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붓꽃

 


 


- 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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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5-25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이네요 깐따삐야님..^^
개인적으로는 붓꽃이 더 이쁘군요..

깐따삐야 2006-05-25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붓꽃 참 예쁘죠? 자연의 보랏빛은 인공의 보랏빛과는 정말 다른 듯 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을 보며 감탄하는 일보다 자연을 보며 감탄하는 횟수가 점점 더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
 


아이들과 함께 봄소풍을 다녀왔다. 장소는 용인 애버랜드. 토요휴무를 하루 앞둔 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구경꾼에 지친 두루미들이 아슬아슬 외다리로 서서 목을 파묻은 채 잠들어 있다.

 


귀여운 삽사리. 난 동물들 중에서 개를 참 좋아한다. 나의 어린시절 추억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동물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야, 여기 좀 봐봐~ 했더니 저렇게 날 쳐다보더라. 보기와는 달리 터프하고 대담한 성품이란다. 자유롭게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놀아야 하는데 온종일 사람들의 시선에 치여서 지내고 있으니 삽사리도 참 안됐다.

 


선생님들과 함께 한 컷. 곳곳에 예쁜 꽃들이 활짝 피어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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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5-13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가족사진같아요^^

깐따삐야 2006-05-14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다시 보니까 정말 그렇게 보이네요. ^^
 

이번주는 주야장천 술자리가 많다. 내일까지 마시고 나면 반가운 토요휴무구나. 직원 회식에 과별 모임에 동료샘 집들이까지 어쩌다보니 한 주에 빡빡하게 몰리게 되었다. 마시게 되는 술 종류도 다양해서 소주부터 막걸리, 구기자술에 이르기까지 술에 쪄든 일주일(溢酒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 아침마다 누룩내 풀풀 풍기면서 속이 쓰리다는 딸내미 때문에 엄마는 아침마다 술국을 끓이신다. 지 애비랑 어쩜 저리 똑같냐는 말도 이젠 지겹고나.

나는 술을 잘 못 마신다. 사람들은 나의 의욕적인 식성을 보고 술도 잘 마실거라고 지레 짐작하곤 하지만 술은 밥처럼 술술 넘기질 못하겠다. 신입생 환영회 때 과 선배들이 따라준 레몬소주 한 잔을 놓고 장장 세 시간이 넘도록 반 잔을 채 비우지 못했었다. 맛도 없는데다 맛도 몰랐고 누군가 술을 따라주면 얼른 그 잔을 비우고 그 사람에게 다시 술잔을 건네는 게 기본 주도(酒道)라는 것을 전혀 몰랐을 시기였다. 결국 다들 취해서 헤롱헤롱 쓰러져 가는 모습을 눈을 말똥말똥 뜬 채로 지켜보다가 누군가 입을 틀어막고 밖으로 나가면 등이나 툭툭 두드려 주는 것이 내 맡은 바 소관이었다. 술발이 안되면 안주발로, 안주발이 눈치 보이면 말발로 버티다가 이도저도 안되겠다 싶으면 삐삐 음성 들으러 가는 척 하거나 화장실 가는 척 하고 영영 돌아오지 않는 재수 없는 인간이 바로 나였다. 그러나 동아리에 들어가자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동아리 선배들과 동기들은 학과 내의 그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동아리 괴물들은 열변을 토하고 난 이후엔 꼭 술을 토했다. 그것도 얌전하게 토하지 않고 소주병을 깨고 고성방가도 서슴지 않으면서 무슨 퍼포먼스 치르듯 토하곤 했다. 쐬주와 쌩라면만 있으면 캠퍼스가 불타고 문단이 박살나고 교육계가 아작나고 정치계가 파토나고 술자리가 끝나갈 무렵 즈음이면 더러운 세상 따위는 군데군데 신발 자국이 찍힌 채로 시궁창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나는 딱딱해진 간을 씹고 입천장을 긁는 생라면을 오도독거리면서 술잔을 비우듯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비운 선배들을 멍하니 바라볼 때가 많았다. 청춘을 괴롭히는 이 세상이란 너무나 고달프고 고단한 곳이라는 멋모르는 결론을 내리면서. 선배들은 내게 술을 권하다가 결국 포기했지만 나도 사실은 그들을 보면 왠지 함께 취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넌 안 마셔도 마신 것 같아 다행이다, 라는 알쏭달쏭한 말로 위안을 받긴 했지만.

