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나라 비룡소의 그림동화 42
존 버닝햄 글 그림, 고승희 옮김 / 비룡소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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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인가..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무렵에 40일동안 매일매일 그것도 아침잠자리에서 게슴츠레한 눈을 부벼뜨고 아이와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동생들 성화에 편안히 큰아이와 책을 들여다 볼 여유가 생기지 않아 아침시간에 좀 부지런을 떨었지요.그것은 참 잘한 일이였어요.동생들로 인해 뭔가 욕구불만에 가득차 있던 아이가 그 시간을 평화롭게 느끼는 것 같았거던요.

근데 그 아침.40번을 되풀이했던 저의 물음에 대한 아이의 답은 한결같이 구름나라였지요.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묘한 매력을 느껴 한번도 마다하지 않았답니다.구름나라를 충분히 느끼고싶었다고나 할까요.읽고나면 뭔가 해소되지 않는 욕구가 있어 오늘은 그 답을 찾아야지라는 저만의 숙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그리고 40일 동안 아이는 늘 마지막장을 덮으면 반지작만지작 반지작 호-이!(이 주문이 정확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구름나라로 들어가는 주문을 기억하는 것은 현생에서는 불가능하니깐..그래도 자신과 판타지를 연결해 주는 나만의 주문을 외워본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이루지못할 절실함이니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괴상한 주문을 자리를 털고 일어섬과 동시에 음미하듯 중얼거리며 행복한 뒷모습으로 세수를 하러 욕실로 향했습니다.
저렇게 좋을까..!?

책을 처음 읽고는 던져지는 메세지의 난해함에 약간의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우리 감정의 흔들림을 무시하듯 작가의 의도대로만 흘러가는 그림책의 당돌함에 무척 당황스러웠지요.앨버트의 명확하고 단정적인 죽음에서 저는 현실적인 당혹함과 깊은 슬픔을 느끼게 되더군요.여태껏 표지에서 보여지듯 아이들이 구름위를 떠다니는 행복함만 그리다가 이런 당혹함을 어떻게 수습해야할 지 난감했습니다.그리고 어떠한 기대도 가지지 못하게 앨버트라는 한 아이의 죽음과 맞서게 만드는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지요.도대체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까?순간이지만 너무도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장은 지금까지의 너무나도 현실적인 공간에서 너무나도 환상적인 세계로 이동을 하지요.큰 슬픔에 젖어있는 독자에게 안도의 긴 숨을 쉬게 한다고나 할까요.그러면 그렇지!이건 단지 꿈일 뿐이야!하지만 이내 아니 정말로 앨버트가 죽은 건가?라는 의문을 갖게 만들더군요.그렇다면 앨버트를 그리워할 엄마아빠의 슬픔은 누가 달래주지?엄마아빠의 슬픔따위는 이제 없어지는 건가?

엄마가 된 후로는 버릇처럼,남아있는 사람의 슬픔에 대해 늘 생각하게 되더군요.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들 땐 저도 모르게 맘이 너무 아려온답니다. 슬퍼해야할지 즐거워해야할지 참으로 난감한 그림책입니다.누군가가 이 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 준다면..? 하지만 정리하고싶지 않군요.그 복잡한 감정들이 사라지면 이 책을 읽지 않게 되겠죠.

구름나라에서의 앨버트의 일상은 어른인 저도 꼭 한번 경험해 보고싶은 그런 멋진 일이예요.이 멋진 경험들을 더 크게 나누고싶은 생각에 작가는 그렇게 큰 슬픔을 안겨주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다행히 앨버트는 다시 돌아오지만 이젠 옛날의 앨버트로 돌아갈 수 없어요.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가지요.멍하니 밖을 내다보는 앨버트의 모습은 그를 다시 구름위로 돌려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군요.내가 그 주문을 알고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연민이 생길만큼요.앨버트에게 현실과 판타지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질 수 있다면 더 큰 행복은 없겠지요.그러고보면 제 큰아이에게도 앨버트의 마음의 병이 옮은 게 아닐까요?어떻게 하면 구름나라의 문이 열리는 주문을 알아낼 수 있을지 이제 나만의 주문을 외워봐야 되겠습니다.아이들과 앨버트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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