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예수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15
정호승 / 민음사 / 198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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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럴까. 시를 읽어도 어지럽기만 한 까닭은? 배고픈 사람, 가난한 사람, 맹인, 혼혈아, 구두 닦는 소년… 시집의 처음에 실린 시이다.

[거짓말의 시를 쓰면서]

창 밖에 기대어 흰 눈을 바라보며
얼마나 거짓말을 잘 할 수 있었으면
시로써 거짓말을 다할 수 있을까.

거짓말을 통하여 진실에 이르는
거짓말의 시를 쓸 수 있을까.
거짓말의 시를 읽고 겨울밤에는
그 누가 홀로 울 수 있을까.

밤이 내리고 눈이 내려도
단 한 번의 참회도 사랑도 없이
얼마나 속이는 일이 즐거웠으면
품팔이하는 거짓말의 시인이 될 수 있을까.

생활은 시보다 더 진실하고
시는 삶보다 더 진하다는데
밥이 될 수 없는 거짓말의 시를 쓰면서
어떻게 살아 있기를 바라며
어떻게 한 사람의
희망이길 바랄 수 있을까.

시인의 자의식이 느껴진다. 모든 시인은 모두 거짓말쟁이이다. 그렇지만 시인은 “생활이 시보다 더 진실하”다는 것을 알며, 삶보다 더 진하게 거짓말을 해서 진실에 이르기를 바라는 자들이다. ㅡ 진실로 향하는 거짓의 노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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