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이경상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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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슬렁어슬렁 도서관을 배회하다 문득 뽑아든 책이다. 왜 서가의 그 즈음에서 주저 앉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하필이면 이 책을 뽑아 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가끔은 그렇게 문득 집어든 책에서 보물을 발견할 수가 있다. 수도없이 목록을 만들고 또 만들면서도 종종 서가를 방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이렇게 엉뚱하게 발견되는 보물들 때문인데, 이 책은 예상치 못하게 길에서 주운 지폐같은 느낌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에 관한 지식이라곤 "쟝동건, 내 생각는 청계천, 발음 비슷합니다." "된장찌개, 맛있습니다."를 비롯하여 최근에는 일기장이 공개되어 나를 박장대소하게 만든 브로닌의 나라.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스쳐지나간다. 브로닌이 남아공의 자신의 집에는 방이 몇개인지 셀 수 없다, 집에 수영장이 있다. 등등의 얘기를 한적이 있었다. 그때 주제가 아마도 한국의 집값이 너무 비싸다, 라는 내용이었던듯... 그때 브로닌은 남아공에서는 다들 그렇게 산다고 했다. 또, 기억나는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물론 아프리카이긴 하지만, 백인 많습니다, 흑인도 많습니다."라는 얘기였다. 그땐 별 생각 없이 아... 그렇구나... 이러고 넘어갔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결국 브로닌도 남아공에서 우월한 생명체인 백인.이라는 틀 안에서 자라났구나...'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어린이의 시각으로 본 아파르트헤이트의 연대는 마치 단편소설처럼 읽기 쉬웠지만, 읽어가는 내내 가슴이 저릿했다. 대단히 선정적인 폭력장면이 있는것도 아니고 유혈사태가 일어나는 것이 묘사되지도 않는다. 사람은 반드시 겉으로 보이는 생채기에만 아픈것은 아니니까. 마음에 난 생채기는 핏자국보다 더 아픈것이니까...

 

 

물론, 지금은 백인만 살 수 있는 마을, 흑인만 살 수 있는 마을로 나뉘어져 있지는 않겠지만, 많이 나아지고 또 바뀌었을게다. 흑인들도 백인들이 다니는 학교를 다니고 있을테고, 함께 어울려 뛰어 놀곤 하겠지. 하지만, 이 세상 곳곳에 편재해있는 아파르트헤이트는 지워낼 수는 있는걸까?! 사람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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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으로 아는 것들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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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이 책을 읽고서 박장대소 할 수 없는 이유는 어딘가에 사는 누구씨의 쌍팔년도 개그가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도 남아 있는 한가지 기억. 2003년쯤에 본 것 같은데, 아마도 수능끝나고 읽은 듯. 여하튼 호어스트 에버스의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에 대한 기억이 썩~ 좋지는 않기 때문에 더 무덤덤하게 읽은 듯 하다.
 
 
너무 웃기다, 박장대소할만하다.라고 하기엔 고급 유머가 나에게 맞지는 않는듯 하지만, 또, 번역서다 보니 아무리 번역을 잘해도 약간씩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여기 즈음이 웃음 포인트로군.'이라는 생각이 들어 예의상 웃어준다. 그리고, 그냥 저급하게 웃겨야 박장대소를 하고 웃는거지, 이렇게 고급스러운 유머에는 '해학과 풍자'라는 것이 담겨져 있다. 현실비판도 있고, 현대인들의 부조리도 꼬집게 되다 보니 그게 단순하게 재미있기 보다는 씁쓸한 웃음이 지어지게 된다.
 
 
고작 중국에 몇개월 살았다고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정도의 차이지 어디든 다 비슷비슷하다. 전 세계 어디를 가나 똑같은 정치인들, 어딜가나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 돈독 오른 장사치들, 답답한 공무원들은 있게 마련이다.
 
