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의 모든 것 - 신비주의, 마법, 타로를 탐구하는 이들을 위한 시각 자료집
피터 포쇼 지음, 서경주 옮김 / 미술문화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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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소장한다는 건 내 공간을 내어준다는 의미다.
나의 경우 좀 많이 내주어 온방이 책으로 뒤덮여 있다. 이렇다 보니 정기적으로 책장을 정리한다. 당시에는 재밌게 읽었지만 다시 볼 것 같진 않은 책, 언젠가 읽어야지 하고 구매했지만 세월이 지나 가치가 떨어진 책, 무언가에 홀린 듯 구매한 책등 각양각색의 이유로 떠나보낸다. 하지만 절대 버리지 않고 오래도록 소장하고픈 책도 많다.

『오컬트의 모든 것』은 암스테르담 대학에서 사상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같은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는 피터 포쇼의 저서다. 오컬트외 신비주의 종교 관련 책을 여러 권 집필했는데 국내에는 처음으로 번역되었다. 크게 1~3부로 나뉜 책은 1부에서 오컬트 관련 기초 학문(점성술 · 연금술 · 카발라)를 다루고, 2부에서 오컬트 철학을 이야기한 뒤, 3부에서 오컬트의 부활을 다룬다.


<미지의 신비. 완벽한 오컬트 입문서>
오컬트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이다. 특히 서구권에서는 예술계, 문화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와 연금술을 주제로 다양한 그림을 그린 살바도르 달리가 있고, 오랜 기간 사랑받은 미국 드라마 <슈퍼내추럴>은 천사와 악마를 소재로 했으며 <해리포터 시리즈> 또한 오컬트와 연관이 있다. 국내에서는 2023년 연말 개봉하여 천만 관객을 동원한 「파묘」가 대표적이다. 단순히 '신비하고 오묘한 무엇'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 역사가 긴 만큼 배울 점도 많고 활용 방안도 다양하다.

국내에도 관련 책이 몇 권 나왔지만 만족할 만한 건 많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출간된 『오컬트의 모든 것』은 입문자와 전문가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책이다. 큰 판형의 책과 컬러 사진 덕에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 좋고, 기초 학문과 역사를 다루기에 오컬트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3부에서 현대에 다시 오컬트가 각광받는 이유를 분석하는데 창작자에게 특히 도움 될 부분이다.


<미술 서적 전문 출판사의 역량>
책을 잘 고르는 팁 중 하나는 출판사를 확인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출판사는 한정된 자원 안에서 자신만의 방향성을 가지고 책을 출간한다. 책이 몇 권 없을 때는 티가 나지 않지만 쌓일수록 역량이 드러난다. 『오컬트의 모든 것』의 출판사인 '미술문화'는 1990년대부터 책을 펴낸 곳으로 미학 · 예술론 · 동서양 미술 · 한국미술 · 패션 · 공예 · 디자인 · 건축 등을 다룬다. 한마디로 베스트셀러가 될 확률이 낮은 주제의 책을 취급하는데, 그럼에도 꾸준히 신간을 출시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자체가 출판사의 역량을 보여주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전 같은 출판사에서 구매한 알릭스 파레의 『악마』도 그렇고 이번에 협찬받은 피터 포쇼의 『오컬트의 모든 것』을 읽으며 높은 만족도를 느꼈다. 디자인, 판형, 번역, 구성까지. 독자가 원하는 니즈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장르소설 마니아로서 소장하고픈 책이 생기는 건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꽉꽉 들어찬 책장을 정리하고 공간을 만드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지만 좋은 책을 들이기 위해선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법이다. 『오컬트의 모든 것』은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책이다. 토막상식을 늘리기에도 좋고 관련 장르를 더욱 깊이 이해하기에도 적합하며 무엇보다 창작자에게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지식을 레벨업하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을 권한다.

(미술문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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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과 부동명왕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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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월드를 모아둔 책장을 볼 때면 항상 뿌듯합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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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마스터 클래스 - 작가와 작품의 모든 것을 담다
베브 빈센트 지음, 강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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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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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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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5편으로 전작과 마찬가지로 1139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전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려 하는 낌새가 보이는 혼란스러운 당시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이번 작품은 본편 이야기와 별개로 캐드펠의 어린 조수로 등장했던 마크 수사의 성장과 캐드펠 수사의 과거 이야기를 살짝 엿볼 수 있다는 관전 포인트를 담고 있다.



<범인 찾기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작품>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여타의 추리소설과 달리 '범인 찾기'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추리소설하면 떠오르는 후더닛(범인은 누구인가?), 하우더닛(어떻게 죽였는가?), 와이더닛(왜 죽였는가?)을 충분히 다루고 있지만 화려한 트릭이 등장한다던가 범인의 정체에 관한 충격적 반전이 있는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 추리소설을 즐겁게 읽는 방법 중 하나는 당시 분위기와 상황을 상상하며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또한 왜 남작이 살해당하였는지, 그리고 범인은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 추리하고 주요 등장인물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유추하다 보면 자연스레 인간의 본성에 대해 고찰하는 계기가 된다. 주인공인 캐드펠 수사가 종교인이라는 점도 한몫하는데, 이 작품을 볼 때는 추리소설적 장치보다는 '인물'에 집중할수록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감동이 있는 역사 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으며 공통적으로 느낀 감정은 '감동'이다. 내전으로 사람을 죽고 죽이는 상황이 너무나 흔한 그 시기에 사랑하은 사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서로를 도와가며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에서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 할지라도 서로를 의지하며 극복하는 모습에서 인류애를 느꼈다.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는 이러한 감동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작품인데, 저마다의 사랑과 신념으로 행동하는 모습에서 일종의 경건함이 전해진다.

