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노재연 옮김, 박선미 그림 / 상서각(책동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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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쎄... 기대가 컸던 탓인지, 아니면 진짜로 이게 작품성이 없는건지 내 취향이 아닌건지는 모르겠다. 

 

 

  일단, 이봐 번역자. 나와 함께 고통의 극한 값을 구해보지 않겠나?!

  1954년에 나온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어 발간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오랜기간에 걸쳐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판본으로 나온걸로 안다. 그래서인지 말이 안되는 문장은 없는것 같은데, 대체로 '뭐라고 했습니다.'체로 끝나는게 아니라, '뭐라고 했으리라.' 체로 끝이난다. 처음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읽었는데, 한 페이지에 대 여섯 문장씩 '리라.' 체로 끝나니까 책에 집중이 안 될 정도로 짜증이 솟구치더라구. 한번 그게 눈에 거슬리고 나니 계속 그 "리라"만 눈에 들어오더라. 끝내 나는 리라.체 앞에서 병신같은 번역자 이름 좀 보자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덕분에 더더욱 책에 몰입할 수 없었다!

 

 

 

  이단, 줄거리.

  아버지와 단 둘이 살아가는 17살 세실의 시각에서 본, 휴가지에서의 이런 저런 이야기다. 세실과 그녀의 아버지는 서로를 잘 이해하고 부녀처럼, 친구처럼, 때로는 연인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죽은 엄마의 친구 안느라는 여자와 아빠가 재혼을 결심한다. 그 과정에서 세실이 겪는 방황을 그려가는 이 소설에서는 이야기의 줄거리는 중요하지 않은 것일수도 있다. 방황하는 10대 소녀, 그러면서 슬픔을 알아가는 소녀의 심리묘사가 중요한거라고들 하니까. 하지만, 어느정도의 이야깃거리는 있어야 하는거 아닐까 싶다. 치밀하고 세밀한 심리묘사를 엿보고자해도 다시 '일단'으로 돌아가서, 번역이 저러니 심리고 뭐고, 리라 밖에 안보인다구.

 

 

 

 

  삼단, 쉽게 이해하기엔 문화적 차이.

  아빠가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는것도 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되는데, 거기다 집에 데려와 같이 산다. 심지어 안느는 죽은 엄마의 친구이기까지했다. 거기다 17세 소녀 세실은 주구장창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부모님 앞이라고해서 거리낄 것도 없이 말이다. 50여년전의 프랑스에서 저게 가능한 일이었나??싶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아빠와 안느는 세실의 연애를 반대한다. 세실이 만난 청년과의 사랑을 반대하면서 공부 하라면서 방에 가둔다. 으흠... 이해, 안된다. 담배피고, 술마시는걸로는 혼내질 않더니...

 

 

 

  어쨋든 프랑수와즈 사강은 이 작품으로 유명해졌고, 문단의 호평을 받기도 했으나, 죽을때까지 가루가 되도록 까이기도 했다. 대필논란이 있기도 했고 말이지... 그래도 여전히 어떤 드라마에 제목으로 차용이 되기도하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도 주인공 이름이 사강의 소설 주인공이라고 하기도 하니, 어느정도의 영향력이 있기는 한가보다. 음... 딱히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지만, 워낙 번역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다른 책으로 다시 한번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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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필요없는 세상, 파푸아뉴기니
황영구 지음 / 예지(Wisdom)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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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푸아뉴기니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알고 있던 사람 손!!! 난 진짜 몰랐다. 호주랑 가까이 있는 곳인줄은... 난 아프리카 어디쯤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그래, 나 무식하다. 근데, 나만 그런거 아니라고~ 책에도 나온다. 그런 무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하^^;;
 

 

