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가 만드는 꼬마철학자
에바 졸러 지음, 김현자 옮김 / 인북스 / 1999년 10월
평점 :
절판
철학은 참 매력적인 학문입니다. 그리고 어렵고 난해하지요. 생각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생각하기가 즐거운 놀이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않은 경우가 더 허다합니다. 엄마가 철학적이질 못하기 때문에 내 아이는 철학적이길 바라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아닐지! 철학적이라는 말은 똑똑하다, 남다르다, 좀 특별하다, 집중력이 좋다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니깐 이런 책을 고를 땐 엄마들의 바람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우리 아이가 좀 철학적이길..그러니깐 생각이 깊기를 바라는 엄마로서의 바람을 쉽게 저버리지 못해 다분히 유혹적인 책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구입했었지요.
<엄마가 만드는 꼬마 철학자>. 괜찮은 제안이지요. 그런데 이 책을 다 읽어 갈 즈음 이렇게 좋은 제안을 받아들일 만큼 제 자신이 준비되어있지 않다는 결론이 나더군요. 느닷없이 철학적으로 변한 엄마를 아이가 어떻게 생각할지도 좀 우습구요.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아이를 낳았다면, 아이를 키우면서 생길 사소한 문제들과 엄마의 제시대로 아이들은 따라와 주지 않았을 때 자연스레 베여오는 실망감 같은 것을 미리미리 알고 있었다면 이 책대로 가 가능했을지도 모르겠군요.
아이가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머리가 커가는 걸 느끼면서 늘 생각하는 것은 마음을 비워야 된다, 기대를 버려야 된다입니다. 도 닦는 기분으로.. 제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책대로 커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느껴지는 소외감이죠. 저의 육아법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이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엄마가 만드는’이란 의미는 엄마의 아이에 대한 배려가 아주 깊고 넓어야함을 의미합니다. 늘 공부하고 준비해야 되지요. 이런 노력만 뒤따른다면 여기서 제시하는 방법들은 아주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들도 채워지겠지요.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의 접근은 아주 어려서부터 늘 일상적인 생활의 밑바닥에 깔려있어야 되겠지요. 그래야 아이도 준비된 아이로 자랄테니깐요.
하지만 이 책은 아주 재미있고 신선한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이런 내용이 있죠.탈레스가 별을 쳐다보며 걸어가다 물웅덩이에 빠졌다고 해서 철학자들이 당장 자기 발 밑도 보지 못하는 무능력한 사람들일까? 저자는 탈레스를 통해 철학자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철학이 왜 필요한가를 알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참아야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등의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것은 우리가 바르게 사는 길을 터득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지요.
특히 요즘같이 의지할 곳이 많지않은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생각의 연습은 분명 의미깊은 대안으로 아이들의 삶에 유익한 등대와 같겠지요. 그러나 늘 바르게 고민하려고 노력하고 애쓰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꼭 이렇게 특별난 방법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시키지 않더라도 잘 자랄 겁니다. 또 하나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순발력있게 여기에 나오는 신선한 질문들을 던져보는 것도 괜찮겠지요.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우리집 고양이는 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고 있을까라는 재미있고 신선한 발상에서부터 만두피 속에 들어갈 송아지의 뇌를 보며 이 뇌는 어떤 기억들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를 알고자 하는 결코 가볍지 않은 철학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아이를 철학적으로 키울 마음에서 떠나 나 자신을 위해 읽을만한 철학교양서로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