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엄마 생신을 잊은 줄 알고 문자를 두 번이나 날렸다. 일주일 전에 보낸 문자. 오빠... 다음주 일요일이 엄마 생신인 거 알지? 그리고 어젯밤에 보낸 문자. 오빠... 내일이 엄마 생신인데 전화라도 하지. 오빠는 내가 처음 문자를 보냈을 때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는 여행을 보내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가 단칼에 거절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그러자 오빠는 용돈을 보낸드린다고 했고 생일이 오늘인데 보낸다는 용돈은 일주일이 넘도록 깜깜 무소식이었다. 남매 지간에 치사스럽게 돈 때문에 그랬던 건 아니었다. 돈은 나도 벌고 있고, 나도 자식인데 저 멀리 달나라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구상의 어느 곳이라도 구경시켜 드릴 수 있다. 다만 그 심보가 고약했을 뿐. 엄마는 내가 주말 내내 투덜거리자 제발 좀 가만히 있으라고 타이르셨고, 그런 엄마를 대하고 있자니 어쩐지 더 화가 났다. 오빠는 바쁘니까 그렇다 쳐. 언니는 대체 뭐래. 며느리가 되어가지고. 엄마는 내가 시집 가서 내일이 시어머니 생신인데 넋놓고 띵가띵가 하고 있으면 아이구, 우리 딸... 참 이쁘다, 잘한다, 그럴거야? 엄마는 네가 고렇게 시누이 노릇을 하려고 들면 중간에서 너희 오빠만 힘들어지고, 그런 모습을 보는 엄마는 안 힘들겠냐며 나를 열심히 달래셨다. 그 마음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참을성 제로인 나는 급기야 토요일 저녁, 내딴엔 화를 누르고 또 누르며 조심스럽게 문자를 보냈다. 오빠... 내일이 엄마 생신인데 전화라도 하지... 휴대폰은 한참 동안 반응이 없었고 거의 포기한 채 잠을 자려고 하는데 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는 바쁜데 대체 왜 자꾸 문자를 보내냐며 버럭 화부터 냈다. 기가 막히다 못해 말문이 막힌 나는 잠깐 버벅대다가 이건 좀 너무하는 거 아니냐며 더 크게 화를 냈다. 오빠는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이렇게 반응하는 나를 이해 못하겠다고 했고 나는 어떻게 엄마 생일이 별 게 아닐 수가 있냐고, 대체 내일이 생일인데 전화는 언제 하려는 거였으며, 언니는 옆에서 뭐하고 있는 거냐고 따지기 시작했다. 오빠는 한 술 더 떠서 언제부터 그렇게 우리가 생일을 열심히 챙겼느냐고, 그거 말고도 중요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느냐고, 짜증까지 냈다. 열이 머리 꼭대기까지 뻗친 나는 느그들끼리 잘 먹고 잘 살라는 투로 쌀쌀맞게 전화를 끊었다. 밖에서 깜짝 놀라 들어오신 엄마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채 나를 꾸중하셨다. 오빠가 한 말을 그대로 전하자 엄마는 오빠가 엄마를 믿어서 그러는 거라며 그렇게 화를 내는 애가 아닌데 요즘 무슨 일이 있나, 힘이 드는가 보다, 오히려 오빠를 염려하셨다. 문자를 보냈던 것을 후회했다. 엄마 근심걱정만 하나 더 보탰구나. 내가 벌려놓는 일이란 게 늘 이렇지 뭐.

  오빠는 나와 통화를 끝내마자마 곧 집전화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는 오빠와 언니의 안부부터 들입다 물으시더니 나는 걱정 말고 너희들이나 잘 있어라, 딸 입장에선 그런 서운한 감정 가질 수 있다, 네가 오빠니까 이해해라, 등등... 참으로 인자한 말씀만 하셨다. 또 나만 못되먹은 여동생이자 속알머리 없는 딸년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나중에 엄마에게 전해듣자니 내가 문자를 보냈을 무렵, 오빠는 중요한 모임이 있어서 식사 중이었는데 똑같은 문자를 두 번이나 받으니 얘가 지금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건가 싶어서 짜증이 났단다. 내딴엔 언니한테 보내고 싶은 걸 오빠한테 보낸 것이고, 그것도 오빠가 바쁠까봐 전화 대신 문자로 보냈던 건데 어따 대고 승질이야 승질은. 즈그들이 뭘 그렇게 잘했다고. 암만 바빠도 손가락이 부러졌냐, 전화도 못하게. 그리고 은행에서 일하면서 돈도 못 부치냐. 점심 먹고 이 한 번 쑤실 시간에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바로 입금되는 걸. 나는 밤이 깊도록 계속 씩씩거렸고 엄마와 아빠는 이런 나를 향해 한숨을 쉬시며, 너나 나중에 시부모한테 잘하라고, 오빠하고 언니는 다른 식구다, 따로 떨어뜨려 놓고 생각하라고 말씀하셨다. 거기서 그만 해도 될 것을 나는 쉼 없이 재잘거렸다. 그러엄, 난 나중에 잘할거야. 언니처럼 안해. 엄마는 내가 시어머니 생신날 아침에 전화해서는 생일상은 잘 차려 드셨어용? 이 따위로 묻기나 하면 어이구, 우리 딸, 고생도 안하고 참 잘한다, 이럴거야? 엄마는 지금도 그렇고 나중에도 그렇고 너 하나 때문에 집안에 분란 일어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돌아누우셨고, 아빠는 조용히 바둑에 다시 집중하셨다. 분란의 불씨였던 나는 제 분을 제가 못 이겨 찔끔거리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아침을 먹고 나니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는 뭐가 그렇게 안쓰럽고, 미안하고, 사랑스러운지 생전 안 내던 목소리까지 내며 다정스럽게 통화하셨다. 설거지를 하고 있던 나는 여전히 마음이 풀려있지 않은 상태였고 언니한테 미역국은 커녕 생일케익 하나 얻어먹지 못하고서도 어디서 저런 상냥함이 용솟음치는지,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다. 통화 내용을 들어보니 언니는 감기에 걸린 모양이었다. 하여간 집안 어른 생신이나 제사 때만 되면 갑자기 몸저 눕는 것들이 있다더니 남의 집 일이 아니구만. 엄마는 요즘 딸기가 많이 나오니 딸기도 사다 먹고 아무 일 하지 말고 푹 쉬면서 몸조리 잘하라고 당부에 당부를 거듭하셨다. 엄마야말로 김치냉장고에 꽁꽁 묻어놓은 한라봉 좀 마구마구 꺼내드시고 아무 일 좀 하지 말고 푹 쉬면서 몸조리나 잘하시지. 언니는 오빠를 바꿔 주었고 엄마는 또 한바탕 염려와 애정이 고루 섞인 목소리로 당부에 당부를 거듭하셨다. 전화를 끊고 엄마는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느이 오빠가 하여간 오나가나 선생들 징징거리는 것 때문에 짜증난단다. 언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남들은 교사 며느리면 좋은 줄 알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네들의 오만에 가린 무능력과 게으름에 대해서. 물론 나라고 예외는 아니다. 

