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몽상가들 알마 인코그니타
뤼도빅 에스캉드 지음, 김남주 옮김 / 알마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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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자 화자 ‘나’의 이름이 뤼도빅 에스캉드. 1972년 9월 4일생. 작품에서 뤼도빅의 연인으로 나오는 막신이 뤼도빅에게 위키피디아에 이름을 올리라고 종용한다. 파리 외곽도시 되유라바드에서 직장 갈리마르 출판사까지 한 시간이나 PER을 타고 매일 길고 긴 시간을 출퇴근하기도 싫고, 이제는 친구처럼 지내는 전처와 합동 육아하고 있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어려워 파리 시내에 아파트를 얻어야 하는데, 프랑스의 복잡하고 번거로운 주택 임대 과정에 필요한 자신의 신분을 확실히 밝히는 일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9월 4일. 1870년 나폴레옹 3세가 황제 자리에서 쫓겨난 날.


  이야기가 삼각지로 흐르기는 하지만 좀 보태자. 샤를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3세는 마흔 살 되던 해인 1848년, 2월혁명의 결과로 국민투표를 통해 취임한 프랑스의 초대 대통령이다. 그러나 공화정에 불만을 품은 나폴레옹 3세는 1851년에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나폴레옹 1세에 이어 프랑스의 제2 제정시대를 열었다. (나폴레옹 삼촌-조카 사이에 샤를 10세가 있었는데 어째서 제2 제정이냐고? 부르봉 왕가의 샤를 10세는 황제가 아니라 왕이었거든.) 집권 초기에 다양한 치적을 쌓던 나폴레옹 3세는 후기로 들어 경제불황을 맞고, 멕시코와 전쟁을 벌여 이득도 얻지 못한 채 쓸데없이 군사력만 약화시켰다. 이때 새로이 강자로 떠오른 프러시아에 세기의 여우이자 철혈재상으로 알려진 비스마르크가 등장해 프랑스 사람들의 염장을 슬슬 지르기 시작했다. 이에 발끈한 나폴레옹 3세가 겁도 없이 선전포고를 선언하고 전쟁을 일으켰지만 이미 그럴 줄 알고 충분히 군비를 확장한 잘 훈련된 프러시아 군대가 프랑스를 도륙을 내버리고, 결정적 전투였던 스당에서 나폴레옹 3세까지 포로로 잡아 제2 제국의 문을 닫게 했으니, 바로 이날이 1870년 9월 4일이었다.


  (왜 이렇게 장황하게 떠들었느냐 하면, 프랑스 소설을 읽으려면 도무지 피할 수 없는 에밀 졸라의 위대한 루공-마카르 총서가, 나폴레옹 3세의 친위 쿠데타에서 시작해 (루공가의 행운) 스당 전투에서의 패배 (패주)로 마감을 하기 때문이다(아직 마지막 작품 <파스칼 박사>가 번역 출판되지 않아 확실하지는 않다. <패주>의 주인공 장 마카르가 마지막 작품의 주인공 파스칼 루공의 조카니까 뭐 별 무리는 없겠다). 그러니 루공-마카르 총서는 1850년부터 70년 무렵까지 프랑스의 도시와 농촌, 유산자와 무산자, 예술가와 혁명가, 부르주아와 매춘부, 맨발의 고아 소녀, 실업자와 노동자에 투기꾼까지 망라한 “시대의 질주”를 파노라마처럼 엮었기 때문이다. 골라 찾아 읽으시라고 하지 않겠지만 우연히 눈에 띄면 머뭇거리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하여간 그리하여 뤼도빅이 연인 막신에게 위키피디아 제작을 위해 자신의 약력을 알려준 것이 이러하다.

  “뤼도빅 에스캉드는 1972년 9월 4일 마르세유에서 태어났다. 소르본 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후 공연 예술에 전념했다. 쿠르 플로랑에서 배우 과정을 이수하고 ‘테아트르 15’에 입단했다. 1998년 7월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쥘리앙 바스티아니의 <유리 속의 악마> 공연에 참여했다. 1999년 테네시 윌리엄스의 극작품에 헌정된 에세이인 첫 책 <프롬프터>를 출간해 호평을 받았다. 아를에 있는 악트쉬드 출판사에서 2000년부터 편집일을 했다. 파리로 와서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콜렉션 팀장으로 일하며 직업적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구소련의 공연 예술 창작을 장려하는 NGO인 ‘국경없는 무대’를 2005년부터 지원하고 있다.” (p.13~14)

