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야 (반양장)
전아리 지음, 안태영 그림 / 노블마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문득, 이 사람이 그날 일을 미안하게 여겨 나름대로 사과를 건네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에요. 제가 타 드릴게요."
 "난 남이 탄 커피는 입에 안 맞아서."
 그럼 그렇지. 내가 식탁을 행주로 훔치는 사이 그는 물을 끊였다.
  ..........................................135페이지 중에서
 

 

여기서 주목할 건 바로 나다. 밥상 그트머리에 앉아 조용히 감잣국에 밥을 말고 있던 나는 내심 언니의 말에 수긍하고 있었다. 자유연애라니, 잘은 몰라도 제과점에서 파는 사탕처럼 그럴싸해 보이는 말인데, 하고 생각하며.

                         .................165페이지중에서

 

마냥 행복하고 사랑이 충만한 순간에는 편지를 쓸 마음이 들지 않는다. 혼자서는 채울 수 없는 공백감과 허전함이 느껴질 때 그 빈 공간에 물이 고이듯 건네고 싶은 말들이 차 오른다.

.......................................174페이지중에서

 

화장실에 휴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타일 바닥을 몇 차례 신나게 구른 듯, 젖었다 말라서 얼룩덜룩하고 쭈글쭈글해진 휴지가 세상 만사에 해탈한 모습으로 창틀 위에 간신히 놓여 있었다.

.........................................185페이지 중에서

 

때로는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 일임에도 일단 저질러 보자는 오기가 생길 때가 있다. 의외의 결과가 야기될 가능성이 0.01퍼센트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에. 어쩌면 우연히 만나게 될 그런 결과가 내 삶을 새로이 바꿔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의 판타지, 그건 건빵 속 별사탕 같은 존재였다.

.........................270페이지중에서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많은 상을 휩쓸수 있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그저 놀랍기만 할 뿐이다. 그런 작가는 어떤 글을 쓰는 것일까? 하고 책을 보면서 아는 사람이 한명 떠올랐다. 아는 사람이 쓰는 스타일들이 이 책의 글을 풀어내는 방식과 참 비슷하다. 그리고 그 사람의 말하는 스타일과도 비슷하다. 그래서 참 신기하기만 했다. 사람은 다른데 이렇게 비슷한 스타일을 구사하다니 말이다.

 

이야기를 보는 중에 톡톡 튀는 구절들을 만나게 된다. 어느날 무심코 한 이벤트에 당첨되는 20대후반의 여성 정운. 정운은 딱히 잘나가는 직장여성이 아니다. 계약직의 일을 하고 있는 정운은 회사에서 그닥 인정을 받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직원들의 온갖 심부름은 도맡아 한다. 그런 정운이기에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에 대해 맞서 싸우지 못하고 그저 나름 열심히 살아가려는 직장여성이다.

 

그런 정운에게 청춘은 아름다운 빛깔이면서도 힘겨운 시간이다. 어느날 이벤트에서 시리우스라는 인기 가수 그룹들에게 허깅을 받는 이벤트에 당첨되어 그들에게서 차례로 허깅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지만 허깅중 자신도 모르게 시리우스라는 인기 그룹에게 빠져들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시리우스의 공연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 공연의 표를 구하려 하지만 너무 빨리 매진이 되어 30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한 고등학교 여학생에게서 암표를 사기로 한다. 그리고 그 여학생인 당돌한 주희를 만나게 된다. 주희와 만나게 된 정운은 주희의 사촌인 우연을 소개받는다. 그리고 운명의 남자 형민을 만나게 된다. 톡톡튀는 글귀와 마치 미니시리즈를 보는듯한 그런 재미있는 장면들이 책을 보는 내내 즐거움을 안겨준다. 당당한 여인으로 거듭나기를 만날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