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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시게마츠 기요시의 작품을 처음 읽은 것이<나이프>라는 작품이다. 이후 그의 작품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작가는 '현대 사회의 가족, 청소년'에 대하여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고 우리에게 그 화두를 던지고 있다. <졸업>도 이제까지의 작품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졸업>에는 표제작인'졸업'과 '행진곡', '아버지의 마지막 수업', '추신' 이렇게 네 작품이 들어 있다. 네 작품 모두 죽음이라는 소재를 매개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졸업'은 자신이 죽은 친구 이토의 딸 아야가 찾아오는데서 이야기는 시작 되고 있다. 이토가 자살 한 이후 이토에 대한 것은 기억의 저편으로 밀려 나 있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나타나 이토를 '그 사람'으로 표현하며 '그 사람'과 함께 한 추억을 내 놓으란다. 머뭇대는 와타나베에게 친한 친구라며 그것도 아닌가 보다고 몰아 부친다. 이토, 이토...... 와타나베는 기억의 저편에 물러 앉아있던 친구를 반추하여 이야기 하는 가운데 아야가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야는 생부인 이토의 자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단 한번이래도 곧 태어 날 아기와 남겨진 부인을 생각하면 어떻게 자살을 할 수 있느냐. 그것은 이토가 아기와 엄마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며 무책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죽은 생부에게 많이 화가 나 있다. 그런 사람의 피를 받아 자신도 자살을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생부의 피를 받아 자신이 자살을 함으로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줄 것을 두려워한다. 이토에 대한 추억을 아야가 만든 사이트에 써 가던 와타나베는 어느 날 자신의 글에 오랫동안 댓글을 달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아야의 집을 찾아 갔다가 아야가 옥상에서 투신, 병원에 입원 해 있는 상태임을 알게 된다. 와타나베를 통하여 아야 주변의 이야기를 듣던 아야의 엄마와 새 아빠는 아야에게 자신의 어렸을 때의 기억들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관계맺음을 시작한다. 아야는 불안, 고통의 시기를 넘어(졸업하고) 새로운 관계맺음으로 나머지 인생을 살게 될 것을 믿는다.
'행진곡'은 말기 암을 앓고 있는 어머니의 병실을 지키면서 자기 주변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그동안 자신은 도회지 생활을 하면서 고향을 돌아보지 않았다. 자기가 잘났는지 알고 자신의 삶만 중한 줄 여기고 살아왔다. 아버지가 쓰러지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제 엄마마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동생과 둘이 앉아 아버지가 쓰러진 이후의 이야기, 여동생이 적응장애를 앓았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엄마와, 아버지를 반추한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아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생각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인 인간이었나, 자신이 얼마나 가족들과 불통했는가 생각한다. 자신의 부모와 부모가 된 나를 돌아본다. 자신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도 아들에게 무한한 인내와 사랑으로 기다려 줄 것을 이야기한다.
'아버지의 마지막 수업'또한 죽음을 소재로 한다. 평생 교사로 살아온 아버지, 그 아버지가 지금 죽어가고 있다. 아버지는 자신의 교육관, 철학에 따라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 온 것은 인정한다. 열심히 살아 온 것은 인정하지만 아이들에게 존경을 받지 못하는 교사였던 아버지. 아무도 아버지를 찾아오지 않는다. 같은 교사로서 아들은 그런 아버지가 안쓰럽다. 아버지를 이해 할 수 있는 제자 단 한 사람이 그립다. 당신의 삶이 헛된 것에 아니었음을 인정해 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절절하게 와 닿는다. 아이에게 죽음을 보이는 것은 정서상 해롭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결국 자신의 제자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킨다. 아버지의 마지막 수업의 제자가 되어. 아들이 마련한 마지막 아버지의 수업에는 숭고함 마저 느껴진다. '스승의 은혜는~' 하고 울려 퍼지는 장송곡. 아버지를 행한 진한 사부곡에 눈물이 울컥 난다.
'추신'이란 말이 뭘까 상당히 궁금했었다. 물론 편지의 말미에 많이 쓰는 문구이긴 하지만 딱 떼어 내 '추신' 하니 생소 했다. 글을 다 읽고 났을 때 '어떤 글에 덧붙임'이란 의미임을 알았다. 작품은 어린 날 돌아가신 엄마의 일기장을 마음에 품고 새 엄마를 거부한 채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 날 돌아가신 엄마를 마흔이 넘은 작가는 자신이 만든 가상의 엄마에 대한 에세이를 쓰게 된다. 이를 지켜보는 아내는 불안하다. 고향의 새 엄마, 동생이 어떻게 생각할까? 거짓임을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어떻게 할까. 그렇지만 작가는 개의치 않는다.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이야기 하는 자들이 작가가 아니냐면서.
타의에 의하여 온 고향에서 작가는 새엄마가 엄마의 일기장을 필사한 것을 받게 된다. 엄마의 일기장을 필사한 새엄마의 일기장 맨 마지막에 덧붙인 말 ' 추신- 케이치 군 나도, 천국에 가서도 쭉 케이치 군 어머니란다.' 두~둥!! 새 엄마가 느꼈을 심적 고통을 한 순간에 느낄 수 있다. 아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어머니의 자리, 그래도 어머니는 늘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자신을 당신의 가슴에 담아 두셨다는 말.
작품 전체의 주제는 현대인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자기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가운데 서로가 멀어져 있어 소통하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각자의 고통도 결국은 막힘에서 오는 과부하 현상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소통만이 우리가 살 길임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오랜만에 나 아닌 주변을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졸업>은 리더스 가이드의 이벤트 도서로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