  이 내용이 진짜 위키피디아나 책의 앞날개에 나온 저자 소개보다 훨씬 자세하다. 작품 속에 ‘뱅상’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하는 친구는 공쿠르상을 받은 작가 실뱅 태송Sylvain Tesson과 함께 파리의 옥상탐험에 기둥뿌리 썩는 줄 몰랐다는 것만 추가한다. 파리의 옥상탐험? 아메리카와 유럽의 주로 피부색 허연 사람들이 종종 우리나라 고층건물에 올라가 체포된 일이 알려지기도 한다. 바로 그거. 대신 옥상탐험은 주로 밤에 이루어지며, 파리의 주거지 건물들은 높이가 서로 비슷하고, 예를 들어 화재 같은 사고가 날 경우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대피할 수 있도록 사다리나 철제로 만든 약식 계단 같은 것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니 한 번 옥상에 올라가면 지붕을 따라 한 구역 전체를 돌아다니거나 산책하거나, 지붕위의 바이올린을 켜거나, 가부좌를 켠 채 도를 닦거나, 건물을 지은 18세기부터 지금까지 이 섹터에서 살던 예술가, 소설가, 시인을 상기하며 그들의 작품을 낭송하는 꼴값을 떨 수도 있다. 심지어 탐험하는 시기가 겨울이라면 휴대용 난로와 약간의 땔감을 가지고 올라 약소한 캠프파이어를 즐기며 샴페인, 아니, 프랑스니까 샹파뉴를 즐기다가 흥이 오르기는 했는데 불이 꺼져간다면 양말부터 시작해 바지, 셔츠, 속옷까지 불태우며 몸을 녹일 수도 있는 거겠지. 정말 이런 장면이 책에 나온다니까.

  작중 등장인물이자 주인공 뤼도비크의 절친 뱅상, 실제 이름 실뱅 태송은 에스캉드와 함께 알고 지내는 의사이자 작가 크리스토프 뤼팽, 한 시절 암벽등반 세계챔피언 다니엘 뒤 락 등과 함께 다년간 암벽등반을 해, 주로 기어오르고 기껏 올라갔던 곳에서 줄타고 내려오는 일을 프로페셔널하게 했던 모양이다. 심지어 파리 시내에서 주거용 건물까지도.


  근데 문제는 이 건물이 주거용이라는 거. BNP 방크 나쇼날 드 빠리 같은 은행 건물, 프랑스 텔레비지옹 같은 국영방송국 건물에 기어올라도 문제가 될 터인데, 주거용 건물, 즉 아파트에, 한밤중에 창밖에서 수상한 인물이, 밤이니까 검은색으로 보이면서 저게 사람인지 악령인지 잠결엔 도무지 분간하지 못하는 형상이 미세한 소리를 내며 슥, 스쳐 지나가는 걸, 셔츠에 넥타이를 맨 슈트 차림이 아니라, 사랑하는 반려자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가벼운 샤워만 한 채 벌거벗은 채 자고 있다가, 무려 5층 창밖에 매달린 검은 형제를 보았을 때, 도대체 무슨 생각이 들겠는지 한 번 생각해보시라. 유럽 사람들은 우리와 좀 달라서 집, 방 안은 완전히 사적인 공간, 전쟁 중이라 적군의 공습이 없다면 굳이 커튼도 꼼꼼하게 치지도 않는데, 희미한 조명이 있는 창문 밖에서는 컴컴한 방 안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음에도 이건 공포 자체 아니겠나? 5층에 동동 떠 있는 검은 형상.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왔는 지 누가 알아! 심장 약한 사람은 그대로 심정지 상태로 접어들 수 있지 않겠어?

  당연히 뤼도비크와 뱅상의 야밤의 옥상탐험은 주민들에 의하여 몇 번 목격되고, 세상에 비밀이 어디 었어, 벽을 기어오르는 인간이 누구인지도 알려져, 당장 경찰에 신고해 범죄예방을 위한 기동대가 새벽 시간에 뤼도비크의 집 현관을 두드리는 일도 벌어진다. 그러나 뤼도비크는 자신과 뱅상이 누리는 한밤의 유희를 한사코 막으려 하는 파리 시민과 주민 공동체와 경찰력을 마땅하지 않게 생각할 뿐, 자신들의 행위가 다른 이들에게 불편과 위험을 초래하는지는 전혀 감안하지 않는다. 심지어 앞에서 말했듯이 바람부는 한 겨울 밤에 옥상 위에서 캠프파이어를 즐기며 랭보의 시를 읊었으면서, 불을 지피는 행위가 화재로 이어지고 그럴 경우 건물소유주와 세입자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불행과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도 별로 관심이 없다. 자신들이 어련히 알아서 불의 뒤처리를 했을까봐 난리를 친다고 지청구를 해댈 뿐. 이들의 행위를 견딜 수 없어서 드디어 누군가 아래와 같은 메시지를 갖고 뤼도비크의 집을 방문한다.

