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 타운 - 양쯔 강에서 보낸 2년
피터 헤슬러 지음, 강수정 옮김 / 눌와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보기 드문 미국사람을 하나 만났다. 피터 헤슬러.
나는 그와 사랑에 빠질 것 같다.

그가 여자에게 얼마나 좋은 파트너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는 인간으로써 많은 장점을 가졌다. 물론 그는 완벽한 인간과는 거리가 멀다. 수 많은 실수를 저지르며, 자존심도 있고, 오해도 하며, 때로는 참을성도 없을 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며, 겸손할 줄도 알고, 스스로를 돌아볼 줄도 알며, 마음 깊이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무엇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행해 나아갈 용기가 있는 사람이다. 보기 드물게 순수 문학을 전공했다는 점부터가 그렇다. 미국의 대학에서 순수 과학이나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외국 학생들이다. 미국인들은 이렇게 비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학문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그래서 미국인으로 순수학문을 전공하는 이들은 누군가 말했듯이 정말고 “용기 있는”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그가 얼마나 휼륭한 글쟁이인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일어나는 일들과 주변의 환경들을 그냥 지나쳐 보지만은 않는 눈을 가졌다. 그의 시각은 냉철하지도 냉소적이지도 분석적이지도 않다. 그는 그 모든 것을 그의 눈으로 보고자 한다. 그것들을 가능한 받아들이고 포용하고자 한다. 그러면서 그의 것으로 나름대로 소화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그의 시선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일이 되었다. 우리는 다만, 내가 보지 못한 것을 그의 눈을 통해서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그는 백인이며 미국인이라는 장애(?)을 극복한 얼마 안되는 사람중 하나이다. 이 말은 결코 미국인을 비난 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위대한 나라이며 미국인들은 존경 받을 만하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인이면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역사를, 그 체계를 그 만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다른 어느 민족보다 힘들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런 장애를 극복하였기에 그는 단일민족이면 한 언어를 쓰고 불과 20년전에 우리의 모습이 지금 중국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슴을 기억하는 나보다 조금 더 훌륭하다.

나는 그의 조심성 조차 높이 사고 싶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중국 읽기에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많이 아는 듯 떠버리고 있는 요즘, 그는 서두에서부터 자신이 겪은 극히 일부지역에서의, 인구 20만의 소도시, 극히 제한된 시간의 경험임을 밝히고 있고 글을 읽는 내내 그 어느 한곳에서 “내가 그곳을 잘 안다”는 식의 느낌을 주지않는 다.

이 글을 읽기 전에 나의 생각은 번역자의 그것과 같았다.

“이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땐 솔직히 미심쩍었다. 중국에 대한 글들은 이미 차고 넘쳤다. 구태여 미국인의 입을 통해서까지 들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더욱이 늘 거대한 목소리로 마이크를 독점하려 드는 미국식 태도를 접할까 봐 미리부터 손사래가 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기우이자, 경계했어야 할 선입견이었다. 미국과 중국,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풍요와 빈곤, 개발과 자연, 이런 것들의 대립항은 존재했으나 다행히 지은이는 그것을 애써 외면하지도, 그렇다고 그 속에 함몰되지도 않았다. ….그리고 다행히 그는 (미국인 답지 않게? 나이에 비해선? 남자 치고는?) 꽤 눈이 밝고 속이 깊었다. 다행이다.”

글을 읽고 나서의 느낌도 역자의 생각과 같다. 그는 미국인답지않게, 나이에 비해선, 남자치고는 눈이 밝고 속이 깊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사랑한다.

이 책은 결코 중국에 대한 책이 아니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이 책을 읽은 부산물로 중국에 대한 조금의 지식을 얻었을 뿐이다. 이 책은 오히려 다른 문화와 삶을 보는 이방인의 삶에 대한 좋은 본보기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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