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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의 두건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인간의 가면을 벗기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전쟁만큼 폭력적인 것도 없다. 죽고 죽이는 상황에서 본성이 나온다. 누군가는 잊고 있던 사랑을 찾고 누군가는 재물을 탐낸다. 많은 소설이 이를 소재로 인간군상을 표현하는데, 캐드펠 수사 시리즈 2편 또한 탁월한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줄거리>
1135년 헨리 1세가 사망하고 3년 뒤인 1138년. 영국은 내전으로 불안한 정세가 지속되고 있었다. 캐드펠 수사가 머물던 슈루즈베리와 수도원도 안전할 수 없었는데, 스티븐 왕의 군대가 이곳을 습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비군 포로 아흔 네 명이 처형 당한다. 이에 수도원장은 캐드펠에게 시신 수습을 부탁하는데, 이 과정에서 신분을 알 수 없는 의문의 시체 한 구가 발견되고 사태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매력 포인트>
식상한 표현이지만 역사 추리소설 『시체 한 구가 더 있다』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 ‘생생한 묘사’를 빼놓을 수 없다. 1100년대, 중세 영국이란 낯선 배경에서 일어나는 사건 · 사고를 다루는데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이 보아도 금방 몰입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주인공 캐드펠 수사를 비롯하여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넘치는데, 그 덕에 2편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는 1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보다 더 많은 사람이 등장함에도 구분이 쉽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캐드펠 수사가 범인을 찾는 과정은 여느 추리소설과 비슷하지만 그 과정이 작위적이지 않고 실제로 그 당시 있었을 법한 일이라 현실감이 넘친다. 최고의 역사 추리소설 시리즈로 손꼽히는 이유 중 하나다.
<가짜 페미니스트가 읽어야 할 소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1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과 마찬가지로 2편 『시체 한 구가 더 있다』에도 매력적인 여성 등장인물 고디스 애더니와 얼라인 시워드가 등장한다. 고디스는 어떤 이유로 남장을 한 채 캐드펠 수사 밑에서 잡무를 도우며 성을 빠져나갈 기회를 엿보고 있고, 얼라인은 작고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가문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기사도 정신이 일반적이었던 중세 유럽이 배경이란 점에서 수동적이고 단편적인 여성을 그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앨리스 피터스 작가는 둘에게 저마다의 서사를 부여해 직접 생각하고 행동하는 입체적인 인물을 만들었다. 자신이 뭐든 할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 잡히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남성)과 힘을 합쳐 역경을 해쳐 나가는 장면이 이 소설의 숨은 추천 포인트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편.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는 1편과 전혀 다른 플롯과 전개를 보여준다. 1편에서 캐드펠이 어떤 사람인지 집중적으로 보여줬다면, 2편에선 당시 혼란스럽던 영국을 배경으로 실제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그렸다. 이 과정에서 보여 주는 인간군상이 탁월한데, 1편보다 더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다수 등장하여 읽는 재미를 더한다.
‘범인이 누구인가’ 보다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기에 극적인 장면이 많다. 1994년 방영된 드라마 시즌 1의 1화의 원작으로 선택 받은 이유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장점 중 하나는 전편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해당 시리즈가 궁금한 분이라면 2편부터 읽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북하우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