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들판 - 완결편 견인 도시 연대기 4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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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선택을 한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사람들은 그 선택의 앞에서 누구나 '나'를 먼저 생각한다.
내게 좀 더 이익이 되고 내가 좀 더 많은 편한 쪽으로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가끔, 어떤 사람들은 나를 위한 선택이 아닌, 대의를 위해 자신을 초개처럼 벌이는 선택을 한다. 나보다 다른 이들을 위해 선택을 결정하는 그들을 우리는 '영웅'이라 부른다. 대부분 소설의 주인공들은 영웅이다.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서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이 세상을 바꾸는 단초가 되는 과정을 우리는 소설을 통해 보고 싶다.(현실에 없으니 소설에서라도 보고 싶다규!!!!!) 유비의 의형제들은 위기에 빠진 '한'을 구하기 위해 전쟁터 한가운데로 돌진해갔으며 달타냥과 삼총사들은 프랑스를 전쟁에서 구하기 위해서 리슐리외와 싸움에 돌입한다. 무릇, 소설 주인공들의 운명은 이렇다. 내가 없는 삶, 다른 이를 위해 나를 버리고 또 다른 세상을 구해 나가는 길.


 

그런데 이 책 '견인도시 연대기'에 이런 인간들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젠장!!!!!
이 책을 처음 본 건 벌써 2년 전 겨울, 시리즈의 포문을 연 <모털엔진>에 그야말로 반해버렸다. 인간이 지구 궤도에 핵폭탄을 날리고 검은 버섯구름이 모든 하늘을 덮어버린 후 3천년 뒤, 그때도 인간은 지구를 지배하며 살아남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 오랜 세월 후에도 그들의 문명은 우리네와 그리 다르지 않다. 살아 남기 위해서 세상을 가꾸는 대신 빼앗고 사냥하는 것을 선택했다. 도시들이 바퀴를 달아,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더 작은 도시의 문명과 과학을 독식한다. '도시진화론'으로 명명되는 이 사회에서는 말 그대로 '적자생존'이라는 지금의 진화론을 잘못 해석한 대로 크고 강한자만 살아남는다. 그래서 모든 도시들은 몸짓 부리는데 혈안이 돼 있다.


 

세계관 만으로도 이 소설과 사랑에 빠지기 충분했다. 마치 다른 도시들을 사냥하는 견인도시는 생산과 분배보다는 투자와 교역을 통해서 다른 나라의 재화를 손쉽게 뺏아으려는 이른바 '다국적 기업'과 너무나 많이 닮아 있었다. 적자생존을 운운하며 다른 도시들을 파괴하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그들에게 눈쌀을 찌푸리며 우리의 주인공 톰과 헤스터가 이 도시진화론의 허구를 파헤쳐주길, 신자유주의 무역에 염증을 느끼는 나는 톰과 헤스터를 열열이 응원하기 시작했다.

이거 뭐지??


<모털엔진>에서 위기에 빠진 어린 소년 소녀를 구해지고 그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살아 남을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준 안나 팽이 허무하게 죽고 만다. (왜 내가 좋아라하는 캐릭터는 이렇게 쉽게 죽냐고!!!!) 그리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올드테크(60초 전쟁 전의 기술문명)을 가지고 사냥꾼도시들의 우두머리가 되고 싶어하다 스스로를 파괴하고 마는 런던에서 살아남은 헤스터와 톰은 영웅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


나를 위해, 내 사랑을 지키기 위해 얼음 도시를 적들에게 팔아넘긴다. (<사냥꾼의 현상금>에서) 난 헤스터의 그 영약하고 계산적인 선택에 이 책을 집어치웠다. 이런 인간들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보고 있다고!!!! 소설에서까지 그런 선택을 하는 인간에게 감정이입하기 싫어!!!!


 

그리고 마지막 책이 나오고 이 책을 본 (이 책의 제공자이기도 한) 웬수뎅이가 마지막 권에서 모든 것을 용서할 만큼... 이 책은 가치가 있다는 말에.... 심신이 어지러웠던 나는 그 가치를 찾아서  다시 이 시리즈 <견인도시연대기>를 시작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가 익히 소설에서 원하는 주인공스러운 영웅 따위는 나오지 않는다.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처럼 자신의 능력에 의해서 보통 사람의 삶을 빼앗겨 징징거리는 초등력자들도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의 주인공 중 하나인 톰의 무능력과 우유부단함에 보는 독자들은 울화통이 터지고, 헤스터의 영악함하고 계산적이며 가끔은 잔인하기도 한 성격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리고 헤스터를 꼭 닮은 그의 딸 렌은 몇 번이나 이 책을 집어 던지고 싶게 만들었고 (사냥꾼의 현상금에서의 헤스터의 행동은 렌에 비하면 약과다. 이 열 다섯살의 소녀는 정말이지 못 되먹었다. 거기다가 개과천선도 하지 않는다. -_-+ 소설이나 현실이나... 자식들이란, 오늘 어버이 날인데.. 나부터 반성해야겠군)

