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틀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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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의 소설을 쭉 읽다보면 유독 튀는 작품이 있다. 그게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말이다.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님의 8번째 책 『보틀넥』은 대학시절 구상했던 아이디어지만, 당시 필력으론 완성할 자신이 없어 마음속에 담아 두었다가 28세에 완성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간 써온 청춘 미스터리 소설의 방점이자 좋은 의미로 튀는 작품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도진보’는 일본 중서부에 위치한 바닷가이다. 서두에서 주인공은 여자친구가 추락사한 절벽을 찾았다가 해풍에 떠밀려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그곳은 자신이 살던 세계가 아닌 닮은 듯 다른 평행 세계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 대신 존재하는 누나를 만나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단서를 추적한다. 둘의 대화 속에서 선택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점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하나씩 밝혀지는 진실이 미스터리 해결의 즐거움과 동시에 청춘소설, 성장소설의 씁쓸함을 표현하는 점이 인상깊다.



<보틀넥을 제거할 수 있을까?>

제목이기도 한 ‘보틀넥’의 의미는 166p에 설명된다. <병이 좁아진 목 부분이 물의 흐름을 방해한다. 그에 빗대어 시스템 전체의 효율 개선을 저해하는 부분을 보틀넥이라 부른다. 전체의 향상을 위새서는 우선적으로 보틀넥을 제거해야 한다>

평행 세계에 살고 있는 누나는 주인공이 원래 세계로 돌아갈 힌트를 찾아보자며 ‘틀린 그림 찾기’를 제안한다. 닮은 듯 다른 두 세계가 어떤 부분이 틀린지 그리고 그러한 차이가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비교하며 이야기는 나아간다. 추리/미스터리 작가이지만 SF적 요소를 가져와 돋보이는 무대를 만든 의미가 여기에 있다.

존재할리 없는 누나, 그리고 이쪽 세계에서는 살이 있는 여자친구. 그러한 혼란 속에서 다시 한 번 무능감을 느끼는 주인공을 보다보면 선택과 결과의 ‘인과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주인공은 여자친구와 형의 죽음, 가정 불화 등으로 삶의 동력을 잃은 인물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는 그의 말버릇은 그래서 더 아프게 다가온다. 그런 그가 인생을 되돌리기 위해 혹은 전환시키기 위해 제거해야할 ‘보틀넥’은 무엇일까? 소설을 읽으며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이 작품의 미스터리 축인 이유이다.



 <인생은 언제나 후회의 연속이다>

살면서 후회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특히 미성숙한 학창 시절, 이불킥 할만 한 기억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보틀넥』의 주인공 ‘사가노 료’ 또한 그런 삶을 살아 왔다. 하지만 그의 감정을 보듬어 줄 사람은 없었다. 철저한 무력감이 자리한 이유다. 

그런 그가 평행 세계로 넘어가 위로를 받는다. 하지만 위안 받는 상대가 자신을 대신해 존재하는 ‘누나’였다. 그래서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서로를 비교하는 순간이 괴롭다.  여자친구가 왜 죽었는지, 그리고 왜 부모님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는지 깨닫기 때문이다.

그런 진실과 무력감을 가진채 주인공은 마지막 장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다.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보틀넥』의 책장을 덮고 나서 여운이 남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전까지 작가님이 써왔던 청춘 미스터리 소설 <고전부 시리즈>, <소시민 시리즈>는 사춘기 특유의 자의식, 무능감 속에서도 밝은 에너지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보틀넥』은 철저하게 주인공의 존재를 부정한다. 독자에 따라 읽기 힘든 부분일 수 있다. 유머가 거의 배제 된 작품이기에 더욱 그렇다. 취향의 문제이니 감안해서 선택해야겠다.

『보틀넥』은 갈림길에 대한 소설이자 작가님의 분기점에 해당한다. 그간의 청춘 미스터리 소설 총괄이자 세계관 1기의 완결 의미도 담고 있다. 다음 작품인 『인사이트 밀』(2022, 요네자와 호노부, 엘릭시르)로 더 넓어진 무대, 다양한 인물과 주제가 이를 증명한다. 

밝은 소설은 아니지만, 어렵지 않는 구성, 탄탄한 주제 의식과 여운은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님의 추천작으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선택의 가치, 삶의 결과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고 싶은 분에게 독서를 권해본다. 



