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늘빵 > 결혼 전 점검할 12가지 사항

 진짜 혼수준비는 예물이 아니라 '성숙도'

- 결혼전 점검할 12가지 사항


“이 사람과 정말 결혼을 해도 되는 걸까”
“결혼 후에 사람이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데 그래도 다른 건 괜찮으니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결정하고도 식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마음의 갈등’을 겪는다. 잘 하는 건지, 해서 행복할 수 있을지, 상대를 믿을 수 있는지, 사람이 지금과 달라지면 어떻게 할지 등 결혼을 결정하기 전 여러 가지 생각들이 수없이 떠올랐다 지워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정작 무엇을 고려해야 하고, 행복한 결혼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점검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혼율이 급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과 상대방에 대해 잘 모르는 채 결혼했다가 결혼 뒤 상대방에게서 생각과는 다른 ‘현실적인 차이’를 발견하고, 결국 그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런 점에서 대구효성카톨릭대 제석봉 교수(사회복지학)가 소개하는 ‘결혼 전 점검해 볼 12가지 사항’은 결혼을 앞두거나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꼼꼼히 체크해볼 만하다. 이 점검 사항들은 가족과 부부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외국 심리학자들의 오랜 상담경험을 종합해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적용될 만한 것을 뽑은 것이다.

제 교수는 “이 가운데서도 특히 결혼할 사람을 앞에 두고 편안하게 느껴지는지, 상대방과 내가 어울린다는 느낌이 드는지, 의견차이가 있을 때 조정할 능력이 있는지,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없는지 등이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하나. 그에게 어떤 결점이 있다면 결혼 후에도 고치지 않을 경우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면 변하거나 상대방의 나쁜 점을 뜯어 고칠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결혼 후 깨닫는 것은 ‘상대방이 변하길 기다리느니 내가 참고 말지’라는 것이다. 이십년 이상을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이 ‘변화하기’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 사랑에 빠지면 정말 눈이 멀고 콩깍지가 씌어버리는 나조차도 정말 견디기 힘들었던 남자친구의 특징이 하나 있었다. 그건 그의 까다로운 입맛과 결벽증세였다. 빵도 안 먹고 떡도 안 먹고 매운 음식 싫어하고 길거리 음식 못 먹고 물수건이 아니라 물티슈가 나오는 식당에만 가야 하고 식당에서 제공되는 생수가 싫어서 늘 가방에 탄산수를 들고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 결국 정결하고 좀 비싸다 싶은 식당에만 가게 되니 나는 그를 만날 때마다 매번 도시락을 싸게 되었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온 음식에 대해선 완죤 환영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오로지 그가 편안한 표정으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일념 아래 정성껏 도시락을 준비했다. 김밥도 안 먹었기 때문에 늘 완두콩을 넣은 고슬고슬한 밥에 제철에 나는 재료로 만든 밑반찬과 적당히 잘 익은 김치(총각김치나 깍두기같은 무 김치를 특히 좋아라 했음)를 준비해서 그를 만나러 가곤 했다. 물론 그 당시에 맛있게 먹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이지 행복 그 자체였다. 하지만 때때로 제 손으로 계란 후라이 하나 부칠 줄 모르는 그와 하루 세 끼를 같이 먹어야 한다는 상상을 하면 무한정 피로가 몰려오곤 했다. 그와 헤어지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그는 늘 "나의 까다로운 입맛만은 좀 이해해 달라"고 했으나 옆의 테이블에서 너를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표정으로 방긋방긋 웃으며 아무거나 참 잘도 먹어대는 다른 여자들의 남친들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알기나 했을까. 사람은 변하기 어렵고 쉽게 변하지도 않는다. 분식집에서 매운 떡볶이를 사먹고 나서 남친은 오후 내내 화장실을 들낙거리며 내 속을 태웠었다. 네가 바라는데로 했더니 이 꼴 좀 봐봐, 라는 식으로. 그뿐인가. 입맛 까다로운 남자는 다른 면에서도 다 까다롭다. 사람은 의식주 면에서는 둥글둥글 무난한 취향을 가진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남들 다 먹고 남들 다 입고 남들 다 사는 데 왜 자기만은 유독 다르다는 것인지. 각종 인간들이 두루두루 어울려 사는 이 세상에서 그렇게 한 면만을 보며 고집을 부리는 사람과 과연 평생을 즐겁게 동고동락할 수 있을까? 그가 아무리 나를 사랑하고 내가 그를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까탈스런 입맛과 취향, 나는 자신 없다.     