그나마 내가 시리즈 내내 가장 사랑했던 캐릭터 '안나 팽'은 무려 세번이나 죽음을 맞이한다. (안나 팽이 세 번이나 죽을 정도로 나쁜 짓을 했냐규!!!!! 이 작가야)


 

보는 내내 심드렁했고 읽을 가치가 없다면 이 책의 제공자 웬수뎅이한테 궁시렁거리고 말꺼라며 다짐을 했건만... 마지막 다섯장을 남기고 나는 이 <견인도시연대기>의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었다.

나는 기억하는 기계다...


 

늘 자신만의 가치판단은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고, 구해주겠다, 지켜주겠다는 약속은 늘 허공 속을 떠다니는 메아리가 되고 마는 선택을 하게 되는 완전하지 않은 우리. 잘 못된 선택은 언젠가, 내일 당장이 아니라도 긴 세월 후에 뜻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그 결과로 새로운 삶의 장이 열리며 그 순간은 묵묵히 굳굳히 견뎌내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가르친다. 누구나 자신의 던진 부메랑을 절대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교훈쯤은 다른 소설에서도 얼마든지 나오며.. 거기다가 그 못되 쳐먹은 헤스터 모녀와 덜 떨어지고 우유부단한 톰을 참아내기 부족하다. 거기다가 소시오 패스 패니로얄 님로드까지 나오고 내가 사랑하는 안나 팽을 세번이나 죽이기 때문에.... 이 책은 정말 중간중간 참기 힘들다.

내가 이 책을 2000페이지 가까이 되는 4권의 책을 참고 읽고, 거기다가 가치를 두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기억을 간직한 기계, 스토커와 스토커 팽 때문이다.

 

스토커 팽은 안나의 기억을 매개로 한 인조인간이다. 다른 모든 기억을 잃었지만 안나는 죽음의 강을 되 건너 오는 여정 끝에도 지구를 푸르게 만들고 싶다는 자신의 생전의 소망은 절대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 소망을 현실화 시키기 위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과정의 결백성 따위는 개한테 줘버리고 지구를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한다. 안나가 지키고 싶었던 사랑은 지구였다.

그리고 상처입은 어린 소녀를 키우고 사랑했던 또 하나의 스토커. 이 모든 과정을 개입하지 않고 관찰자로 남으며 한 소녀의 모든 것을 기록했던 스토커. 다른 이를 해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누군가를 키우고 가르치며 사랑하게 되고, 결국 홀로 남아 그 모든 것을 그리움으로 간직하게 될 스토커의 한마디 '나는 기억하는 기계다'에서 나는 이 책을 용서(?)하기로 했다.


누군가, 우리의 세상도 하나하나, 완벽하지 않지만 맘 속으로 갈등하며 스스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우리 사람들이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하는 그런 기계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세상이 너무 어지럽다. 내가 사랑했던 한 정치인의 모습이 나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아주 이기적인 선택을 한 그녀에게도, 그것이 그녀 나름의 최선이라는 걸, 그녀는 슈퍼 영웅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 인간일 뿐이라는 걸, 그리고 그 이기적인 선택을 한 그녀의 삶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불러 올지 스토커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하는 기계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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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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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털어놓자면 난 북 유럽을 읽는게 힘들다.  주인공 이름들도 입에 붙지 않고 그들이 묘사하는 피오르해안가도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지명도 낯설고.. 읽는데 영미 문학이나 일본, 중국 문학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소설들은 영미소설과는 다른 매력을 지녔고 그들이 써내는 소설들(헤닝 만켈이나 스티그 라르손 소설)을 찾아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일단 읽는 데는 힘들었나? 아니... 주인공 이름이 쉽다. 해리, 라켈, 카트리네 등등 지명이 생소한 것을 제외하고는 주인공 이름도 외기 쉽다. (북유럽 소설을 볼 때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 <너무 친한 친구들>이랑 <밀레니엄>시리즈는 주인공 이름이랑 지명 외우는데 너무 힘들었다구) 또한 사건도 인물도 빠른 속도로 질주하면서, 독자를 금새 매료시킨다. 꽤 두꺼운 책이지만, 읽는데 큰 무리 없이 훅훅 읽힌다. 점점 기묘해지는 사건의 진실을 찾아서 독자는 금새 작가가 쳐 놓은 덫에 걸리고 만다.

