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콩국수의 계절이 왔다. 더위에 지치고 소음에 지쳐서 돌아온 오후 나를 기다리고 있던 시원한 콩국수. 결혼하기 전에 엄마께 음식을 좀 배워두어야 할텐데. 언젠가는 분명 향수에 젖어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을 그리워 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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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6-20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어봤던 콩국수중에 가장 맛있었던 것은 여의도에서 먹었던 콩국수였는데...
어딘지를 알수가 없군요...ㅋㅋ

깐따삐야 2006-06-20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전 어릴 땐 콩을 별로 안좋아했거든요. 근데 나이를 점점 먹으면서 흰밥보다는 콩밥이 더 맛있고 콩국수의 고소하고 시원한 맛도 알게 되더라구요. ^^

BRINY 2006-06-20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렸을 때는 콩국수 정말 싫어했는데, 나이 들면서 그 맛을 알게 되더라구요. 차가운 거 잘 못먹어서 얼음 띄운 거, 파는 콩국수는 못먹지만, 집에서 엄마가 어쩌다 콩국 얻어와 해주실 때는 잘 먹어요. 그런데 집에서 해드실 때도 저렇게 예쁘게 고명얹어 드시나요?

깐따삐야 2006-06-20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집에 있었던 무순과 토마토를 얹은 것 뿐인데요. ^^ 엄마 말씀이, 검은깨도 송송 얹으면 좋은데 검은깨가 마침 없었답니다.

이잘코군 2006-06-20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좋아하는데

조선인 2006-06-21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지기가 콩국수를 좋아하는데, 한번도 해준 적이 없어요. 아, 찔려라.

깐따삐야 2006-06-21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

조선인님, 음식이란 게 먹기는 쉬워도 만들기는 번거롭지요. ^^

레와 2006-06-21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전에 점심을 먹고 왔는데도, 꿀~꺽 침이 넘어가네요.
여름철 빠지지 않던 저희집 단골 메뉴중에 하나도 콩국수인데,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이번 첫 여름은.. 어떨지..

흠흠, 땅콩으로도 국수를 해먹는 답니다. 힛~
어느 가게의 특허라는..

마태우스 2006-06-21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콩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있어서 콩국수 못먹어요. 깐따삐야님의 명이라 해두요...

깐따삐야 2006-06-21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와님, 땅콩국수맛은 어떨까 궁금하네요. 무척 고소하고 부드러울 것 같아요!

마태우스님, 콩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무엇일까요. 그럼 두부를 비롯해서 콩으로 만든 모든 음식을 다 안드시는 건가요? 궁금~
 
나무소녀 ㅣ 카르페디엠 8
벤 마이켈슨 지음, 홍한별 옮김, 박근 그림 / 양철북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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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잊고 사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전쟁이다.

여전히 지구 한 켠에서는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하루 세 끼를 온전히 먹는 것에 대해서 걱정을 하지도 않고 언제 머리 위로 총알들이 날아올까 염려하지도 않는 나에겐 전쟁, 하면 먼 곳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 사회 선생님은 우리나라가 늘 휴전상태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안네의 일기'를 읽으면서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나도 안네처럼 은신처에 숨어지내야 할지도 모르고 서글픈 전쟁의 기록을 남기게 될지도 모른다는 소녀다운 상상을 하곤 했었다.  

그리고 학창시절이 지나자 내게 있어 전쟁이란 이념과 이념, 인종과 인종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다툼이라기보다 사는 게 전쟁이다, 라는 말 속의 전쟁이란 의미가 더 컸다.

하지만 그것은 한가로운 비유에 지나지 않았고 '나무소녀'를 읽으면서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한 배고픔을 느끼기에 먹는다, 는 전쟁에 관한 보다 처절한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라틴아메리카의 과테말라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평화롭던 인디오 마을에 언제부터인가 총소리가 끊이지 않고 열다섯살인 마야 소녀 가브리엘라는 어린 여동생 하나만을 남기고 모든 가족들을 잃는다.