둘. 상대방이 나를 진실하게 받아들이고, 나의 요구에 관심을 기울이는가. 그리고 과연 위기에 처했을 때 정서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지지를 해줄 것인가.

-  이건 그래도 남보다는 가깝다는 연인이나 부부 관계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거짓말 하지 않고 서로에게 믿음을 주고, 서로가 바라는 것이 있으면 힘닿는 데까지 해주려고 노력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 결국 게으르거나 이기적인 사람은 결혼하기엔 좀 곤란한 사람이라는 뜻 아닐까. 자느라고 전화도 잘 안 받고 춥고 쌀쌀한 날 바람도 막아주지 못하면서 "내 마음 알지?"라고 말하면 "웅~ 알고 말고~"라고 말할 여자가 몇이나 될까. 사랑과 믿음은 생각이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사랑한다고 백 번을 말하는 것보다 네가 정말로 원하는 것 한 두가지 정도는 자신있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어야 한다. 반드시 밀어 공세 및 물질 공세를 퍼붓지 않아도 사람은 직감으로 안다. 이 사람이 뜬 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 맹물인지 아니면 성실하게 나를 사랑하는 진국인지.      

 

셋. 서로에게 깊고 지속적인 우정이 가능한가.

- 요거요거 중요하다. 우정이란 매우 동등하고 공평한 것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 사이에서 어느 한 쪽으로 권력이 기울기 시작하여 마치 주종관계처럼 되어 버린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항상 공평할 수는 없어도 주고받는 것이 어느만치 공평한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상대방과 교환할 수 있는 것이 비슷할 때, 오래오래 만나도 어느 한 쪽으로 꽈당하고 기울어지는 일이 없는 균형감이 있을 때, 나라면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넷. 신체적으로 성적으로 매력을 느끼는가.

-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저 사람을 한 번 안아보고 싶다는 느낌은 저 사람과 한 번 이야기해 보고 싶다는 느낌보다 때론 더 강렬하기 때문이다. 물론 성적 매력이 전부는 아니다. 신체적인 매력은 별로여도 정말 이런저런 면에서 쿵짝이 잘 맞는 상대라면 얼마든지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개인적인 내 취향은 작고 다부져 뵈는 남자를 좋아한다.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그 놈 참 딴딴해 뵌다."라고 하시는. 그런데 이상과 현실은 역시 다르다. 나를 좋아했던 남자들은 대개 키가 크고 호리호리 하거나 낭창낭창하고 이쁘장하거나 그랬다. 어쩌면 요즘 트렌드에 들어맞는 사람들인데도 여전히 내 취향은 시대를 거슬러 딴딴한 떡두꺼비같은 남자다.      

 

다섯. 그(녀)와 함께 있을 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나 내 느낌이 마음에 드는가.
주눅이 들거나 남자다워야, 여자다워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또는 환상을 깨기 싫어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것은 아닌가. 결혼은 이미지 메이킹이 아니다. 생활이다.

- 솔직히 이 항목은 나와는 별 관련이 없는 것 같다. 나는 늘 너무 자연스러웠고, 좋으면 너무 들이대는 게 탈이면 탈이었지 주눅이 들거나 여자다워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 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물론 더 어릴 적에는 좋아하는 사람과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쳐 본 적도 있고 연애에 성공하기 위해선 청바지를 벗어던지고 고무줄 치마라도 입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심사숙고 해 본 적도 있지만 나답지 못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안감과 어색함은 나다운 것을 드러냄으로써 얻는 결과에 비해 언제나 마이너스였고 마음 상하는 후회만을 남겼다. 여자는 이래이래야 한다~ 면서 주욱 늘어놓는 남자치고 제대로 남자다운 남자를 못 봤다는 것도 한몫했다. 사람은 사람다운 게 가장 좋고 나는 나다운 게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연기는 배우가 하면 되고 사람은 한 번 뿐인 인생을 솔직하고 부담없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섯. 결혼에 거는 기대와 목표를 서로 비교해보았는가. 그리고 차이가 있다면 이를 받아들이거나 서로 충분히 이야기 해 타협을 보았는가.

