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의 서 - AI 시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 것인가
손태장 지음, 김은혜 옮김 / 위키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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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Open-AI에서 공개한 ‘GPT-4o’ 시연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2024년 초까지만해도 적당한 보조 도구로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처럼 실시간으로 업무를 도와주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경외심이 드는 한 편 두려움도 앞섰다. 이제 정말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인문학 추천 도서  『모험의 서』는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글로벌 사회 기업가 손태장의 저서이다.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표지만 보면 청소년 소설 혹은 판타지 소설처럼 보이지만, 필자가 마르셀 뒤샹, 장자, 파울루 프레이리, 마하트마 간디 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철학 인문학서로 볼 수 있다.


<AI시대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인문학서 『모험의 서』는 우리 사회 전반의 교육 제도의 문제점으로 시작한다. AI 시대를 이야기하면서 뜬금없이 왠 ‘교육’인가하는 할 수 있는데, 궁극적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AI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를 찾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책에 집중할 수 없고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각 장의 끝에 정리된 질문과 답변을 먼저 훑어보길 바란다. 『모험의 서』는 연속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관심 가는 대목을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현실과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말>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허무맹랑’이었다. 참신하고 좋은 내용이지만 실제로 적용하기엔 허들이 높았다. 그럼에도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질문이 많아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세상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기에 현실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런 사회가 점점 인간을 기계화 시키고 삭막한 사회로 만들어 간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모험의 서』는 AI시대,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는 책이다.



독특한 의견을 담고 있는 책이다. 독자에 따라 허황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인식의 전환을 맞이할 독자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한다. 책을 읽는 목적은 다양하다. 그중 하나가 좋은 질문을 얻기 위함이다. 『모험의 서』는 저자가 제시한 질문이 80가지나 된다. 나는 이중 몇 가지를 골라 한동안 탐구할 생각이다. 격변의 시대, 삶의 방향을 고민 중인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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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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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만족감'은 독서를 지속하는 강력한 동기 중 하나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바란다. 특히 지적 성장은 인간만이 가지는 독특한 특성이기에 가치가 더욱 크다. 지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은 많다. 철학 · 역사 · 요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느낄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 과학이다. 인류 역사와 함께한 성장한 과학은 과거에는 생각도 못 했던 일을 너무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빛만 존재했던 건 아니다. 광기에 사로잡힌 과학자가 인류애를 거부한 채 벌인 수많은 만행은 역사 속에서 되풀이되어 왔다.


『과학 잔혹사』는 과학과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샘 킨의 저서이다. 〈뉴욕 타임스〉, 〈뉴 사이언티스트〉 등에 글을 기고했으며, 2009년에는 미국과학작가협회 특별상을 수상했다.


과학 서적 전문 출판사인 해나무는 2011년부터 샘킨 작가의 책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데, 주기율표에 얽힌 광기와 사랑을 다룬 『사라진 스푼』을 시작으로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 『뇌과학자들』,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 등 하나같이 흥미로운 주제의 책을 번역해 주어 신뢰도가 높다.


<과학자는 언제 어떻게 인간성을 망각하는가>

소제목으로 쓰인 문구는 신간 도서 『과학 잔혹사』를 관통하는 문장이다. 약탈과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속에서 인간성을 유지한 채 후대에 존경받는 사람이 된 사람과 질타 받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해적질 · 노예 무역 · 시신 도굴 · 살인 · 동물 학대 등 목차만 보아도 소름 돋는 이야기가 많다.


책 전반에 걸쳐 범죄를 저지른 과학자들의 공통점은 '집착'이다. 이러한 감정이 광기로 확장되며 한 마디로 눈에 보이는 게 없는 상태가 되는데 그들은 더 이상 인간이길 거부한 인간이 된다. 『과학 잔혹사』가 좋은 책인 이유는 과학사의 뒷이야기를 다루면서 인간의 욕망을 언급하기에 훌륭한 인문서의 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두껍지만 지루하지 않다>