 
 
 
 
  알 만하다. 자판기는 비밀리에 일을 하는 것이다. 모든 행정처와 조직들만 아는 비밀. 대로는 공식젹으로는 고장 또는 과부하, 수리 중이라고 선언을 해놓아야 비로소 조용히 물밑에서 작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뒤 두 시간 동안 나는 자판기가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거듭 확인한다. 모카, 카푸치노, 크림커피 뭐든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점은 참 좋았다.
  하지만 모카, 카푸치노, 크림커피 무엇을 택해도 그 결과물을 차이를 확신하기 어려운 멀건 커피, 다 그게 그거라는 점은 퍽 실망스러웠다. 오호, 선거와 견줄 일 하나 더 발견!싶은 순간 자판기가 다시 고장을 일으킨다.
  나는 자판기를 이해한다. 늘 이건 무리다 싶고 어딘가 고장 난 것 같은 그 상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바로 내가 그러니까. 지난해만 해도 나는 거의 항상 망가진 상태였고 마냥 퍼져 지냈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저 그런 세월들도 있달밖에. 물론 가끔 상태가 좀 나은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날도 나는 누웠다. '걱정 말고 일단 누워만 봐. 금방 피곤해질 테니까. 망가지는 거야 거의 자동, 순식간이지.'뭐 그런 생각으로. 이런 사람은 커피 자판기 와 별반 다르지 않다.(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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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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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올핸 정말 책을 많이 읽지를 못하고 있었다. 뭐, 핑계를 대자면 공부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야구를 보다보니 그렇게 되기도 했다. 그리고, 책사랑 떠나고 나니까 누구하나 책 얘기 하는 사람도 없고,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도 막막했다. 그때 내 앞에 나타난게 S다.

 

 

여태까지 만나본 그 많디 많은 책읽는 자들은 모두 S앞에 무릎을 꿇어도 좋다. 경배하라 S를!!! 진짜 다양한 방면으로 책을 읽는데, 나는 그렇게 책을 많이 읽으면서도, 똑똑하면서도, 재치있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면서도, 유머러스한 사람은 처음봤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한 마디로 반.했.다.

 

 

나도 이 책에서 등장하는 에미처럼. 정신없이 그에게 빠져들었던건 분명하다. 그리고, 그 역시도 레오가 에미를 대하듯 나를 대했던것도 사실이다. 언제나 그가 내게 전하는 이야기들이 좋았고, 그 행간, 그 낱말들 속에서 나는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내가 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귀엽게 또 어여쁘게 여겨줬고, 왜 내가 연애를 못하는지, 진짜 인기 많을 법한 여자아이의 행동을 하는데 왜 남자를 만나지 못하는지에 대해 본인이 더 답답해 했었다. 그런 그가  이 책을 권한 이유는 뭘까?!

 

 

역시 우리 둘의 사이도 무언의 말. 공허한 말들일뿐이었을까?! 책에서처럼, 내가 원하는 어떤 이성의 모습을 그에게 투영시켜, 그를 내가 원하는 그처럼 보이도록 만든걸까?!  항상 내게 귀엽다, 착하다라는 말을 전하는건, 그 역시 그가 원하는 어떤 이성의 모습을 내게 투영시켜 상상속의 인물을 만들어 낸게 아닐까?! 그렇다면, 역시 책에서의 레오처럼 브레이크를 걸고 싶은걸까?! 우리에게도 끝내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하는 걸까?!

 

 

 

오늘, 문자를 주고받는데 S가 R을 감싸는데, 나는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 순간 나도 느꼈다. 아, 더 이상은 안된다. 이런 감정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어느날 내가 내 마음을 한껏담아 S에게 연락을 했는데, 변경된 이메일 주소를 알리는것처럼 그렇게 찾을 수 없는 저 먼곳으로 떠나버린다면, 나는 마음이 아플꺼야. 그리고 나는 또 시를 떠올리겠지. 관계 혹은 사랑. 내 너를 몰랐으면 몰랐지, 알고 난 이상 내 가슴에 박힌 못 빼내고 난 그 자리를 다시 메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메우지 못하고 한 동안 녹물만 질질 흐르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게 사랑이었든 우정이었든 그냥 장난질이었든 말이지. 그렇지만 나도 알아. 나와 내 이성이 그러지 말것을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사실은 너도 알고 있겠지.

 

 

 

 

 

- 에미, 우리가 더는 할 말이 없다는 게 슬퍼요.

