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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도체스터 학원 살인사건
김연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김연주의 작품을 이전에는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러고보니 내가 우리나라 작가들에게는 너무 인색했던게 아닌가 싶다. 몇몇 들려오는 신인작가들의 작품소식을 들어도, 줄기차게 일본작가의 신작만을 찾고 있었으니.. 한데, 요즘 계속 읽게 되는 우리 나라 작가들의 작품들은 결코 떨어지지도 뒤지지도 않는 듯 하다. 오히려 그 감각이 더 곱고 섬세하다.
<성 도체스터학원 살인사건>이란 김연주의 단편집은 오래전부터 이름만은 들어왔다. 읽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으면 오래전에 읽었을 책을, 이렇게 지인의 선물을 받아 이제서야 읽게 되다니.. 조금은 반성하고 있다.
제목에서 풍겨오는 이미지는 마치 본격 추리만화의 장이 펼쳐질 듯 하나, 사실 그런 내용은 아니다.
엄숙할 것만 같이 살인사건 으로 시작하던 첫 페이지는..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에르가르트의 약혼녀 필리아스에 의해 경쾌한 분위기로 돌변한다. 에르가르트를 믿고 진범을 잡기 위해 들쑤시고 다니는 필리아스와 에르가르트를 의심하여 그를 피해다니는 학생들.. 그 뒤에는, 폭소가 터져나올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내용상으로 상당히 짧은 단편이다. 이 책에는 그 외에도 김연주의 데뷰작을 비롯한 여러 단편이 실려 있다.
<성 도체스터 학원 살인사건>에 나오는 두 주인공 필리아스와 에르가르트는 연이어 있는 단편 <위노빌양의 수요일>에도 출연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책 한권이 그들의 이야기로 계속 되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무뚝뚝한 남자 에르가르트와 적극적인 여자 필리아스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기 때문에..
이 책 속에 있는 몇몇 단편중에서 <36.5>는 특히 마음에 든다. 서로 적이었던 두 사람이 동행길에 끈끈한 신뢰의 정을 쌓는 이야기.. 결론 부분이 조금 부족한 마음이 들었지만, 여운이 남는 만화다.
느낌이 좋은 작품들이다. 한번 읽고 휘리릭 던져버리는 게 아니라, 음미하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일부 내 능력이 딸려서 이해가 안가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기분 좋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