- 같이 있고 싶어서, 밤 늦게 헤어지기 싫어서, 등등의 로맨틱한 이유를 넘어서 왜 결혼을 하려고 하는가, 왜 하필이면 결혼 상대가 바로 당신이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이 필요한 것 같다. 나는 혼자 사는 인생보다는 마음 맞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인생이 훨씬 더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를 한다. 혼자 먹는 밥도 맛있지만 같이 먹는 밥이 더 맛있을 것 같고 혼자 보는 영화도 재미있지만 같이 보는 영화가 더 재미있을 것 같고 혼자 잠드는 것보다는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더 따듯하고 든든할 것 같고 나에게 기쁜 소식이 있는데 옆에 누군가가 같이 기뻐해 주면 더욱 기쁠 것 같고 나에게 슬픈 일이 있을 때 누군가 함께 슬퍼해 준다면 왠지 안심이 되고 고마울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닮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서 함께 정성껏 키우는 것도 왠지 한 번 해보고 싶은 아름다운 일처럼 느껴진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함께 해도 좋을만큼 믿음직한 사람, 나와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재미있게 같이 살 수 있을 것 같은 넉넉한 사람, 그런 사람과 말이다.  



일곱. 상대방에게 헌신할 수 있고 또 필요하다면 나를 희생시킬 수 있는 조금의 여지가 있는가.

- 엄마는 늘 그러신다. 사람이 누군가가 미워지려고 할 때 잠깐 동안만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볼 수만 있다면 갈등도 줄고 싸움도 많이 없어질 거라고. 그런데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본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라고. 나 자신도 그렇고 나와 사귀었던 사람들도 그렇고 앞으로 만날 사람도 그렇겠지만 누구나 완벽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상대방이 내가 필요할 때 나를 쓰고, 내가 상대방이 필요할 때 그 사람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굳이 결혼을 해서 함께 사는 의미가 그런 데 있지 않을까. 힘든 일이 있을 때 혼자인 것보다는 둘인 것이 훨씬 낫기 때문에. 부족한 두 사람끼리 기대고 살면 외롭고 막막한 인생이 조금은 더 수월해질거라는 기대에서. 희생이라기보단 양보인 것 같다. 사랑해서 같이 사는 사람들 사이끼리는.



여덟.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도 상대방은 받아들이는 자세로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인가.

- 그 사람 앞에서 솔직해질 수 있다는 것. 참 중요하다. 좋은 건 좋다고 말하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관계.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며 너무 많이 배려하다보니 늘상 예스맨인 사람이나 상대방에 대한 이해나 배려라곤 없어서 늘상 벽창호같은 사람이나 모두 아니올시다이긴 마찬가지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존중받고 싶은 욕구만큼 다른 사람의 그것 또한 인정해 줄 수 있는 사람. 나의 표현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또는 지나치게 논리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일단 한 번 이야기해 보자는 식으로 여유 있게 대화의 물고를 틀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과 평생 조곤조곤 큰 소리 내지 않고 정직하게 대화하면서 살고 싶다.

 

아홉. 나의 주장을 나의 입장에서 들어주는 일이 있는가

- 응, 나같아도 그럴 땐 정말 속상했겠다... 무뚝뚝한 남자친구가 울먹거리며 토해내는 나의 푸념을 오랜동안 듣다가 저 말을 해주었을 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해결이 나지 않았어도 큰 위안을 받았었다. 다들 자기 입장에 서서 자기 주장만 하는 상황에서 상처를 입고 돌아온 나에게 내가 너였어도 별 수 없었을 거라고, 얼마나 속상하고 힘들었겠냐며 토닥여주는 모습에 이 세상에 내 편에 서서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상대방의 시선으로 사물과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사려깊음. 서로서로 갖춰주면 고마운 항목이다. 

