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차 1
서누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은 하늘을 날았다.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 전투에서 정평구가 만든 비차는 30리를 날아 왜구를 물리치는데 공헌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비차는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다 한다.

 



이 소설 '비차'는 구한말, 정평구의 비차를 복원하던 이들의 이야기다.   책을 읽고난 후, 한참을 리뷰쓰기가 망설여졌다.  이유는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로맨스 소설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뭔가 초점이 안 맞는 듯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라기보다는 역사소설에 좀 더 가까운것 같다.

명망높은 대갓집 도령 성주호는 그의 집사 홍기준과 함께 비차를 완성하는 일에 도전한다. 다른 사람의 출입을 금하고 비밀저택에서 눈을 피해 비차에 몰두하던 그들 앞에, 기생의 딸 해인이 나타난다.   

집안이 친일파로 세를 누리고 있어 갖은 혜택을 누리고는 있지만, 집안과 척을 지고 있는 주호,

"나는 내가 소유한 것들에 대해 죄의식 따위는 품고 있지 않아. 오히려 내가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현 상황에서 자본을 누가, 어떻게 형성했느냐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그 자본이 역량있는 자에 의해 사용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중요한 거다."

성주호의 가장 가까이에서 같이 보고 느끼지만, 태생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준,

"가진것이 없기에 집착도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모든 것을 버릴 각오도 되어 있습니다. 도련님께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죠."

기생의 딸이라는 신분과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과 멸시속에 살아온 해인.

"혼인을 하건, 각시손이 되건 제가 선택할 일이어요. 어차피 사생아에 기생딸년인데, 무슨 좋은 세상 만날 일 있다고 혼인해 애를 낳겠어요?"

각각 아픔을 지닌 세 사람은  비차를 복원하는 동료이자 연인이었다.  같이 비차를 만들고, 시험운행을 하고, 또 실패도 겪어가는 그들에게는 갈라놓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

사실, 난 구한말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일제시대의 억업받고 고통받던 세월은 너무나 갑갑하여 가슴을 꽉 누른다. 이 시대에는 이야기가 어찌 흘러가든 비극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울분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이들 세 사람에게도 일제치하라는 시대의 아픔은 굴레가 되어 다가온다. 아나키스트의 일원이 된 기준이 비차를 이용하여 일본군을 공격하고, 그 일에 해인을 이용하고 마는 것..

행복한 결말이라고 하기에는 서글프다. 비록 주호와 해인이 다른 곳에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으로 결말은 내었지만, 기준의 희생과 그들 가슴에 남은 상처는 언제까지 지워지지 않을 것이므로..  

재미있게 읽었다. 두 권이 전혀 길지 않았다. 비차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좋았고, 이들 세 사람의 야릇한 동료애도 즐거웠다. 서로의 사상이 달라 열띤 격론을 벌이거나 일본의 만행이 나올때는 가슴이 아팠지만,  그들과  함께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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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1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11 2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3-22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날개 2005-03-22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L님, 고마와요..^^*

비로그인 2010-02-12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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