  “그래서, 일주일 전에 선생님이 이 건물을 기어올라가는 것을 목격한 우리가 경찰에 연락했다는 것을 선생님께 알려드려야겠다고 생각했죠. 제 말을 오해하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에스캉드 씨. 공동주택소유주협회의 이익을 위해서 그러는 겁니다. 여기에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습니다. 좋은 하루 되기를 바랍니다.”

  공동주택소유주협회 사람의 말이 뤼도비크는 놀랍지 않다.

  “달콤한 어조, 매뉴얼에 있는 용어, 교활한 의심, 요컨대 돈의 세계를 특징짓는 모든 속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뤼도비크 에스캉드와 뱅상은 책이 끝날 때까지 자신들의 야밤 건물 오르기와 옥상탐험이 공중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인식하지 못한다. 단 한 번도. 오히려 새벽이 오기까지 파리의 건물 옥상에서 바라보는 동화의 한 장면 같은 아름다움, 온갖 장애물을 벗어 던지고 본연의 활기찬 맥박을 되찾은 도시의 모습을 음미할 줄 모르는 우둔함을 한탄할 뿐.

  뭐 어떻게 하겠어? 그냥 그렇게 살아야지. 새벽 두 시에 5층 창문에서 방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보이는) 검은 형체로.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온 악령처럼. 그렇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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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3-24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상상하면 안되는데 벌써 상상이 되요 ㅎㅎ

Falstaff 2025-03-25 05:43   좋아요 1 | URL
ㅎㅎㅎ 진짜로 이런 경우 당하면 황당할 거 같습니다.
 
현대일본희곡집 10 현대일본희곡집 10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엮음 / 연극과인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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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별 다섯 개 못 찍었다. 대표작만 골라 실었으니 작품이 좋을 수밖에 없겠지. 희곡 읽는 일이 이렇게 즐거울 수도 있다. 욕설 없음. 폭력 없음. 벗기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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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3-24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았음
 
카이로스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예니 에르펜베크 지음, 유영미 옮김 / 한길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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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예니 에르펜베크의 장편소설 <그곳에 집이 있었을까>를 읽었다. 사실 <카이로스>가 부커-인터내셔널 상을 받았다고 해서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해놓고 기다리는 동안 일종의 에르펜베크 워밍업을 위하여 읽은 거라 해도 틀리지 않다. 오늘 <카이로스>를 마저 다 읽었는데, 두 작품의 문장은 비슷하되 어쩌면 달라도 이렇게 다를까? 나는 <그곳에 집이 있었을까>가 훨씬 마음에 든다. 작가가 <카이로스>를 통해 무엇을 말하는 지는 알 거 같은데, 4백쪽이 넘어가는 내내 나이 들고 사회적으로 명성이 있으며 당시 동독 기준으로 돈도 잘 버는 쉰세 살 먹은 소설가 한스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국영출판사에서 조판을 배우고 있는 열아홉 살 카타리나 양의 정상적이지 않은 사랑이 독자를 끔찍하게 괴롭힌다. 물론 저 뒤 에필로그에 가서 이 두 세대 간의 사랑과 사랑이라고 말하기도 껄끄럽고 화가 나는 학대 수준의 집착이 어떤 현상에 관한 은유인지 밝히고 있지만, 만일 예니 에르펜베크가 책의 제일 앞에 실린 “친애하는 한국 독자들에게”라는 제목의 서문을 충분히 기억한다면, 늙은 한스의 집착과 편집증의 정체를 책을 읽으면서 이 재수없는 은유의 정체를 내내 눈치채고 있었더라도, 그건 그거고 당장 읽기가 매우 피곤한 거는 피곤한 거다.