  오빠와 언니는 3년을 사귀다가 결혼했고 그 누구도 그들의 결혼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선남선녀란 칭송이 자자했고 나는 결혼식장에서 내내 눈물을 훔쳐댔지만 그건 슬픔 때문이 아니라 오빠가 어느새 저만큼 성장했구나, 하는 감동 때문이었다. 언니는 훤칠하면서도 다소곳한 미인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초등학교 교사라는 타이틀에 점수를 듬뿍 얹어 주었다. 하지만 팔이란 게 안으로만 굽어서 그런가. 나는 두고두고 우리 오빠가 아까웠다. 나도 교사인데 내가 만났던 남자들은 죄다 오빠보다 못한 인간들이었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언니보다 무지 못났냐 하면 그것도 아니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훤칠하지도 않은데다 다소곳과는 더더군다나 거리가 멀기에 보는 입장에 따라서는 네가 못난 거 맞네, 할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뭔가 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항시 조용조용하고 차분차분한 언니를 볼 때면, 저렇게 생겨먹은 여자애들 때문에 학교 다닐 때 둘이 같이 떠들어도 꼭 나만 혼나곤 했는데, 하는 억울했던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언니가 쌈빡한 선물을 챙겨줄 때나 부모님께 잘할 때면 그런 마음이 싹 가실 때도 있었지만, 설거지를 하고나서 매번 수저를 거꾸로 꼽아놓을 때는 아직 멀었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말만 이렇게 할 뿐, 오빠 내외가 한 번 집에 다녀가면 엄마와 나는 곧바로 몸살을 앓을 만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챙겨먹이고 바리바리 싸 보내느라 일심전력을 다한다. 시집살이란 건 정말 옛말이다. 요즘 시어머니나 시누이들은 며느리와 올케 때문에 보약이라도 지어먹으며 노동을 해야 할 지경이다. 공들여 아들 키워놓고 나서는 다시 며느리 수발하느라 요즘 시어머니들 참 힘들다. 그 뿐인가. 아이라도 낳아서 데려오면 시아버지는 허리 아프단 말도 못하고 반짝 일어나 목마 태워줘야지, 시어머니는 한 편에서 유기농 채소로 이유식 끓여줘야지, 그야말로 네버앤딩서비스다. 그것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것처럼 싫은 내색 하지 말고 해야지, 싫은 내색 했다 하면 바로 며느리 눈총 아들에게 가서 박히고, 엄마 말처럼 집안에 분란 일으키지 않으려면 그저 하고 싶은 말도 참고 마음에 안 들더라도 패스, 하며 생글거려야 한다. 나도 사실 모든 걸 떠나서 오로지 오빠를 위해 입을 다물고 눈가에 잔주름을 만들며 웃곤 한다. 친자매 같은 올케, 딸 같은 며느리, 나는 냉정한 인간이라 그런지 그런 말 하는 사람들 보면 닭살만 와르르 돋는다.

  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확실히 오빠는 순한 남자다. 삐졌냐고 해서 아니라고 했다. 혹시 잊었을까봐 그랬고, 오빠보다 언니한테 좀 섭섭했다고 했다. 오빠는 언니 이름을 대며 00가 너 정도만 되어도 뭐가 걱정이겠냐고 괜히 나를 부추겨줬다. 어제는 언니가 옆에 있어서 더 화를 냈던 거라고. 그런 말들을 주욱 듣고 있다보니 오빠가 참 안쓰럽고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보니 영리해졌구나. 그 마음씀에 가슴이 쓰렸다. 오늘은 가봐야 할 결혼식이 두 개고 오후에는 회사에도 들러야 한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심하게 잠겨 있었다. 아픈 데 있냐고 물으니 이가 아파서 병원엘 가야 할 것 같다고. 제발 아프지 말고 건강 잘 챙겨... 병원에도 가고... 나의 학교 생활을 묻고 나중에 식구들끼리 장어 먹으러 가자며 밝게 이야기했다. 엄마하고 호박꼬지 말린 것으로 찰떡을 해서 이모들과 나눠 먹을 거라고 했더니 내가 떡 좀 보내줄까, 한다. 나한테 화를 내놓고 미안했던 모양이다. 나는 아니라고, 오빠하고 언니나 건강하게 잘 있으라고, 언니도 감기 걸렸다던데 옆에서 잘 챙겨주라고, 갑자기 착한 말이 술술 나왔다. 오빠는 오후에 출근하자마자 돈은 부치겠다고 말했다. 에휴... 단순하기는. 서울이라는 괴물 같은 도시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고 있는 오빠를 내가 너무 괴롭혔구나, 반성을 했다. 엄마 생신을 앞두고 나는 최악의 선물을 한 셈. 엄마가 종종 네가 아무리 살갑게 굴어도 결정적인 순간에 엄마한테 힘이 되는 건 그래도 오빠다, 라고 말씀하시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란 인간은 본의 아니게 사랑하는 사람을 힘들게 하고, 괴롭히는 일을 너무 자주 저지르곤 한다. 사랑하지만 말고, 좀 아껴주면 안되겠니. 이제부터라도 분란의 불씨가 마음 한 귀퉁이에서 깜빡거리면 지체하지 말고 찬물을 끼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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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7-03-18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고맙습니다.^^ 근데 이제부터는 어설프게 시누이 노릇 하려고 들지 말고 그냥 제 나름대로 부모님께 잘하려고 노력해야겠어요. 오빠만 더 힘들어지고, 그건 원하는 바도 아니고. 저도 별로 잘하는 거 없으면서 괜히 시끄럽게만 만들고... 후회스러워요.

