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5
조세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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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쏘·공. 조세희의 이 연작소설집은 20세기의 영원한 명작이다. 3∼4년 전에 이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의 그 놀라움! 짧고도 환상적인 문장과 독특한 소설의 분위기, 시대의 아픔과 사회를 생각하게 하는 슬픔. 소설이 독자를 웃고 울려야 할 책임이 있다면 이 소설은 독자들을 가슴깊이 울리게 만든다. 너무도 사실적인 소설이면서 너무도 환상적인 소설.

이 소설은 '만화책'이다. 칸과 칸의 그림 사이에 자리한 빈틈의 상상력이 만화의 예술성의 기초가 되어주는 것처럼 이 소설에서는 단문과 단문 사이의 그 빈틈이 환상을 보여준다. 이것이 현실을 조금밖에 담지 못할 것 같은 단문이 어떻게 상상력의 영상미를 담아내고 있는지에 대한 답을 해준다. 또, 갑자기 튀어나오곤 하는 시공간이 다른 등장인물은 전경화(튀어나와 보임)로서 시적인 '낯설음'의 효과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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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게임의 이해
최유찬 지음 / 문화과학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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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다시 붙인다면, “컴퓨터 게임의 인문학적 이해”라고 붙일 수 있겠다. 겉 표지와 안쪽을 빠르게 넘겨 보면 게임 스크린 샷들이 많이 나와서 컴퓨터 게임에 대해서 가볍게 다룬 듯 보인다. 하지만 결코 내용은 그다지 쉽지 않다. 맨 처음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호이징하의 [호모 루덴스]를 인용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노스럽 프라이의 [비평의 해부], 조동일의 [한국소설의 이론], 게오르그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따위의 책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글의 내용은 다분히 학술적이며 설명하는 말투가 게임에 대해 거의 모르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 같다. 아마도 저자가 학술지에 발표했던 몇몇의 논문들을 엮어서 만든 책인 듯 싶다.

저자인 연세대 국문과 최유찬 교수는 교수 임용에 실패해 그 괴로움을 삭이느라 <삼국지2> 게임에 몰입하는데, 밤에 억지로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도 중국의 지도가 머리 속으로 떠오르면서 어떻게 하면 천하통일을 할 지 고민하는 전형적인 게임 중독 상태가 된다. 그 이후에 박경리의 대하 소설 [토지]에 대한 논문을 작성해야 하는데 이 소설이 만만치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이미지로 환기되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 경험은 삼국지 게임을 하면서 시간 구조보다 공간 구조를 중심으로 파악하는 습관에서 얻어지게 된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 이후에 게임에 갖게 된 관심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게임은 오락이자, 예술로 정의할 수 있다. 독일의 실레겔은 예술 일반을 ‘아름다움’의 범주 아래에 포괄하는 관행에 이의를 제기하고 ‘흥미로움’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41쪽) 이에 따르면 예술로서의 게임에 대한 접근은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하이퍼텍스트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게임의 체계적이고 인문학적 분석,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단지 게임에 대해 말했다는 것보다, 새로운 사회예술문화 현상에 대해서 인문학적 분석을 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가 빛난다. 또 새로운 사회예술문화 현상이 국문학을 비롯한 인문학 분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새로운 사회예술문화 현상이 인간의 인지에도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까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직접 <삼국지 2> 게임을 했던 경험과 이 게임에 대한 평을 부분부분 여러 곳에 걸쳐 쓴 것이 흥미로웠다. <삼국지> 2, 3, 6판을 비교하면서 그 변화 양상을 각각 “상징적 예술과 고전적 예술, 낭만적 예술 순서의 예술의 발전단계”와 일치(헤겔)하고 있다는 지적도 인상적이었다.(193쪽) 실체론적 세계 이해에서 관계론적 세계 이해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즉, <삼국지 2>에서는 장수들의 능력에 상관 없이 똑같이 만 명의 병졸을 거느릴 수 있다. 한편 <삼국지 3>에서는 장수의 능력과 직책에 따라 통솔 병력에 차이가 나고 군주의 세력이 자연 환경, 인문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삼국지 6>에서는 중국 민족 이외에 이민족이 등장하고, 황제도 일정한 역할을 하며, 장수들 간의 심리도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ㅡ 테트리스 게임에 대해서 서술한 부분 :
끊임없이 원래의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질서회복운동이며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향수’, 자궁회귀 본능을 자극한다고 이야기되기도 한다. 이 게임에서도 일정한 수준의 이야기성을 찾아볼 수 있다. (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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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예수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15
정호승 / 민음사 / 198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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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럴까. 시를 읽어도 어지럽기만 한 까닭은? 배고픈 사람, 가난한 사람, 맹인, 혼혈아, 구두 닦는 소년… 시집의 처음에 실린 시이다.