  저자는 무려 17년간 파푸아뉴기니에서 사업을 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거의 뭐 현지인이라는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도 진심으로 파푸아뉴기니에 대한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한다는게 느껴졌다. 게다가 파푸아뉴기니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는게 책의 어느곳에서나 드러난다. <흐느끼는 낙타>, <사하라 이야기>의 싼마오와는 느낌은 다르지만 여러가지로 닮아 있다. 무례한 이웃들, 아예 개념을 상실한 도둑떼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반짝이는 친절한 사람들과 도움을 주고 받은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특히, 그곳의 라스콜(도둑떼) 이야기에서는 기가 막힌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있다. 아예 길을 막고 돈을 갈취한다든지, 도둑이 물건을 훔치려고 담을 넘어 들어왔으면서, 개가 짖어서 무슨 일이 있어 그런줄 알고 들어와봤다. 그런 와중에 내 옷이 찢어졌으니 변상하라는 말을 들었고, 보복이 두려워 변상을 해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부분을 볼 땐 누워서 책을 보다 벌떡 일어나 앉을 정도로 어이도 없고, 화가 나기도 했다. 또, 저자는 항상 총기를 소지하고 다녔는데, 일종의 자기 방어였다. 워낙에 치안이 불안한 나라이고, 부족이 중시되는 사회이기 때문에, 공권력도 소용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어떤 부족과 원톡(같은 말을 쓰는사람, 일종의 친구)이 되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내줄만큼 잘 대해준다. 또, 싼마오와 마찬가지로 간이 의사가 되기도 했다. 그저 연고 하나를 발라주거나, 진통제 정도를 나눠주곤 했는데 환자들이 아프기만 하면 찾아올 정도였다고... 그래도 연고 하나 발라주고 말끔히 아문 상처를 보면서 흐뭇해 하기도 했다는 그를 보면서 인간미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오지에 있는 아이들에게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여준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현지에서 사귄 절친한 친구를 잃었을때엔 나도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 외에도 신기한 얘기가 한 둘이 아니다. 어떤 부족에서 성인식을 치룬 이야기나, 말라리아게 걸린 이야기. 또, 외부에 잘못 알려진 식인종의 이야기. 화산이나, 지진등의 자연에 관한 이야기까지도 신기한 것 투성이었고, 책에 실려 있는 사진들 또한 너무나 멋지고 환상적이었다.

 

 

  물론, 종종 가족자랑, 자식자랑, 자기자랑 같은 것들이 눈에 거슬리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파푸아뉴기니와 자신의 삶에 대한 애정과 애착이 확실하게 드러나 있으면서도, 책이 쓰여진 방향이 전체적으로는 마음에 든다. 파푸아뉴기니에 관한 자세한 정보나 조심해야할 점, 대중들이 오해하고 있는 점들에 대해서 꼼꼼하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정말이지 일독을 권한다. 멋진 책이다. 파푸아뉴기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도 보면 이런 저런 정보를 얻을 수 있을것 같고, 아예 모르고, 아예 관심 없는 나라라고 할지라도 이 책은 제법 괜찮다. 

 

 

