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호텔
신이현 / 살림 / 1997년 11월
평점 :
절판


신이현의 첫번째 소설 "숨어 있기 좋은 방"에 이은 두번째 소설.

이 당시 작가는 파리에 거주 하고 있었으면 별 하나짜리 호텔에 가방을 들고 들랑 거리는 사람들 같은 인간 부류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난, 앞서의 잠자는 숲속의 남자를 읽고난 후 두번째로 읽었는 데
이 작가. 뚱뚱한 여자, 요리를 잘 하는 사람, 에 대한 특별한 생각이 있나보다. 두편 모두에 이런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인간들이 주류사회에서 다 서너 발자욱씩 떨어져 나온 사람들인데.
왜 작가가 이런 사람들을 쓰게 되는 것일까?

본인과의 동질감 때문에? 아니면 그렇게 떨쳐나오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반향으로?
사실이 질문은 작가에 대한 질문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이었다.

난 요즘 특히나 내가 가진것들이 초라해 보이지만 반면이 그것들을 지키는 것에, 아니면 그 나마 잃을 까봐 걱정하고 있다. 마치 아마도 그들 모두 중에 히로미와 가장 가깝지 않을까 싶은 데.

소설을 읽고 마음이 무거웠다. 많이. 어떻게 해야되는 가에 대해서.
그래서 이 등장인물들에 대해서 "쓰레기 같은 인간 하층들 같으니라고." 내지는 "이런 그들이 부럽다"는 생각은 절대로 들지않는 다.

이 소설에 묘사되는 곳은 화려하고 멋있는 파리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제 익숙해진 말, 파리의 방리유, 외곽지대의 이야기이다. 마치 자석에 튕겨져 나오듯이 파리의 중심에 근접하지못하고 밀려나 버린 인생들.

사실 빠리의 이런 외곽지역을 관광객으로 볼 기회는 것의 없다. 그런데 언젠가 빠리의 드골 공항에서 지하철의 파업때문에 버스를 타고 빠리 시내로 들어온 기억이 있다. 동네를 누비며 온갖정류장을 다서면서 빠리 북부의 외곽을 통해서 시내로 들어오는 데.

그곳은 우리가 보는 빠리가 결코 아니었다. 그곳의 분위기를 회상하면서 이 책을 읽으니 그 분위기가 딱 맞아 떨어진다.

우리는 얼마나, 아니면 나는 얼마나 두려워 하고 있는 지. 내 인생이 중심에서 벗어지나 않고 떨려나지 않으려고 얼마나 안간힘을 쓰고 있는 지. 이 갈매기 호텔의 인생들 같이 되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머리 아프게 살고 있는 지 말이다.

책뒤에 쓰여있는 평론가의 설,등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 그 글중에 내 마음을 자못 편하게 하는 구절이 있었다.

"갈매기 호텔에서 강으로 올라온 갈매기 신세처럼 살아가는 주인공들은 얼핏 무위도식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지만 그들의 삶을 전부 의미 없는 삶으로 무화 시켜 놓은 자리에서 과연 우리는 우리를 구체적으로 감동시킬만한 삶을 얼마나 발견할수 있는 것일까?

인류의 행복을 꿈꾸는 위대한 인물의 삶?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고 기획하는 위대한 학자, 정치가의 삶? 인간이 만든 조직 사회에서 한 치의 빈 틈도 없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이른 바 모범적인 삶? 인류 전체를 감동 시킬수 있을 사람을 꿈꾸며 그 불가능성에 눈물 흘리는 비련의 낭만적인 삶? 그러나 그 모든 멋진 수직어에도 불구하고 그런 삶들은 그 얼마나 예외적이며, 또한 가공적인 것일까? 우리가 우리의 인식 속에서 '의미있는 삶'이라고 규정 짓는 삶이란 그 얼마나 희귀하며 그 얼마나 환상적인 것일까?"

그렇다고 내가 이 책의 등장인물들 처럼 내일 당장 모든것을 훌훌 벗어 버릴것이라고는 생각하진않는다. 하지만 마치 모든 것을 훌훌 벗어버린듯, 척할수는 있을것 같다. 잠시만 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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