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패러독스 1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 여름언덕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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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는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의 책장을 덮으면서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이란 책이 생각났다. 다니엘 페나크는 <소설처럼>에서 독자의 10가지 권리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건너뛰며 읽을 권리’,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를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건너뛰며 읽고, 골라가며 읽고, 끝까지 다 읽지 않은 책을 과연 읽었다고 말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한동안은 고민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정보 중에서 필요한 정보만을 선택하고 흡수함에는 어쩔 수 없이 책들을 건너뛰고 읽고, 군데군데 골라가며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읽은 책에 대하여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에는 ‘책을 온전하게 읽은 독자도 책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자는 드물다’는 대목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또 ‘읽지 않았다고 주눅들 필요가 없으며  읽지 않은 책에 대하여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 하는 대목에서는 크게 공감을 했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하여 주눅 들거나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 까닭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진실보다는 자기의 진실이 더 중요하다. 교양 있는 사람으로 보여야한다는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면 읽지 않는 책에 대하여 말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 자신이 약간은 뻔뻔스러울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책을 읽지 않고도 담론에 충분히 끼어들 수 있다는 대목을 보면서는 책을 중심으로 한 담론을 되돌아 봤다. 책을 읽지 않고 왔다면서도 책을 읽은 사람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 사람들의 행동에 의아심을 가지면서도 그 뻔뻔함이 부러웠었는데 읽지 않은 책을 중심에 놓고도 이야기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알 것 같다.

책을 중심으로 한 담론에 텍스트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텍스트는 텍스트로만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텍스트는 의견 교환이란 과정을 거친다. 책이란 텍스트에 대한 존중으로 수정 불가한 것이라면 의미는 없다. 책이란 텍스트는 읽을 때마다(읽는 사람마다)발췌 되고  수정되고 꾸며지는 것이란  사실을 인지해야한다. 발췌되고, 수정되고, 꾸며지면서 누군가에 의하여 2차, 3차의 창작물이 되기도 한다. 제2, 제3의 창작물을 읽은 사람이 원래의 텍스트를 읽지 않았다고 원래 텍스트를 읽은 사람과 이야기하기에 무리는 없다. 담론의 현장에서 책은 텍스트적 의미보다는 관계를 위한 도구적 역할의 의미를 갖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차피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고 담론의 현장에서조차 책이 텍스트로서의 의미보다는 관계적인 의미가 크다면 읽지 않은 책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하여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면 좀 더 뻔뻔스럽기로 했다.

---------------------- 이 책은 리더스 가이드의 이벤트 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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