  책을 읽는 적지 않은 독자는 하필이면 서른네 살이나 많은 나이 든 남자와 어린/젊은 여자의 사랑이냐고 불평을 할 수 있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이런 기분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스스로 대표작이라고 일컫는 <해변의 카프카>에서 열다섯 살 소년 다무라 카프카와 카프카보다 서른여섯 살 더 많은 쉰한 살 사에키 여사와의 베드 씬을 읽을 때 기분과 같았을까? 도리스 레싱의 <그랜드마더스>, 사춘기 아들들을 서로 스와핑해서 대낮에 어린 소년과 섹스를 벌이는 두 여사님 이야기는? 같았겠지. 같았을 거라고 믿는다. 혹시 당신이 한스-카타리나 커플은 재수없고 카프카-사에키, 그리고 두 여사님 로즈, 일리안과 이이의 아드님들은 괜찮다고 생각했어도 뭐 그럴 수 있다. 당신 마음이니까. 생각하는 건 소리가 나지 않으니. 그러나 만일 나이든 남자여서, 늙은 남자라서 재수없다, 화가 난다고 말을 하거나 특히 글로 써 놓으면, 그건 성차별이고 노인 혐오이니 다시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동안 세상의 모든 차별에 대하여 반대한다고 주장해왔다면 조금 더.


  작중 두 주인공 커플은 1986년 7월 11일에, 비가 쏟아지는 동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에서 버스에 내려 비를 긋다가 만난다. 한스는 1933년생, 쉰세 살의 소설가. 카탈리나는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조판을 배우고는 있지만 앞으로 할레에 가서 상업미술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기껏해야 열여섯 살 반 정도로 보이는 1967년생 열아홉 살. 한스는 카탈리나가 태어나기도 전에 첫 소설을 출간한 중견 작가이면서 방송국 고정 프리랜서로도 문화 전반에 걸친 방송을 하지만 음악학을 전공해 주로 작곡가와 연주가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둔다. 스스로 히틀러 시대에 걸음마를 했다고 하고 1933년생이면 전쟁 말기에는 10대 소년으로 당연히 히틀러 소년단에 입단해 그를 민족의 영웅으로 추앙했을 것이라서, 어린 시절에 뇌 속에 박힌 전체주의적, 일인독재적 가치관 역시 한스의 어느 곳에선가 한 순간, 한 대상을 향해 발현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한스가 카타리나를 한 눈에 알아본다. 한스의 아내 잉그리트의 첫 연구실이 있던 대학에서 일하던 에리카 암바흐의 딸인 것이 틀림없다. 노동절 시위에서 엄마와 함께 소리를 지르던 아이. 그러나 한스는 모른 척한다. 카타리나는 헝가리 문화센터에 가는 길이다. 한스가 따라간다. 마치 자신도 그쪽으로 가는 것처럼. 문화센터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6시 5분. 5분 차이로 문화센터는 문을 닫았다. 둘은 마주보고 웃다가 헤어진다. 각자 조금 걸어가다가 한스가 커피나 한잔할까요? 제안하고 그렇게 한다. 카타리나는 조금이라도 나이들어 보이느라 평상시하고 다르게 설탕을 넣지 않은 블랙커피를 마신다.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스가 세상물정을 놀라울 정도로 많이 알고, 경험도 많고, 가본 곳도 많고, 지식이 넘쳐흘러, 결국 오늘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내자는 제안도 받아들인다. 한스의 집에는 마침 잉그리트가 아들 루트비히와 함께 친구 집에서 자고 오는 날이다. 한스는 자기 전공대로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 루빈스타인, 굴드, 하스킬이 연주하는 쇼팽과 바흐와 슈베르트, 그리고 모차르트를 들려준다. 다시 집에서 나와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먹고, 드디어 밤이 깊어, 둘은 당연한 듯이 다시 한스의 집으로 되돌아와, 6백개가 넘는 모차르트의 작품 가운데 하필이면 진혼미사곡 K.626을 올려놓아 드디어 Kyrie Eleison,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입당송이 흘러나오면서 카타리나는 두 손으로 이미 중년이 넘은 쉰세 살 한스의 얼굴을 잡고 키스한다. 가볍게, 아주 가볍게. 그러다 Kyrie Eleison의 합창이 하늘로 치솟는 순간에 맞추어 카타리나의 이가 한스의 살에 박힌다.

  하필이면 그 많고 많은 음악 가운데, 6백개가 넘는 모차르트 가운데 라단조 진혼미사가 흐르는 동안 이 커플의 첫 섹스도 흘러간다. 독자는 이때 알아차린다. 이 커플의 사랑은 결국 해피엔드로 마감하지 못할 것임을.

  프롤로그에서도 그랬다. 누군가 ‘그녀’ 앞에 앉아 묻는다.

