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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기억
호사카 가즈시 지음, 이상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내가 일을 시작하자 조금 전 낮잠이 들었던 아들이 닌자 같은
모양을 하고 방 안으로 뛰어들어와서는
"아빠. 응, 시간이 뭐야?"
하고 물었다. 나는 쓰던 문장의 남은 몇 자를 마저 쓸 때까지 대
답하지 않았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아들은,
"응, 아빠, 응, 아빠--응, 응,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아빠, 응, 응."
하고, 고양이가 "야옹, 야옹" . 오리가 "꽥, 꽥. " 염소가 "음매, 음
매" 하듯이 "응, 아빠" "응, 아빠"를 연발하기 시작했다. 나는 사
인펜을 아들이 알 수 있도록 분명한 동작으로 소리내어 책상에
내려놓고는
"끝났어."
하고 아들을 보았다.
..........................................5~6페이지에서
한 시골마을에 아이와 아빠가 살고 있다. 아빠는 편의점에서 파는 삶의 여러가지 방법들을 담아내는 책을 편집하는 일을 하고 있다. 나는 편의점을 가서 파는 책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하고 휙~읽어낼수 있는 그런 책들. 부담이 없고 흥미롭다. 그렇지만 그 내용이 그렇게 가볍지는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고 삶의 모습들을 담담하게 이겨나갈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용기를 내어 살아라. 미혼의 여자라면 필요한것? 등등의 자질구레하면서 다양한 내용들을 담아내는 책을 재택으로 편집하는 일을 하면서 다섯살 정도의 어린 아들아이를 키우는 아버지가 있다.
그의 삶은 수레바퀴 돌듯 매일 일상을 반복한다. 커다란 사건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잔잔한 일상을 담아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일상속에서 여러가지 사건들이 담겨있다. 아주 조용하면서 담담하게 이야기되고 있다. 한 사람의 일상을 통해 그 사람이 만나게 되는 세상을 볼수 있다.
마치 나의 삶을 구구절절이 써 놓은듯 하다. 모든 내용들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일상속의 잔잔함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 그렇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그런 글을 쓰는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일본사람들 역시 그의 처음 이런 글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나 역시 뒤에 번역한 이의 말마따나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번역자의 이야기를 보니 음...그런 장점을 말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제목이 참 마음에 와닿는다. 처음에는 무슨말인가 했는데 책을 다 읽고나니 아니 후반쯤? 부터 아~~알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지나간 추억이 내 삶에서 새록새록 묻어나는 것을 느낄때가 종종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중 하나는 예전 대학 다닐때 들었던 노래이다. 학교를 올라가던 길이었던가? 내려가던 길이었던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길을 걷고 있는데 음반가계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음~~잊어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흐린 가을하늘에~~편~지를 써~~~
음~~비가 내리면~~음~~나를 둘러싸는 유혹이~~
였던가? 김광석의 [흐린 가을에 편지를 써]라는 노래를 들으며 기분이 참 좋았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서 그 때 그 시간이 자꾸 생각이 난다. 지금은 돌아갈수 없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의 그 느낌만은 똑같지는 않지만 기분좋게 내 머릿속에서 종종 떠오른다. 그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이던가?
그 노래가 생각나는 그런 책이다. 그 처럼 지나온 삶은 나의 삶을 그대로 이루어내는 하나하나의 조각들인 것이다. 오늘 지금 이시간. 그리고 책을 읽으며 생각했던 그 감정들이 어느 순간 문득 생각날지도 모른다. 그 노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