이게다예요 2007-03-18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들은 대부분 기질면으론 착하지만, 결혼하면 여자를 따르게 마련인 거 같아요.
님의 새언니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조용하고 차분면서 센스없는 사람을 매우 못마땅해하는 편이에요. 부모님 생일이나 챙겨야 할 날에 딱딱 맞춰 용돈을 보내지 못하는 건 대부분 여자들이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인 거 같아요. 대체로 돈은 여자들이 관리하니까요. 그런데서 센스와 경우와 성의가 보이는 거 같아요.
아, 여기서 왠 흥분이죠?ㅋ

Mephistopheles 2007-03-18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까지 초절정 미녀이신 깐따삐야님의 넋두리셨습니다..^^
아버지가 선생님이셨다 보니...여교사에 대해 말씀하시는 걸 자주 듣게 되었지요..
장점과 더불어 장점을 말입니다..^^

마태우스 2007-03-19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생신이라고 가르쳐주는 동생에게 대뜸 화부터 내다니, 이해가 잘 안갑니다. 그나저나 제가 깐따삐야님 사진을 안봤으면 모를까, 언니가 더 미녀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깐따삐야 2007-03-19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다예요님, 척 보기엔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는데 순간순간 센스꽝이라서 사람 속 터지게 하는 부류가 있지요. 그렇지만 그런 사람한테 뭐라고 해도, 뭐라고 한 사람만 욕 먹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저도 참하고 다소곳한 처자가 되고 싶어요. ㅡㅜ

메피스토님, 결국 누워서 침 뱉는 격이라도 할 수 없어요. 사람들은 교사라고 하면 자녀교육 잘 시키고, 어르신한테 깍듯하고, 그런 좋은 면들을 주로 생각하지만 저 자신을 비롯해서 주변의 현실들을 봤을 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거. 직업을 떠나서 그저 인간 나름, 이에요.

마태우스님, 오빠가 결혼하고 나서 이상하게 성격이 급해졌어요. 답답한 언니 때문이라고 또 언니 핑계를 대야만 속이 시원해지는 못된 시누이가 저라죠. 그리고 언니는 다들 미스코리아니 탤런트니 하지만, 외모라는 건 옥동자든, 조지 클루니든 자꾸 보면 익숙해지는 거고 결국 중요한 건 그 역할을 잘 하는가, 못 하는가, 아니겠어요. 그래도... 오빠를 괴롭힌 격이 되어서 제 행동에 대해선 후회하고 있어요.

봄봄 2007-03-22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삐야님..거의 울집 풍경을 보는 것 같습니다. ㅋㅋ 저도 맨날 온 가족의 생일을 다이어리에 적고 가족들에게 미리미리 통보하곤 합니다. 어느덧 형제들의 생일 때마다 모여서 저녁먹고 촛불끄고 선물전달하고 그랬는데 언젠가 큰올케언니가 그러더라구요. 한번에 몰아서 하면 안되겠느냐고. ㅠㅠ 지금은 조카들까정 생겨서 만남이 더 잦아지긴 했죠.

그런데 저도 바쁜 큰 오라버니한테 자정을 넘어서 전화해서는 지금까지 오빠가 체크하지 못했던 부분과 앞으로 체크해야 할 집안의 대소사들에 대해 1시간씩 잔소리를 해대기도 했지만, 이제는 마음을 좀 비웠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딸과 결혼을 한 아들과 시집온 며느리와 며느리를 둔 시어머니는 그 입장부터가 다르더라구요. 그리고 가족안에서 각자의 역할이 있더라구요. 님이나 저 같은 경우는 의사소통의 창구라고라 할까? ㅋㅋ

하지만 사람이 순식간에 바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저 서로를 이해해가면서 조금씩 그 간격을 좁혀가는 것 뿐이더라구요. 큰오라버니가 내 잔소리를 다 듣고 나서 그러더라구요. 미안하다고, 앞으로 노력하겠다고, 고맙다고, 그런데 자기는 한번에 여러 가지를 신경쓰는 것(챙김)을 잘 못한다고 그러더라구요. ㅋㅋ

깐따삐야 2007-03-22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봄님, 다들 살아가는 모양새가 비슷한 모양이에요. ㅋㅋ 마지막 말씀에 공감해요. 저희 오빠도 한 번에 여러가지 챙기는 걸 잘 못하는 편인데, 남자들은 대개 그렇지 않나요? 그래서 함께 사는 여자가 잘 챙겨야 하는건데 말이죠. 근데 저도 결혼하면 나중에 나 몰라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쿠.
 
야간비행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64
생 텍쥐페리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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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 비행 중에 실종된 파비앵의 상사, 리비에르는 어제 종영된 '달자의 봄'에서 강신자 팀장(양희경 분)을 떠올리게 했다. 원리원칙주의자인 그녀는 아이가 수술실로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고도 흔들림 없이 직장에서의 의무를 다하며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철두철미한 것처럼 부하직원들에게도 똑같이 엄한 룰을 적용한다. 아이가 걱정되어 남몰래 화장실에서 눈물을 훔치기도 하지만,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 만큼은 찔러도 바늘이 휘어질 만큼 단단하고 차갑게 무장되어 있다. 드라마 초기에는 좀 너무한다 싶기도 했다. 그런다고 작업 능률이 팍팍 오를 줄 아느냐, 달자가 뭘 그렇게 크게 잘못했느냐, 임신까지 한 직원한테 되게 뭐라 그러네...투덜거리며 그녀를 배척했다. 하지만 극의 진행과 더불어, 뻔한 드라마 구도 상 어느만치 예상을 안 했던 건 아니지만, 강신자 팀장은 지칠 줄 모르는 프로의식의 본보기가 되는 동시에 부하직원들에게 남다른 마음씀씀이를 보여준다. 첫 눈에 살갑고 다정하게 다가왔지만 갑자기 뒤통수를 맞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물은 건너봐야 알고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 는 말의 교훈을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평균적인 여론에 비추어 봤을 때 강신자 팀장이나 리비에르는 직장 상사로서 첫 눈에 환영받기는 어려운 사람이고 아무리 겪어본다 한들, 그들을 향해 끝끝내 원망을 거두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사랑을 받으려면 동정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나는 동정하지 않는다. 아니 동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나도 우정과 인간적인 기쁨 속에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의사는 자신의 직무를 행하는 과정에서 우정과 인간적인 기쁨을 얻는다. 나는 부하들이 사고에 대처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저녁 때, 항공지도를 펴놓고 사무실에 앉아 있노라면 이 숨은 법칙이 잘 느껴진다. 내가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아무리 규율을 잘 지키고 있다고 해도 그 흐름에 내맡기면 이상하게도 사고가 일어난다. 마치 내 의지만이 비행중의 기체에 이상이 생기는 걸 막고, 그리고 우편기의 도착을 지연시키는 폭풍을 막기라도 하듯이. 내 능력에 나 스스로도 이따금 놀란다.'  (pp. 69-70)

