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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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5편으로 전작과 마찬가지로 1139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전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려 하는 낌새가 보이는 혼란스러운 당시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이번 작품은 본편 이야기와 별개로 캐드펠의 어린 조수로 등장했던 마크 수사의 성장과 캐드펠 수사의 과거 이야기를 살짝 엿볼 수 있다는 관전 포인트를 담고 있다.



<범인 찾기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작품>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여타의 추리소설과 달리 '범인 찾기'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추리소설하면 떠오르는 후더닛(범인은 누구인가?), 하우더닛(어떻게 죽였는가?), 와이더닛(왜 죽였는가?)을 충분히 다루고 있지만 화려한 트릭이 등장한다던가 범인의 정체에 관한 충격적 반전이 있는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 추리소설을 즐겁게 읽는 방법 중 하나는 당시 분위기와 상황을 상상하며 왜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또한 왜 남작이 살해당하였는지, 그리고 범인은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 추리하고 주요 등장인물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유추하다 보면 자연스레 인간의 본성에 대해 고찰하는 계기가 된다. 주인공인 캐드펠 수사가 종교인이라는 점도 한몫하는데, 이 작품을 볼 때는 추리소설적 장치보다는 '인물'에 집중할수록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감동이 있는 역사 추리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읽으며 공통적으로 느낀 감정은 '감동'이다. 내전으로 사람을 죽고 죽이는 상황이 너무나 흔한 그 시기에 사랑하은 사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서로를 도와가며 위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에서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 할지라도 서로를 의지하며 극복하는 모습에서 인류애를 느꼈다. 『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는 이러한 감동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작품인데, 저마다의 사랑과 신념으로 행동하는 모습에서 일종의 경건함이 전해진다.

주로 세인트자일스 병원과 캐드펠이 머물고 있는 수도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오가는데, 순수하지만 무모해 보이는 연인들을 위해 캐드펠 수사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이 그들을 돕는 모습에서 묘한 쾌감을 느낀다. 지금 봤을 때는 고리타분하고 말도 안 되는 관습도 그 당시에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거부란 선택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기에 얻을 수 있는 감정이다.



시리즈물을 연속해서 읽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지만 '몰입'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상의 독서법 중 하나다. 특히 <캐드펠 수사 시리즈>처럼 역사 추리소설이라면 등장인물과 함께 더 큰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다.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그런 장면은 많지 않지만 잘 우려낸 홍차를 마시는 듯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게 <캐드펠 수사 시리즈>다. 이어질 그들의 여정을 손꼽아 기다린다.



(북하우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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