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사람들
M. 스콧 펙 지음, 윤종석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스캇 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읽고 한 때 많은 위안과 도움을 받았다.

그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다는 것과 책에서 제시한 삶의 방법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지만 가끔 생활이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 전환점이 필요하거나 산란해진 정신을 추스릴 때 한 번씩 꺼내 읽곤 했던 책이었다.

'거짓의 사람들' 또한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책인데 최근에야 읽게 되었다.

실제로 박사와 상담을 거쳤던,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더 많은 교육을 받은 인텔리거나 대외적으로 폭넓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거나 어떤 면에서는 매우 매력적이기까지 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내내 느꼈던 것은 '이 사람들, 어쩌면 이렇게 솔직하지 못한가.' 였다.

자신의 정신적 결함 때문에 주변의 누군가를 우울하고 불행하게 만들고 있으면서도 원인 제공자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극구 부인한다.

삶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모두 외부로 돌려버린 채 본인 스스로는 아무런 변화도 꾀하지 않고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표정만 짓고 있는 것이다.

곰곰 돌아보면 나 자신 또한 그러한 범위에서 크게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그다지 유리한 조건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모님이 나를 키우시는 데 얼마나 최선을 다하셨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뭐가 잘못되기만 하면 다 부모님 탓이고 잘된 일들은 나 혼자 잘나서 그런 것처럼 생각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에 꽝꽝 대못을 박는 자식을 부모라면 백퍼센트 이해해줘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으며 약이 되는 충고에 대해서는 너무 쓰다며 겉에다 꿀을 발라 달라고 땡깡을 부릴 때도 있다.

물론 후회를 하는 데엔 채 오 분도 안 걸린다.

항상 트러블의 원인은 나 자신에게 있고 특히 나의 나약함이 가장 큰 원인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생각을 한 번 더 하고 잠시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와 책임감이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하여 적절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강한 사람들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약한 사람들은 자신의 나약한 자아를 방어하기에만 급급해서 매사 고집스럽고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지만 강한 사람들은 몇 가지 인간적 결점 때문에 자신의 자아가 파괴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결점이나 과오를 깨끗이 인정한 후에 그것을 발판 삼아 더 나은 인간, 더 바람직한 삶 속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나는 대개의 악한 사람들은 다만 약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결점이나 실수가 질병으로 나아가지 않고 나 스스로를 제대로 인식하고 최선을 다해 사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주변 사람들에게 상당히 미안해졌다.

자기합리화의 명수, 책임 전가의 명수, 나도 불행하고 남도 불행하게 만드는 불행의 명수가 되기 전에 반성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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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1-25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쉽게 미워할 수가 없어요. 약해서 악해진 거라서.

깐따삐야 2006-01-25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그래도 전 가끔 제가 미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