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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목소리 - 단편
신카이 마코토.사하라 미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8월
평점 :
그리운 것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여름의 구름이나 차가운 비,
가을 바람의 냄새와 봄의 부드러운 흙의 감촉....
한밤중의 편의점이 주는 편안함과
방과후의 썰렁한 공기와 칠판 지우개의 냄새.
한밤중에 트럭이 달려가는 소리 같은 것.
그런것을 언제까지나
함께 느끼고 싶다고 생각했다.
2046년 지구..
우주의 한 공간에서 홀로 휴대단말기로 메일을 보내고 있는 소녀에게선 짙은 외로움이 묻어난다.
지금 메일을 보낸다 해도 중계서버를 거쳐 지구에 도달하려면 여러날이 지나야 할 것이다.
외계 생명체 탐사에 선발된 소녀 나가미네와.. 지구에 남아있는 그녀의 남자친구 노보루에게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존재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를 만화화 한 이 작품이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표지에 보이는 우수어린 표정의 소녀 때문이었다. 앞 다섯장 정도의 칼라그림에 표현된 우주셔틀에 탄 소녀와 지구에서 메일을 보고 있는 소년은.. 그 떨어진 거리만큼 외로워 보인다.
애니메이션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책.. 마치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림으로 다 표현을 하지 않아도 망망대해같은 우주에 떠 있는 소녀가 눈 앞에 보이는 것 같다.
어쩌면 이 소녀의 외로움과 그리움이 내게로 옮겨왔기 때문일지도...
나가미네가 점점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메일이 도착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며칠에서 몇 달로, 또 몇 달에서 몇년으로...
나가미네가 끈질기게 노보루에 대한 끈을 붙잡고 있는 반면에, 노보루는 점점 지쳐간다. 아니, 자신이 잊혀졌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려 한다. 필사적인 나가미네의 메일을 받기 전까지....
그들에게 흐르는 시간은 이미 다르다.
어긋난 시간이 두렵지만 그들을 보면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이 든다.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같은 장소에 있는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근원적으로 그들을 지탱하는건 서로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두 사람이 만날것을 암시만 하는 결말..
하지만, 직접적인 만남보다도 훨씬 뿌듯한 이 감정은 무엇 때문일까..
시간과 거리는 변명일 뿐이다.. 만날 사람은 만나고, 사랑할 사람은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