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강렬한 단편집을 만났다. 별 기대를 않고 봤는데 와우~~바로 빠져든다. 사실 요즘 복잡하고 새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먼 미래를 그리고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여기가 어딘지 복잡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하나, 둘 이해를 하려고 머리를 쓰다보면 어느새 다른 지점에 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와 달리 이 책은 신진작가라 또 얼마나 먼 나라 이야기를 쓸까 싶었는데~유후~~이렇게 젊은 작가가 이렇게 리얼 삶을 알다니? 싶은 생각을 하며 눈을 반짝이며 보게된다.

 

아주 은밀한 곳까지 빨려들어가게 되는 강렬한 이야기들을 만나게 된다. 멋지고 아름답고 포장된 길이 아닌 울퉁불퉁한 길위에서 온갖 상채기가 다 나며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잘나가는 작가들이 만장일치로 등단시킨 이유를 알겠다. 이런부분은 어쩌면 말하긴 좀 곤란해...뭐 누구나 생각하는 일일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뭐라고 말하기는 좀 그래..라는 표현들이 자연스럽게 내뱉어진다.

 

형제간의 무언의 연극같은 삶이라든가, 가족간의 보이지 않는 팽팽한 외줄타기등이 아주 리얼하게 그려진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바로 이 작가의 저력에 박수를 쳤다.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얌체같은 얄미운 두수의 아내가 무덤덤한듯 어리숙한 두수와 함께 등장한다. 그들은 두수의 부모님 산소에 큰아주버님 내외와 성묘를 가기로 한다.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건 아주 놀라운 미션. 그들은 그 미션을 잘 헤쳐나갈수 있을지 공포스러운 압박감을 몸소 체험한다.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112.

 

112가 뭐지? 무언가 경찰서인듯하긴 한데...하면서 어슴프레하고 생각하며 보았는데 다음날인가? 아니면 그 다음날? 다시 112의 정체가 현실로 다가왔다. [돈가방]을 보며 아리송했던 112. 그리고 돈가방에 그려진 가족의 모습이 너무나 뼈저리게 알겠다. 우리집에 숨겨진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진실이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똑같은 모양새로 그려졌다. 그 사람이 말하는 진실은 내가 알고 있는 우리집 진실과 판박이처럼 닮아있었다. 그리고 돈가방에 나오는 112의 정체도 이야기가 아닌 현실속에 등장하는 너무나도 사실적인 묘사라는걸 깨닫게 된다.

 

어느날 살다보니 무심코 또랑에 빠져버린듯한 사연을 그린 [남편]. 물론 앞의 이야기도 또랑에 빠져 그들의 적나라한 모습이 그려지지만 이것 역시 그런 리얼한 우리들의 모습이 보여진다. 남편이 성폭행과 살인범으로 몰려 감옥에 갇히고 그런 남편으로 인해 아내가 당하는 상황이 그려진다. 우리남편은 절대~그런 사람이 아니야!! 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그런 사람이었을지도 몰라...라고 말하는 아내의 모습이 애달프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들도 묵직하기만 하다. 이 작가의 이야기를 만날때는 단단히 무장을 하고 봐야겠다는 성찰의 시간을 갇게 된다. 내가 꼭꼭 싸매놓아 아무도 모를것 같은 숨기고 싶은 진실이 바로 파헤쳐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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