그처럼 술과 나의 관계는 본숭만숭하고 떨떠름했지만 술과 맞장 뜨다가 딱 한 번 필름이 끊겨본 적이 있다. 아마도 몹시 속상한 일이 있었던가 보다. 수업이 끝나고 자취방으로 돌아오면서 근처 마트에서 맥주 한 병과 소주 한 병, 새우X을 샀다. 맥주와 소주, 양주 등을 섞어서 폭탄주를 만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고 가난한 대학생이었던 나는 양주까진 차마 못 사고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그냥 마시자는 생각에 맥주와 소주만을 샀다. 그리고는 술을 마시기 위해(?) 이불을 털고 방청소를 하고 빨래를 돌렸다. 세탁기에선 돌돌돌 빨래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오고 맥주 한 병과 소주 한 병을 양손에 들고 번갈아가면서 마시기 시작했다. 소주가 너무 써서 소주 한 모금 마시고 얼른 맥주 세 모금 마시고 하는 식으로 무슨 괴로운 신고식 치르듯이 두 병을 모두 마셨다. 그리고나서 세탁기에서 들리는 삐, 소리를 듣고서 비틀거리며 일어났던 것까지 기억을 하는데 그 이후의 기억은 없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참으로 신기하게도 맥주병과 소주병은 얌전하게 자취방 현관 앞에 놓여져 있었다. 다만 세탁기 안의 빨래는 쭈글쭈글 말라 있었고 나는 양말을 한 쪽만 벗고 있었다. 그 날의 맥주 한 병과 소주 한 병이 내 생애 최대의 음주량이었고 필름이 끊겨 본 단 한 번의 어설프고 시시한 에피소드로 남아있다.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와서는 술을 잘 마실 것 같은데 의외다, 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원체 밥을 잘 먹어서 술도 잘 마실거라고 지레 짐작하는 건지, 술 잘 먹게 생긴 관상이라는 게 따로 있는 건지, 아님 그도저도 아니고 괜히 술 먹이려고 설득하는 기술의 하나인지 술자리에서 빼면 꼭 저런 말을 듣곤 했다. 거기다가 아직 가정도 없는 처녀인데다 장롱면허만을 소지하고 있는 처지이다 보니 베테랑 주객들의 마수에 걸려들 확률이 높아지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한편, 어디서 그런 그럴싸한 근거들을 주섬주섬 주워 모아오는지 내가 꼭 이 술잔을 받아서 원샷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세뇌 당하는 일이 간혹 발생하곤 했다. 게다가 대개 술 권하는 분들은 아버지뻘이나 어머니뻘 혹은 이모뻘이라도 되시는 어른들이 아닌가. 물론 옛날의 선배들이나 지금의 어른들이나 내게 하는 말은 똑같다. 대개는 허물없애고 솔직해지기 위해서 마시는데 난 그럴 필요가 없다고. 칭찬같기도 하고 욕 같기도 하다. 어쨌든 소주 한 잔 놓고도 술 취한 사람보다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떠드니 더 먹이면 집에 들어가지 말고 계속 놀자고 할까봐 그러는 건지 나랑 조금 지내본 사람들은 술을 줄기차게 권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요 며칠은 너무 과음을 했다. 구기자술의 경우는 맛도 좋고 뒤끝도 깔끔하다 해서 어지간히 마셨고 어제 마신 소주가 사실은 가장 치명적이었는데 능이니 싸리니 목이니 송이니 온갖 버섯이 교자상을 장식하고 있어서 뿌듯함이 샘솟는 찰나, 권해오는 술을 사양하며 실랑이를 벌이며 먹기엔 너무 시간을 빼앗기는 것 같아서 그 술잔을 홀짝홀짝 받아마시면서 먹다보니 배 부른데다 술까지 취해서 혼미하고 알딸딸한 상태로 집에 돌아왔다. 교자상 두 개를 싹쓸이하고도 모자라서 원래 버섯이나 산나물은 막걸리와 먹어야 제격인데, 라고 웅얼거리면서.