- 어쩜 할 말이 있었던 적이 없었는지도 몰라요.

- 그렇다고 하기에는 우린 그동안 너무 많은 얘기를 했어요.

- 우리가 한 건 무언의 말이었죠. 모두 공허한 말들이었어요. (262p)

 

 

 

그런데 에미, 당신과 나, 우리 경우는 달라요. 우린 골라인에서 출발하는 셈이에요. 따라서 나아갈 방향은 하나밖에 없죠. 되돌아가는 것. 우린 미몽에서 깨어나는 지난한 과정을 밟아야 해요. 우리가 쓰는 글이 우리의 실제 모습, 실제 삶일 수는 없어요. 우리가 서로를 생각하며 그렸던 많은 이미지들을 우리의 실제 모습이 대신 할 수는 없어요. 당신이 내가 아는 에미보다 못하다면 실망스러울 거예요. 그런데 당신은 내가 아는 에미보다 못할겁니다! 내가 당신이 아는 레오보다 못하다면 당신도 우울하겠지요. 그리고 나 역시 당신이 아는 레오보다 못할 겁니다! 우린 만나면 미몽에서 깨어나 헤어질 테고, 일 년 동안 주린 배를 움켜쥐고 애타게 기다리면서 몇 달씩 지지고 볶았으나 막상 먹어보니 입에 맞지 않는 기름진 식사를 하고 났을 때처럼 속이 거북하겠지요. 그 다음엔 어떻게 될까요? 끝나는 겁니다. 끝. 우리의 첫 만남은 곧 마지막 만남이 되겠지요. 그러고 나서 아무일도 없었던 척할까요? 에미, 우린 영원히 신비감이 사라진, 마법이 풀려버린, 실망스럽고 생뚱맞은 상대의 영상을 갖게 되겠죠. 우린 서로에게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게 될 겁니다. 무엇을 위해 메일을 써야 하는지도 모르게 될 테고요. 그리고 훗날 언젠가 카페나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서로 모른 척하거나 못 본척하고 황급히 자리를 피해버릴 겁니다. 우린 '우리'의 변한 모습, '우리'가 남긴 것을 부끄러워하게 될 거예요. '우리'에게서 과연 무엇이 남을까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공동의 거짓과거를 지닌, 서로 낯선 두 사람만이 남게 되겠지요. 그토록 오랫동안 그토록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자기기만에 빠져 있던 두 사람만이.(2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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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 개정판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박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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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임마?!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가 뭐 어쩌고 저째?! 여기서 사용된 야구라는 뜻은 우리가 아는 Baseball의 뜻이 아닌거 아냐?! 입치로와 호구노로 대표되는 최근의 일본 야구를 떠올려보면 우아하고 감상적이기는 개뿔! 추잡스럽고 치사한 일본 야구가 아니냐고~ 이 자식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배열사한테 엉덩이나 더 촉촉하게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냐?!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는데....ㅋ

 

 

이 무슨 되먹도 안하는 소리를 지껄여놓은 책이냔 말이지! 내가 지금 한글을 읽고 있는거 맞지?! 뭐 독해 안되는 영어로 쓰여진 책 읽고 있는거 아니지?! 근데 이거 대체 무슨 소설이냔 말이야고!!! 도통 이해가 안되놔서 인터넷으로 이런 저런 리뷰들을 읽어봤는데 통~ 이해가 안된다는 사람들이 수두룩... 게다가 번역한 사람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아 몇차례나 읽었다고 하는데.... 말 다한거 아님?! 이건 뭐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겐지... 한참 보다가 도대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싶어 해설을 딱 펼쳐봤더니 언어의 문학적인 해체는 또 무슨 말인데?! 해설마저도 나를 이해시키지 못하고 헛소리구만! 이 책은 그냥 괴작이고, 괴상한 작가이며 이런글에 상을 준 일본놈들은 그냥 괴상한 놈들... 포스트모더니즘이고 나발이고, 헛소리 집어치우고 사람들을 이해를 시키란 말이야...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예술은 더 이상 예술이 아니라는게 나의 지론이란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10점 만점에 4점이라도 줄 수 있었던건, 완전 박장대소 하고 웃은 부분이 있었으니... 살펴볼까?!

