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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척 -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청소년 20
최서경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평점 :
우리는 종종 이런 식으로 만났다. 이런 식이라는 것은 지나다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캄캄한 새벽 으슥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몰래. 라는 뜻이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와 똑같았다. 그러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윤은 나에게 담배를 권유하고 있었고(권유라고 쓰고 강요라고 읽어야 한다) 나는 거절하고 있었다.
"야, 한 대만 피워 보라니까. 존나 좋다고!"
윤이 나한테 헤드록을 걸면서 내 잎에 막 담배를 처넣으려고 했다.
"저리 치워! 너 지금 그 유독 물질을 내 입에 넣으려는 거야?"
"피워 보고 말해, 멍청아."
"그런 거 피우면 죽어!"
내가 정색을 하며 시동을 걸자마자 윤이 귀를 막았다. (9쪽)
고2가 정말 이걸 썼단 말이야? 지금은 서강대 국문학과에 다니고 있단다. 이 책은 제 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이라고 붙여쓰자니 무지 길다) 수상작이다. 나이는 94년생. 우리 딸아이가 97년 생이니 겨우 세살많은 아이다. 그런데 필력이 대단하다. 이런걸 보고 필력이라고 하는거지?(뭐 정확하지는 않지만...으흠~ㅡㅡ;;)
솔직하고 시원하다. 그 아이들은 그런 생각을 하는구나 싶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존나'라든가 또 뭐더라? 암튼 아이들이 쓰는 욕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뭐 그게 현실이긴 하지. 가금은 그런 욕이 나와줘야 또 이야기다 솔직담백해보이니 말이다. 세명의 여고생과 그리고 안도현이라는 한 남자아이. 아니 여자아이들이 네명이던가? 암튼 세명의 여고생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학교다닐때 보면 정말 걸레라고 아이들이 욕하는 아이들이 꼭 한 명씩 있다. 이 책에도 역시 강이라는 성을 가진 아이가 걸레라고 아이들에게 불린다. 얼굴이 예쁘고 거기다 그림도 잘 그리고 공부도 쫌 하는 편이다. 수학만 좀 부족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전교 일등하는 윤. 울 딸아이반에 있는 아이랑도 약간 비슷한가? 아닌가? 뭐 포스가 비슷한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고. 물론 딸아이 친구가 담배를 피는건 아니다. 딸아이와 함께 열심히 야자를 한다. 그 아이가 춤을 정말 잘춘다. 그 아이네 엄마도 언니도 춤추는걸 좋아한다다. 공부도 열심히 춤도 열심히~ㅡㅡ;;
암튼 그런 윤이라는 아이와 또 한명의 젤 말많은 아이 박. 박수현. 박수현은 엄마랑 둘이 산다. 그래서 엄마는 항상 아빠없이 크는애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항상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그런 엄마의 생각이 너무나도 싫은 박수현. 뭐 셋다 공부를 그닥 못하는 것도 아니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이다. 치열하게 자기 할일을 열심히 한다는 이야기지. 아~공부 잘하는 애들도 이렇게 가볍게 얘기하면 '야마돌기도 하는구나...'싶었다.
내 학교 다닐때 있는 듯 없는듯 있었던 모습과 달리 당차고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고 나름대로 당차게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이 아주 씩씩하고 용맹하다. 이 책의 작가도 이렇게 용맹하게 지냈을까?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썼겠지? 아니면 그러지 못해서일까? 이 책을 고2때 썼다는 걸 보면 뭐 고2 그 시절을 당차게 보낸듯도 하고 말이다. 딸아이를 보여주면 어떤 반응일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