  그는 로비노의 목소리를 들었다. "본부장님...... 그 부부는 결혼한 지 여섯 주밖에 안되었습니다......" "가서 일이나 하시오." 리비에르는 사무원들을 둘러보다가 잡역부들, 정비사들, 조종사들 등 신념을 갖고 자신의 사업을 도와주었던 모든 이들을 떠올렸다. 그는 '섬들'에 대해 하는 얘기를 듣고 배를 만들었다던 그 옛날의 작은 도시들을 생각했다. 그 배에 희망을 싣기 위해, 그들의 희망이 바다에서 돛을 펼치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한 척의 배로 인해 모든 이들이 한층 성장하고, 그 자신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던 것이다. '어쩌면 목적은 아무것도 정당화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행동은 죽음에서 해방시켜준다. 그 배로 인해 그들은 오래도록 살아 있는 것이다.' 그 전신들에 의미를 주고, 밤샘을 하는 직원들에게 위험성을 인식시키고, 조종사들에게 비장한 목표를 부여할 때에 비로소 리비에르도 그 죽음에 대항해 싸우는 것이 되는 것이다. 바람이 바다에서 범선을 다시 달리게 하듯이 활기가 그 사업을 되살릴 때, 비로소 그도 죽음에 대항해 싸우는 것이 되는 것이다. (pp. 106-107)

  그가 만약 단 한 번이라도 출발을 중지했다면, 야간 비행의 명분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내일이면 자기를 비난할 마음 약한 자들을 앞질러 리비에르는 지금 또 다른 한 팀의 승무원을 밤하늘로 내보낸 것이다. 승리니...... 패배니...... 하는 따위의 말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생명은 그런 표상을 감당해내지 못하고 이미 새로운 표상을 준비하는 것이다. 승리는 한 국민을 약하게 만들고, 패배는 또 다른 국민을 각성시킨다. 리비에르가 어쩔 수 없이 겪은 패배는 어쩌면 진정한 승리에 가까워지라는 격려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오직 전진하는 일뿐이다. (pp. 119-120)

  아무것도 제대로 자리잡히지 못했던 야간 비행의 초창기. 항로 개척을 위해 스스로를 예측불허한 위험 속에 던져야 했던 파비앵을 비롯한 수많은 조종사들. 개인적 안위와 쾌락을 초월한 그들의 목표의식과 책임감 덕분에 오늘날 보다 자유롭고 안전한 비행이 가능하게 되었던 것이다. 편안히 현재를 누리고 사는 사람들은 과거 선구자가 피땀 흘려 이룩한 성과의 혜택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망각하기 마련이다. 파비앵의 희생 뒤에는 리비에르의 명령이 있었고, 부하직원을 잃은 슬픔에 빠져 있을 여유도 없이 중요한 것은 오직 전진하는 일뿐, 이라고 단언하는 리비에르는 모든 것을 묵묵히 짊어지고 가는 결연한 선구자의 모습이다. 다른 이들이 보는 앞에서 함께 눈물을 흘리면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 뒤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사람은 때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학기에 신청한 강의 두 개는 모두 영문학 관련 이지만 실제로 그 분야에 대해 논문을 쓰게 될지는 모르겠다. 조교 말에 따르자면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의 인연을 가리켜 부부라 한단다. 헤어지고 싶어도 참고 견디며 살아야 하는 것. 곯머리를 썩지만 열 달이 지나면 알아서 나오게 되어 있는 논문은 그들이 낳은 자식이란다. 분배의 법칙이 여기에서도 적용이 되니 원하는 지도교수에게 배정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어쨌든 그저 운좋게 연이 닿기를 바랄 수밖에. 아직은 적응 중이고 수업도 몇 시간 안 들었지만 같은 영문학 전공자이면서도 성향이 많이 다른 교수님들을 보는 일이 재미있다. 문학사를 맡은 교수님은 강의 시간 내내 사적인 이야기라곤 전혀 안 한다. 한 학생이 한 시간 쯤 지났을 때 좀 쉬었다 하자고 말하자 약간 당황해 하는 표정이 스쳤고, 쉬는 동안에도 아무 말 없이 교재만 열심히 들여다보고 계셨다. 나이도 젊은 분이 어찌 저리 빡빡할꼬... 자료를 찾아보니 사뮤엘 베게트에 대한 심오한 논문이 눈에 띄었다. 역시 고도의 지식을 갖춘 분이란 느낌이 들었다. 친해질 기회가 있다면 꼭 물어보고 싶다. 고도가 대체 누구인지, 그리고 가끔 개그야나 무한도전을 보시는지.