  우리가 한없이 복작거리고 사는 이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 세계는 얼마나 넓은지.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게 진짜 옳은 것인지, 다시 한번 의문을 품게 됐다. 우리가 사는 이 도시만이 전부가 아닌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걸, 그리고 그들이 미개해보여도 그들이 삶이 되려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시간을 알고 싶지도 않으면서, 푸른 바다를 보면서 좀 더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든다. 근데, 이렇게 책으로 읽고 접하는건 좋은데, 어쩐지 파푸아뉴기니에 실제로 가는건 흠... 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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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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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소설>이란 영화가 있었다. 고 이은주, 손예진, 차태현이 주연을 맡은 로맨스 영화였다. 난 이 영화에 대한 기억이 꽤나 강한데, 이 영화가 개봉한 당시 나는 고 2였다. 마침 영화를 보러간 날은 시험이 끝난 토요일이였고, 굳이 혼자 영화를 보러갔다. 괜히 허세를 부리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인생에 처음으로 혼자 영화를 본 게 바로 이 연애 소설이었다. 양쪽으로는 커플들이 앉아 있었고, 교복을 입은(우리학교 교복은 한복이었다; 젠장) 나는 뭔가 뻘쭘하면서도 쑥쓰러운 모양새로 영화를 봤다. 영화는 나쁘지 않았다. 그땐 나도 감수성 풍부한 고등학생이었고,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한 장면이 있다. 세 주인공이 함께 영화를 보러가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나온 대사가 "전 사랑에 빠졌어요. 너무 아파요. 그런데 계속 아프고 싶어요." 였다. 캬아- 내 감수성을 제대로 자극했다. 언젠가 저 영화를 꼭 봐야지!라고 생각 했는데, 그 영화가 바로 <일 포스티노>였고, 이 소설은 그 <일 포스티노>의 원작이다. 그러한 경로로 이 책을 알았기 때문에 그저 가벼운 연애소설인줄만 알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마리오는 어부의 아들이다. 마땅히 삶의 의욕도, 욕심도 없는 그는 일자리를 구하는게 좋을것 같다는 아버지의 채근에 못 이겨 일자리를 구한다. 월급이 많지도 않고, 할 일이라고는 단 한사람에게 우편물을 배달하는 것뿐이지만, 영화를 볼 돈은 있어야 하기에 일을 시작한다. 별로 돈벌이가 되지 않을것 같은 그 일을 구하게 된 것은 우편물을 받는 사람이 네루다이기 때문이었다. 
  마리오는 그의 시집에 사인하나 얻는게 작은 소원이라 시인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왜냐면, 동네 아가씨들을 꼬시기엔 꽤 괜찮은 떡밥이었으니까. 그런 순박한 마리오와 네루다는 제법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네루다 덕분에 마리오는 사랑하는 베아트리스를 얻게 된다. 극구 결혼을 반대하던 베아트리스의 어머니를 물리쳐??준것도 네루다였다. (물론 네루다도 대하기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왜냐면, 칠레에서 가장 무서운 공공기관인 딸가진 어머니였기 때문이니까.) 노벨문학상을 받고, 대통령 후보로까지 추대된 대 문호 파블로 네루다는 순박한 마리도 덕분에 일순간에 뚜쟁이가 되버린다.
  책이 중,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무거워 지는데, 그 와중에도 네루다와 마리오의 우정은 아주 멋졌다. 네루다가 대통령 후보가 되어 마을을 떠나게 됐을때도, 프랑스 대사로 임명되어 파리에 가있는 동안에도 네루다와 마리오는 편지를 주고받고, 시인의 요구대로 이슬라 네그라의 소리들을 녹음해 보내주기도 하면서 우정을 이어나간다. 그 후, 피노체트가 일으킨 쿠데타로 아옌데가 목숨을 잃고, 네루다 역시 죽음을 눈앞에 두게 되는데, 그 순간에도 마리오는 시인에게 온 전보를 외워 목숨을 걸고 네루다를 찾아와 시인의 곁을 지키는 모습에 둘의 진한 우정에 감동이 물밀듯 밀려왔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 역시 메타포였다. 순박한 마리오에게 네루다가 메타포를 설명해주는데, 그 장면은 압권이었다. 제법 웃기기도 하면서, 메타포라는게 무엇인지 잘 몰랐던 나도 적절한 예를 잘 새겨 들으며 배웠다. 
 

   
  여기에 인용문을 입'넌 지금 풀잎처럼 촉촉해...강물은 자갈을 휩쓸어 오지만 말은 임신을 몰고 오는 법이야. 지금은 네 미소가 한 마리 나비겠지. 하지만 내일은 네 젖통이 어루만지고 싶은 두 마리 비둘기가 될 거고, 네 젖꼭지는 물오른 머루 두 알, 혀는 신들의 포근한 양탄자, 엉덩짝은 범선 돛, 그리고 지금 네 사타구니사이에서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는 고것은 사내들의 잘난 쇠몽둥이를 달구는 흑옥 화로가 될걸! 퍼질러 잠이나 자!' - 사랑에 빠진 베아트리스에게 엄마가...력하세요  
   

   
  '벌거벗은' 당신은 그대 손만큼이나 단아합니다.
보드랍고 대지 같고 자그마하고 동그랗고 투명하고
당신은 초승달이요 사과나무 길입니다.
'벌거벗은' 당신은 밀 이삭처럼 가냘픕니다.
'벌거벗은' 당신은 쿠바의 저녁처럼 푸릅니다.
당신 머릿결에는 메꽃과 별이 빛납니다.
'벌거벗은' 당신은 거대하고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여름날의 황금 성전처럼.


마리오가 전하는 이 시를 본 베아트리스의 모친은 네루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루다씨, 즉 우체부 그 작자가 내 딸이 홀딱 벗은 걸 보았다고요."
 
   



  그대로 박장대소. 이 책은 전반적으로 메타포의 향연이다. 모든 대화나 설명속에 메타포가 숨어 있는데, 잘난체하지 않으면서 은근하게 그리고 유머러스하게 메타포들이 깔려 있어 책을 읽는 재미가 더 있다.