 

열. 취미가 비슷한가. 달라도 비판하지 않고 서로 존중해 주는가

- 취미가 비슷하면 차암 좋다. 예전 남친은 소설을 읽고 리뷰를 쓰는 나에게  "고등학교 때 이후로 소설은 끊었다"고 과감히 말하는 사람이었다. 담배도 술도 아닌 소설을 끊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그 사람을 보면서 어렴풋이나마 이 사람, 안되겠네? 라는 예감을 했었던 것 같다. 물론 그는 음악을 사랑했고 이런저런 악기를 다룰 줄 알았으며 활자에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 특유의 순수함과 단순함을 지니고 있었기에 매력적인 면이 분명히 있었다. 그가 들려주는 음악을 수혈받으며 나는 더욱 성장했고 새로운 세계에 눈떴으나 취미의 교집합이 없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는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의 차이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나는 폴 메카트니가 존 레논보다 훨씬 더 훌륭한 뮤지션이라며 열변을 토하는 그를 보면서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취미가 달라도 비판하지 않고 존중했으나 그러다보니 영 재미가 없었다. 취미는 기왕이면 비슷한 게 정말 좋다.      


열하나. 내 자신과 상대방에 대해 그리고 결혼으로 비롯돼 맺게 되는 여러 관계에 대해서 현실적인 안목으로 살펴보았는가.

- 엄마가 늘상 말씀하시는 것 중의 하나가 "결혼은 너 혼자 하는 게 아니다."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히나 둘만 달랑 떨어져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환경이 못된다고 말씀하신다. 어떻게든 집안 사람들끼리 관계를 맺고 도움을 주든 짐이 되든 얽혀 살게 되어 있다면서 집안에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성실하고 정직한 가정에서 바르게 자란 사람이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신다. 나도 좀더 어릴적엔 두 사람이 사랑하기만 하면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리요, 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따듯하고 반듯한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열둘. 각자 상대방에게 무조건 의존하지 않고 자기생각과 견해를 자유로이 표현하고 있는가.

- 연애를 하면서 내가 가장 듣기 싫었던 말 중의 하나가 바로 "네가 알아서 해."였다. 나는 의논하려고 다가서는데 상대는 귀찮다는 듯이 떠밀어 버린다. 특히 자칫하다간 나만 나쁜 뇬이 될 수 있는 민감한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저러한 반응을 보인다는 건 상당히 서운하고 힘빠지는 일이다. 다른 일에 있어서는 고집을 피우다가 체면이 깎일 것 같거나 불리한 상황에서는 네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멀찌감치 빠져버리는 참을 수 없는 소심함. 고집이나 땡깡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 마주했을 때 확실히 자기 견해를 표현하며 의논 상대가 될 수 있는 사람, 서로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제석봉 교수는 “이 점검사항들이 하나도 맞지 않는다면 결혼을 재고해봐야 하지만 썩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결혼 전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의사소통과 갈등해소 능력과 방법을 배우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며 차이를 인정하는 성숙함과 서로의 노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결혼 전 혼수준비는 예물이 아니라 ‘각자의 성숙도’”라는 게 제 교수의 당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신일본일주 2일째 - 이라코뷰 호텔에서 유카타를 입고 한 컷

들르는 호텔마다 일본 전통 실내복이자 잠옷이기도 한 유카타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이라코뷰 호텔에서 입었던 사진 속의 유카타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야쿠자의 후예들처럼 보이는 우리의 든든한 남학생들과 함께 가셨던 선생님, 그리고 나. 잘 먹고 잘 쉰 덕분에 사랑니를 앓으며 살짝 갸름해졌던 턱선이 다시 빵빵해졌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빵 2006-02-08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어울리세요. 잠옷 같아 보여요.

BRINY 2006-02-08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생들과 같이 여행 다녀오셨군요. 좋은 추억 되셨겠어요.

깐따삐야 2006-02-08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 고맙습니다. 워낙에 저의 생김생김이 서구적이고 세련된 데라곤 없다보니 한복이나 유카타 같은 동양의 전통 의상이 그런데로 어울리는듯 합니다. 아, 그리고 유카타는 잠옷이기도 하답니다. ^^

BRINY님 - 학생들 덕분에 호사를 했네요. 아이들 졸업 전에 다녀온 여행이라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조만간 일본 일주 기행문을 올려야겠습니다.
 