『과학 잔혹사』는 528쪽이다. 판형도 큰 편이라 한 손에 들면 무게감이 느껴진다. 독자에 따라 덜컥 겁이 날지도 모르겠다. 겁먹을 필요 없다. 가독성이 좋아서 술술 읽힌다. 저자가 스토리텔링에 신경을 쓴 티가 많이 난다. 각각의 이야기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흥미로운 사건을 적절히 배치했기에 어려움 없이 한 챕터를 끝낼 수 있다.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한 번에 읽기보다는 조금씩 나눠서 읽어도 좋고, 소제목을 보고 관심 가는 이야기만 읽어도 괜찮은 독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NPR 사이언스 프라이데이라는 곳에서는 이 책을 <마치 스릴러 소설 같다. 단, 전제가 있다. 이 책의 모든 범죄는 과학의 이름으로 저질러졌다>고 평가했는데, 『과학 잔혹사』를 읽다 보면 크게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장르소설, 그중에서도 추리/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자극적인 사건을 다루지만 샘 킨 저자의 완급조절 덕에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없었고, 무엇보다 만능으로 여겨지는 과학을 신성시해선 안 된다는 진실도 깨달았다.

내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즐거움' 때문이지만 과학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지적 만족감'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희열감이 있다. 흥미로운 과학책을 찾는 모든 분에게 이 책을 권한다.

<해나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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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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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일본 1티어 소설가는 누구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최정상 일본 작가는 ‘요네자와 호노부’다. 주제 · 문장력· 인기 · 평가 · 수상 경력 · 판매량 등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빙과』로 등단한 이래 30권 가까이 책을 출간했는데, 이중 분기점이 되는 게 오늘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다.


추천 추리소설 『덧없는 양들의 축연』(儚い羊たちの祝宴)은 일본 기준 2008년, 한국 기준 2010년 출간된 연작 단편소설이다. 이전 출간되었던 저자의 <고전부 시리즈>나 <소시민 시리즈>와 달리 잔혹동화풍의 환상 · 호러 미스터리가가 이색적이다.


<마지막 한 줄의 전율>

『덧없는 양들의 축연』(儚い羊たちの祝宴)은 5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 · 북관의 죄인 · 산장비문 · 다마노 이스즈의 명예 · 덧없는 양들의 만찬’인데, 1~4편까지의 이야기가 5편과 연결될 때 이 소설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각 단편의 전개와 결말은 독자에 따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지만,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의 유려한 문장, 생동감 넘치는 묘사, 구성 덕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더불어 기존 작품과 다른 저자의 주제의식 확장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아는 만큼 보인다>

추천 추리소설 『덧없는 양들의 축연』(儚い羊たちの祝宴) 속 각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바벨의 모임’이란 상류 계층 여학생만 가입할 수 있는 독서 모임 소속 회원이다. 자연스레 다양한 책이 언급되는데, 요하나 슈피리의 『알프스 소녀 하이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처럼 잘 알려진 소설부터 요코미조 세이시의 『밤 산책』, 스탠디 엘린의 『특별 요리』 같은 하드한 작품도 등장한다.


몰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저자가 숨겨둔 장치를 이해하려면 줄거리 정도는 알고 보면 좋다. 특히 마지막 단편 「덧없는 양들의 만찬」에 등장하는 「특별 요리』는 꼭 한 번 읽어 보길 권한다.


나의 요네자와 호노부 덕질은 어느덧 9년 차를 맞이했다. <고전부 애니메이션>으로 입문한 뒤 원작 도서 『빙과』를 시작으로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저자의 작품을 읽고 있는데, 매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재능과 노력에 감탄하고 있다.

추천 추리소설 『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저자 프로필에서 중요한 지점에 위치해있다. 초기의 일상 미스터리 혹은 최근작 『야경』, 『흑뢰성』만 맛본 분이라면 이 작품을 통해 요네자와 호노부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확인하길 바란다.

(엘릭시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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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4.봄호 - 81호
김태현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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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는 올해로 81호째를 발행한 국내 최장수 추리 전문 잡지이다. 2024년 봄호는 강렬한 붉은 계열의 표지가 인상적인데, EOM JU 작가님의 작품으로 킬러 쌍둥이가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으로 창작했다고 한다.


<논픽션과 신인상>

올해 읽은 글쓰기 관련 책 중 인상 깊었던 건 『논픽션 글쓰기 전설들』(조문희 외 3인, 서해문집, 2024)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논픽션 작가 12명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데,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흥미를 가질 만한 책이다.

