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바늘꽃 카르페디엠 15
질 페이턴 월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글자 없는 그림책 <왜?>를 보면 전쟁은 인간들의 이기심에서 출발을 한다. 처음부터 누구나 공감 할 커다란 명분이 있었던 전쟁은 거의 없다. 개인, 국가의 이기심에서 출발한 전쟁은 누구에게도 진정한 승리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전쟁을 치르는 동안 수많은 인간들이 죽어야만 했고 인간들이 애써 이룩해 놓은 많은 문명들은 거의 대부분 파괴가 되었다. 한마디로 말해 아직도 포탄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폐허 위에 인간들의 삶의 둥지를 다시금 틀어야만 하는 것이다.

<분홍바늘꽃>도 나치에 의하여 런던 대 공습이 이루어지던 시기를 다룬 작품이다. 어른들에 의하여 빌과 줄리는 각각 피난길에 올랐지만 이런저런 사정들로 런던으로 다시 돌아왔다. 매일 공습을 알리는 호각소리는 울리고 포탄이 터지는 소리, 건물들이 불타는 모습은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지 죽을 수 있다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것은 어른이나 아이나 쉬운 일이 아니다. 파멸과 죽음이 바로 곁에 있는 상황 속에서 열다섯 살 빌과 열세 살 줄리는 각각 파괴의 현장을 돌아보면서 먹을 것을 찾아다니던 중에 만났다. 불안한 현실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외로움은 불안을 가중시켰는데 혼자가 아니라는 것은 현실은 변함이 없을지라도 느끼는 그대로를 누군가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외롭지 않다는 것은 단순하게 외롭지 않음이 아니라 웃을 수 있는 여유며 희망이다.

여유가 생기고 희망이 생김으로 그들은 주변을 더 정확하게 바라 볼 수 있고 살아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울 수 있었다. 빌은 줄리를 위하여, 줄리는 빌을 어떻게든 살 방도를 강구해야만했다. 위험지구 폐허더미 속에 둥지를 틀고 낡은 수레를 발견하여 고쳐 이제 단순히 배급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꾸려가려고 시도를 하던 어느 날 집 앞에 버려진 아이를 발견한다. 스스로도 건사하기 힘들지만 둘은 아이를 거둬들여 자신들의 둥지로 데리고 왔다. 아픈 아이가 먹을 우유를 구하기 위하여 빌이 외출했다 돌아와 보니 줄리와 아이가 있었던 자신들의 둥지는 흔적조차 없이 무너져 버렸다.

이전엔 사람들에게 들켜 자신들이 또 강제로 피난을 가게 될까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기피했지만 빌은 미친 듯이 사람들의 도움을 구했다. 빌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더 무너진 폐허더미에 줄리와 아이가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몰래 튼 둥지인지라 아무도 빌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빌은 필사적이었다. 결국 무너진 더미 속에서 줄리와 아이는 구조가 되었다. 병원으로 옮겨진 줄리는 부모님에게 연락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관계는 더 이상 연결이 되지 않았다.

공습이 한창인 런던 시내에서 빌과 줄리의 눈을 통하여 나는 전쟁 속에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가하는 모습을 주의 깊게 보게 되었다. 전쟁 속에서도 주인공 빌과 줄리는 호기심 왕성한 아이들 모습이었다. 무서움에 벌벌 떨며 움츠려 있는 모습이 아니라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나름대로 즐겁게 보낸다. 남의 배급표를 이용하여 주린 배를 채우지만 그것이 정당하다고는 생각지 않으면서도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현실을 앞에 두고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전쟁은 살인과 약탈, 무질서를 동반한다고 알려졌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모습은 볼 수 없다. 빌과 줄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나름대로 질서를 유지 하려고 노력했고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 노력을 한다. 비록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들의 참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이 이 작품의 미덕이다. 일어난 전쟁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런던 사람들의 모습에서 절망을 넘어선 희망을 보게 되었다.

-------------------  이 책은 리더스 가이드 이벤트 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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