오랜 전쟁으로 이미 인간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게 된 군인들의 온갖 만행을 지켜보는 가운데 가브리엘라는 공포와 분노에 떨고 갖가지 위기를 극복하며 난민 수용소까지 다다르게 된다.

그녀는 배고픔과 추위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고 수용소의 아이들에게 놀이를 가르치고 알파벳을 가르치며 나뭇가지를 꼭 붙들듯이 네 꿈도 꼭 붙들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실천한다.

떠나고 싶고 도망치고도 싶지만 언젠가 과테말라로 돌아가 마야인의 아름다운 영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가브리엘라는 위험에 빠질 때마다 나무를 타고 올라가 위험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곤 했다.

영원히 나무 아래로 내려와도 좋을 때는 언제가 될까.

대개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들은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들이 아니라 가장 약하고 가장 선한 아이들일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소리내어 웃어보지도 못하고 전쟁의 상흔에 시달리다가 죽어가는 아이들이 월드컵 열기로 뒤덮인 지금 이 시간의 지구촌에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축제에 있어서는 한마음이 되는데 불행에 있어서는 한마음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다.

이 책은 한참을 잊고 지냈던 전쟁을,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는 전쟁을 상기시켜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인 책이었다.

컴퓨터 오락과 MP3에 오감을 빼앗겨버린 아이들에게 한 번 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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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6-06-18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과 달리 요즘 전쟁은 민간인 사망자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더군요. 그래요, 전쟁의 피해자는 언제나 약자들이죠...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개츠비 2006-06-20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드컵 열기에 감춰진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축제는 잠시고 삶은 지속되는 것인데 축제를 축제로 즐기지 못하도록 광분하는 방송들, 자기들 광고수익에서 플러스 알파를 남겨먹기 위한 장사아치들로 전락한 방송사들. 그럼으로써 사람들은 진정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단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월드컵이 끝나면 이제서 뒷북을 치곤 하지요. 4년전 효순,미순 두 학생의 죽음처럼 말입니다.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을 보는 눈이 중요하다고 봐요. 가슴에 와닿는 책 읽으셨군요 ^^

깐따삐야 2006-06-2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소중한 건 다 빼놓고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요즘 세상은.

sretre7님, 코앞의 즐거움에 취해 사는 것보다는 명철한 의식을 유지하며 진실을 바로 보는 것이 훨씬 더 피곤한 일이긴 하죠. 그래서 모르고도 속지만 알고도 속아주는 일이 생겨나곤 하는 것 같습니다. 깊이 생각하기 싫고 오래 생각하기도 귀찮으니까요. 저도 가끔 이런 책을 대할 때나 잠깐 자극을 받을 뿐 대개는 느슨하고 안이하게 지낸답니다. 다르게 살고 싶어요.
 


- 앵두

 


- 엉겅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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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6-07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앵두같은 입술, 이 어떤건지 갑자기 알 것 같아요. 그런데 화단에 앵두도 키우는군요. 누가 따먹으면 어쩌지요? 후훗.

Mephistopheles 2006-06-07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앵두였습니까..? 전 방울 토마토인 줄 알았답니다..^^

BRINY 2006-06-07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 학교 학생들 착하네요. 앵두 안 따먹고.

깐따삐야 2006-06-07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de님, 농약으로 예방했습니다. 관상용 앵두라니. 잔인한 학교라고 밖에는. ^^

메피스토님, 너무 도시에서만 오래 사신 것 아니에요? 저것이 어딜 봐서 방울토마토란 말입니까? ㅋㅋ

BRINY님, 네. 그럼요. 애들이 너무 착해서리 농약 친 앵두는 안 먹는답니다. ㅋㅋ

치유 2006-06-07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세상에 학생들이 너무나 다들 얌전한가 봐요...
앵두가 이렇게 이쁜데 안 건드리다니..너무 이뻐서 못 건드렸을까요??ㅎㅎ
엉겅퀴꽃이 참 곱네요..

깐따삐야 2006-06-07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위의 댓글들을 아직 안 읽으셨군요. 남자중학교라서 얌전과는 전혀 거리가 먼 무리들로 우글댄답니다. 저와는 거의 호형호제하는 사이죠. 흠흠.