그런데 아직 논픽션의 재미나 가치를 느껴보지 못한 분이라면 『계간 미스터리 2024년 봄호』에 실린 특집 르포르타주 ‘인스타그램 주식 여신’을 통해 논픽션 세계에 발을 들여보자.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

더불어 이번 호 신인상 공모전에는 흥미로운 SF 미스터리 단편이 선정되었는데, 현직 방송작가로 활동 중인 분의 작품이기에 신인답지 않은 완성도가 돋보인다.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를 즐겁게 읽은 분을 위한 선물>

지난해 화제를 모은 소설 중 하나는 정세랑 작가의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이다. 『지구에서 한아뿐』, 『보건교사 안은영』, 『피프티 피플』 등 SF, 판타지 색채가 강한 작품을 쓰던 저자가 처음으로 도전한 역사 미스터리 소설로 반응이 좋아 속편 출간이 예정되어 있다.

추천 잡지 『계간 미스터리 2024년 봄호』에는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를 집필하게 된 계기와 캐릭터 구성 방법, 이전 소설과의 작업 차이, 정세랑 작가가 생각하는 추리소설의 매력과 추천작이 실려있다.


올해 <계간 미스터리 서포터즈>는 잡지 홍보뿐만 아니라 자문단 역할도 겸한다고 한다. 오랜 기간 <계간 미스터리>를 모아온 독자로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다. 추리/미스터리 장르에 관심 있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한다.

<나비클럽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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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유희
이가라시 리쓰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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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법정물의 대가 존 그리샴을 처음 만났다. 어려운 용어가 많아서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는데, 차갑게 휘몰아치는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 금방 저자의 팬이 되었다.

이후에도 종종 법정물, 법정 스릴러 장르의 소설 · 영화 · 드라마를 챙겨봤는데 막상 주변에 추천하기는 망설여졌다. 난이도가 있고 취향을 타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입문자를 위한 괜찮은 법정 스릴러 소설을 발견했다.


『법정유희』는 1990년 도호쿠 대학 법학부 출신의 현직 변호사인 이가라시 리쓰토의 2020년 데뷔작이다. 전도유망한 엔터테인먼트 신인 작가에게 수여하는 일본의 메피스토상 제62회 만장일치 수상작이기도 한데, 2023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호평을 받았다.


<신념이 느껴지는 데뷔작>

이가라시 쓰토무 저자는 대학 진학 당시에는 특별한 목적 없이 법학부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공부를 시작하니 법률이 재밌고, 그 속에서 세상을 대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다만 법률 용어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어떡하면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소설을 통해 법률의 재미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이러한 저자의 가치관은 『법정유희』가 1 · 2부로 나누어진 구조에서 알 수 있다. 1부에서는 주요 인물들의 대학 시절 ‘무고 게임’에 초점을 맞춰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2부에서는 1부에 일어난 핵심 사건을 법정에서 어떻게 다루는지 묘사한다.


내가 이 소설을 높이 평가하는 건 억울하게 뒤집어쓴 죄를 뜻하는 ‘원죄(冤罪)’라는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지만, 전개 방식이 세련되어 책장이 잘 넘어가기 때문이다. 책 표지에 있는 천칭이 여러모로 잘 어울리는 법정물이다.


<복선을 찾아라>

추리소설 읽는 방법 중 사건 진상을 직접 추리하는 일과 저자가 숨겨둔 복선 찾기는 내가 좋아하는 독서법이다. 『법정유희』에도 다양한 복선이 배치되어 있다. 1부는 단편 본격추리소설 느낌의 두 사건이 등장하고, 2부는 법정물의 색채가 강한데 그냥 읽어도 좋지만 적절하게 숨겨진 복선을 의식하며 읽으면 해결 파트가 더욱 짜릿하다.

약간의 힌트를 주자면 1부 첫 번째 무고 게임에서는 ‘회식 안내문과 접착력’을, 2부에서는 ‘용담꽃과 동해보복’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법정물 · 법정 스릴러 마스터 피스는 『파계재판』(다카기 아키미쓰, 검은숲, 2014, 절판)과 『타임 투 킬』(존 그리샴, 시공사, 2005)이다. 하지만 두 작품은 입문자에게 권하긴 조금 난이도가 있다.

그런 점에서 『법정유희』는 편하게 권할 수 있는 작품이다. 몇몇 설정에는 의문이 생기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추리 마니아의 기준이고, 재미 · 주제의식 · 법정 스릴러의 매력 3박자를 고루 갖췄다는 점에서 강력 추천한다.


<리드비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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