어제 우리집에 친구 K가 왔었다. 지난 가을 내가 다리를 다쳤을 때 출장 겸 문병 겸 우리집에 들렀던 이후론 처음이다. 일단 나도 참 좋아하는 친구지만 배울 점이 많은 애라고 우리 엄마가 좋아라 하시는 친구라서 만날 일이 있으면 꼭 집으로 부르게 된다. 엄마는 전복을 넣은 미역국을 끓이고 더덕을 무치고 잡채를 하고 만두를 빚고 수정과를 내오는 등 마치 큰 손님이라도 맞이하듯 친구를 대접했다. 딸의 친구는 딸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시며 부지런을 떠는 엄마 덕분에 우리는 실컷 먹고 떠들며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K는 엄마 말씀처럼 참 배울 점이 많은 친구다. 나한테는 친구라기보단 언니같고 선배같은 그런 존재인데 철 모르고 어벙벙했던 대학 새내기 시절, 내가 별 무리 없이 대학 생활을 시작하고 누릴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던 친구다. 짧게 올려 친 머리에 헐렁한 후드티와 물빠진 청바지를 즐겨입던 그녀는 보이시한 외모뿐만 아니라 남자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처음부터 선배들과 동기들의 눈에 띄어 당당히 과대표로 선출되었다. 학기초부터 대외적인 활동에 참여하느라 공사가 다망했던 그녀와 공사가 다망해질까 두려워 일과가 끝나면 거의 기숙사에만 틀어박혀 사는 나는 학과 내에서 친해질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같이 기숙사에서 지내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학교를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게 되었다. 고만고만한 범생으로 지내오다 처음으로 자유의 전당이라고 하는 캠퍼스에 발을 들인 나는 한 마디로,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를 모르며 갈팡질팡하는 미운 오리 새끼같았다. 그런 나를 알아보고 기꺼이 손을 내밀었던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물론 내 곁에는 K보다 더 친하게 지내게 된 단짝 E가 있었지만 E와 나는 여러모로 성향이 비슷해서 함께 있으면 편하고 다정하기는 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는데 K와 함께 보내는 시간들은 대개 유쾌하면서도 역동적이었다. 당시의 나는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해가 지기 전에는 E와 함께 도란도란 차분한 시간을 보내다가 해가 기울면 K와 함께 기숙사를 빠져나와 흥청망청 고성방가도 마지 않으며 젊음을 소진하고 또 소진했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여리고 예민했던 나와는 달리 무감하고 털털했던 그녀는,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나를 충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진심을 다해 나를 아껴주었고 난 온갖 까탈스런 변덕으로 그녀를 지치게 하면서도 언제나 힘든 일이 있거나 버거운 일이 있으면 그녀에게 구원 요청을 하곤 했다. 나는 솔직한 것 빼고는 봐줄 것이라곤 없는 눈치 없고 철 없는 어리광쟁이였고 그녀는 언니처럼, 엄마처럼 그런 나를 얼렀다 혼냈다 하면서 나를 키웠다. 난 아직도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는 그녀를 불러내 도서관 앞 벤치에서 찔찔 눈물을 흘렸던 내 모습을 확연히 기억한다.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고 안아주니 훌쩍거리던 것이 꺼억꺼억-으로 바뀌어 버렸던 것도 기억한다. 푼수였던 나는 지금으로서는 그저 의아할 뿐인 어떤 상대를 짝사랑하고 있었고 아프고 괴로웠던 짝사랑을 접으면서 북받쳐 오르는 설움과 대학생활 전반에 대한 환멸과 우울로 이성을 잃은 채로 울고 또 울었다. 동갑내기인 친구 앞에서 그렇게 무방비 상태로 울어보기는 K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K는 휴학을 했던 나보다 일 년 먼저 교단에 섰고 임용고시를 며칠 앞둔 날, 그녀는 자취방 주인 아주머니께 내 앞으로 찹쌀떡과 편지를 전하고 갔다. 내가 복학을 하고 그녀가 졸업반이었던 시절, 우리 사이엔 말도 안되는 오해가 있었고 복학을 해서 우왕좌왕하던 나나 시험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그녀나 복잡하게 엉켜버린 오해의 실타래를 풀기엔 둘 다 너무 여유가 없었고 많이 지쳐 있었다. 그런 상태로 세월은 잘도 흘러주어 다행히 그녀는 순조롭게 사회에 첫발을 들였고 나는 4학년이 되어 행주처럼 흐물흐물 찌든 삶을 살게 되었다. 이제는 심리적인 거리보다 물리적인 거리가 우리를 떨어뜨려놓고 있었고 가끔 K를 그리워 하면서도 우리는 아마도 그냥 이렇게 멀어지는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날 잊지 않고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드디어 내가 교단에 섰을 때 우리는 언제 우리가 멀어졌었냐는듯 반갑게 재회했다. 보이시하던 그녀는 공들여 다듬은 손톱에 치마 정장만을 고집할 정도로 성숙한 여인으로 변모해 있었고 토실토실한 볼안에 개구리처럼 팔뚝 핫도그를 잔뜩 씹어삼키고 있던 나도 갸름해진 턱선의 변화를 겪으며 어른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만나면 언제나 옛날처럼, 너만한 여자가 어딨겠냐고 서로를 부추겨주며 웃고 까불고 수다를 떨곤 한다. 딸부잣집의 둘째딸인 그녀와 달랑 남매 있는 집의 막내인 나는 무엇 하나 썩 닮은 점이 없지만 상보적인 관계를 이루며 여전히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고 있다. 이번 방학에 청소년 단체 활동의 일환으로 중국에 다녀온 그녀는 그 느끼한 음식도 아무 불만 없이 다 먹고, 벽에 기대기만 하면 코 골며 잠들고, 가이드의 수완에 두리뭉실 얼결에 바가지를 쓰고도 허허 웃으며, 무디고 대범한 성격의 편리함을 몸소 보여주었다. 곧 일본 여행을 앞두고 있는 나는 낯선 이국땅에서도 쉽게 먹고 쉽게 잠들고 손해를 보고도 웃어넘길 수 있는 그녀가 부럽기만 했다. 엄마가 늘상 K 좀 보고 배워라, 하시는 것도 이해가 간다.