그러나 이 책 <해리 홀레> 시리즈가 계속 된다면 다시 읽고 싶으냐고? 글쎄다...

이야기는 재미있었지만 구성은 그리 빼어나지 않다. 사건도 북구의 얼음을 배경으로 스노우맨의 엽기 살인을 이야기 하지만, 신선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완벽하게 짜 놓은 5000pcs의 조작퍼즐을 맞추는 느낌이랄까? 꽉 짜인 구성 속에서 속도감 있게 치고 나가는 해리라는 캐릭터도 복수를 위해서 10여년을 참고 준비했던 카트리네라는 캐릭터도 장기판의 처럼 느껴졌다. 사건의 구성도가 너무 치밀해서, 저 아름답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사건의 무게감에 개성을 상실하고 만다.

 

살인자를 잡을 때까지 채워지지 않는 갈증으로 늘 알콜 주위를 기웃거리는 해리의 그 갈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겠고 (시리즈 중간부터 봐서 그런가?) 라켈과 해리의 관계도 동방 예의지국의 예절을 배운 나에게는 좀 당황스럽기만 했다. 사건의 구성도 늘어놓은 용의자들을 해리의 천부적인(?) 재능으로 하나씩 빼 나가며 범인과 마주하게 되는 시츄에이션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액션도 스릴도 추리도 조금씩 부족한 소설!

그냥 난 그렇게 읽었다구....

근데 액션, 스릴러, 추리도 100점짜리였던 살인자의 섬도 무난한 영화로 만든 스콜세지와 디카프리오가 이 영화는 어떻게 만들까? 하는 기대감이 조금은 남게 되는 책 <스노우 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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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아내 - 상처와 기만 집착으로 얼룩진 사랑
로버트 굴릭 지음, 공보경 옮김 / 팩컴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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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참사로(트위터계에서는 참사로 정리되는 모양이다. 그래 참사다) 재밌는 책이 읽고 싶어졌다.
읽는 내내, 왜 우리가 새누리당에게 표를 몰아줬을까 하는 생각이 나지 않을만큼
내 삶의 고단함을 잃어버릴만큼 쉽고 재밌는 책...
내 손에 쥐어진 책은 <스노우맨>과  이 책 <위험한 여자>였고  스노우맨 대신 나는 위험한 여자를 골랐다.
(북구 책은 주인공 이름을 외기 어렵다. 아무래도 일본책이나 영미책만큼 익숙하게 접하는 책이 아니니까.. 캐릭터 이름 외기도 귀찮을 만큼 참사의 휴유증이 컸다)

이 책은 내 바램대로 한번에 쑥~~ 읽힌다.
그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아주 좋은 장점이다.

그런데 이 책은 내 바램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골랐을 때는 시대극,1907-8년 위스콘신 시골마을이 배경인 시대극인 줄 몰랐다.
현대극인줄 알고 골랐는데.. 내 예상과 조금씩 벌어지고 있었다.

부유한 한 남자는 외롭다.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했을 만큼 행복했을 때, 그는 모든 창피 속에서 그 행복을 잃어버렸다.
그렇게 20년을 살다보니, 외롭고 싶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의 외로움을 채워줄 누군가를 신문광고를 통해 찾으려하고
그 신문광고를 모든 남자의 이상형, 아름답고 영리한(흠이라면 과거가 조금 있는) 여자가 보며
이야기를 정점을 향해 가기 시작한다.

상처와 기만 침착으로 얼룩진 사랑이라는, 책의 광고 문구 따위는 살짝 마음 속에서 삭제해라.
이 책은 그냥 돈 많고 과거 때문에 외로운 한 남자와...
누군가의 보호를 받고 싶어하는 아름답고 영리한 한 여자와...
한번도 제대로 사랑 해 보지도, 받지도 못했던 한 남자의 그냥 그런 로맨스다.

세 캐릭터의 과거와 현재의 심리상태를 면밀히 스캔하고 있지만, 아무도 이해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을 바에야.. 산도르 마라이의 <열정>을 보는 편이 한 남자의 외로움과 복수심 사랑에 대한 허무함과 희망이 더 잘 들어나 있다.  (두 책이 많은 부분 비슷하다)
책을 보기 싫다면.. 안젤리나 졸리가 나온 '오리지널 씬'이라는 영화를 보는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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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자 :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지음 / 푸른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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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온 지 이제 일주일 남짓, 그런데 내 책은 벌써 9쇄다.

예약 판매 1위라며 좋아라 했는데..

벌써 9쇄니 무난히 십~쇄는 넘길 수 있을 듯 싶다.