치유 2006-06-07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역시~~
 

엄마가 근 며칠 동안 고기 반찬을 안해주신다. 그나마 코끝을 자극하는 메뉴는 기껏해야 생선구이 정도고 잡채를 해준다고 하셔서 기대했더니 부추와 파프리카만 무진장으로 넣은 풀무침이었다. 내 몸은 동물성 단백질을 원하고 있다. 매일 아침 밥상 위에 올라오는 계란후라이는 나에겐 식물성 단백질이나 매한가지다.

"엄마, 고기 먹고 싶어."

"고기는 뭐하러 먹어. 김치하고 나물하고 이런 걸 먹어야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지."

"싫어. 두부된장 말구 소고기 넣은 미역국 끓여줘. 고추장 양념해서 빨갛게 불고기도 해줘."

"넌 텔레비전도 안 보냐. 넌 언제쯤 하늘하늘한 원피스 입고 나댕겨볼래. 처녀애가 무슨 월드컵 대표팀마냥 먹으려고 들어."

"오늘 기운 없어서 수업도 제대로 못했어. 막 어지럽고 짜증났어."

"네가 정신력이 무뎌서 그런게지. 그게 고기 탓이냐."

"엄마가 집에서 고기 안해주면 나 회식 가서 정신없이 먹는단 말야."

"에혀... 알았다. 엄마가 불고기 해줄게. 대신 고기 먹으니깐 밥은 조금만 먹어. 알았지?"

나는 어릴적부터 한 번도 말랐던 적이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남달리 우람했다. 엄마가 나를 임신했을 때 남산만한 배를 보고 다들 떡두꺼비같은 아들이거나 쌍둥이일 거라고 예상했단다. 일찍이 식탐도 남달라서 오빠 입으로 들어가는 고기를 낚아채서 내 입으로 쑤셔넣는 등, 누군가 먹는 것을 보면서 시기질투도 대단히 심했단다. 결국 남달리 덩치가 좋았던 덕분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에는 닭싸움으로 전교를 제패했던 영광의 추억도 있다. 그러나 성장이 빠른 대개의 소녀들이 그렇듯 중학교 졸업할 무렵부터 키가 점점 안자라더니 뒷번호에서 중간번호로, 고3 무렵에는 급기야 앞번호까지 점점 작달막해지기 시작했다. 땅 넓은 줄만 알지 하늘 높은 줄은 모른다고 그 때부터 나의 바디라인은 처참하게 망가질 조짐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고3때는 얼굴은 누렇고 헬쓱한데 하체는 스모선수를 방불케 할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불어나고 있었다. 그러한 괴이한 불균형 속에서도 대학 가면 빠진다, 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거짓말만 믿고 의자에 엉덩이를 고정시킨 채 빠다코코*, 사브*, 에이* 등 고열량의 비스켓을 와삭거리며 호리호리한 맵시로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캠퍼스를 활보하는 망상에 잠기기도 했다.

물론 대학에 입학했다고 해서 살이 빠진다거나 하는 신기한 일은 내게 일어나주지 않았다. 노력도 안하고 노력할 생각도 없었으니 당연지사다. 대학생활은 별 스트레스 없이 즐거웠고 기숙사에서 나오는 밥은 어찌나 맛있고 푸짐하던지. 친구들이 점오시간 때문에 불편하지 않느냐고 할 때도 점오시간 어겨서 기숙사에서 쫓겨나는 것 보다는 너희들이랑 안 놀고 말겠다고 말할 정도로 참 입이 즐거운 하루하루였다. 물론 나는 알고 있었다. 내 앞에서 넌 참 밥을 맛있게 먹어. 넌 참 밥을 이쁘게 먹어, 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너나없이 다이어트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들은 손바닥만한 티셔츠와 발바닥만한 미니스커트를 벽에 걸어두고는 선식과 토마토 등으로 연명하면서 다들 죽음과 맞닿은 허기와 투쟁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난 진짜 많이 먹는데 살이 안 쪄~ 라고 말하는 깜찍함이란. 그렇다고 내가 물만 먹어도 살이 쪄~ 라고 응수한다면 얼마나 가증스럽겠는가. 난 남달리 많이 먹기 때문에 찌는 것이다. 많이 먹는데 살이 안 찌다니. 그럼 먹는 족족 토하냐. 정직하지 못한 체질같으니라구.

