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보림 출판사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받았습니다. 우선 보림출판사에 감사하다는 말부터 드려야 될 것 같아요.이런 책을 만나기란 사실 쉽지 않은데 덕분에 좋은 그림책을 알게 되었거던요. 요즘 그림책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 진짜 진주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거던요. 처음 책을 받아 본 순간 그림과 제목이 주는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어떤 내용일지 무척 궁금했었는데 어제 밤에야 겨우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릿 속이 꽉 차 오는 만족감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그 느낌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작가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과 구름 나라를 만난 이후 정말 오랜만에 저의 감성이 화들짝 깨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지요. 그리고 마지막에 엄마 아빠의 모습이 극단적으로 처리 된 것은 아마 영영 잊혀지지 않는 모습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사소한 사건들을 극단적인 이미지로 부각시켜 저를 혼란스럽게 했던 지각 대장 존 처럼요. 판타지세계를 잃어버린 어른들의 몰이해를 이런 식의 표현으로 이끌어내는 작가의 대담함이 존경스러웠답니다. 특히 어른들이 읽었을 때 그 충격은 그림책에 대한 일종의 신드롬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아요. 그것은 이야기의 재미를 더욱 배가시키는 효과도 있지요. 이런 극단적이 장치들과 자연스런 이야기의 흐름, 그리고 재미 또는 감동(?)으로까지 끌어낼 수 있는 마이클 갈런드라는 이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더군요. 저희집 아이들도 워낙에 판타지 동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저와 비슷한 느낌으로 책을 대하는 것 같았어요. 책을 읽어주다보면 서로 감정이입이 돼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거던요. 때론 제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더 잘 보기도 하구요. 저녁 먹기 전 숲 속을 산책하는 장면, 강아지 비를 맞으며 웃고 있는 피에르와 그 친구들, 날치 수프와 자고새 파이는 정말 인상적인 장면이예요. 또 피에르가 과연 그 저녁식사를 어떻게 마칠 수 있었는지 무지 궁금해지기도 하지요. 책을 덮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엄마 아빠의 모습을 잘 살펴 보세요.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하나씩 보인답니다. 이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으려면 작가 설명이나 이 책의 씌여진 배경에 대해서는 일단 접어두고 읽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맘껏 상상할 수 있잖아요. 알고 읽으면 자꾸 이해하려 하고 해석하려 해서 영 재미가 반감되는 느낌이 들거던요. 작가에 대한 궁금함은 책을 한 번 읽은 다음으로 미루셔도 괜찮을 거예요. 마지막 엄마 아빠의 모습은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메세지로 다가온답니다. 피에르가 집에 와 보니 엄마와 아빠는 여전히 돌처럼 조용히 꼼짝도 않고 앉아 있었다는 글과 함께 진짜 돌처럼 굳어버린 듯한 회색의 엄마 아빠 그림을 보며 아이는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정말 돌이 되었냐며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아이에게 이웃집 마그리트 아저씨가 했던 말을 들려 주었지요. '아저씨는 그림을 눈에 보이는대로 그리지 않고 생각하는대로 그린다고 했잖아. 그래야 사람들이 그림을 볼 때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는 거라고. 여기서도 피에르의 마음이 엄마 아빠가 돌처럼 느껴져서 그렇게 그려진 거란다. 그러니까 그건 피에르의 마음이지!' 늘 그랬듯 이 책과 앞으로 많은 날을 함께 하지않을까 하는 예감이 드는군요. 즐거운 예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