우린 서로 다르지만 아이들에 대한 고민, 가르치는 일에 대한 고민, 연애와 결혼에 대한 고민, 대개의 관심사들은 비슷했다. 같은 또래이고 같은 길을 가고 있기 때문에 겹치는 생각거리들이 많을 수 밖에. 재작년보다는 작년이, 작년보다는 올해 아마도 처음의 그 열정이 더욱 식어버릴 것이라는 점에 아쉽게 동감했고 아이들을 대할 때 잘하려고 했다가 오히려 상처만 주었던 경험들을 떠올리며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부분이 있더라는 점에 긍정했다. 욕심과 열정부터 앞지르는 무리수를 둘 때 어떠어떠한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을 겪어왔기에 이젠 위험할 정도로 휘청대는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그 위험천만한 휘청거림에 대해서 둘 다 그리움을 표했다. 연애나 결혼 문제는 그랬다. 노처녀로는 늙지 말자고. 죽어도 시간이 안 나는 수억대 연봉의 전문직 여성도 아닌데 그냥 왠만하면 남들 갈 때 가자고. 한 때 하늘을 찌를듯한 오만으로 원기충천했던 우리는 그렇듯 세월과 쓸쓸히 타협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요즘 쓸만한 남자 찾기가 왜 이렇게 힘든거냐며 또 다시 예전처럼 주제 파악 못하는 소리로 결론을 맺었다.

대학생활이란 인생의 한 페이지를 함께 넘겼던 우리는 이제 인생의 다음 페이지를 한창 살아가고 있다. 겉모습은 조금 변했지만 K나 나나 예전 모습의 일정 부분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고 그 동안의 경험과 상처들 덕분에 새롭게 추가된 또 다른 모습도 지니고 있었다. K는 낙천적이고 씩씩하므로 의롭고 행복한 삶을 살 것이다. 그녀는 예전부터 어느 자리에 두어도 항상 능력이 넘치는 사람으로 보였다. 남보다 더 많은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그녀의 능력이 그녀를 부지런하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각자 변해갈테지만 중요한 면에 있어서는 늘 한결같은, 그런 사람, 그런 사이로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빵 2006-01-28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꾹.

깐따삐야 2006-02-08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드려요~
 
거짓의 사람들
M. 스콧 펙 지음, 윤종석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스캇 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읽고 한 때 많은 위안과 도움을 받았다.

그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다는 것과 책에서 제시한 삶의 방법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지만 가끔 생활이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 전환점이 필요하거나 산란해진 정신을 추스릴 때 한 번씩 꺼내 읽곤 했던 책이었다.