 

"실례지만 당신은 부인을 뭐라고 부르고 있지요?"

"포숩니다."

"맞아. 부인이 포수고 가족은 팀원, 아드님은 배트보이이고 아드님이 다니고 있는 학교가 마이너리그. 그리고 뭐였더라? 낮에하는 정사가 낮시합."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솔직히 영~ 헛소리들만 보다가 저 대목에서 웃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저는 조신한 아가씨입니다;;ㅋ), 결판이 난거다. 여기서 야구의 뜻은 우리가 아는 Baseball이 아니라는거?! 캘리포니아 오렌지를 보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웃겼고, 안타를 떠올려 보라고 하니 오만가지 헛소리가 다 나오더라구. 아무튼 무슨 일이든 머릿속에 야구 생각밖에 없는 프로야구 선수님 때문에 한참이나 웃었지만, 여전히 다시 페이지가 넘어가니 이해 안되는 소리만 한가득...-_- 그래도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뭐가 있지 않을까 싶어 인내심을 기른다는 생각으로 읽어나갔건만 남은건 혼란스러운 뇌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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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아프리카 - 아프리카에 두고 온 서른한 살
정은선 지음 / 이가서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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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꿈꿔본적 없는가?! 그 살아 있는 숨결을 느끼고 싶지 않아?! 자글자글 끓는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에서 한바탕 뒹굴고 난 뒤에 온몸이 모래로 까끌까끌한 느낌을 느껴보고 싶지 않아?! 설마... 나만 그런거야?!?!?!?

 

 

나는 아프리카를 꿈꾼다. 사실, 파리도 좋고 뉴욕도 좋다. 그렇지만, 나는 아프리카가 꼭 가고싶습니다!! 언제부터 아프리카를 꿈꿔왔는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모든 사물, 동물들, 자연을 그저 亲眼하고 싶다. 다른건 없다. 그냥 그것뿐이다. 철창속에 갇힌 사자 말고, 진짜 사자가 보고 싶고, 플라밍고도 보고싶다. 물론, 만지거나 가까이 가진 못할게다, 나는 동물이 무서워...;; 그리고 바오밥 나무 아래서 사진 한장만 찍었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래서 나는 더 마다가스카르를 원하고 있는것일지도! 근데, 막상 아프리카에 떠날 수 있냐고 누군가가  물어온다면 쉽게 대답할 수는 없겠지. 그때부터는 꿈이나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기에... 돈도 시간도 문제지만, 여권도 비자도 챙겨야 하고, 심지어는 여성용품까지 꼼꼼스럽게 챙겨야 하는 현실...(근데 또 막상 여행길에 오르면 무엇이든 현지에서 다 구할 수 있기 마련인데, 일단 짐부터 싸고 걱정부터 하게된다.)

 

 

그런데 이 녀성, 과감하게 한달간 아프리카로 떠난다. 직업은 영화 마케터. 그녀의 직업때문에 나는 이 책의 절반만을 읽었다. 요 책의 구성은 그녀가 아프리카에서 겪은 일을 주제로 그녀의 일속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도 덧붙이고, 마지막엔 30대에 버려야 할 어쩌고 저쩌고가 쓰여져 있는데, 참 이도저도 아닌 책이 되버린거다. 그녀가 겪은 일들을 엿보면서 하악대며 좋아하는데, 뜬금없이 A영화가 어쩌고, C감독이 저쩌고 하는 이야기는 참으로 공감이 가지 않으면서도 억지스러웠다. 대단히 글을 잘 쓰는게 아니라도 그녀가 겪은 경험 하나만으로 좋은 책이 될 수 있었을텐데 너무 이것저것 섞다보니, 비빔밥도 아니고 볶음밥도 아닌 그런 책이 되버려 조금 아쉽다.

 

 

 

순수, 하얀 식탁보처럼 깨끗하고 고고한 학처럼 아무것도 거칠 것 없이 살 수 있다는 일종의 과대망상. 그러나 실제로 그것은 쉽게 더러워지며 가장 절대적으로 상처를 받는다.(2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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