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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世設, 두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오래전 이책의 제목을 본 기억은 난다. 그대는 밥벌이를 할때였고 이 책의 제목이 실감이 났다.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살고 있을 까?
심지어 내가 아는 창작업을 하는 한 사람도 일단 일에 들어가면, '아이고 지겨워 언제 끝나나.' 한단다.
그 명성이 자자한 김훈의 글 이라고는 처음 읽어봤다. 장황히 쓰지않고 짦막한 그의 문체는 마음에 든다. 世論 이라고 써있는 책 표지 처럼 세상의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한 생각을 그야말로 '물흐르는 데로 쓴' 수필이다.
그의 말에 많이 동감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조심스러운 문제들을 욕먹지 않을 정도에서 정리한 것을 배울만 했다. 그리고 내가 동의 하던 안하던 그의 글에는 가식이 없어서 좋다.
그의 글 중에 내가 받아들이거나 동의 하지 못하는 부분들은 그가 남자이고 내가 여자이기 때문인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자신 스스로 알게 모르게 모순에 빠져있는 대부분의 남성들 보다는 한 단계 진화한 남성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나는 그점이 마음에 든다. 물론 김훈이 마음에 든다는 말과는 다른 말이다. (내가 한단계 진화한 여성인지에 대한 판단은 뒤로 미루자)
그가 말한 것 중에 '광장'에 관한 것이 있었다.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크고 작은 광장(우리말로 광장은 무척이나 넓어야 하는 것 같은 데, 유럽의 그것들은 작은 잔디밭이나 공터에 불과하다. 진짜 여기저기에 있다.)을 보면서 그 의미를 생각해 보았지만 그가 말한 근대 이후 집회와 놀이 문화들의 필요성과 연결해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아,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그런 場이 없었구나.' '아, 그래서 학생시위대는 다른 대학 나 나두고 연대앞에서만 그렇게 대모를 했구나.' '아, 그래서 시청앞 광장에 사람들이 모였구나. 광장도 아닌 로타리에 불과 했지만.' '아 그래서 삼일 운동은 파고다 공원에서 시작했구나.' 싶다. 바보 도트는 소리가 나는 순간이었다.
이 책이 쓰였을 때 만해도 시청앞은 로타리 였지만 지금은 서울 광장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이 광장의 문화를 만들었고 2004년이 되서야 우리는 공식적을 인정된 광장을 가졌다.
나는 아직 그 場을 보지 못했다. 한번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