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붙잡힌 사람을 위한 책 - 복합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삶을 되찾는 법
아리엘 슈워츠 지음, 김준기 외 옮김 / 수오서재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안장애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PTSD , 트라우마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 다루는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트라우마 사건에 대한 반응이다.
요즘 유난히 유아동, 혹은 성인들의 정신건강을 다루는 프로가 많아졌는데 여러 사례들의 치료 과정에 어린 시절 성장기를 따라가 보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임상적으로 단일 트라우마 사건은 존재하지 않고 빠르게 치료가 되지도 않는다. 그렇다 보니 더욱 일상에서 악순환으로 반복되는 사례들을 목격한다. 한동안 마음 챙김이라는 분야에 대한 출판물들이 쏟아져 나왔을 만큼 복잡한 현대사회를 사는 과정에서 마음 챙김은 신체 건강으로도 연결되는 중요한 분야다.
이 책의 가장 강점은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뿐 아니라 이들을 볼 봐야 하는 사람들에게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와 치료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트라우마를 회복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감정에 침수되지 않고 과거의 고통을 회피가 아닌 직시하는 과정에서 치휴로 이어지는 과정을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애정 어린 지지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누군가의 신뢰와 지지는 결코 사소하지 않게 한 사람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결코 쉽지 않고, 단기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트라우마는 당사자에게도 지지자에게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트라우마로 일어나는 여러 감정장애 중 우울, 감정조절장애, 해리 증상, 대인관계, 자기인식 절망감 등의 사례부터 자가 진단 등의 과정을 통해 책의 해당 부분을 오가며 반복적인 치유 과정을 거치도록 유도하는 친절한 가이드북은 여러 번의 재독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어느 순간 기억 너머의 잠재된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 올바른 자기인식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마음 챙김은 어쩌면 평생 우리가 꾸준한 신체 운동처럼 반복하고 단련해야 하는 분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육체가 완성된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까이, 그녀
왕딩궈 지음, 김소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상을 휩쓸며 문단의 총아로 주목받던 작가의
절필 선언 이후 복귀작들은 연이어 또 각종 도서전의 수상을 이어간다. 
작가는 공무원이 되었다가, 건설업, 지방법검찰청 서기, 광고기획사 대표, 잡지사 사장, 현재는 건설회사 대표로 일하고 있다. 서른이후 절필을 선언했던 작가의 복귀작들은 연이어 또 각종 도서전의 수상을 이어가는 아이러니.타고난 필력인가. 다양한 분야의 사회적 경험들의 산물인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던 책.


누구의 추천작이라는 타이틀이 나는 매번 참 불편하고 거슬린다. 문학작품마저 추천이라는 타이틀로 선입견을 안고 시작하는 것이 심히 불편한 내가 꼬인 건가.
찾아보니 무라카미 하루키는 왕딩궈의 전작들도 추천을 했다고 하는 걸 보니 그가 좋아하는 작가인 건 틀림없나 보다.

이 작품은 왕딩궈의 3부작 시리즈로 꼽힌다. 전작들로부터 1인칭 서술자로 모두 남성의 시선이다. 이 책에서는 아버지의 관점이 중심이 된다. 아버지와 아들, 형제, 인간 사이의 우정이라는 관계 속에서 진실은 서로에게 어디까지 통하고 어디까지 교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읽는 내내 하게 됐다.

다양한 직업군의 분야에서 일을 했던 작가는 쓰지 않으면 불안해진다고 했다. 대단한 반전 혹은 서사를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스토리는 잔잔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온도차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한 감정의 공감이 느껴지는 부분들은 또 너무나도 일상적인 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작가 또한 문학을 심오한 것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설령 혈연이나 사랑으로 맺어진 사이라고 해도 온전한 이해는 없을 거라는 사실이 잔잔하게 이어지는 서사에서도 먹먹하게 와닿았던 이유다.




鄰女 가까이, 그녀

가까움의 거리만큼 막연한 것이 또 있을까?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물에 관한 오해
이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식물 세밀 화가이자 원예학 연구자인 저자가 16년간 식물을 기록해 온 여정 속에서 한 번쯤은 익히 들어봤을, 도심과 외곽으로 조금만 눈을 돌려도 쉽게 볼 수 있는 식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따라가는 여정이 산책 같았다.