결국 오늘은 하도 머리가 띵하고 몸이 늘어져서 정보실 쇼파에 앉았다 눕다 하면서 휴식을 청했다. 매일 아이들 앞에 서야 하는 선생이 되어가지고 참 잘하는 짓이다. 물론 교실에서는 해사하고 말짱한 얼굴로 잘난 척을 하다 나오지만 아이들의 눈은 정확한 법이고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앞으로는 좀 자중해야겠다. 엄마는 요즘 날 보면서 지 애비를 쏘옥 빼닮았다고 하시지만 난 아빠와 같은 술의 프로이자 명주객이 되기엔 아직 턱 없이 부족하다. 안주 없이도 술잔을 기울일 줄 알고 술 마신 다음날 다시 술로 해장을 하는 의연함 앞에서 나는 무릎을 꿇으리라. 술과 나와의 거리는 딱 이 정도였으면 좋겠다. 가끔만 만나고 기분 좋을만큼 같이 있고 언젠가 또 만나겠지만 안 만나도 아쉽지 않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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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5-11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주 한 병과 소주 한 병을 양손에 들고 번갈아가면서 마시기 시작했다.-
이것이야말로 양주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마늘빵 2006-05-11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병맥주 셋, 소주 네 잔이면 끝납니다.

마늘빵 2006-05-11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글고 저건 AND 가 아니고 OR 랍니다. 약하죠.

마태우스 2006-05-12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을 권하는 걸 넘어서 강요하는 사람, 정말 싫어요. 전요, 절대로 술 안권해요. 그냥 저 혼자 마셔요. 다른 사람 잔이 비면 잽싸게 따라주긴 하지만요. 술을 못마시는 사람의 자유도 인정해주는 그런 술자리가 확산되면 좋겠어요

깐따삐야 2006-05-13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님이 구사하시는 pun은 늘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ㅋㅋ

아프락사스님, 저마냥 의외로(?) 술에 약하시네요. 음악을 하시는 분이라서 술을 잘 드시겠거니 했어요.

마태우스님, 그러게나 말이죠. 먹고 죽자는 식의 술문화는 사라졌음 좋겠어요. 술자리가 즐거워야지 부담스러워선 안되잖아요. ^^
 
나의 가장 사랑스러운 적
코니 팔멘 지음, 이계숙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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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집착을 하면 안되는 거에요?"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 이유는, 엄마 설명에 따르자면, 무엇인가 죽거나 망가지거나 사라져버린 것으로 인해 내가 불필요한 괴로움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상에 그렇게 가슴 아파할 일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지." 엄마가 덧붙였다.-23쪽

그런 약점은 탐욕이라는 자양분을 먹으며 자라난다. 탐욕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능력은 줄어든다. 하지만 위대한 예술은 진실 탐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데 있다. 중요한 점은 바로 이 점이다. -35쪽

그렇지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에서 무조건 좋은 점수를 받으려 할 필요가 없으며, 또 그것을 잘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대체 전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산수 과목에서 어떻게 최고 점수인 1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좋아하지도 않는 과목에서 그렇게 좋은 점수를 받는 건 명백히 세상을 속이는 짓이다. 차라리 마이너스 3점을 받으면 다른 사람들도 아하, 이애는 산수를 싫어하는구나, 그래서 점수에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알 것 아닌가?-110쪽

나는 엄마를 졸라 수도 없이 내 탄생에 얽힌 이야기를 반복해 듣곤 했다. 나는 그 이야기가 아주 끔찍하면서도 동시에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엄마를 그토록 고단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언제나 간절히 소망하곤 한다. 제발 다시 한번 태어났으면, 이번에는 지극히 정상적인 방법으로, 너무 춥지도 않고 너무 덥지도 않은 5월 어느 날, 어느 누구에게도 아픔을 주지 않고 다시 세상에 나왔으면 하고 말이다. 내 탄생에 얽힌 이야기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목은, 당시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던지, 그 사랑하는 아이를 혹시 잃게 될까 봐 헛소리까지 했다는 부분이었다.
-125쪽

내가 알기로는 어른이란,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적당히 체념할 줄도 알아야 한다.
진심으로 존경받지 못하는 사람이 스스로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건 좀 우스운 일이다. -145쪽

삶이란, 자신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무지하다. 그들은 유일하게 참된 지식과 유일하게 진실된 자신의 역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잘못된 장소에 보관하고 있는 까닭에 제대로 읽을 수도 없다. -159쪽

엄마 말에 따르면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 성공적인 인생을 이끌어갈 확률이 크다. 남자는 반드시 여자가 필요하지만, 여자는 남자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마을에는 인생의 반려자를 먼저 보내고 홀로 남게 된 홀아비며 과부들이 꽤 있다. 아내를 잃은 남편은 한 달도 채 못 되어 파삭 쪼그라든다. 그와 달리 남편을 잃고 혼자된 여자는 날이 갈수록 환하게 피어올라 마침내 자기 자신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170쪽

