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들지 않는다는 것 - 하종강의 중년일기
하종강 지음 / 철수와영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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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보면서,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속에 아름다운 사람으로 인식이 되는 경우는 그 사람이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는가 하는 것보다 '그가 서 있는 자리를 어떻게 인식하고 하고 있는 일을 어떤 자세로 임하는가' 하는 게 가장 큰 기준점이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수고로움을 대가로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수고로움은 형태상으로 일정하지 않다. 어떤 이는 육체적 노동을 하고 어떤 이는 정신적 노동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노동이라고 하면 육체적 노동을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노동자들이라고 하면 경제적으로 가진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노동운동의 현장이라고 하면 격렬함이 먼저 떠오른다.

하종강은 30년이 가까운 세월을 노동 상담일을 해왔고 1년에 300회 이상을 노동 교육을 다닐 정도로 열정적으로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호흡을 같이 해 온 사람이라고 한다. 그럼 그 사람의 주변을 돌아 볼 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임은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직접 망치를 들고 삽자루를 들지는 않았는지 모르지만 하종강이 생각하는 노동은 신성한 것이며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존경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30년 가까이 노동 상담일을 해 온 것을 보면 노동자들의 삶과 상당히 가까이 다가가 있고 그들이 노동 현장에서 당하는 불이익에 그대로 눈 감을 수 없는 양심을 가진 사람으로 비춰진다. 그 안에 격렬함이 그대로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가 쓴 산문집 <철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하종강은 일적으로는 치열하게 열심히, 그리고 고집스럽게 살아왔지만 인간 하종강으로 돌아오면 우리네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인간임을 느낄 수 있다. 아니, <철들지 않는다는 것>이란 글을 통해서 보면 치열함 속에서 더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고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철들지 않는다는 것>을 읽으며 인상이 깊었던 장면은 '돌아온 탕자' 편이었다. 누가 복음에 나오는 탕자의 비유에서 절정에 달하는 부분을 묻는 것에서 본인(하종강)은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온 아들을 맨발로 맞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노동자는 '재산을 탕진한 아들이 돼지먹이로나 쓰이는 쥐엄나무를 먹으려다 이제 아버지에게 돌아 갈 때'라고 인식하는 순간이 절정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자신과 전혀 다른 시각에서 사물을 보고 인식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 가장 인상이 깊었다.

또 하나. 오랜 강사 생활을 하다가 결국은 칼국수 집을 하게 된 친구가 '멀쩡한 말을 망아지로 만들려고 해서 10년 이상 걸어 온 자신의 길을 포기하고 새 길을 찾았노라'는 말이 인상이 남는다. 우리는 자신이 오랫동안 공 들여 해 온 일을 접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가야할 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다. 바라보는 뒷모습은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아팠다. 한 때는 치열하게 노동 현장에서 일하다가 일을 그만둔 사람들이 "아직도 그렇게 사니?"라는 물음도 참 가슴이 아팠고, 한때는 동지였다가 제도권에 빌붙어 사는 사람에게 술을 얻어 마시고 싶어 하지 않는 모습도 가슴이 아프다.

'철이 없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을 말한다. 하종강씨가 책 제목을 '철들지 않는다는 것'으로 붙인 이유는 무엇일가 궁금해 졌다. 순수하게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는 의지표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무튼 <철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서 치열함 속에서도 자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을 보아 기분이 좋다. 오랫동안 순수하게 열심히 살길 바라며.

                   -------이 책은 리더스 가이드 이벤트 도서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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