[거짓말의 시를 쓰면서]

창 밖에 기대어 흰 눈을 바라보며
얼마나 거짓말을 잘 할 수 있었으면
시로써 거짓말을 다할 수 있을까.

거짓말을 통하여 진실에 이르는
거짓말의 시를 쓸 수 있을까.
거짓말의 시를 읽고 겨울밤에는
그 누가 홀로 울 수 있을까.

밤이 내리고 눈이 내려도
단 한 번의 참회도 사랑도 없이
얼마나 속이는 일이 즐거웠으면
품팔이하는 거짓말의 시인이 될 수 있을까.

생활은 시보다 더 진실하고
시는 삶보다 더 진하다는데
밥이 될 수 없는 거짓말의 시를 쓰면서
어떻게 살아 있기를 바라며
어떻게 한 사람의
희망이길 바랄 수 있을까.

시인의 자의식이 느껴진다. 모든 시인은 모두 거짓말쟁이이다. 그렇지만 시인은 “생활이 시보다 더 진실하”다는 것을 알며, 삶보다 더 진하게 거짓말을 해서 진실에 이르기를 바라는 자들이다. ㅡ 진실로 향하는 거짓의 노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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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 시 1
이어령 외 29명 지음 / 문학사상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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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이 꼽은 한 편의 시와 그 시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때로는 그 시와 얽힌 삶의 이야기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책이다. 아주 대단한 책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읽을만한 재미가 느껴지는 책. 특히 손숙이 꼽은 이성복의 시집 <남해금산>의 표지글과 동화작가 정채봉이 꼽은 정호승의 [눈부처]와 얽힌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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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에 대한 명상 - 제7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민음의 시 7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25
장정일 지음 / 민음사 / 198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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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는 때. 동네 서점에 둘러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평소에 무관심하던 시집 코너에 나도 모르게 서있게 되었다. 잠시 후, 내 손에 들린 시집은 장정일의 『햄버거에 대한 명상』이었다. 장정일이란 문제아적인 인간도 알고 있었고, 이 시집 이름도 알고 있었지만, 그 알맹이를 직접 맛본 적은 없었다. 그 알맹이의 맛은, 신선!했다. 그리고 나서 몇 년 후, 지금. 나는 급히 훑어보고 급한 감동을 속이 체한 듯 받은, 그 시집을 다시 보게 되었다. 이제는 천천히, 즐기면서, 처음부터 해설부분까지 전부 맛보았다.

예전의 그ㅡ신선한ㅡ맛이 아니었다.

물론 장정일의 시들이 바뀐 것은 아니다. 나란 불량독자가 바뀐 것이다. 이 시집을 서점에서 빠르게 훑어 보았을 때 받았던 작은 충격 같은 감동을 느끼게 했던 시들(<햄버거에 대한 명상>, <아파트 묘지> 등)은 오히려 감동에서 멀어져 있었다. 오히려 그 이외의 시들에게서 약간의 운율을 느끼게 하는 시들을 발견했을 뿐.

왜 그럴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한 가지 단서를 발견했다.

“시란 노래인 것이다.”

이 시집을 처음 봤을 때는, 기발한 발상이 담긴, 그래서 너무도 신선한 시들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두 번 봤을 때 그 발상은 이제 반은 죽어버린 것이 돼버렸던 것이다. “낯설은 것”이 시라고 할 때, 이 시들은 좋은 시임에 틀림없지만, “노래”가 시라고 할 때 이 시들이 (일반 독자, 즉 시를 읊조릴 사람들에게는) 끝까지 좋은 시라고 남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인 것이다. 우리가 새로운 노래를 접하게 될 때 낯선 노랫말들과 가락에 의해 신선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계속 듣게 된다면 그 노래의 신선함은 어느 정도 퇴색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노래는 자꾸 들어도 그 새로움이 지겹지 않고 오히려 귀에 익어질수록 좋아지는 노래가 좋은 노래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음악성이다. 시에도 발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음악성이 있는 것이다. 좋은 운율감은 곧, 중독성이고, 그 중독성은 좋은 시의 가장 마지막 단계가 아닐까.

비교해보자. 이 시는 두 번째 읽었을 때 가장 뛰어난 시라고 생각했던 것.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어쨌든, 지금껏 읽은 시집 중에 가장 뛰어난 것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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