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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두 줄 만들었습니다. 내일 버릴 겁니다. 

  이번에는, 이 작자가 미쳤나, 싶은 책들도 좀 보인다,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올가 토카르추크 <태고의 시간들>, 움베르토 에코가 쓴 <푸코의 진자>를 버리다니 정말 미친 게 틀림없다, 라고요?황석영의 <객지>와 <장산곳 매>는 다른 전집류에 다 실려 있어서. 양선형의 <감상소설>은 많이 고민, 책장에 여유가 좀 있더라도 내치지는 않았을 터인데요. 모옌도 있고, 리영희 슨상님도 계시고 친애하는 김향숙 씨의 <겨울의 빛>도 끼었는데, 윽, 정세랑과 가즈오 이시구로, 코맥 매카시?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한테 이시구로와 매카시는 단지 시간 문제였습니다. 저는 두 양반을 정세랑, 김향숙, 리영희 선생, 모옌과 비교도 하지 않습니다. 뭐 제 마음인 것을요.

  케스터턴의 <브라운 신부 전집>은, 이제 보니까 1권만 읽고 별로 재미가 없어서 걍 처박아 둔 모양입니다. 띠지가 아직도 둘러 있으면 틀림없이 건들지 않은 거니까요. 이 책이 있었군요. 안 읽은 책. 크크크크....

  <세일즈 맨의 죽음>은 민음사에서 나온 다른 책이 있어서 금속활자본을 지하로 보냈고요, 레일라 슬리마니, 오르한 파묵의 책도 이번에 끼었네요. 파묵의 빨강머리는 요새 친애하는 이웃께서 읽고, 별로다, 해서? 후후...

  시모의 <릴라는 말한다>는 망설였습니다. 에이모 토울스는 다른 분 생각은 모르겠고 제가 읽기엔 별로라는 수준을 넘어 <모스크바의 신사>를 우연하게 잘 쓴 거 아닌가? 하는 마음까지 들게 했으니 당연히 여기 들어야지요.

  김애란과 김숨은 저도 좋아하는 작가이지만 그냥 그렇게 됐습니다. 강경애는 두 번 읽을 거 같지 않고요.

  <컬러 퍼플>이 후지다고요? 아닙니다. 제가 원래 소설가가 번역한 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문장이 너무 좋아서, 어색할 만큼 기가 막혀서 원작이 훼손된 느낌이 강하거든요.

  <마이 퍼니 발렌타인>은 왜 버릴까요? 너무 야해서? 그건 아닌데... 잘 모르겠습니다. 뒷발에 채인 거 같습니다. 야하면 좋잖아요, 안 그래요?


​  오른쪽 줄 맨 위에 Advanced Learner's Dictionary는 손때 묻은 겁니다. 저 영어 못해요. 특히 중딩 때 한 선생이 미우면 과목 자체가 하기 싫어지지 않습니까? 저한테는 지방 국립대 나온 영어 선생이 그랬습니다. 이후 정신차리고 영어공부 졸라 했는데 성적은 전혀 좋아지지 않더라고요. 당연하지요. 과목 자체가 싫으면서도 오직 점수/석차 올리려고 공부하는 게 이게 발전이 있었겠습니까. 수업시간에 자기 실력이면 설대는 걍 갔을 거란 얘기만 줄창 하던 인간. 그 선생이 제 인생 최고의 허들이었습니다. 이 영영사전도 손때가 겁나 묻었습니다만 제 영어는 거기가 거기더라고요. 뭐 인생이 다 그런 것이지요 ㅋㅋㅋㅋㅋㅋ. 애들 볶지 마세요. 안 시켜도 할 놈은 다 하고, 시켜도 안 할 놈은 다 안 합니다. 대신 다른 거 잘 하는 게 하나 정도는 있더라고요. 하다못해 부모한테 대드는 거라도. (아이고, 진짜로 말하건데, 이건 우리 집구석 얘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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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4-26 2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책 아까워서 안돼요 안돼요 안돼요 돼요 돼요...ㅋㅋ

Falstaff 2025-04-26 21:22   좋아요 0 | URL
이왕 벌어진 일, 확 해버리는 게 낫잖습니까. 저도 마음이 좋지는 않답니다. ㅎㅎㅎ

망고 2025-04-26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왓 아까워요ㅠㅠ 버린다고 내놓으면 누군가 새주인이 나타났으면 좋겠어요ㅠㅠ

Falstaff 2025-04-27 06:02   좋아요 1 | URL
아내가 당근에 내놓으면 가져갈 사람 있다고 하네요. 일단 현관에 내놓기만 해야겠습니다.

hnine 2025-04-26 2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버리는 거 잘 해요^^ 비워야 또 채울수 있지요.

Falstaff 2025-04-27 06:0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미련하게 짊어지고 있는 것보다 낫습니다. ^^

우끼 2025-04-26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태고의 시간들과 푸코의 진자.. 업어오고 싶네요 ㅠㅠㅠ
양선형 소설이 망설여질정도로 좋나요??

Falstaff 2025-04-27 06:05   좋아요 0 | URL
양선형, 읽은 지 오래라 다른 누구와 기억이 헛갈렸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 이렇게 헛갈려도 그걸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면 버려도 괜찮을 거 같지 않으셔요? ㅎㅎㅎ

꼬마요정 2025-04-26 2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이 책들의 자리를 다른 어떤 책이 차지하게 될 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ㅎㅎㅎ

Falstaff 2025-04-27 06:05   좋아요 0 | URL
이젠 책 안 살거라, 책장에 숨 쉴 공간이 생기는 거에 만족합니다. 수제 책장이라서 가로목이 막 휘어져요. ㅜㅜ

건수하 2025-04-27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체스터튼 전집 저도 1권 읽고 그 다음부터 재미없어서 안 읽었어요 ^^ 그래도 가지고는 있는데…

Falstaff 2025-04-27 15:45   좋아요 1 | URL
앗, 이런 댓글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나요!
저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ㅋㅋㅋㅋ

2025-04-27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4-27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