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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임금님이 꿈쩍도 안 해요! - 1986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ㅣ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55
돈 우드 그림, 오드리 우드 글, 조은수 옮김 / 보림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받아 탁자 위에 올려 두고 미뤄놓은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마침 유치원에서 돌아온 둘째가 들어오다 이 책의 표지를 지나치다 얼핏 보곤 상당한 호기심이 발동한 모양인지 책을 이리저리 바삐 뒤적이더군요.몇 분 후 아주 흥분한 목소리로 도대체 이게 뭐라고 하는거야!라는 볼멘 소리를 내뱉더니 책을 들고 저한테 덤비듯이 쫓아오더군요. 읽어라는 것이지요.지금 당장.
조금있다 설겆이 끝내고 읽어준다니 기다리기가 너무 힘든 표정입니다.아휴-한숨까지 쉬면서요.그래서 대충 손 씻고 읽어 주기로 했답니다.책 보는 것을 참 좋아하지만 이렇게 과도한 반응은 또 처음입니다. 반응의 정도는 아이의 눈빛과 동작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것이지요.엄마만이 알 수 있는 느낌.
정말 책을 읽어주다보니 아이의 그런 반응이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현실과 상상의 경계선을 조금씩 알아가는 아이의 입장에선 믿기지 않는 일들이 목욕탕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으니..알고싶다는 욕구를 누르기 힘들었겠지요.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 아이를 돌아보니 그 새 답답함이 풀렸는지 책을 들여다 보는 아이의 얼굴이 편해 보입니다.즐거움이 가득 담긴 얼굴이였지요.
둘째 아이는 얼마 전부터 참말인지 거짓말인지를 자꾸 물어봅니다. 전 아직 아이가 상상의 세계를 일찍 벗어나질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이는 이제 현실의 세계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합니다.하지만 한 편으론 그런 아이의 성장이 사랑스럽지요. 읽을수록,해가 둥실 뜨는데.. 라는 표현이 너무 재미있고 좋습니다.오히려 전 전체적인 이야기보단 이 문장 하나가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을 잘 살려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보석같은 표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