정적이거나 느린 식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우리는 식물을 평화롭게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빠르게 자라는 나무는 금방 숲을 푸르게 만들지만 수명이 짧고 목재가 약하며 재해에 쉽게 부러진다는 특징이 있는 반면, 주목이나 회양목처럼 느리게 자라는 나무는 자라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수명이 길고 목재가 치밀하다고 한다. 나무와 인간의 삶이 닮아있었다.

제비꽃만 해도 무려 60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매실나무 매화나무도 헷갈리기 일쑤지만 황량한 겨울을 뚫고 가장 먼저 깨어나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북돋아 주는 꽃을 누가 여리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화려함이 아니라 존재의 희소성, 결과물을 얻기까지의 시간과 수고까지를 복합적으로 담은 감각이라고 저자는 식물을 이야기하며 일깨운다.



흔들리는 사람의 마음을 우리는 종종 갈대와 같다며 비하하는 표현으로 삼곤 하지만 오랫동안 강한 바람에 노출된 식물일수록 줄기와 가지가 두껍게 진화한다고 한다. 바람은 그렇게 식물에 위협적이지만 식물을 강건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고. 식물이나 사람이나 주어진 삶을 치열하게 가꾸어가는 것은 같네.

역시 모든 영역에는 예술이 존재한다. 영국의 시각예술가 롭케슬러의 색을 입힌 꽃가루 이미지 작품을 또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또 내가 떠올렸던 또 한 권의 책은 미국의 저널리스트가 썼던 <욕망의 식물학>이라는 책이었다. 인간이 야생의 풀을 정복해 온순한 농작물로 길들인 역사가 아니라 풀들이 인간의 욕망에 탁월하게 적응, 진화하여 자신을 돌보도록 길들인 엉큼한 역사라고 주장했던 탁월한 시선의 책.

어쨌든, 이 책은 가장 연약한 듯 보이는 우리 주변의 친근한 식물들을 통해 전달하는 전혀 연약하지 않은 식물들의 강건한 이야기를 담았다. 강추!! 무엇보다 재미있으니까!!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애편지 - 보부아르와 넬슨 올그런의 사랑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애편지, 1997>는 보부아르가 1947년 강연 일주 여행으로 미국을 방문했다가 만난 미국의 소설가 넬슨 올그런(1909-1981)과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후 1964년까지 무려 17년간 지속된 보부아르의 304통의 서신을 모아 놓은 책이다. (아쉽게도 올그런의 편지는 아직 공개가 되지 않고 있다.) 사랑하는 여인을 곁에 두지 못하는 상황을 견딜 수 없었던 올그런이 결별을 선언하고 그들의 사랑은 종지부를 찍게 되지만 이후 10여 년이나 서신교환은 계속 이어졌다.

보부아르는 편지를 통해 자신이 체험하는 모든 것을 멀리 떨어져 있는 연인과 공유하기를 열정적으로 원했다. 올그런을 위해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로 편지를 쓰고, 프랑스어 공부에 매진하지 않는 연인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하는 보부아르는 세계적 문장가 혹은 철학자로서가
아니라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사랑스러운 여인 그 자체의 설렘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수없이 많은 애칭과 편지의 맺음말까지도 아쉬운 그녀의 사랑스러운 글 수다는 멀리 떨어진 애틋한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만큼 서로를 알기를 갈망해요. 결코 끊어지지 않을 수백 개의 끈으로 연결돼 있다고 느낀답니다. (중략) 스테이크와 옥수수만 먹고도 아니, 빵과 감자, 사랑과 신선한 물만으로도 살 수 있으니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아요." 👨시몬드보부아르


"우리는 더 많은 걸 공유하고, 대다수의 결혼한 사람보다 더 많이 사랑할 것이오. 우리가 만나면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고, 우리가 헤어질 때도 사랑 속에서이며, 우리는 함께 행복할 것이고 서로를 그리워할 것이오. "👨넬슨올그런