PS.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님의 팬이라면 책은 읽지 않더라도 끝부분에 실린 일본의 미스터리 평론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해설은 꼭 읽어보자. 한층 더 작가님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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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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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 청춘 미스터리 소설의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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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탑의 살인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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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우연히 읽게 된 치넨 미키토 작가님의 ‘병동 시리즈’(가면 병동 2017, 시한병동 2018)는 미국의 슬래셔 영화를 연상 시키는 킬링 타임으로 적당한 소설이었다. 하지만 큰 감흥이 없었기에 이후  작가님과 연이 닿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데뷔 10년 차에 출간 한 『유리탑의 살인』이 일본 대표 추리작가들에게 극찬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현직 의사 겸 작가로 그간 의학을 토대로 미스터리/서스펜스/감동 장르의 소설을 쓰던 분이 갑자기 본격 추리소설을 썼다기에 반신반의 했다. 
《설원 위에 우뚝 솟은 유리탑. 미스터리 애호가이자 성공한 의사는 명탐정, 형사, 미스터리 잡지 편집자, 영능력자, 미스터리 작가에게 세상을 놀래킬 깜작 발표가 있다며 이들을 초대했다. 그런데 그는 발표를 앞두고 살해 당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살인사건. 고립 된 유리탑에서 과연 명탐정은 범인을 찾아 낼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 이런 장르에 익숙한 독자일수록 식상한 요소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반성했다. 선입견의 무서움을 새삼 깨달았다. 이 책은 추리소설 팬을 위한 요소가 가득함과 동시에 충격의 반전을 선사하는 걸작이었다.


<클리셰를 극한까지 다듬어 완성한 소설>
본격 추리 소설을 처음 읽기 시작한 건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중, 고등학교 시절 셜록 홈즈, 아르센 뤼팽 시리즈,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 등을 탐독하며 추리/미스터리 소설에 입문한 뒤 자연스럽게 일본 추리소설을 접하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본격 추리 소설이라 불리는 ‘지적, 논리 추리게임’은 무료함을 달래는 최적의 장르였다.
하지만 반복 되는 배경, 황당한 설정, 트릭을 위해 무시되는 개연성과 황당함 때문에 언젠가부터 멀리하게 되었다. 『유리탑의 살인』도 그러한 분위기가 연상되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관 시리즈’를 오마주 한 ‘유리탑’이란 명칭부터 추리 소설의 정석과도 같은 직업의 등장인물, 눈사태로 마비 된 도로와 통신(클로즈드 서클) 그리고 암호 미스터리는 반가움과 동시에 따분함을 불러 일으켰다. 전개 또한 범인이 서두에 공개하는 도서倒敍 추리소설로 시작해, 연속 밀실 살인사건이라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이어진다. 트릭 자체도 크게 어렵지 않아 일부 독자는 충분히 알아챌 만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클리셰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다듬어 인물과 배경에 매력을 더하고 다음장을 넘기게 하는 필력에 여러모로 감탄했다. 그리고 이러한 클리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본격 추리 소설 매니아를 위한 테마파크>
『유리탑의 살인』에서 인용 된 작품 43편이다.(리드비 출판사 링크, 개인 체크) 전부 열거 할 수 없지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점성술 살인사건』, <관 시리즈>, 『Y의 비극』, 『용의자 X의 헌신』, 『리라장 살인사건』 등 동서양 추리 소설 역사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작품이 소개 된다. 단순히 언급 되는 작품도 있지만, <관 시리즈>처럼 주요 배경의 오마주와 트릭으로 사용되는 소설도 있다. 이중 미번역 된 9작품을 제외하고 34편 중 내가 보유한 책은 31권이다. 대부분을 읽었다는 말이다. 
예쁜 표현은 아니지만, 쉽게 말해 나 같은 추리 쓉.덕.들이 환장할 떡밥이 가득했다. 끊임 없이 제시되는 복선과 반전에 대한 힌트는 덕후들로 하여금 한 문장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본격 추리 소설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대로 이런 요소에 익숙해지면 지루함을 느끼는 요소이다. 그러한 식상함을 이겨내고 일본 추리 소설 대가들의 극찬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해결 파트이다. 
200X년(스포 방지)개봉하여 영화계의 한 획을 그은 어떤 작품이 생각나는 반전을 가진 후반부를 읽고 전율하지 않을 독자가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작가가 직조해낸 설정 그리고 메타 소설에 대한 완벽한 이해에서 파생된 결과물에 감탄이 나온다. 한마디로 본격 추리 소설의 극한을 표현해냈다.