'거짓의 사람들' 또한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책인데 최근에야 읽게 되었다.

실제로 박사와 상담을 거쳤던,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더 많은 교육을 받은 인텔리거나 대외적으로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거나 어떤 면에서는 매우 매력적이기까지 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내내 느꼈던 것은 '이 사람들, 어쩌면 이렇게 솔직하지 못한가.' 였다.

자신의 정신적 결함 때문에 주변의 누군가를 우울하고 불행하게 만들고 있으면서도 원인 제공자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극구 부인한다.

삶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모두 외부로 돌려버린 채 본인 스스로는 아무런 변화도 꾀하지 않고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표정만 짓고 있는 것이다.

곰곰 돌아보면 나 자신 또한 그러한 범위에서 크게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그다지 유리한 조건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모님이 나를 키우시는 데 얼마나 최선을 다하셨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뭐가 잘못되기만 하면 다 부모님 탓이고 잘된 일들은 나 혼자 잘나서 그런 것처럼 생각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에 꽝꽝 대못을 박는 자식을 부모라면 백퍼센트 이해해줘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으며 약이 되는 충고에 대해서는 너무 쓰다며 겉에다 꿀을 발라 달라고 땡깡을 부릴 때도 있다.

물론 후회를 하는 데엔 채 오 분도 안 걸린다.

항상 트러블의 원인은 나 자신에게 있고 특히 나의 나약함이 가장 큰 원인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생각을 한 번 더 하고 잠시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와 책임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하여 적절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강한 사람들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약한 사람들은 자신의 나약한 자아를 방어하기에만 급급해서 매사 고집스럽고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지만 강한 사람들은 몇 가지 인간적 결점 때문에 자신의 자아가 파괴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결점이나 과오를 깨끗이 인정한 후에 그것을 발판 삼아 더 나은 인간, 더 바람직한 삶 속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나는 대개의 악한 사람들은 다만 약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결점이나 실수가 질병으로 나아가지 않고 나 스스로를 제대로 인식하고 최선을 다해 사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주변 사람들에게 상당히 미안해졌다.

자기합리화의 명수, 책임 전가의 명수, 나도 불행하고 남도 불행하게 만드는 불행의 명수가 되기 전에 반성 좀 해야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owup 2006-01-25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쉽게 미워할 수가 없어요. 약해서 악해진 거라서.

깐따삐야 2006-01-25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그래도 전 가끔 제가 미워~요.
 


로버트 드니로(예비장인)와 벤 스틸러(예비사위)

