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유로 세대
안토니오 인코르바이아.알레산드로 리마싸 지음, 김효진 옮김 / 예담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천유로, 우리돈으로 120만원 남짓한 돈이다.
우리의 20대가 바라보면 적지 않은 액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시절 부터 집에서 나와 독립생활을 하는 유럽의 아이들이 보면 적은 액수이다.

주인공이 말하듯이 빠듯히 겨우 살수는 있으나 클럽의 칵테일이나 문화생활이라고는 불가능한 돈, 어쩌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라도 있으면 남에게 궁한 소리를 하고 돈을 꿔야하는 정도의 돈이다.

그러나 그나마 임시직이던 계약직이던 이 정도 받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는 그런 돈이다.

내가 지금을 사는 20대라면 이정도의 돈을 버는 20대라면 이 글을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그들이 아니기에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알수 없다.

그러나 이 책에 다루어지는 정도의 삶을 나는 살아 봤다. 그래서 어느 정도 동감한다.

수퍼마켓에 가면 가장 싼 식품이 무엇인지 코너를 돌아가면 비교해 보고(지금도 그러기는 하지만), 맛없는 줄 뻔히 알면서 일회용 냉동식품이나 하나사면 하나 더주는 상품을 사본 경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지출을 막으려고 아무런 문화생활은 꿈도 못꾸던 그런 생활, 값싼 집세를 찾아 노력하던 그런 생활들이 나에게도 있었다.

유럽의 높은 실업율을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태백이나 삼팔선이니,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하는 말이 익숙해 진지도 오래됐다.

세상에 나와서 희망을 갖고 열심히 일하면 집도 사고, 아이들 교육도 시키고, 노후도 생각해 볼수 있는 세대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가장 활발한 경제활동 인구가 되어야 할 2-30대 에게 미래는 그 전세대 만큼 밝지 않다.

집은 없어도 차는 있어야 되는 세대라고 비웃던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의 2-30대는 풍요만을 아는 소비 세대라고 비웃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겨우 월수입이 100만원 남짓한 사람들에게 집 살생각으로 저축을 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과거에는 허리띠를 졸라매면 바라볼 미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허리띠를 졸라맨들 바라볼 미래가 있을 까? 그러면 현재에 허리띠를 졸라맬 이유는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단지 현세대만의 잘못인가?

난 여러모로 구세대지만 조금의 경험으로 난 20대를 이해한다.
적어도 어떤 이유에서던 "다 해먹고, 모순만을 남겨놓은 세상을 물려주고." 단지 그들이 20대일때보다 먹을 것이 입을 것이 풍요다하고 현 젊은이들을 매도하는 구세대는 아니다.

이 책은 여러모로 우리의 현 젊은 세대를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면서 유럽의 현세대를 바라볼수도 있고, 당신이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라면 씁쓸함과 같이 실소를 머금을 수도 있고, 당신이 경험하지 못한 현실이라면 한번쯤 동감하도록 노력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요즘 많은 이력서를 본다.

한달에 천만원을 받고 프리렌서로 보고 일하는 사람들도 보고, 고용의 유연성이라는 이유도 회사에서 계약직들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 지도 보고, 20대 후반에 한번도 쉰적이 없이 일하고 있으나 한번도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1년이상 한 직장에 남아있을 수 없었던 사람들도 본다.

세상은 불공평하기 그지 없다. 고용의 세계에서 한발자욱만 벗어나면 얼마나 추운 겨울이 도래하는 지도 안다. 고용의 세계에서는 같은 돈을 벌기 위해서 이전보다 더 일해야하는 현실도 있다. 반면에 어쩌다 길을 잘들어 앉아서 하는 일도 없이 고용을 보장받고 앉아만 있으면 일년에 한번씩 월급이 오르는 그런 사람들도 있다.

이전보다 많이 벌면서 이전보다 더 여유롭지 못한 현실도 있다.

이책의 저자는 요즘 우리의 20대 처럼 생기 발랄하게 그래도 현실을 위트있게 묘사하고 있다. 재주다. 하지만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그 위트 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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