 



먼저 이 서평을 쓰기 위해 최대한 흥분을 가라앉히고 써서 이정도라는 점 양해 바란다. 아마 읽자 마자 썼다면 여러모로 심각했을게 분명하다. 3번 정도 읽으니 조금 진정되어 키보드에 손을 올릴 수 있었다.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12층이나 되는 유리탑에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설정, 등장인물의 과장 된 만화적 개성은 독자에 따라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단언컨데 최근 몇 년 동안 읽은 최고의 본격 추리 소설이었다. 아니 일본 본격 추리 소설 역사를 통틀어도 TOP5 안에 들어간다.(리드비 출판사로 부터 책을 지원 받았지만, 재미없는 책은 반려하는 B블리오다. 믿으셔도 좋다)
그렇다면 조금 예민한 문제. 이 책을 사도 될까? 개인적으론 추리/미스터리 소설의 팬이라면 살포시 권해본다. 지금 읽어도 좋지만, 몇 년 뒤 추리 내공이 쌓여 다시 읽으면 분명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매니악해서 입문자에겐 선뜻 권하기 어렵지만, 동서양 추리/미스터리 소설을 찍먹 해본 분이라면 강력히 독서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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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10미터 앞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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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베르푸 시리즈>의 3편을 소개하게 되었다. 워낙 꾸준히 작품 내는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님이라 언젠가는 4편이 나오지 않을까 희망회로를 돌려보지만, 현재로선 3편이 마지막이다. 

『진실의 10미터 앞』은 사회파 추리소설로 분류할 수 있어 화려한 트릭이나 충격의 반전은 없다. 대신 기존 시리즈 독자를 위한 소소한 선물이 준비되어 있다.


<소설에서 ‘1인칭 시점’이 가지는 매력>

학창 시절 그렇게 재미없었던 소설 이론(시점, 묘사법 등)은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기 시작하며 그 가치를 알게 되었다. 저자가 왜 이 작품에서 특정 시점을 사용했는지 생각하며 소설을 읽는 재미는 직접 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진실의 10미터 앞』은 총 6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다. 1편을 제외하고 2~6편은 모두 사건에 얽힌 타자의 시선 혹은 사건의 당사자 1인칭으로 펼쳐진다. 1인칭이 가지는 장점은 화자의 속내를 모두 알 수 있다는 장점과 어떤 인물을 주관적+객관적 시선으로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매력을 지닌다. 전작 『왕과 서커스』에서는 주인공 ‘다치아라이 마치’의 1인칭으로 진행되었는데, 『진실의 10미터 앞』은 다른 이들의 관점에서 마치를 표현했다. 이런 방식 덕에 시리즈를 보아온 독자는 인물 서사에 입체감 느낄 수 있다. 소설을 잘 읽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러한 차이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한 단계 성숙한 독서가 가능해진다.



6편의 작품 중 흥미로웠던 단편은 책날개에 소개 된 3번째 단편 ‘고이가사네 정사’ 편이다. 고등학교 커플이 동반 자살을 했는데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 한 사람은 다리에서 뛰어 내렸고, 한 사람은 칼에 목을 찔려 사망했다. 일반적인 동반 자살의 경우 같은 장소에서 발견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건은 평범하지 않았다. 거기다 커플이 독극물까지 마셨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건은 더욱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이외에 작품들은 크게 인상 깊거나 울림을 주는 작품은 없지만,  『안녕 요정』을 읽은 독자를 위한 소소한 선물같은 단편이 실려있다. 2번 째 단편 ‘정의로운 사나이’는 학창 시절 친구이자 『안녕 요정』 주인공 ‘모리야 미치유키’가 등장한다. 직접적으로 이름이 표시되진 않지만, 주인공을 ‘센도’라 부르는 장면에서 눈치 챌 수 있다. 

5번째로 소개 된 ‘나이프를 잃은 추억 속에’는 『안녕 요정』에 등장했던 ‘마리야 요바노비치’의 오빠가 등장한다. 일본으로 출장오게 된 그는 어릴적 동생이 왜 마치를 그렇게 칭찬하고 좋아했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의 취재 현장에 동행한다. 마리야에 대해 이야기 하는 둘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전작 『왕과 서커스』에서 ‘저널리즘’에 대해 답하지 못했던 그녀가, 서른 넘어 자신만의 해답을 보여주는 장면은 묘한 감동 전달한다.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 신념 등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이러한 작품에 오글거림을 느끼는 독자라면 <베르푸 시리즈>는 여러모로 추리/미스터리 소설의 범주에 넣기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이런 작품도 좋아한다. 장르가 다를 뿐이지 ‘틀리진’ 않았다. 꼭 추리/미스터리 소설이라 해서 죽고 죽이는 장면이 등장하고, 화려한 트릭, 반전이 있어야 좋은 소설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소설은 결국 ‘사람’에 대해 말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이런 추리/미스터리 소설도 있어야 한다. 화려한 트릭, 자극적인 사건에 익숙한 추리/미스터리 소설 독자라면 한 번쯤 <베르푸 시리즈>를 손에 들어보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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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탑의 살인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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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데 최근 몇 년 동안 읽은 최고의 본격 추리 소설이다.
아니 일본 본격 추리 소설 역사를 통틀어도 TOP5 안에 속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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