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조용호 지음 / 문이당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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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이 환하다. 빛이 커튼을 뚫고 들어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천천히 창가로 걸어가 커튼 자락을 들치자 산과 나무와 길을 뒤덮은 폭설이 망막을 찌른다. 저리 환하고 명징한 세상에서는 아무리 어두운 정념이라도 하얗게 표백돼 버릴 것이다. 언덕 너머 하얀 눈밭을 배경으로 까만 점 하나가 떠오르다가 점점 커지더니, 사람의 형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걸어오는 사내의 뒤편으로 발자국이 길게 따라온다. 눈밭에 반사된 햇빛이 강렬해 사내의 얼굴은 역광의 실루엣 속에 까맣게 보일 따름이다. 위아래로 겅중거리는 걸음걸이가 낯익다.
........................7페이지에서

 

음악의 혼을 담아내고 있는 이야기. 음악에 따라 삶을 변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도 역시 중요하지만 자신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이 있다. 그 또다른 모습은 내가 알지 못하는 그런 모습이다. 내가 알고 있는데 외면한 모습이 나의 삶을 조용히 덮치는 것일까?

 

그리고 나의 삶은 그들의 삶은 변하기 시작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길을 따라간다. 이 책속의 이야기가 딱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가수 연우. 정태춘이 생각난다. 성악가와 같이 노래도 불렀던 자연인인 그의 노래가 생각나는 그런 캐릭터가 이 책속의 주인공 연우이다. 연우가 주인공일까? 아니면 연우를 따라가는 나? 연우의 선배? 나는 연우의 친한 선배이기도 하지만 연우의 아내를 사랑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연우의 아내를 그저 친구의 아내로 돌봐준다.

 

어느날 연우는 사라지고 그 연우를 찾아 나와 연우의 아내는 길을 떠난다. 연우의 머물렀던 곳들을 하나하나 더듬어 가며 그의 가는 길을 찾아 떠난다. 그리고 순간 순간 연우와의 만남이 이루어질듯하면서 만나지 못한다. 연우가 알고 있는 또 다른 연우가 향하고 있는 그곳. 그곳에는 여인이 한명있다. 연우의 사랑하는 아내가 아닌 또 다른 여인이 있다. 그 여인은 연우의 삶을 엇박자로 만든다. 그 여인은 누구일까? 정말 그런 여자가 있는 것일까?

 

사람을 사랑하기 이전에 그 사람의 예술혼을 사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연우도 자신의 운명의 선을 따라간다. 그 운명의 선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슬프고 시리기만 하다. 하지만 그 길을 따라가지 않을수 없는 것이 또 연우의 운명인 것이다. 그런 연우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연우를 사랑하나느 아내와 연우를 사랑하는 아내를 애타게 바라보는 나. 그들은 한그릇에 담아내기에는 너무나도 가슴아픈 운명을 지니고 있다. 그런 운명은 너무 부담스럽다. 보기만해도 시리고 아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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