이렇듯 자신만만하고 그칠줄 모르는 식탐 때문에 내게 관심이 있었던 한 남자애와 그냥 친구가 되어버린 경우도 있었다. 동기 H가 어느 날 자기 친구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고등학교 동창이고 자신과는 아주 절친한 사이인데 턱선이 예리해서 별명이 나이키라고. 머스마처럼 실속 없이 활개치고 다니던 시절이었기에 소개팅은 개뿔 뭔놈의 소개팅이냐고 어색해하는 나에게 H는 점심 무렵에 카페테리아 식당으로 나오라고 했다. 그냥 편하게 학교 식당에서 나이키가 사주는 점심 한 끼 먹는 건 괜찮지 않냐면서 말이다. 그냥 내 친구로서 만나봐. 다 같이 친하게 지내면 좋잖아. 너도 발도 넓힐 겸. 그래서 나는 당시에 붙어다니던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정오 무렵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바글바글한 학생들 틈에 H와 나이키가 보였다. 남자애들은 왜케 별명을 잘 짓는거샤. 척 보니 나이키였다. 바나나도 괜찮았을 듯. 아무튼 선하고 순진해 뵈는 눈매에 아직 덜 자란 소년같아 보이던 나이키는 우리에게 안녕, 하고 쑥스럽게 인사를 건네더니만 먹고 싶은 걸 다 시키라고 했다. 오늘은 자기가 쏘겠다고. 얘가 카페라고 우습게 보는구나. H가 나의 식탐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안했던지, 아니면 이런 자리에서 지가 먹어봤자 얼마나 먹을 수 있겠냐고 안심했던 게 분명했다. 첫 만남인데다 다들 주머니 허전한 대학생이었기에 물론 자중하기로 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에 있었다. 우리가 시킨 음식들은 김밥, 만두, 쫄면같은 양 많고 쌈직한 분식류였는데 나는 걸신 들린 사람처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나이키는 말수가 적었고 나는 배가 고팠다. 그리고 H와 내 친구들은 사범대생 특유의 소심함을 내보이며 나보다 더 어색해하는 중이었다. 열심히 먹다가 넌 왜 잘 안 먹니? 내가 묻자 나이키가 대답했다. 너 정말 잘 먹는다... 그 호기심에 가득찬 눈빛이라니. 그 말을 듣자마자 놀랍게도 나는 식욕을 반쯤 잃었으나 음식은 이미 거진 다 없어진 상태였다. 그 후로도 H는 이런저런 모임에 나이키를 대동하고 나타났고 나이키는 뭐에 미련이 남았는지 가끔 내 옆자리에 옮겨 앉아서 안녕, 하고 어색한 인사를 건네기도 했으나 그 예리한 턱선을 느릿느릿 움직이며 너 정말 잘 먹는다...라고 하던 모습이 떠올라 나는 응, 안녕~ 하고 짧게 인사를 맺곤 했다. 그 이후 그나마 H를 매개로 나이키와는 무덤덤한 친구로만 지내게 되었다. 지금쯤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지. 그런데 나이키 이름이 뭐였더라.

