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여인
미시마 유키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서커스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미시마 유키오라는 작가를 처음으로 만난다.

미시마 유키오는 1925년 유복한 집 고위 관리의 아들로 태어나 1970년대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고 할복자살을 했다한다.

<비틀거리는 여인>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라. 일탈한 여인의 냄새가 팍 풍기지 않는가?

그랬다. 이 이야기는 결혼 3년차 주부 세스코의 일탈에 대한 이야기다.

세스코의 남편은 매일처럼 늦게 들어 와 코를 골며 잠만 자고 아침 일찍 출근한다. 딱히 뭐가 문제인지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세스코는 뭔가 자신의 삶이 개운치가 않다.

친구들과의 이야기에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아이와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뭐가 문제인지 정말 모르겠다.

결혼하기 전, 세스코는 딱 한번 키스를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을 대상으로 세스코는 상상연애를 시작한다.

'꿈에서 일어나는 일에 죄를 물을 수는 없듯 상상만의 일에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논리를 피면서.

그러다가 우연히 첫 키스대상이며 상상 연애의 대상인 쓰치야를 만나게 된다.

세스코가 생각한 연애는 도덕적인 연애. 다시 말하여 몸만 허락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몸만 허락하지 않으면 된다.'는 발상에 잠시 멈칫했다. 정말 그런가?

우리가 결혼을 할 때, 혼인 서약을 한다.  서약 속에는 영원히 사랑하겠느냐는 질문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랑을 하겠다." 는 약속을 하고 혼인이 원만하게 이루어졌음을 주례가 사람들에게 공표함으로써 결혼식은 끝이 난다. (물론 행정적인 절차는 당연히 할 것을 전제로 깔고).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모든 행위가 다 사랑인데 세스코식의 사랑은 내가 생각하는 사랑과 다른가 하는 생각을 한다.

아무튼, 그렇게 세스코는 쓰치야를 만났다. 처음엔 그냥 차 마시고 이야기하고..... 그렇게 세스코가 생각했던 대로 진행이 되는 것에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그 만족은 오래 가지를 못했다. 자기의 감정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시도했던 연애는 결국 처음 의도했던 '도덕적인 연애' 의 룰을 벗어났다. 쓰치야를 향한 자기 감정을 주체 못하던 세스코는 세쓰코 대신 남편과 관계를 가졌고 임신을 했다. 남편을 사랑하지 않은 채 남편과 관계에서 얻은 아이는 축복일 수가 없었다. 남편에게 미안했다.( 남편이 세스코를 사랑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연애를 하고 있는 쓰치야에게도 미안한 일이다.

갈등, 갈등......

결국, 세스코는 임신중절을 택한다. 그리고 쓰치야와의 관계는 계속된다. 관계의 지속은 결국 남녀간의 육체적 결함으로 이어지고 잦은 결합은 또 다른 생명의 잉태로 이어진다. 새로은 생명의 잉태를 두고 세스코는 다시 임신중절의 선택을 한다.

두 번의 임신중절, 세스코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동안 어머니의 관심에서 방기 되었던 아들도 떠오른다. 너무나 도덕적인 아버지도 떠오른다. 결국 세스코는 휘청대는 걸음으로 집안으로 돌아와 자신의 침대에 몸을 뉘인다.

<비틀대는 여인>을 읽으면서 일탈을 꿈꾸는 것과 일탈을 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보았다. 무엇을 꿈꿀 때는 계획대로 될 것 같지만 어떤 일이 실행되면 그것은 이미 브레에크 장치 고장 난 바퀴같이 구를 만큼 구른 다음에야 멈춘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돌아온 세스코가 이젠 자신의 집에 머물고 있는 파랑새를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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