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지금 어디 가? 창비청소년문학 54
김한수 지음 / 창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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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건 좀 너무하는 거 아니야?"

 "뭐가?"

 "시험을 코앞에 둔 아들을 밭에서 부려 먹는 건 쪼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얼레, 나는 너 부려 먹은 적 없다. 시급 오천 원씩 꼬박꼬박 지불했다. 그리고 시험공부가 그렇게 하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가서 해. 누가 붙잡는다던?"

 진짜 치사하다. 어차피 줄 용돈 가지고 부려 먹으면서 되레 생색이다. 다른 애들은 대가 없이 용돈을 받는데 나는 매주 토요일마다 주말농장에 끌려 나와 죽도록 일을 해야만 한다. 얼렁뚱땅했다가는 시급이 깎이기 때문에 요령 따위는 꿈도 못 꾼다. (5~6쪽)

 

중2 주인공 말마따나 다른집 부모들은 애들에게 일이라고 생겨먹은 것을 절대 시키지 않고 그 시간에 공부를 한 자라도 더하라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 아버지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딱히 공부가 취미가 아닌데 결사적으로 무조건 공부를 하기보다는 이것저것 살아가면서 스스로 할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하며 제 밥값을 하며 살아가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아이에게 그대로 투사한다.

 

아이는 그런 아빠, 엄마가 불만이다. 영어점수도 수학 점수도 더 올리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할터인데 그래서 집안일보다는 시험기간이라도 벼락치기공부를 할 심산인데 아빠는 전혀 그것과 무관하다. 자기 용돈도 집에서 조금 큰 텃밭처럼 농사를 지으니 일을 해서 받아야 한다.

 

학교에서 성적이 무지 좋은것도 아니고 그닥 눈에 띄지 않는 보통아이. 그런 건호가 어느날부터인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부모님이 이제껏 키워온 그야말로 제 밥값을 하는 아이의 면모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에서 짱으로 통하지만 정작 한글조차 모르는 정태, 부자집 아들아이라고  아이들이 부러워했던 아이의 진실. 너무나 조용히 묻혀 은따를 당하던 아이. 그리고 공부를 킹왕짱 잘하는 지욱이의 불안한 심경등이 건호의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들은 한없는 고민에 빠진다. 과연 어떻게 키우는 것이 옳을것인가. 아이들 역시 자기의 삶이 어떤 모양으로 그려져야할지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부모와 아이들의 일탈들 속에서 일탈로 보이는 것이 행복일지도 모른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그 제안을 따를지 말지는 오직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내가 살아가는 길이 정말 내가 원하는 건강한 길인지는 스스로 알아낼밖에...

 

아이들과 갈등하는 부모 그리고 부모와의 마찰속에서 삶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지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한그루 쉬어가는 편안한 나무 그늘이 되어줄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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