  반면에 교육방법론을 가르치는 교수님은 외모는 로빈 윌리엄스, 목소리는 정형돈이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고 정감 있는 모습. 살짝 눌려 있어서 최홍만이라도 불러서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쭈욱 한 번 늘려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들지만, 천진한 웃음과 장난기 어린 말투가 그 외양과 딱 어울린다. 문학사 시간에 여기저기 밑줄을 치며 귀를 쫑긋 세우고 머리를 쥐어짰다면, 방법론 시간에는 가끔 재미가 없어도 너무 재미있다는 듯 고개를 심하게 끄덕여주기만 하면 교수님이 마냥 즐거워하시니 훨씬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빡빡한 원서 교재 다섯 권을 정해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과제를 던져 주시는 모습을 볼 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리 염두해 두어야겠다는 소심한 생각도 들었다. 첫 눈에 사람 좋아 보인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니까. 언뜻 보기에 사람 좋아 보이는 사람이 은근히 들볶아대면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 하고 더 억울할 때도 많다.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고생하면 고생한 만큼 얻는 게 많다고 한다. 영어교육학 분야에서 저명하신 어떤 교수님은 "제가 영어로 말을 잘 못해서..." "제가 영어로 발표를 하는 것에 서툴러서..." 이런 말로 프리젠테이션의 서두를 시작하면 여지 없이 바로 F 학점을 날리신단다.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듣다보면 거의 폐인이 될 정도로 방대한 학습량과 과제량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끝나고 나면 한껏 실력이 향상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고. 전에 시험장에서 보았던 모습을 기억하기론 머리카락이 많이 없으셨고 일단은 매우 상냥하고 친절하셨다. 강의를 신청하진 않았지만 그 정도로 철저하고 엄격한 분이라면 뭔가 배울 점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현장에서도 그렇지만 일이나 업무라는 건 사실 별 게 아니다. 닥치면 다 하게 되어 있고 맡은 이후에는 성실히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정작 사람을 진 빠지게 하고 환멸스럽게 하는 건 본업 이외의 자잘한 인간관계를 강요하는 풍토다. 과제는 적게 내주지만 정기적으로 화분에 물을 주러 오라고 말하는 교수님 보다는, 잔심부름 같은 건 일절 시키지 않고 과제를 억수로 내주는 교수님이 훨씬 낫다.

  그 정체마저 뚜렷하지 않은 포스트모던이니 글로벌이니 하는 말들이 시대를 잠식하면서, 많은 것이 아무런 룰도 없이 미친 듯 널을 뛰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야간비행의 리비에르와도 같은 원칙주의자, 행동주의자의 면모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리비에르는 행복을 성실한 의무 수행에서 찾는다. 의무 따로, 즐거움 따로, 라고 여기는 요즘 세태에 완전히 역행하는 태도다. 찰나의 쾌락을 찾아 헤매는 사람은 찰나의 절망도 견디지 못하지만 더 큰 목적, 더 큰 미래를 향해 의지를 굳건히 하는 사람은 잠시잠깐 스쳐 지나가는 감정 때문에 큰 일을 그르치지 않는다. 현재를 즐기지 못하면 바보라고 손가락질 받는 세상이 되었지만 야간 비행의 실용화였든, 쵸코파이의 머쉬멜로우였든, 무엇인가를 처음 시작하고 계발했던 사람들은 패배는 승리를 향한 격려라고 믿으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를 부추기고 또 부추겼을 것이다. 끝없는 긴장 속에서도 의무 수행 이외에 다른 것에 눈 돌릴 줄 몰랐던, 그 오롯한 목표 의식과 책임감이 그리운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오직 전진하는 일뿐이다, 라는 이 말이 몹시도 생경하게, 그리고 아쉽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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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 2007-03-19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야님 행복한 한 학기가 되기를 기도할게요 ^^ 항상 연구하고 노력하는 모습 보기 좋네요..

깐따삐야 2007-03-2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retre7님, 고맙습니다. 요즘 설레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계시겠군요. 에구, 부러버라...^^
 

  순두부찌개 메뉴를 보자 웃음이 나왔다. 업데이트라면 업데이트였다. 예전엔 그냥 순두부찌개였는데 원조순두부, 버섯순두부, 김치순두부, 햄순두부, 이런 식으로 메뉴판이 추가되어 있었다. 나는 김치순두부, 선배는 버섯순두부, 후배는 원조순두부를 시켰다. 앞에 뭐가 붙은 순두부찌개는 500원이 더 비쌌다. 그래보았자 셋이 먹어도 채 만 원이 넘지 않는 저렴한 식단. 우리는 이 식당에 와서 다른 걸 먹어본 적도 없고 시킬 생각도 하지 않았다. 무조건 순두부였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순두부를 몇 숟가락씩 떠서 밥에 얹어먹거나, 아예 뚝배기 채 푹 쏟은 다음 솔솔 비벼주신다. 넓직한 스댕 대접은 아무리 지저분하게 비벼도 나름의 맛깔스런 운치가 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무생채를 같이 넣고 비벼주면 더 좋고 그 위에 계란부침을 얹은 다음 한 입 쑤욱, 목구멍을 타고 뜨끈한 밥덩어리가 내려가는 순간 더 이상의 포만감이란 없다.

  점심을 먹기 전에 T 선배와 먼저 만나 도서관 앞에서 후배 W를 기다렸다. 밥 먹으러 가는 내내 입이 귀에 걸려 통화중이었다. 목하 연애 중이신 스물여섯의 청년. 얼마나 만났어? 6개월 조금 넘은 것 같은데요. 그럼 뭐 헤어질 때 됐네. 후배를 향한 나의 독설은 여전했지만 능글맞은 웃음으로 패스, 하는 녀석 또한 옛날과 다르지 않았다. 셋이 나란히 걷다 보니 독수리 오형제를 표방하던 그 시절이 떠올라 다같이 웃었다. 지금 여기에 없는 두 사람은 내 동기들이다. 복잡한 가정사로 바짝바짝 말라가던 한 친구는 서울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황인숙을 닮았던 다른 친구는 벌써 아이를 둘이나 낳아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그들이나 안주에 취해 헉헉거리던 나나 우리에게 내일은 없을 것 같았는데, 우리는 어느새 우리가 전혀 꿈꾸지 않았던 그 내일을 살아가는 중이었다.

  T 선배는 대학원을 마친 후 남이섬의 환경단체에서 일하고 있고 후배는 국문과 졸업반이라 한창 논문을 쓰고 있었다. 그새 알고 지내온 시간이 선배와는 8년, 후배와는 6년이었다. 너도 늙었다, 는 말에 잠시 충격 먹었다. 진짜 몇 살로 보이냐고 진지하게 묻자 내 나이에서 서너 살을 감해주었다. 하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금새 표정이 밝아지는 나를 보고 역시 너는 단순해, 역시 선배는 간단해, 장난스런 눈빛들이 스쳤다. 사실 원래 내 역할이란 게 그랬다. 그들 사이에서 나는 한 방에 모든 걸 단순화시키는 사람이었다. 마구 복잡하게 엉켜있는 사연의 실타래를 한 방에 불태워버리는 미니멀리즘의 귀재. 저도 다른 곳에 가서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는 안 그래요. 참하고 반듯하고 진지하고... 선배는 음, 하긴 그렇겠지, 라고 말해서 나를 놀래켰다. 그냥 웃고 말자고 한 이야기였는데 선배가 민망해질까봐 잠깐 심각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봐줬다.