  내 장례식에 올 거야? 침묵. 내 장례식에 올 거야? 다시 묻고, 내 장례식에 올 거야? 세 번 묻는다. 넉달 뒤 그가 죽었다. ‘그녀’는 피츠버그의 호텔에서 새벽 다섯 시, 그가 묻힐 베를린 시간으로 열 시에 인터넷에서 음악을 골라 듣는다. 모차르트 라단조 협주곡 2악장.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 아리아, 쇼팽 마주르카 내림가장조. 애초 이 커플, 특히 카타리나에게 고전 음악은 죽음 또는 그와 유사한 형태인 것이었는지 모른다.


  국영출판사에서 조판 배우기를 그만 둔 카타리나는 ‘프랑크푸르트 안 데어 오데르’의 극장에 무대미술 인턴으로 들어간다. 독일에 프랑크푸르트가 두 군데 있다. 차범근이 축구선수로 뛴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는 헤센 주의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이다. 카타리나가 인턴 생활을 한 곳은 폴란드와 국경을 맞댄 브란덴부르크 주에 속한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카타리나는 젊고 어여쁜 아가씨가 주말이면 기차를 타고 동베를린으로 와 한스와 데이트를 즐긴 다음에 다시 또 기차를 타고 프랑크푸르트 오데르로 간다. 이렇게 꼬박 일 년.

  사랑도 권력이 문제다. 카타리나의 넘치는 사랑을 한스가 너무 확실하게 알고 있었던 것. 사랑하는 것에도 경중이 있다면 더 많이, 더 진지하게, 더 철저하게 사랑하는 편이 상대방에 종속된다. 그런 것처럼 보인다. 카타리나의 사랑이 더 깊고 진지하고 처절한 것을 믿는 한스는 이제 카타리나를 가스라이팅하기 시작한다. 물론 한스도 아무 탈 없이 혼외 연애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아내 잉그리트가 이를 알고 집에서 쫓아내기도 하고, 이혼 직전까지 가기도 한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자신의 가정을 해체하는 건 절대 바라지 않는다. 이 작품이 이젠 유령의 모습을 한 채 독일 땅을 배회하는 히틀러 또는 전체주의의 영향 또는 피 내림의 은유라는 것을 감안하지 않고 다만 사랑 한 가지 측면에서 보자면, 한스는 천하의 잡놈이라 해도 조금의 변명을 구할 수 없다. 결정적 기점은 1년 동안 혼자 지내면서 오직 한스 한 명을 위한 사랑에 자신을 다 던져야 하는 카타리나에게 당연하게 한 젊은 남자가 접근을 하고, 잦은 시도 끝에 결국 한 번 밤을 지새웠으며, 이것을 카타리나가 한스에게 말로 알려주는 대신 끄적거린 낙서를 우연히 읽는 바람에 한스가 알게 된 일이다.

  독자는 안타까워 미친다. 어찌 보면 당찬 아가씨 카타리나가 싹 안면 거두고 한스한테 똑 부러지게 이별을 고하면 그것으로 끝장이 나거나, 아니면 한스가 팍 무릎 꿇고 한 번만 봐달라고 오히려 거꾸로 애원할 거 같은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나도 연애경험이 많지 않아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씬이지만 이런 경우도 있는 모양이지. 그리고 작품 목적상 그렇게 끌고 가야 마땅하기도 하다. 카타리나의 사랑은 한 어린 아가씨의 순진한 사랑 하나만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히틀러유겐트를 경험한 세대가 사회의 주도권을 쥔 시대 아래에서 성장한 그룹을 대표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아무리 그렇다 해도, 한스의 카타리나에 대한 가스라이팅, 역자 유영미는 ‘학대’라고 표현하기까지 한 것처럼, 그 말을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이런 장면이 심하고 심했다. 꼭 이렇게, 그리고 길게 써야 했을까? 안 읽어본 분은 모르겠지만, 한스가 자신이 쓴 문자를 남기는 것이 싫어서 카타리나가 해야 하지만 결코 스스로 받아들이지 않는 변명을 듣기 위한 질문을 카세트 테이프에 앞, 뒤 30분씩 한 시간 녹음을 해 전해주고, 카타리나의 육필도 읽기 싫어 그것을 타자로 친 문서로 받겠다는……. 말을 말자. 자꾸 생각난다.

