나 많이 버려왔기에 이제라고 늦기전에 되돌려놓은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설사 한옥을 짓고 살수는 없더라도 지금있는 한옥을 보존하거나 복원하는 데 이런 책들과 관심이 한몫을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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