'딜레마'라는 것은 철저히 인간적이다. 동물은 결코 딜레마에 빠지지 않는다.-213쪽

심장과 머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인식이 고통스러우면서도 동시에 감동스럽고, 사랑이 보다 큰 통찰력의 시작이 될 수 있는 걸 보면 그렇다. 하지만 그 통찰력이 근육과 두뇌 사이의 결합을 끊어버렸고 사실은 존재하지도 않는 독립성을 심장에 부여하고, 거기에 더하여 온갖 미사여구로 아름답게 치장한 다음 여자들만의 전용물로 만들어버렸다. 나는 바로 그 점을 즐거워할 수 없다.-258쪽

파라다이스는, 그곳을 떠나는 순간, 혹은 그곳에 발을 들여놓기 직전에만 존재한다. 지옥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의 공간에서 파라다이스를 발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파라다이스는 언제나 피안에 존재하는 법이다. 파라다이스는 그곳에서 영원하며 그곳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완성과 현실은 결코 오래 지속되거나 공존하는 법이 없다.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해도 아주 잠깐 동안뿐이다. 그 둘은 서로를 파괴한다.-279쪽

강의에 몰두해 있다가도 문득문득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했다.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하루 종일 강의실을 옮겨다니며 공부하는 이 순간처럼 만족스럽고 자주적인 시간은 없을 것이다.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오로지 더 알고 싶다는 끝없는 지적 허기를 달래는 일에만 몰두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286쪽

나에게 가장 자신 있는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은 그 두 학문의 세계관을 연결해주는 중매쟁이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철학자들이 관념이라고 부르는 것과 심리학자들이 감성이라고 부르는 그 두가지를 나란히 놓고 이해하고 싶었다.-296쪽

"넌 집착이 심해. 누구라도 너한테서 그런 걸 느낄 거야. 이제 한번쯤 너와 거리를 두고 싶어."
아라가 말했다.
"하지만 마음대로 안 될걸.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이상적인 방법은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할 때, 서로에게 속하는 것 같은 행동을 취할 때, 그리고 상대방에게 어떤 기분 상태인지를 드러내지 않을 때 가능한 거야. 자신이 지금 어떤 기분인지를 드러내는 것은 친밀감의 다른 표현이거든."
-300쪽

사랑하는 사람은 오로지 사랑을 통해서만 풍요로워지는 법이다. 이것은 사랑의 재능을 드러내는 순간에, 그러니까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나아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오직 다른 사람을 사랑함으로써만 생겨나는 의미다.
그것은 헌신과는 별 관계가 없다. 오히려 그것은 의존, 자제, 자유로운 선택, 인식 그리고 신뢰와 더 많은 관계가 있으며, 끔찍하게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우리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324쪽

"나를 불신하지 않고는 날 사랑할 수 없는 이유가 대체 뭐야?"
내가 물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넌 나를 사랑하지 않았을 테니까."-337쪽

인간은 가장 인간적인 것을 주고받을 수 있을 뿐이거든.
화폐의 유통과 마찬가지로, 네가 가치를 인정하는 것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합의가 전제될 때 비로소 유효한 거야. 인간이 탐닉 때문에 치러야 하는 가장 큰 대가는, 자기 망상에 빠질 때마다 이 의미심장한 결합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지.-3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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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점심으로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먹었다. 멸치와 전복내장으로 국물을 낸 다음 부추와 버섯을 넣고 끓인 칼국수. 들깨를 넣은 다대기도 별미였고 적당히 익은 열무김치도 맛있었다. 엄마가 국수를 끓이는 동안 나는 엄마와 함께 들을 CD를 구웠다. 엄마와 내가 함께 좋아하는 흘러간 옛노래들로 선곡했다. 송골매의 희나리, 양수경의 그대는, 어니언스의 편지... 등등. 노래를 들으며 칼국수를 먹는 시간. 편안한 휴일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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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05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고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마태우스 2006-05-05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니는 국수를, 따님은 씨디를 각각 굽는 오후라, 생각만으로도 다정하고 멋져 보입니다

히피드림~ 2006-05-06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중에 제 아들과 같이 좋아할 수 있는 노래를 함께 들을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 지네요.^^

깐따삐야 2006-05-0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

마태우스님, 저렇듯 다정하다가도 때론 서로 안 볼 것처럼 싸우기도 한답니다. 모녀 관계는 끈끈하고도 오묘한 애증관계인 것 같아요.

punk님, 제 감성 코드가 좀 복고풍이라서요. punk님께도 꼭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