올그런에게 보내는 그녀의 편지에는 다른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좀 더 사적이고 귀여운 장면들이 속속 드러난다. 미국 여자들에 관한 글을 쓰기로 했는데 8천만 명이나 되는 다양한 이들을 아는 바 하나 없이 어떻게 쓸 수 있겠나 투덜거리지만 이미 돈을 받아서 파란 벨벳바지와 빨간 구두를 사신고 뽐내며 걸어 다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열심히 써야 한다는 귀여운 투정은 내가 마치 올그런이 되어 킥킥 웃게 되는 장면이었다. 아~ 너무 사랑스러워♡

삶의 희로애락을 알만한 나이에 만나 프랑스와 미국이라는 거리감까지 더해진 이들에게 세월은 또 아쉬운 요소가 될 수밖에 없었을 거다. 보부아르는 죽음에 대해 별 기대가 없었지만 올그런을 만나고 난 이후에는 달라졌다고 고백한다. 죽고 병들고 늙거나 추해지거나 몸이 불편해지는 것이 싫어졌다고도 말한다. 최선을 다해 생기 있고 건강하며, 상냥하고 아름다운 여인의 사랑을 주고 싶다는 마음을 다지기도 한다.

연인이 선물한 빨간색 만년필이 아파서 간신히 사용하는 중이라 편지가 발가락으로 쓴 것 같은 인상이 들겠지만 세상의 무엇을 준다 해도 다른 것으로 쓰지 않을 거라는 고백. 사랑에 빠진 여인 보부아르는 실존주의 철학자, 사회 운동가, 페미니즘의 선구자라는 타이틀 이전에 오직 사랑스러운 여인의 표본처럼 이 책 속에 고스란히 존재한다.

17년간 이어진 보부아르와 올그런의 사랑은 추억과 희망을 공유하며 인생의 황금기를 따로 또 같이 채워갔고 이어진 오랜 시간만큼 두꺼운 기록이 책으로 남았다.
영원히 함께 하기 위해서라면 여행과 온갖 소일거리를 포기하고 친구들을 버리고 파리의 감미로운 생활을 떠날 수도 있다고 고백했던 보부아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일하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했던 그녀. 아이러니하게도 그 말처럼 그들의 사랑은 이렇게
글로 남아 두고두고 세상에 회자되고 이어질 것이다. 가장 내밀한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보니 그녀의 다른 책들을 아무래도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이전과는 분명 다른 시선이 되었을 테니까.

📮💌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꾸지 않아도 빤짝이는 중 - 놀면서 일하는 두 남자 삐까뚱씨, 내일의 목표보단 오늘의 행복에 집중하는 인생로그
브로디.노아 지음 / 북폴리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하는 유튜버,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로 이 시대의 진정한 노마드 삶을 실천하는 청춘들 #삐까뚱씨
어느 순간 '평범', '보통'이라는 단어조차도 기준이 모호한 단어가 되어버렸지만 각자 자신들만의 그런 표준치는 가지고 있지 않나?
어쨌든, 내일의 목표보다는 오늘의 재미를 놓치지 않고자 애쓰는 청년들의 이야기다. 꿈을 이루지 못하면 그 꿈 곁에서 평생을 겉돈다는 말의 뉘앙스를 벌써 알아버린 청춘들.



매사에 열정적이고 인류애가 폭발하는 타입의 브로디와 자유로운 영혼이자 현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각자 잘 사는 세상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노아는 삐까뚱씨로 활발하게 활약 중이다. 정반대의 성향인 두 사람이 좌충우돌 만들어 내는 일들은 오히려 각자의 몫을 제대로 하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각자 다른 성향의 두 청년은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 온전히 몰입할 줄 아는 청춘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서로가 조력자가 되어 각자의 방식과 관점으로 각자의 할 일들을 또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해 낼 줄 아는 이 시대의 청춘들의 표상. 마냥 즐거운 인생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고군분투를 끊임없이 이어가는 청춘들의 모습이다.

'하고 싶은 일을 지금 바로 해야만 하는 것'
자신의 관심사를 정확히 알고, 이를 삶의 여러 면에서 적극적으로 추구하며 살아가는 삶. 태도는 삶의 방향이자 나침반이 된다. 행동하는 삶을 실현하는 청춘들을 응원한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