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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흔번째 생일 ㅣ 청년사 고학년 문고 5
최나미 지음, 정용연 그림 / 청년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내가 '엄마가 이상하다'고 했을 때 남편은 "엄마가 치매라는 말이냐"며 쓸데 없는 말 하지 말라며 일축을 한다. 아내의 말을 귀담아 듣기보다는 아내의 말을 무시하거나 적당히 응수하는 많은 이 땅의 남성들이 오버랩된다.늘 당하는 일, 적게 상처 입기 위하여 아내는 웬만한 일은 스치는 말로 간단하게 남편에게 이야기 한다. 표면상으로는 조용하다. 그러다가 정말 중요한 일이 터지면 당신은 이런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뭐했느냐고 아내에게 소리를 친다. 이야기를 했다고, 몇번이나 이야기를 했다고 말을하지만 남편은 믿지를 않는다. 가영의 아빠도 그랬다. 엄마가 이야기를 할 때는 쓸데없는 이야기를하고 있다고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했다.
엄마의 직장문제를 두고 엄마와 아빠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다. 아빠는 시어머니가 아픈 이 싯점에 꼭 밖의 일을 해야 하느냐는 아빠와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 더 늦으면 안 된다는 엄마의 의견대립. 아빠와 아빠는 이야기의 결말을 내지 못한채 자기 편한대로 해석하고 행동에 들어 간다. 엄마의 행동을 이해하려는 조금의 노력도 보이지 않는 아빠와 아빠에게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이해 시키려하는 노력없이 일을 강행하는 엄마.
엄마의 직장 생활은 가족들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중 3인 가희는 엄마가 사주는 도시락 대신 학교 단체 급식을 먹는데 급식비 내는 것을 낌빡하기도 하고 가끔은 치맛단이 터진 것을 수리해 주지 못했고 속옷을 제때에 챙겨 사주지도 못했다. 보통의 며느리라면 치매인 시어머니를 돌보기 위하여 밖의 일을 접고 집으로 돌아오데 직장을 다니겠다고 선언하며 시어머니를 시누들이 낮시간 돌아가며 보살피고 남편도 틈틈히 엄마를 돌보아 줄것을 강요(?)받는다. 가족들은 새롭게 주어진 자신의 일들에 당황하고 불만이 생긴다.
왜 내 마누라는(우리 엄마는) 보통의 아내(엄마)같지 않을까? 왜 유별나게 굴까? 남편과 큰딸 가희는 자기들에게 전해지는 불편함만 생각 했지 아내이자 엄마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들어 볼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아빠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진행되는 일들 -학교 자원교사와 전시회-를 두고 가희는 엄마에게 묻는다. 아빠를 속이고 하는 일들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나 엄마는 속인게 아니라 말을하지 않은 것이라고 대답을 한다. 속이는 것과 말을 하지 않은 것 의미는 어떻게 다를까? 과연 엄마는 말을 하지 않은것인가 아니면 다른 요소가 엄마에게 말을 하지 못하게 한것은 아닐까?
엄마는 왜 아빠에게 말을 하지 않았을까? 사람이 말을 한다는 것은 상대를 이해 시키고 동의를 구한다는 전제하에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 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는 아빠에게 이해를 받기를 원하지 않았거나 아빠를 납득 시킬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말을 해 보았자 이해를 얻기는 고사하고 상처를 입을 것이 너무나 뻔하기에 남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말을 하지 않는 방법을 취한 것이 아닐까
가끔은 세상의 잣대는 자신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살아간다. 내 상식으로 이해를 할 수 없으면 그것은 다 이상한것이라는게 우리 보통의 생각이다. 아빠가 그렇고 언니인 가희가 그렇다. 그들도 자기 중신으로 잣대를 들이대며 세상을 재고 있음에도 상대에게도 상대의 잣대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가영이는 외갓집에서 엄마의 어렸을때 사진들을 보면서 엄마에게도 어렸을때가 있었고 잠든체 누워있다가 엄마와 외할머니의 대화를 들을면서 엄마에게도 엄마가 바라보는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할머니의 죽음과 부모의 별거 속에서 가영이는 "엄마 아빠의 딸이기도 하지만 나 혼자 살아 가야 할 시간이 따로 있다." 고 생각을 한다. 가영이는 남자, 여자가 문제가 아니라 인간 누구에게든 각자의 몫으로의 자기만의 시간이 있음을 알게 도니다.
뱀발) 열 한살짜리 가영이가 과연 삶의 이 깊은 의미를 알았을까? 가희와 가영이의 나이를 좀 더 높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