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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기술 -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출신 식품회사 연구원의 메뉴개발 바이블
권혁만 지음 / 제이알매니지먼트 / 2023년 8월
평점 :
좋은 요리책이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요리책이란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1. 다양한 독자를 포용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쓰였다.
2. 뇌피셜이 아닌 객관적 근거로 쓰였다.
3. 레시피의 구체적 수치가 표기되어 있다.
몇 가지 더 추가하고 싶지만 그러면 범위가 너무 좁다. 하지만 이렇게 줄였음에도 좋은 요리책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최낙언 저자의 <맛 시리즈> : 『맛의 원리』, 『물성의 원리』, 『물성의 기술』, 『향의 언어』와 헤럴드 멕기의 『음식과 요리』, J. 켄지 로페즈 알트 『더 푸드랩』, J. 켄지 로페즈 알트의 『더 웍』, 파이돈 프레스의 『실버스푼』, 로라 로우의 『맛』, DK 출판사의 『사이언스 쿠킹』, 츠치다 미토세의 『스시 사이언스』, 곤도 후미오의 『튀김의 기술』 등을 꼽을 수 있다.
다만 이 중 1번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책이 몇있다. 한마디로 범용성이 낮다. 그런 점에서 오늘 소개하는 책은 세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했다.
『맛의 기술』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benu에서 Chef de Partie(주방장, 부주방장 바로 아래 직급으로 코스 요리의 조리를 담당하는 레스토랑의 중심축이다)로 일한 뒤 현재는 식품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권혁만 저자의 책이다.
<미슐랭 레스토랑과 식품 회사>
요리계에 있어 미슐랭 레스토랑과 식품 회사는 정반대에 위치한다. 전자는 수익보단 극강의 맛 · 비주얼 · 구성 · 인테리어 · 서비스 등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선물하는데 집중하고, 후자는 가성비와 수익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한 곳에 취직하기도 어려울텐데 요리책 『맛의 기술』의 권혁만 저자는 두 곳을 모두 경험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국산의 힘>
서두에서 소개한 좋은 요리책의 저자 대부분은 외국인이다. 책 속에 담긴 레시피나 재료 역시 해외 제품이 많다. 한 마디로 그림의 떡이란 뜻이다. 그런 점에서 『맛의 기술』은 국산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각 목차 사이에는 간단 고추(양념장), 다시마 소스 레시피, 냉면 육수 농축액처럼 업장은 물론 일반 가정에서도 유용한 레시피가 소개된다. 몇몇 재료를 제외하곤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국내 시판 되고 있는 제품(ex : 연두, 다시다, 치킨 스톡, 굴소스, 된장, 간장, 고추장 등)에 대한 풍미/특징을 정리해두어서 매우 유용하다.
좋은 책에 대한 서평을 쓸 때 가장 힘든 점은 분량 조절이다.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 많아서 신경 쓰지 않으면 주절주절 글이 길어진다. 『맛의 기술』은 어떻게든 2,000자 이내(Q&A 제외)로 줄이느라 덜어 낸 부분이 많다.
저자는 이 책이 외식업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집필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요리와 음식에 관심 많은 모든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매일 같이 먹는 음식이 다르게 보이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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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요리책의 유일한 단점은 표지다. 일반적인 요리책과 달리 한 장의 미술품이 그려져 있어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어떤 비화가 있다. 저자에게 직접 들은 답변 전문을 아래에 남긴다.
Q : 표지 삽화는 아시는 분의 작품인가요? 요리책 치고 특이한 표지인데 숨은 있이 있나 궁금합니다.
A : 삽화 속 그림 뿐 아니라 전 8장 삽화로 삽입된 작품 8수는 모두 '박상은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그림에 대한 꿈을 꾸시면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시던 분인데, 홍대 거리를 걷다 우연히 알게되었고.. 꿈을 쫓는 분들을 개인적으로 응원하는 마음을 늘 갖고있어, 제가 주인이 될 작품, 제가 값을 매긴다고 생각하고 장당 20만원에 구매했답니다 ㅎㅎ
표지 그림의 표면적 의미는 책 내용중에 있는데, 향이 없다면 인간은 닭과, 돼지와, 소를 구분할 수 없다는 내용과 관련이 있습니다! '향은 지방에 녹고, 지방을 기술적으로 100% 분리할 수 있다면 인간은 닭고기와 돼지고기, 쇠고기를 구분할 수 없다는, 맛과 향을 분리해 인지해야 한다'는 내용과 관련있습니다! 내면적으로는 '과학과 예술의 결합'에 대한 열망입니다 ㅎㅎ(컬러와 상징으로 둘러쌓인 아인슈타인) 예술과 과학의 결합은 스티브잡스도 중시했던 가치이지요..!
업계 하이브리더인 제 기준에는 요리는 예술이고 식품은 공학이거든요! 제 존재가 두 분야의 결합을 대표하고, 맛의 기술 역시 두 분야의 결합을 시도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Q : 어떤 독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집필하셨나요?
A : 외식업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습니다!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중졸 자영업자도 이해할 수 있게끔, 문장이 길어지더라도 쉽게 읽히게끔 전문용어를 최대한 배제하려 노력했거나, 알아야 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주석을 달았습니다! ㅎㅎ
타겟은 학벌 무관 외식업 자영업자였습니다! 가장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분들은 비스트로를 운영하시는 셰프님들 같더라구요! 아무래도 창의성을 욱여넣을 메뉴들을 많이 선보일 수 있어서요 ㅎㅎㅎ 이 분들은 5장을 가장 유용하게 보시고,
또, 일반적인 식당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4장의 감칠맛 증폭공식을 가장 유용하게 활용하시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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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일 셰프 추천사>
외식업이라는 낮은 문턱의 산업에서 예쁜 디자인, 기발한 마케팅 툴, 정교한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적용해 여러 업장들을 이끌어왔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하고서는 아무리 좋은 기술들을 적용해봤자 외면당하는 아이템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수없이 봐왔습니다.(중략)
권혁만 셰프의 『맛의 기술』은 사업, 학문, 연구 차원에서 외식업에 접근하는 모든 분들을 위한 길잡이가 될 에센셜 한 책입니다. (중략) 외식업이라는 바다로 항해하실 분들은 나침반처럼 꼭 곁에 두시기를 바랍니다.
※저자로부터 책만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