  선배는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과 매일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낮에는 장작도 패고 밤에는 크리슈나무르티를 읽으며 남이섬에서의 일상을 보내고 있단다. 내가 대뜸 현실적인 청사진을 펼쳐놓자 아직은, 이란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마음이 맑은 사람이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 그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영수 시간에 배웠던 것보다 고등학교 시절 정치경제 선생님이 겨울 내내 트럭을 몰고 다니며 배추장사를 도왔던 이야기를 더욱 감동적으로 기억하는 나로서는, 선배를 보면서 아쉬움도 들고 내가 가진 것들이 협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선생은 수능에 날 것은 안 가르치고 섬에서 장작 팬 이야기만 한다는데요, 라며 강짜를 부려댈 학부모가 미래의 내 모습일지도 모르기에 뭐라 더 말할 수는 없었다.

  후배는 김종삼 시인에 대해 논문을 쓰고 있다고 했다. 국문과 교수들은 순문학을 지키려는 위세인지, 대충 쉽게 통과해서 졸업시켜 주는 일은 없을거라며 못을 박았단다. 학부생들의 모자라는 열의와 교수들의 넘쳐나는 자존심이 어긋나고 있었다. 대개 학부제로 전환된 현 시점에서 국문학을 열망해서 국문학도가 된 학부생이 몇이나 될 것이며, 기왕 배정됐으면 죽기 살기로 공부하라는 교수들의 조언에 성실히 귀 기울일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후배는 졸업논문 보다도 취약한 영어실력을 더 걱정하고 있었고 그게 현실이었다. 캠퍼스는 신입생들의 짧은 스커트와 산뜻한 청바지로 푸르게 팔랑이고 있었지만 그들도 언젠가 그들이 전혀 꿈꾸지 않았던 내일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상은 이상으로서 높고 아름다울 뿐. 성취도와 만족도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공대 출신인 Y 선배가 뒤늦게 역사를 공부하게 되었다는 것과 거기다 J 선배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 그 이상이었다. Y 선배는 내가 자기를 좋아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졸업하자 서운한 마음에 더 이상 모임에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엄청난 착각을 했던 선배였다. 몇 년 전에 어느 자리에선가, 기도 안 차는 그 실상을 파악하고 나는 억울해서 놀래 자빠질 지경이었다. 멤버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는 데에 충격은 배가되었다. 완전 마녀사냥이었는데 당시엔 마녀사냥이란 말도 유행하지 않을 때라서 나는 애매모호한 얼굴로 선배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한 채 주거니 받거니 술만 마셨다. 바로 옆자리에는 내가 진심으로 흠모했던 다른 선배가 앉아있었기에 나의 억울함은 하늘에 솟았다 땅에 내리꽂히다를 반복하며 공중을 맴돌았다. 우리 어머니가 그러는데 나는 외국어를 전공하는 여자랑 결혼하게 된다던데. 아하핫... 아마 국제 결혼 하실라나 보네염... 하나는 지르고 하나는 주워섬기며 우리는 그런 시덥잖은 대화를 주고받았고 주변 멤버들은 우리에게 만리장성을 쌓게 한답시고 하나, 둘 자리를 피해주는 시늉까지 서슴지 않았다. 평소에는 공연히 예민하고 깐죽거리기 좋아했던 사람인데 역사학, 이라니 한 번 놀라고 반듯하고 착실한 공무원인 J 선배와 사귀고 있다니 두 번 놀랐다. 아무튼 그 선배 덕분에 나는 그 이후로 나이 많은 남자에게 함부로 친절하거나 다정하게 굴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한 가지, 후배들에게 욕 먹을 각오하고 조목조목 쓴소리를 해대던 선배는 그 어처구니없는 헤프닝만 빼면 비교적 순수하고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것. 부디 J 선배의 건투를 빈다.

  사람들의 소식을 주고받으며, T 선배는 내게 대학원의 인간관계란 때로 매우 정치적이야, 라는 무거운 충고를 해주었다. 뭔지 알 것 같기는 하다. 초등학생들도 아니고, 하긴 요즘 초등학생들은 우리 때와 다르다지만, 그것이 순수하기만 할 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손톱 발톱에 삼지창을 감추고 다닐 것도 아니지만. 나는 선배에게 나무만 열심히 패지 말고 밥도 열심히 먹으라고 엄마 같은 인사를 했다. 실제로 셋 다 예전보다 여위어 있었고 탱글탱글했던 옛 모습이 그립기도 했다. 사람이란 연애를 해야 하는걸까. 스윗박스의 제이드 빌라론이 옆의 사람 뒤통수를 때려서라도 사랑에 빠지라고 하더니만, 여자친구가 있는 후배만이 화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너 헤어지고나서 술 생각나면 그 때나 연락해라. 나는 기어이 독설로 마무리했지만 후배의 능글맞은 미소를 보고는 안심했다. 나쁜 녀석, 상당한 미인과 사귄다던데 정말 밉살맞은 녀석이 아닐 수 없다고 선배와 나는 능글맞게 웃었다.