 
  아름다운 칠레의 바닷가 이스라 네그라, 잘은 몰랐지만 국민적인 시인으로 추대받는 파블로 네루다, 순박하고 귀여운 마리오, 섹시한 베아트리스, 그리고 무서운 그녀의 어머니와 바다와 사랑, 시, 정치, 사회 등 많은 요소들을 적절하게 잘 버무려 조화를 이룬 이 한편의 소설은 아름답고도 대단했다. 내가 상상한 장면들과 영화에서 그려진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닮았는지 영화 <일 포스티노>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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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솥 2009-12-10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박장대소...ㅎ
 
빌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 - 케냐에서 발견한 아프리카의 맨얼굴, 그리고 몹쓸 웃음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김소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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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정가 1만원에 판매하는 출판사에 경의를 표한다. 누가 책 사겠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따라다니면서 말리겠다. 특별난 내용이 있는것도 아니고,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다. 그저 구매력 있는 빌 브라이슨 이름에 가격을 매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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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황정아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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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힘들어라! 며칠동안이나 매큐언 할아버지와 씨름을 했다. 내 보다보다 이렇게도 깐깐하고 꼼꼼한 글쓰기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이 할아버지 얼굴 좀 보게. 한눈에 보기에도 깐깐하게 생기지 않았나?! 책장에 책 한권 잘못 꽂혀 있으면 신경질 부리면서 다시 꽂을것 같고, 옷가지가 흐트러져 있는 것도 그냥 두고 보지 못할 것 같다. 게다가 마치 위장병 있을것 같고, 불면증도 있을것 같다. 물론, 아니면 말고~! 어쨋든 그만큼 글을 깐깐하고 쫀쫀하게 쓰는 사람이구나 싶다.

 

 

이 책의 간단한 줄거리를 말하자면, 헬륨 풍선을 타고 가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러다 누군가가 줄을 놓치는 바람에 한 사람이 죽게되고, 그 현장에서 주인공 조는 패리를 만난다. 패리는 그를 만난 그 순간부터 그에게 사랑을 고백하게 되고, 패리때문에 조와 조의 애인인 클라리사는 이러저러한 다툼을 갖게 된다. 참고로 패리는 젊은 남자인데다, 조는 애인이 있는 중년의 남자다. 일단 동성이기 때문에 단번에 이해가 안되는 사랑이긴 한데, 거기다 패리는 조가 사랑의 신호를 먼저 보내왔다고 하면서 스토킹을 한다. 그런데, 조가 패리를 아무리 떼어내려 경찰에 신고를 하고, 애인에게도 의논을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를 않는다. 때문에 나는, 책의 중반부로 가면서 '아- 패리가 미친게 아니고, 조가 미친게 아닐까?! 기구에서 떨어져 죽은 남자 때문에 일종의 쇼크로 헛것을 보는게 아닐까?!'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지는 않고, 조가 패리를 죽이면서 충격적으로 결말이 지어진다.

 

 

매큐언을 처음 만나기는 했지만, 드 클레랑보 신드롬에 빠진 패리를 대하는 주인공 조의 그 불안한 심리를 너무나 잘 표현해 낸것 같다. 쫀쫀하고 깐깐하게 글을 쓴것도 그 불안한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이런 방식을 택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불안했고, 책속 주인공이 어서 빨리 그 불안에서 벗어나길 바랬다.

완전하게 몰입이 된 상태로 이 책을 읽는다는게 쉽지는 않은데, 이야기가 계속 삼천포로 빠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주 사소하고 치밀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묘사가 되고, 단 한 장면도 설명을 놓치지 않는다. 또, 나는 좀 어렵게 느껴졌는데, 주인공 조의 직업은 과학 칼럼을 쓰는 사람이다. 과학 칼럼에 대한 내용이 상세하게 나오고, 그의 여자친구인 클라리사가 피츠의 시를 연구하는데 그것에 대한 설명도 많이 나온다. 매큐언의 방대한 지식때문에 놀라기도 했지만, 삼천포로 계속 빠지면서도 이야기의 큰 줄기는 변함없이 곧게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다. 물론 막판에 총 빌리러 가서는 좀 질질 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비록 좀 뭔가 정신없고 어렵게 느껴지긴 했지만, 겨우 매큐언에 관한 책 한권 읽어놓고 그를 다 평가하는건 바람직 하지 않으니까, 다른 작품들도 좀 봐야겠다. 생각보다 매큐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던데, 사람들이 열광하는데는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여전히 깐깐하고 쫀쫀하다면 그를 계속 만나는건 고려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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