토요명화로 이 영화를 보았다. 예전에 보려다가 그만 둔 영화였는데 왠지 가끔 미국식 유머 코드를 맛볼 수 있는 코메디 영화가 당길 때가 있다. 영화는 기대보다는 덜, 하지만 재미있었다. 로버트 드니로에 대해서야 말할 것도 없고 예비 사위로 나오는 벤 스틸러란 배우는 웨딩 싱어의 아담 샌들러만큼이나 순수하고 소심하고 엉뚱한 젊은 남자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었다. 다른 나라나 우리나라나 착하고 반듯한 남자는 어딘지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남자 간호사 그렉(벤 스틸러 분)은 애인인 팜(테리 폴로 분)에게 청혼하기 전에 그녀의 아버지인 잭 바이런(로버트 드니로 분)의 승낙부터 받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CIA 심리분석가 출신인 잭은 의심이 많고 비판적인 성품으로 그렉이 그의 마음에 들기란 쉽지가 않다. 결국 예비 장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거짓말까지 하게 되는 그렉. 팜의 여동생의 결혼식을 앞두고 일은 자꾸만 그렉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꼬이고 그렉은 예비 장인의 견디기 힘든 심술과 훼방에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잭은 딸 팜이 진심으로 그렉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렉을 잡으러 공항으로 달려가고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영화를 보면서 공감했던 건 반드시 CIA 심리분석가 출신이 아니더라도 결혼 적령기의 자식을 두고 있는 부모님들은 대개 타고난 능력을 넘어서 뛰어난 독심술가로, 관상학자로, 예언자로 삼단변신까지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잭에게 팜만큼 아름답고 똑똑하고 괜찮은 여자란 없는 것처럼 보이고 딸이 사귀는 남자친구들은 어딘가 죄다 부족해 보이기만 한다.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물증을 확보해 확인하기 전까지는 몽땅 거짓말같고 순진한 딸이 음흉한 놈한테 홀리고 만 것이라는 의심을 끝까지 떨쳐내지 못한다. 남자의 속성을 잘 아는 아버지이기 때문에 딸이 데려온 남자가 더욱 못마땅하고 의심스러운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예비 장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예비 사위의 모습도 재밌었지만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딸과 떨어뜨려 놓으려는 아버지의 모습도 참 귀여웠다. 나는 아직 부모가 되어보진 못했지만 그 마음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집은 그렇다. 본래 무대책이 상대책이라고 생각하며 사시는 아빠는 앞으로 사위와 함께 마시겠다며 이런저런 술을 모으고 계신다. 오래 묵은 양주부터 관광지에서 사온 토속주까지, 아빠는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면 만사 오케이를 하실 기세다. 사위의 조건 1 - 술을 좋아할 것. 사위의 조건 2 - 술을 잘 마실 것. 아빠답다. 반면에 엄마는 다르다. 남자 보는 취향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두상이 잘생긴 남자를 찾아오라는 것이다. 두상이 잘생긴 남자라니 토끼 잡듯 활 매고 사냥을 나갈 수도 없고 대략 난감하다. 엄마가 말씀하시는 잘생긴 두상이란 옆에서 보면 마치 물음표처럼 뒤통수가 봉긋하게 올라온 형새를 가리킨다. 천재형 두상이기 때문에 잘만 보좌하면 뭐든지 해낼 수 있는 타입이란 것이다. 천재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친오라버님께서 바로 그 두상을 가지고 계신다. 평균에 비해 사이즈가 좀 크고 뒤통수가 뽈록하고 딴딴하다. 간혹 내 허벅지라도 베고 누우면 무슨 바윗덩어리 올려놓은 것처럼 묵직하니 고통스러웠던. 두상이 그렇지 못하면 아예 MC몽처럼 생겼던가, 적어도 김용만처럼은 생겨줘야 한다나. 요즘 트렌드인 호리호리하고 야들야들한 꽃미남을 싫어하시는 엄마의 취향은 참 독특하달 수 밖에. 나의 취향과는 별도로 우리 부모님은 좀 이상하신 것 같다. 어떻게 딸과 평생을 살 사람을 보는데 술을 잘 마시는지의 여부와 머리통 모양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인지. 그저 머리만 크고 술만 잘 마시면 장땡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쯤은 나도 알지만 그래도 좀 뭔가 미심쩍고 부족하단 생각이 든다. 얼굴 좀 작고 술 못 마시는 남자도 괜찮다고 생각해오던 나였지만 부모님이 다년간 저런 주장을 하고 계시니 이젠 길을 가다가도 두상 좋은 남자 보면 괜히 끌리고 술자리에서 주저주저하는 남자들 보면 저걸 어디다 써, 라는 망할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게다가 나처럼 단순한 애한테 저런 단순한 생각을 주입시키다니, 우리 부모님 살짝 경솔하셨던 것 같다.       

아무튼 영화를 보면서 대외적으로는 결혼 적령기에 이른 나한테도 머지 않은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일단은 내 마음에 들어야 하겠지만 기왕이면 부모님의 마음에도 쏙 드는 사람이면 좋겠다. 뭔가가 잘 안 맞아서 서로 힘을 소진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지난 연애에 너무 지쳐서 이젠 좀 편하게 가고 싶다. 아슬아슬 마음 졸이는 외줄타기 같은 것 말고 양편으로 넓게 잔디가 펼쳐지고 그 사이로 난 평평하고 가뿐한 길. 그런 길로 갔으면 좋겠다. 살고 사랑하는 게 모험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고 여행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는데 요즘 나는 살고 사랑하는 건 생활이라는 생각을 한다. 낭만이 아니라 생활에의 용기를 가진 사람, 그런 사람 둘이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lowup 2006-01-24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움이 되는 사람을 고르세요. 싸움을 해보면, 그 사람이 벽인지 문인지 알 수 있거든요.

깐따삐야 2006-01-24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움이 되는 사람. 오, 그럴듯 합니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