  내 큰 목소리 때문에 어김없이 몇몇 낯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 일행을 돌아봤고, 몇 년 사이 많이 달라진 캠퍼스 주변 탓에 내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순두부찌개 맛이 건재하다는 사실은 위안을 주었지만 나는 밥을 비빌 때 고추장을 깜빡했다는 것을 깨닫고 문득 우울해졌다. 한 번도 깜빡한 적이 없었는데 큰 실수라도 한 것처럼 테입을 다시 돌리고 싶었다. 우리의 대화는 예전처럼 잘 이어졌고 잘 이어지지 않을 때조차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단순함은 예전과는 달리 어느 부분에서인가 억지스러웠고, 선배의 맑음은 환함이 아니라 어느만치의 그늘로 느껴졌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검은색 가죽가방을 어깨에 둘러맨 채 다시 학교로 향하던 후배의 모습도 다소 안쓰러웠다. 여기서 자본주의니 신자유주의니를 운운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우리는 모두 입을 다물었고 이미 지나온 시간과 기억들을 공유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았지만 시간을 돌려본다 한들 우리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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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다예요 2007-03-12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지나면 항상 그런 아쉬움들은 남는 거 같아요. 그래도 다들 재미있어 보이네요. 순두부에 고추장도. ^^

BRINY 2007-03-13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보이세요~ 학교생활!

깐따삐야 2007-03-1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다예요님, 만나면 반갑고, 아쉽고 그래요. 예전엔 순두부찌개에 고추장 팍팍 넣고 비볐는데 이젠 자극적인 맛보다는 담백한 맛에 길들여진 건지도 모르죠.^^

BRINY님, 학교 다닐 때... 그 때가 참 좋지 아니한가, 생각합니다.

마태우스 2007-03-13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이 선배가 제이 선배와 사귄다는 사실은 제게도 충격이네요. 흐음, 인간사란 정말 알 수 없는 것인가봐요. 업그레이드된 순두부가 생각나는 계절이네요

깐따삐야 2007-03-13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그러게나 말이에요. 도끼 선배, 이제는 부디 안착해야 할텐데 말이죠. 순두부는 드실 수 있나요? 콩에 관한 안 좋은 추억이 많아 보이셔서.^^

레와 2007-03-13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리 학교 앞에도 기가막힌 순두부집이 있었는데..
들리세요??? 저 침 넘어 가는 소리~ (꿀~~~꺽!)

꽃이 피면 더욱 그리워요..
내가 너무나 좋아했던 학교..

깐따삐야 2007-03-13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와님, 순두부찌개 맛있죠.^^ 저도 봄이 오면 캠퍼스가 그리워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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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책을 비롯해서, 아니 특히 책에 대해서 회의가 엄습할 때가 있다. 곁에 있는 단 한 사람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쌓여가는 책이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나의 반성은 습관성이다. 그 습관성 반성은, 비록 지성인이었지만 정말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가족 한 사람, 친구 한 사람 건사할 줄 몰랐던 무능한 생활인들의 취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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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그녀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본능적인 직감에 의해 그녀의 여린 성정을 알아채고는, 너라면 나를 절대 모질게 내치지 못하리란 걸 알고 있었을 뿐. 누가 가르쳐 준 것이 아니다. 단지 살고자 하는 욕구이자 본능이다. 얼마나 많은 커플들이 부조화와 불공평 속에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얼굴을 한 채 살아가고 있는가. 그녀가 밤을 지새워가며 그를 걱정하고 있을 때 그는 그녀를 그런 식으로 길들이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가 편해서 만났다, 고 말하는 대신 사랑해, 란 말로 자존심을 지키려 들었다. 문제는 그녀가 남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고급한 여자였다는 것. 단지 편함, 만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그 여자일 필요는 없었다. 파국의 원인은 한 쪽으로 기우는 지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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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영어를 가르친다는 것. 노래방에 가면 이성을 잃고 휘젓고 다닌다는 것. 시화반을 맡아오고 있다는 것. 어떤 선생님은 나를 알게 된 후 세 번을 놀랐다고 한다. 나는 의외나 예외, 반전을 즐기는 인간이 아니다. 내, 외면의 불일치는 수치스러울 것도 없지만 자랑할 만한 소지의 것도 아니다. 나는 저혈압일 때의 내 모습을 사랑한다. 냉동건조커피 반 스푼의 농도. 프림도 설탕도 넣지 않은, 적당히 은은하고 향긋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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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마음이 약한 사람이다." 그 어떤 말 보다도 아빠가 무심코 던진 저 말씀이 가슴을 콱, 막았다. 나는 아빠를 닮았다. 그래서 자신감이 있었다. 내 마음을 거울 삼아 모든 심정과 행동을 미루어 헤아릴 수 있다고 믿었다. 내가 잘 모를 수도 있는 2% 안에 진실이 숨어 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에르노가 <아버지의 자리>에서 웅변적으로 그리고 있듯, 내가 내 아버지의 딸이라는 사실에서부터 시작하지 않고는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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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나운서가 후회, 라는 말을 꺼내자 작가 한 강은 "그 순간의 최대치였다"라는 나지막한 응대로 질문을 무색하게 했다. 우문현답이었다. 나름대로의 시간에 나름대로의 빛깔을 입히는 작업을 하는 작가는 아니더라도, 나는 왜 지나온 날들에게 저런 평범한 위안조차 주지 못했을까. 주변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당신에겐 그 때 그 순간이 최대치였던 거에요. 스스로에게 모질어 상처를 입히는 사람은 타인을 대할 때도 다르지 않다. 필요한 건, 위장이 아니라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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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3-12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은 깐따삐야님이 팔색조..라는 사실..^^

깐따삐야 2007-03-12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역시 영특하신 큰오라버님. ㅋㅋ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 그해, 내게 머문 순간들의 크로키, 개정판
한강 지음 / 열림원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서 이 산문집을 빌려왔던 어제 KBS '낭독의 발견'이란 프로그램에 한 강이 출연했다. 반가운 우연이었다. 작가는 정현종의 시를 낭송하고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라는 자작곡을 직접 불렀다. 낮지만 긴 여운의 목소리.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그녀는 청신한 여대생 같았다. 그 잔잔한 아우라는 조명 아래 번쩍거리던 진한 메이크업의 아나운서가 안 되어 보일 정도로 신비로운 빛을 발했다.

  한 강을 처음 알게 된 건 <여수의 사랑>이란 소설집을 통해서였고,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건 <내 여자의 열매>라는 책을 읽고난 후였다. 이제껏 만나보지 않은 독특한 감성이었다. 전경린의 귀기, 은희경의 위악, 신경숙의 신파에 물려갈 즈음에 이 작가를 알게 된 건 특별한 수확이었다. 인간이나 속세, 그 너머의 것에 대한 그리움이 물씬 묻어났다. 그 또래라면 으레 그러하듯, 사랑에 실패했거나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이 아니었다. 태생적이고도 근원적인 향수 같은 것이었다. 오정희나 최 윤의 소설을 읽을 때처럼 가만가만 숨을 죽인 채 꼼꼼한 독서가 필요했다. 많은 독자를 갖기는 어려운 작가란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신문 지면을 통해 그녀가 소설가 한승원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별로 예쁜 얼굴은 아닌데 새 같기도 하고 사슴 같기도 한, 알듯말듯한 작가의 얼굴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다.    