  왜 영국의 유통업체였던 부커 리미티드가 이 작품에 부커-인터내셔널 상을 주었는 지는 이해할 수 있고, 일견 타당하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읽기 힘든 건 어쩔 수 없다. 출판사와 역자에게 미안하다. 나는 이 책을 다른 독자한테 추천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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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5-03-21 0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주 독후감:
월요일. 뤼도빅 에스캉드, 《밤의 몽상가들》
화요일. 오에 겐자부로, <M/T와 숲의 신비한 이야기>
목요일. 하산 알리 톱타시, <그림자 없는 사람들>
금요일. 이혁진, <누운 배>

건수하 2025-03-21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에 두 문단 읽고 자세한 내용은 제가 곧 이 책을 읽어야 해서 (책모임 책이라서) 건너뛰었습니다.
은유라고는 해도 53살과 19살의 사랑에 심란하고, 추천 안하신다고 하니 책에 대한 기대가 줄어드네요.

전 <모든 저녁이 저물 때>만 읽었는데, 그건 괜찮았는데 말입니다...

Falstaff 2025-03-21 16:05   좋아요 0 | URL
이 작품도 후졌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데요, 다만 읽기가 불편해서 그게 문제지요.

잠자냥 2025-03-21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리고 그 어린 애가 늙은이한테 빠지는 설정이 너무 처음부터 몰입이 안 되더라고요..... -_-

Falstaff 2025-03-21 16:10   좋아요 1 | URL
어린 애와 늙은이 연애는... 아니지, 소설 속에 많은 연애의 설정이 좀 황당하지 않아요? 전 어떻게 해서 그 시절에 데스데모나가 오셀로한테 넘어갔는지 아직도 잘 납득이 가지 않거든요. ㅎㅎ
 
태양제도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20
다와다 요코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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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ruko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 출판사 은행나무의 세계문학 에세 시리즈가 다와다의 삼부작을 모두 출간한 것이 의외다. 다와다가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 명단에 올라서 만약 정말로 노벨상을 받게 되면 졸지에 대박을 칠 것 같아서? 설마. 하긴 설마가 사람 잡는 법이니 모를 일이다.

  독자는 이 <태양제도>를 읽기 전에 <지구에 아로새겨진>과 <별에 어른거리는>을 먼저 읽어두는 것이 좋다. 좋아도 훨씬 좋다. 아니면 이들이 왜 Hiruko와 Susanoo의 모국으로 떠나는 여정을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Hiruko와 Susanoo는 일본 창세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이다. 신화 속 히루코는 蛭子, 거머리다. 일본 열도를 만든 여신 이자나미가 남신이자 오라비이기도 한 이자나기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면서 동침하자고 꼬여 낳은 딸. 이 때문에 1번 신의 노여움을 타 허약하고 살이 거머리처럼 흐물흐물한 육체를 지녀 부모가 갈대로 만든 작은 배에 태워 강에 떠내려 보낸다. 모세 같지? 이게 중요한 포인트. 작중 Hiruko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북유럽에 와 공부를 하는 동안 모국, 누가 봐도 일본이 틀림없는 나라는 쿠릴열도에서 이탈해 바다 속으로 사라졌거나 태평양 중심 쪽으로 확 이동해 버렸거나, 재수 없이 한 방에 일본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해 유라시아 대륙에서 바다로 흘러온 거대한 쓰레기 섬에 새롭게 정착했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냥 원래대로 있는데 Hiruko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모국에서 멀리 떠났지만 돌아가지 못하는 Hiruko의 신세를 다와다 요코는 신화 속에 버려진 거머리 여신 히루코와 병치하고 있다.


​  Hiruko는 언어를 공부했다. 스칸디나비아의 여러 언어를 정확하게 구사하기 힘들어 자기 스스로 ‘판스카’라고 하는 언어를 만들어 쓰고 있는데, 이 판스카를 쓰면 스칸디나비아 사람들과 상당한 수준의 대화가 통한다고 주장한다. 뭐 전생에 여신이었으니까. 이 판스카어 때문에 덴마크의 젊은 언어학자 크누트와 친해지고 드디어 3부에서는 같은 침대에 오른다. 기대하지 마시라, 하나도 안 야하다. Hiruko가 유럽에서 모어를 쓰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어떻게 듣는다. 프랑스 아를에서 스시 요리점을 동업했다는 나이 든 남자. 이 소식을 전해준 사람이 독일에 유학하고 있으며 지금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 전환이 진행중인 인도인 아카슈. 여행중에 만난 그린란드 출신 에스키모(이누이트족이라는 말보다 에스키모라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주장한다) 나누크는 독일에 공부하러 왔다가 나이 많은 여자 노라와 맺어졌지만 이제 정이 떨어진 상태. 이들과 함께 Susanoo를 찾아가는 것이 1부. 실어증에 걸린 Susanoo의 치료를 위하여 덴마크 병원까지 각자 알아서 출발해 도착하고, 병원에서 엉뚱하게 나누크의 성격만 개조하고는 Hiruko와 Susanoo의 모국으로 다 함께 떠나기로 하는 것이 2부이다.

