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권을 둘러싼 음모가 난무하는 가운데.. 왕과 한 여인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 소설..
제목에서 '해'는  바로 왕이고, '달'은 왕이 그 여인에게 붙여준 이름..

로맨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이 책의 중심축은 온전히 왕이다.  
권세를 누리는 외척에 맞서 왕권을 지켜내고, 결국엔 그들의 음모를 분쇄하는 왕의 뛰어난 활약들이 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심에는 세자빈이 될 뻔했다가 음모에 의해 밀려난 여주인공 연우가 있고..
연우를 짝사랑하지만 영원히 왕의 무사여야 하는 운검이 있고..
세자시절부터 연우를 품어오지만 좌절해야만 했던 왕, 이훤이 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삼은만큼, 작가는 고증도 철저히 한 듯 싶다.
공주에게는 '마마'라는 호칭이 아니라 '자가'라는 호칭이 붙어야 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한시로 대화하는 그들 사이에서 마치 나 또한 유유자적하는 선비가 된 느낌이었다.

대사들도 어찌나 고운지...

"너에게 받아가는 저 달에,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을 묶어두겠노라."
"하오면.. 소녀 또한 정표를 청해도 되올는지요."
"무엇이든 말하라. 다 들어주겠노라."
"청컨대 오늘 밤의 짧은 기억을 베어서 주시옵소서."
"베어서 두고가면...... 너는 나의 기억까지 품겠다는 말이더냐?"
자신을 잊어달라는 얘기를 기억을 베어달라는 걸로 표현했다.

"그분을 이리로 인도한 촉촉한 보슬비가 풀 위에 쉬다가, 땅 위에 쉬다가, 바람결에 묻혀 쉬다가
그분의 도포 자락이 스칠때마다 어복에 스며들고, 어혜에 스며들고, 어립에 스며들어
행궁까지 내 마음을 실어 배웅할 것이니........"
떠나가는 왕의 뒷모습을 보며 하는 연우의 독백이다..

두 권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남녀간의 애타게 밀고당기는 그 무언가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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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6-02-22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이 굉장히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찜! ^^ 담번에 빌려주시와요-

mong 2006-02-22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사가 정말 곱군요~저는 판다님 읽으신 다음에나...ㅎㅎ

그림자 2006-02-22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님의 열심히 노력한 책인거 같습니다
전작인 <그녀의 맞선보고서>도 괜찮았는데 이 책은 여운이 더 길게 남네요^^

날개 2006-02-22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알았어요~^^*
몽님.. 넵.. 차례 기다려서~
늘해랑님.. 주인공들 로맨스의 비중이 좀 작긴 하지만, 여러모로 읽기에는 재밌어요..^^
그림자님.. 전작을 못보았는데.. 괜찮단 말이죠? 구해 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