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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그네스 선생님 ㅣ 푸른동산 6
커크패트릭 힐 지음, 신상호 옮김 / 동산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안녕 하세요 아그네스 선생님>에는 알레스카의 사람들(어른들이나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그리듯이 펼쳐진다. 이곳의 아이들은 우리의 40~70년대 아동 문학에 나타나는 아이들의 모습처럼 일을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현실 속의 우리 아이들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물론 상황이 다르니 똑 같길 바랄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요즈음 우리나라는 일은 어른들이 하는 것이고 아이들은 공부만 하면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도 공부만이 자신들이 할 일이라고 듣고 또 들어 이제 자신들은 공부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 집안일을 돕는 것조차도 낯설어한다. 설혹 하게 되면 생색을 내거나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현실이다. 공부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아이들도 우리 자신이 키우고 있으면서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찬다. 가족의 구성원으로 가족 내에서의 자기 역할을 하는 아이들을 보니 너무 예뻤다.
알레스카의 작은 마을에 선생님이 오지 않으면 힘들게 열은 학교가 문을 닫고야 마니까 선생님을 맞는 일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지원자가 얼마 없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선생님들이 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오긴 왔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선생님들은 작은 마을을 떠났다. 잠깐 머무르다 훌쩍 떠나는 선생님을 워낙 많이 보아왔던지라 아이들은 새로 선생님이 오면 '또 얼마나 있다가 갈까'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그런 마을에 비쩍 마른 여자 선생님이 오셨다. 동네 여자들은 모두 긴치마에 두꺼운 양말과 모카신을 신는데 선생님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마을 여자들이 바지를 입는 경우에는 아주 추운 날에 치마 속에 덧입을 뿐인데 다르다. 이제까지 자신들이 알던 것과는 다르다. 선생님 이름은 아그네스 서터필드. 영국에서 태어났고 오랫동안 알라카켓에서 근무를 했다고 했다.
아그네스 선생님은 오시자마자 교실 뒷 벽면을 다 덮을 정도로 큰 세계지도를 거셨다. 그리고 교실의 책상을 둥글게 늘어놓으라고 하셨다. 선생님 책상도 아이들 틈 사이에 끼워 넣는다. 사용하던 교과서를 상자 안에 넣었다. 성적표도 넣으면서 '성적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하셨다. 대신에 선생님은 새 연필, 새 색연필, 크레용, 미술용 연필, 물감, 붓, 도화지를 상자에서 꺼내 놓으셨다. 색연필, 크레용의 색을 물어보고 새로운 색을 가르쳐주고, 붓의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레코드플레이어에 음반을 얹어 음악을 듣고 ....... 아이들 하나하나를 살피고 아이들 하나하나에 맞는 교재를 선택하고 아이들에 맞는 교수법을 적용시키고..... 아그네스 선생님과 아이들은 그렇게 수업이 진행되었다. 기존의 틀을 깨고 아그네스 선생님만의 방식으로 수업은 진행이 되었다. 즐거운 학교, 개인의 특성과 능력을 인정 해 주는 선생님, 우리가 꿈꾸는 학교의 모습이 여기에 있다. 누구나 좋은 줄은 알지만 오늘의 현실에서 가능한 이야기일까 생각 해 본다.(아쉽게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오지의 작은 학교라는 전제하에, 한 선생님의 지도하에 한 선생님의 의지 하에 어떤 것을 목표로 했다면? 그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누구의 간섭 없이 나름대로의 교수법으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주고 싶은 것들)을 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읽고 쓰고 셈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가치관이 문제가 아니라 더 큰 세상에 나아가 다른 아이들과 경쟁력 있는 아이들로 키우고자 한다면 이 이야기는 꿈꾸는 이야기다.
아그네스 선생님을 보면서 나는 내 아이가 유치원 때 만났던 선생님을 생각했다.
그 선생님은 아이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한다. 비록 유치원의 아이들이지만 그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못하는 이야기가 없었다. 교보에서 자신이 읽었던 책에 대하여(그것이 딱히 그림책이나 동화책에 국한 된 것은 아니었다)도 이야기를 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영화 음악에 대하여도(장르 불문하고)이야기를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자신의 남자친구와 어디를 가서 어떤 커피를 먹었는지도 이야기 했다고 들었다. 아이의 입을 통하여 들은 이야기는 책의 내용이 아니라 교보라는 서점에 책이 얼마나 많은지 책을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중에서 자신은 어떤 작가의 책을 샀고 책값은 얼마인가 하는 잡다한 이야기였고 어떤 음악을 어디서 들었으며 누구랑 들었고 그 음악에는 어떤 악기를 사용한 것 같고 느낌은 어땠는지 하는 것이었다. 커피를 마시면서는 커피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데 자신이 마신 것은 어떤 종류며 어떤 향이 나고 카피는 어느 나라에서 많이 난다는 이야기 같은 것이었다. 선생님에게 교보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은 날은 아이는 자신도 교보에 가고 싶다고 했었고 음악에 관하여 들은 날은 악기와 소리에 대하여 관심을 보였다. 카피 이야기를 들은 날은 카피가 난다는 나라를 지도에서 찾아보았다. 실제 유치원 교육과정에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아이는 잡다한 상식들을 갖추는 것을 보면서 한 인간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은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는 수다쟁이가 되라고 말을 한다. 건강한 수다 속에 상식을 담고 가치관을 담는다면 수다가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는데 동의 할 것이다. 아그네스 선생님의 파격적인 교육도 어쩌면 우리네 수다의 변형일지 모른다. 특성을 제대로 이해 한 수다가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교육이 되기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리더스 가이드 이벤트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