  내 경우엔 1부 <지구에 아로새겨진>까지 읽고 말았으면 더 좋았겠다. 하여간 Hiruko와 Susanoo의 모국을 향해 떠나기로 결정한 이들은 2부 마지막에 배를 타고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대신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거쳐 인도도 경유하는 항로를 타기로 한다. 좀 미친 거 같지? 3부에 나온다. 왜 이런 미친 결정을 했는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려면 중동의 이슬람 국가와 해적으로 유명한 수단, 소말리아를 스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 언제 어디서 폭격을 맞거나 납치를 당할 지 누가 아느냐는 것. 그렇다고 희망봉으로 둘러가도 서부 아프리카를 둘러싼 지역에서 해적들의 습격이 없는 게 아니라 이 역시 안심할 수 없다. 그러면 어디로 가야할까? 거기에 대해서 3부는 아무 생각 없이 일단 배를 타고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하여 타게 된 네덜란드 국적선 ‘발트의 빛’ 호는 선명船名처럼 코펜하겐을 떠나 독일의 뤼겐 섬, 폴란드의 슈체친과 그단스크, 러시아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우리가 쾨니히스베르크라고 알고 있는 옛 프러시아 영토), 라트비아의 리가, 에스토니아의 탈린과 러시아 본토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쳐 핀란드의 헬싱키로 향한다. 도대체 발트해에서 어떻게 해로로 일본에 가겠다는 거야?


​  작품 자체가 신화 속 등장인물이 되살아나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히루코는 Hiruko로 변했지만 여전히 몸이 흐물흐물해져 갈대로 만든 배에 태워 멀리 흘려보낸, 쉽게 말해 버려진 딸이어서 Hiruko의 유럽 유학은 배우기 위하여 다른 나라에 머무는 유留가 아니라 버릴 목적으로 흘린 유流학이었던 셈이다. 언어를 공부하는 Hiruko가 애타게 찾은 Susanoo는 신화 속에서 히루코의 동생 스사노오이며, 무시무시한 완력과 잔인한 성격을 지닌 신으로 피륙 짜는 여인을 위협하다가 와중에 베틀의 뾰족한 곳으로 여인의 음부를 찔러 죽게 했다. 이 소설을 이성에 입각해 읽으면 Susanoo는 못해도 90살은 되어야 하지만 시간도, 환경도, 태양제도라고 일컫는 섬나라도 전부 비정상이라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편이 좋다. 작품의 전제 역시, 세상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가 하나씩, 하나씩 전부 이상 작동을 하는 바람에 세슘을 비롯한 방사능 물질이 몽땅 바다에 스며들어 먹을 수 있는 물고기는 한 마리도 없으며,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온난화가 극에 달해 육지 면적도 상당히 줄어든 상태이다. 등장인물 나누크의 고향 그린란드 역시 빙하가 거의 몽땅 녹아버려 주민들은 사냥 대신 농사를 짓는 상태인데, 그건 1부에서만 그런 모양이라서 발트해 주변의 항구도시인 뤼겐 섬, 슈체친과 그단스크, 칼리닌그라드, 리가, 탈린, 상트페테르부르크는 1도 손상없이 원형을 그대로 보전하고 있고, 생선요리도 다양하게 잘들 먹는다. 뭐 그렇다는 거다.

  도대체 어떻게 태양제도로 가려고 발트해 연락선을 탄 거야? 이제 남은 유일한 방법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내려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갔다가 거기서 다와다 요코가 20대 초반 대학 다닐 때 타본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으로 가서, 거기서 다시 배로 갈아타야 하건만, Hiruko와 Susanoo는 국적이 없으니 당연히 여권이 없고, 여권이 없으니 비자도 없고, 비자가 없으면 러시아 영토를 한 발자국도 밟을 수 없다. 얘네들은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흥분하지 말라. 신화 속 갓난 아기 히루코는 갈대로 만든 배에 태워져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멀고 먼 곳으로 버려졌다. 근데 Hiruko가 무사히 모국으로 돌아가면 거머리 아기 히루코 마음이 좋지는 않겠지? 히루코가 어디로 가든지 자기 발을 딛고 선 곳이 자기 집이었을 터. Hiruko도 러시아 땅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자기 스스로가 집이라고 선언한다. 그걸로 끝이다.