  이 책은 그녀가 미국 아이오와 대학의 국제창작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동안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사연과 단상들로 이루어졌다. 열림원에서 나온 책인데 새빨간 표지부터 큼지막한 글씨까지 외관상 썩 마음에 드는 책은 아니었지만 그 안의 글과 사진만큼은 다른 어떤 책들보다도 내 마음에 들었다. 작품 속에 투영되어 있는 모습이든, 방송에 출연하여 보여주는 모습이든, 몹시 내성적이고 수줍은 성품이라 짐작했는데 오히려 그렇듯 무색무취한 성품이 많은 사람들과 친구로 지내는 데 장점으로 작용했다는 걸 알았다. 한없이 좋기만 하다거나 게으른 우유부단이 아니다. 그녀의 견고한 자아는 연하고 투명한 막으로 감싸져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시인과 소설가들은 3개월 동안 함께 기거하며 서로의 사연과 생각을 공유한다. 동남아나 아랍처럼 주로 제3세계에서 온 그들은 각기 다른 개성으로 특별한 추억의 소재가 된다.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모국으로 돌아갈 것을 걱정하는 베트남의 페이민, 체격답지 않게 섬세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던 팔레스타인의 마흐무드, 거짓말은 사람을 약하게 하므로 나는 항상 진실만을 택했기에 강해졌다고 말하는 터키의 에란디스, 엄격한 문학적 잣대를 지닌 채 스스로를 단련하던 고집쟁이, 브라질의 베르나르도, 불안한 사랑을 하고 있음에도 아이처럼 천진하던 쇼퍼홀릭, 아프리카의 아예타... 한 강은 낮은 시선과 깊은 눈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각자의 사연에 조용히 귀 기울인다. '초원의 빛'이라는 서점에 모여앉아 작품을 낭독하는 장면은 무척 부러웠다. 누군가는 눈물도 흘리고 누군가는 그를 안아주었겠지.

  교원대는 무슨 옛 사원이 아닐까 싶을 만큼 고요하고 도서관을 오가며, 캠퍼스를 거닐며 마주치는 눈빛들은 대개 너무나 진지해서 순간, 부끄러워지곤 한다. 한 학기 동안 들을 강의를 신청하고 오늘에서야 비로소 교수님들과 동기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학부 때 불문학을 전공했지만 영문학이 좋아서 대학원에 왔다는 사람부터 교사가 되기 위해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공부를 시작해보겠다는 사람, 머릿속에서 중국어와 영어와 한국말이 마구 싸우고 있는 것 같다는 앳되어 보이던 중국인, 그리고 나처럼 이런저런 혜택 누리며 편하게 학위 따보겠다고 찾아든 현직교사들... 자기소개를 하던 중에 3년 동안 남자중학교에 있으면서 너무 힘들었고... 하다가 속으로 아차, 싶었더랬다. 바로 그 길을 가기 위해 교직이수를 하려고 입학한 사람들이 태반인 마당에 저런 배부른 소리나 하고 앉았다니, 참 왕재수다.

  한 강은 3개월이었지만 나는 2년이다. 엄마는 혈세를 낭비하지 말라는 무서운 말씀을 하셨다. 도서관에는 읽어도 읽어도 남을 만큼의 책과 논문들이 있고 강의실을 채우는 형형한 눈빛들은 나를 바짝 긴장시킨다. 교수님은 학부생과는 달리 진지함을 갖추라, 는 말씀을 하셨고 조교는 앞으로 2년간은 학생으로 사시라, 며 따가운 일침을 놓았다. 초원의 빛, 이라는 예쁜 이름의 서점도 없고 아마 낭독회 대신 세미나가 있겠지만 내 인생에 이런 시간이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사실 만큼은 틀림이 없다. 오랜만에 깨알같은 원서를 보자니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지만, 오늘 어떤 선생님의 말처럼 행운을 실력으로 바꾸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사람과 사람을 둘러싼 것들, 나와 나를 둘러쌌던 것들에 대하여 한 강처럼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이 온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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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07-03-09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돌아가고 싶은 학생시절은
다시 돌아갈 수 없어 더욱 애뜻합니다.

모쪼록 하루하루 기억될만한 멋찐 일들이 펼쳐졌으면 좋겠어요..
깐따삐야님의 지금이요! ...

봄봄 2007-03-09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삐아님의 리뷰에는 삐아님의 이야기가 있어서 더^^ 즐겁습니다.
얼마전 <그대의 차가운 손>을 읽고 난 후 <여수의 사랑>을 주문할려고 하다가
뭔가 찜찜하여 책장을 훑어보니 먼지를 곱게 묻은 <여수의 사랑>이 있더군요.ㅋㅋ
요즘은 시간과 함께 제 삶의 치열함이 퇴색해갑니다.

개츠비 2007-03-09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아님, 좋은 책들 많이 읽으시고 계시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요즘 결혼준비 때문에 무척 바쁘답니다. 그래서 책에서 멀어지고 있어요.결혼후에 좋은 책들 많이 읽으려구요...다시 카뮈홈두 살리는 날을 고대해 봅니다. 언젠가 그렇게 될거에요...^^

깐따삐야 2007-03-10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와님, 고맙습니다.^^ 성실히 보내도록 노력해야겠어요.

봄봄님, 마지막 말씀에 공감하면서도 씁쓸하네요. 예전에는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게 참 싫었는데, 요즘은 목적이 뚜렷하지 않으면 당최 움직여지지가 않으니 말예요.

sretre7님, 요즘 힘드셨겠어요. 그 문제에 대해선 강경하게 나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혼 정말정말 축하드려요! 분명 성실하고 자상한 가장이 되실 거에요. 나중에 카뮈홈에 행복한 풍경이 많이많이 올라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