대학 때도 여전히 과체중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나를 보며 엄마는 사회에 나가면 힘들어서 빠질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참으로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힘들다고 안 먹나요. 힘든만큼 더 먹지요. 이젠 결혼하면 힘들어서 빠질거라는 하릴없는 소리가 나올 차례인가. 사회에 나오니 주변에선 대개들 그렇게 말한다. 얼굴 진짜 귀여운데 살 조금만 빼봐. 살 조금만 빼서 귀여운 레이스 달린 블라우스랑 짧은 치마 입으면 정말 깜찍할 거야. 피부 참 곱네. 살만 빼면 되겠어. 물론 4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후덕한 이 모습 그대로 각광받고 있으나 내 또래의 2,30대 층에서야 어디 그런가. 나야 토실토실한 나의 몸뚱아리에 이미 오래전부터 익숙해왔다고는 하나, 낭창낭창한 바디라인에 길들여진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안구쓰나미 정도로 버겁게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니까. 현실은 이토록 야멸찬 것이다. 그까이꺼 남은 남이지, 맛있게 먹고 기분 좋고 건강하게 살면 그만이지, 라고 생각하다가도 옷을 사러 갔을 때 모조리 아동복 사이즈로 나오는 옷을 꿰어 입어보다가 한숨 쉬며 돌아설 때나 선생님은 다이어트 안하세요? 나중에 베트남 가서 남자 사오실 거죠? 라고 아이들이 들이댈 때는 이렇듯 자기관리 하나 못하고 식탐에 휘둘리면서 뭔놈의 교육인가 싶어서 마구마구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기반찬 타령을 하고 있는 나. 도무지 식탐의 굴레를 벗어날 조짐이 보이질 않는다. 요즘은 그나마 먹는만큼 움직이고 있으니 체중이 더 불어나는 일은 없다지만 이제 곧 방학 아닌가. 게다가 여름은 내가 좋아라 하는 각종 탕의 계절이 아닌가. 보신탕, 삼계탕, 추어탕 등등. 먹는 이야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고 해도 해도 싫어지지 않는다. 내일은 고기 먹으러 간다. 고기를 먹으려고 일부러 외출을 계획했다. 난 살 빼긴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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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6-06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해요...갑자기 어제 유학시험 인터뷰 준비를 하던 3학년 애의 말이 생각나서...자기 소개를 준비하는데, '친구들이 너보고 뭐라고 하냐?'고 물어봤더니 '후덕하다고 그래요'라고 대답하던 그 녀석의 동글동글 동안이 생각나서리...ㅍㅎㅎㅎ

깐따삐야 2006-06-0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 이야기 같지 않습니다. ㅡㅡ;

마태우스 2006-06-07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자고 사는 건데, 남들 시선의식해서 식탐을 절제하는 게 과연...으음... 원하는 거 드시고 운동을 해보심 어떨까요. 글구 귀여운 얼굴이라면 굳이 살을 빼지 않는다 해도 남자는 몰려올 거로 사료됩니다. 20대 초반을 지나면 귀염성이 키 포인트죠

깐따삐야 2006-06-07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예쁘다고 말하기 뭣하면 귀엽다고 말하는 건 이미 대중화된 위로 멘트라는 걸 아시면서 그러시나요. 그리고 뭐가 몰려온다구요? ㅋㅋ
 



엄마가 봄 동안 뜯은 쑥으로 만든 쑥갠떡. 원래 쑥개떡~ 쑥개떡~ 했는데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쑥갠떡'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송편처럼 속에 팥고물을 넣기도 하고 불린 서리태를 박아서 찌기도 한다. 달지도 않고 쫀득쫀득 참 맛있다. 몸에 좋으니 약처럼 먹으라는 엄마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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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5-31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먹고파요.

Mephistopheles 2006-05-31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소박하지만 은근히 입에 자꾸 들어가는 구수한 매력이 있는 건데....^^

깐따삐야 2006-06-01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그림의 떡만 올려놓아 죄송해요. ^^

메피스토님, 그렇죠? 정말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최고 간식이에요.

치유 2006-06-07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쑥으로 송편만 잘 만들어 줍니다..쑥향이 참 좋아요..엄마 정성 땜문에 더 맛있었겠어요..

깐따삐야 2006-06-07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참 좋은 간식이지요? 그렇지만 쑥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빻는 일이 결코 쉽지가 않지요. 다이어트식으로 해주시는 건데 엄마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으니 죄송할 따름이지요. 히히. ^^

치유 2006-06-07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도 힘 안들어요//방앗간에 가지고 가면 다 알아서 해 주시던걸요??반죽하기가 힘들던데요..저는....그런데 먹기는 너무 쉬워요..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