  <지구에 아로새겨진> 한 편만 읽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 책 속에는 모국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작가의 언어를 향한 그리움에 관한 시도로 읽는다면 꽤 근사할 수도 있었는데 말이지.


​  말이 나온 김에 한 마디. 독일에서 무수한 폐차가 나오는데 그걸 아프리카에 수출한단다. 아프리카로 가면 폐차의 부품을 떼어내 잘 굴러가는 승용차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얼핏 생각하면 좋은 일 아니냐고 하지만 이렇게 만든 차는 시동만 걸어도 불완전 연소한 매연이 엄청나게 뿜어져 나와 지구 온난화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문제는 화석연료. 방사능 오염의 위험이 있는 원자력도 더 이상 가동하면 안 됨. 그러면 남은 것은 청정에너지. 당연히 문제가 있다. 비싸다. 하긴 아무리 비싸봐라, 한남동, 청담동, 성북동, 평창동 사람들은 여전히 빵빵하게 에어컨 돌리면서 산다. 죽어나는 건 그저 없는 사람들뿐. 나라 단위로 봐도 마찬가지. 이미 산업화가 막바지에 접어든 유럽, 아메리카, 동아시아 같은 곳에서는 비싸도 화석연료를 감축할 수 있겠지. 그러나 아직 기아선상에서 벗어나지 못했거나, 개발 도상에 있는 나라는 그럴 여력이 없는데도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라고? 자기들은 첨단으로 발전하는 동안 실컷, 몇 백년 동안 질리도록 석유와 석탄을 태운 건 지나간 일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고, 돈 없고 힘없는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는 인류가 망할 때까지 이렇게 살라고? 

  이건 해결할 수 있다. 소위 선진국이 후진국의 먹고사니즘을 해결할 정도로 대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 그런데 여기에 더도 아니고 딱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선진국이 미쳤냐, 그걸 공짜로 해주게. 그럴 일 없다. 그러면서 없는 사람, 없는 나라가 부르주아, 있는 나라가 수백 년 간 했던 것처럼 싼 연료를 사용해서 발전 좀 해보려는데 왜 하라, 마라를 이야기하느냐 말이지. 다와다 요코의 Hiruko 3부작에 나오는 것처럼 바다에 거대한 쓰레기 섬이 생기고 바다 생물은 이곳에서 유출된 미세 플라스틱으로 멸종을 하거나, 차례차례 폭발한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물질이 스며들어 멸종을 하거나, 부지런히 배출한 화석연료 가스로 인해 평균온도가 한 10도 올라 남북극과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 지구가 아니라 해구가 되어 인류마저 멸종을 하는 단계까지 가야 비로소, 억지로, 그나마 각성을 할 거 같다. 말발타살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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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역超譯?

  헉! 세상에 超譯이라니, 어떻게 번역을 했기에 번역 이후의 문장이 번역의 한계를 뛰어넘은 초역超譯의 단계로, 진흙탕의 번뇌 가득한 속세에서 올림포스까지 기어 올라갔을까? 이렇게 말하면 이 책을 낸 출판사는 틀림없이 超譯이란 이러저러한 것을 의미한다고, 그것도 모르냐고 할 것이지만, 超譯은 국어 사전에, 일본어 사전에, 중국어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말이다. 즉 출판사 혹은 역자가 만든 단어일 터인데, 그게 아니라면 혹시 우리나라 최초의 번역, 초역初譯을 잘못 쓰신 거 아닌가 싶다. "필요한 부분만 뽑아서 번역한" 발췌 번역, 抄譯은 아닐 거 아녀?

 잘못 쓸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책의 표지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간판, 문패라서.

 잘못 쓴 게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의미로 표지에 超譯이라 했는 지, 사실은 궁금하지도 않다.

 걍 우리 말로 써도 충분할 텐데 뭐하러 굳이 한자어로.... 씁쓸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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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5-03-20 0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발췌번역 초월번역 의미로 쓴거 같아요. 철학자들 저서를 편집 (짜집기)한 원서 표지가 그래요.

Falstaff 2025-03-20 08:12   좋아요 0 | URL
핫, 그렇다면 발췌번역 抄譯이라고 쓰기 쪽팔려서 사전에도 없는 초월 번역이라고 하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은 다양한 방법으로 재미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