주로 세인트자일스 병원과 캐드펠이 머물고 있는 수도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오가는데, 순수하지만 무모해 보이는 연인들을 위해 캐드펠 수사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이 그들을 돕는 모습에서 묘한 쾌감을 느낀다. 지금 봤을 때는 고리타분하고 말도 안 되는 관습도 그 당시에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거부란 선택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기에 얻을 수 있는 감정이다.



시리즈물을 연속해서 읽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지만 '몰입'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상의 독서법 중 하나다. 특히 <캐드펠 수사 시리즈>처럼 역사 추리소설이라면 등장인물과 함께 더 큰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다.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그런 장면은 많지 않지만 잘 우려낸 홍차를 마시는 듯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게 <캐드펠 수사 시리즈>다. 이어질 그들의 여정을 손꼽아 기다린다.



(북하우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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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의 역사 - 파블로프에서 한국전쟁 그리고 소셜 미디어까지
조엘 딤스데일 지음, 임종기 옮김 / 에이도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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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종교인 등은 대중을 현혹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한다. 그중 하나가 날조 · 선동과 같은 '가짜 뉴스'다. 그래도 이전에는 많은 인적 자본이 필요해서 한계가 뚜렷했는데, 최근에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사진과 영상 제작이 더 쉬워져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이런 행위는 '세뇌'로 볼 수 있다. 일부 사람들은 이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 하지만 좁게 볼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반의 문제로 접근해야 사건 ·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세뇌의 역사』는 1976년부터 1985년까지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를 지냈으며, 미국 대통령 정신건강위원회 자문 위원을 역임한 저명한 정신의학자 조엘 딤스데일의 저서다. 현재 그는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 정신의학과 석좌교수 재직하며, 스트레스, 잠, 삶의 질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악의 해부』 『생존자들, 희생자들 그리고 가해자들: 나치 홀로코스트에 관한 에세이』 등이 있으며, 이번 책은 나치 전범들의 심리를 분석한 『악의 해부』에 이은 두 번째 번역서다.



<세뇌는 정말 가능할까?>

작년 읽은 일본 추리소설 『명탐정의 제물』의 소재는 미국의 사이비 교주 짐 존스에 의해 일어난 집단 자살 사건이었다. 책을 읽을 당시에는 '정말 이 정도로 쉽게 사람들이 세뇌를 당한다고?'라는 의문을 가졌다. 평범한 사람이 봤을 때 세뇌 당한 사람들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다. 비상식적인 언행에서 불쾌감마저 느낀다. 그런데 조엘 딤스데일 저자의 『세뇌의 역사』를 읽고 나면 나 또한 언제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심이 든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 전쟁과 관련해 벌여졌던 참혹한 세뇌의 역사를 다루고, 2부에서 범죄자와 종교집단이 어떻게 세뇌를 다뤘는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3부에서는 21세기에 벌어지고 있는 세뇌를 언급하는데 1~3부 모두 유익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인문학 책임에도 높은 몰임감을 느낄 수 있다.



<한국전쟁, 스톡홀름 증후군, 사이비 종교의 집단 자살, 쇼셜미디어와 가짜 뉴스>

『세뇌의 역사』를 읽으며 가장 놀랐던 부분은 '세뇌(brainwashing)'라는 용어가 한국전쟁 이후 만들어졌다는 부분이다. 책에서 한 챕터를 차지할 만큼 상세히 다루는데, 우리 역사에 있어 너무나 아픈 기억이 세계 심리학 역사에 있어 중요한 한 페이지였다는 게 씁쓸하다. 

이외에도 인질이 범인에게 동조하고 감화되는 비이성적인 심리 현상을 뜻하는 '스톡홀름 증후군'과 세뇌의 대표적 사례 각종 사이비 종교 단체의 집단 자살 사건. 그리고 현대의 가장 큰 화두 쇼셜미디어와 가짜 뉴스에 대해서 저자만의 분석을 엿볼 수 있다. '본인의 자유와 의지에 무관한 다른 생각을 갖게 하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에서 펼친 책은 궁금증 해소를 넘어 생각의 확장을 불러온 수준 높은 인문학 책이다.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1년에 몇 권씩 지식과 지혜가 확장되는 경험을 한다. 이 느낌을 잊을 수 없어서 포기하지 않고 책을 읽는데, 『세뇌의 역사』는 2024년 하반기 인문학 서적  베스트 목록에 당당히 올릴 수 있는 책이다. 자칫 편향된 주장을 펼칠 수 있음에도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균형 있게 '세뇌'의 역사를 되짚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류의 잔혹한 역사와 전쟁 · 종교의 양면성을 깨닫는다.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가짜 뉴스'에 대한 저자의 걱정이었다. '취약한 인간의 정신을 조작하기 위해 현대의 인지과학, 신경과학, 행동과학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라는 문장이 무겁게 다가온 이유다.



(에이도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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