이 책은 읽기 쉽다. 주진우 기자가 말을 하듯이 짧고 간결한 문장이고,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어 온 사건의 뒷 이야기를 주기자가 직접 밥값에 술값 들여,

발품 팔아서 얻은, 그러나 기존 언론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팩트를 알려준다.

그러니 읽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이 책 ‘주기자’에 대해서는 길게 쓸 말이 별로 없다.

본인이 말하듯 철없고 수줍은 열일곱 살의 열혈 청년 주기자가 힘 있고 돈 있고 빽 있다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못 살게 괴롭히는 것을 눈 뜨고 볼 수 없어, 칼보다 강한 펜으로 힘 있고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의 구리고 악한 속내를 밝힌 책이다.

 

철없고 수줍은 열일곱 살 이라고 밝히지만 주기자도 알고 있다.

자신이 힘 있고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에게 짱돌 날려봤자,

사회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인내심도 강하고 뒤끝도 길어서 언제나 우리 위에 군림해 왔다는 걸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사회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한 기자는 사회와 타협하지 않으며 늘 스스로 옳은 길을 찾아 걸었다.


내가 철들어 간다는 것이 내 한 몸의 평안을 위해

세상에 적당히 길들이는 거라면 내 결코 철들지 않겠다.


민중가요 <청춘>의 한 자락이다.


청춘이 지나가면 뜨겁던 가슴은 서늘해지고 분노보다는 타협이 편하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 아직도 열일곱 서슬 퍼런 청춘의 분노를 간직하고 행동하는 주기자의 정통시사활극을 보면 조금은 부끄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읽고 언제나 약자의 편에서 짱돌을 날리는 주기자에게 반한 사람들...

혹은 청춘의 분노를 잃어 나처럼 부끄러운 사람들...

그리고 세상 사는 것이 너무 팍팍한 사람들....

4.11 총선에 투표하자.

주기자처럼 강자에게 한없이 강하고 약자에게 끝없이 관대해지지 못하는...

가끔은 힘 있고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에게 주눅 들고 쫄게 되는 평범한 우리가 절망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비상구를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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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 정치와 죽음의 관계를 밝힌 정신의학자의 충격적 보고서
제임스 길리건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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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언젠가 유시민 노회찬의 저공비행에서 소개된 책이다.

!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나쁜 것도 아니고 악한 것도 아니고 해롭다는 표현이 나의 흥미를 끌었다.

옳다 그르다의 가치 판단도 아니고 좋다 나쁘다의 감정 판단도 아니다.

해롭다는 과학적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은 과학을 기초로 나온 결과고 김치가 항암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서 얻어진 결과다.

다들 애국하고 민생에 보탬에 되겠다며 자신들을 믿어 달라고 소리치는 각 나라의 엘리트들이 왜!!!!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해를 끼치는 걸까?

그걸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서 어떻게 얻어 냈다는 것일까?

 

이 책은 19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자살·살인(이 책에서 폭력 치사라고 부른다)의 통계를 분석했다. 미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공화당일 때와 민주당일 때를 나눠서 분석해 봤더니, 공화당 대통령일 경우에는 언제나 폭력치사율(인구 10만 명당 자살과 살인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민주당 대통령일 경우 폭력치사율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자살은 한 개인의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이고 살인은 한 개인의 폭력적인 성향으로 발생하는 사건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책임보다는 개인적인 도덕성의 문제라고 여겼던 우리의 선입관에 KO펀치를 날린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KO펀치의 무게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대통령의 정당만큼이나 개인적인 성품도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20세기 12명의 미국 공화당 대통령의 개인적인 성격은 모두 달랐지만 공교롭게도 단 하나를 제외하고 폭력치사율을 감소시킨 대통령은 없다는 사실도 나를 얼떨떨하게 만든 사실이었다. (폭력치사율을 감소시킨 유일한 공화당 대통령은 아이젠하워다)

 

이 책의 저자 길리건 박사는 이 원인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에게 설명한다. 미 공화당은 우리의 새누리당과 같은 1%를 위한 정당이다. 공화당은 그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경제마저도 능하지 못하다. 늘 살인적인 물가 성장률을 가져왔고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실질 소득 향상에도 기여한 바가 없다. 늘 그들이 정권을 잡으면 부유층의 실질 소득 향상은 높아졌지만 극단적인 경제정책으로 경제 공황을 자초하기도 한다. (아들 부시의 어처구니없는 경제 정책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낳기도 했다)

경제적 공황은 실업사태를 야기한다. 해고는 우리와 같이 미국 사회에서도 살인이다. 직장을 잃은 가장은 가장으로 수치심을 느끼게 되고 자신의 무능력하과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혹은 수치심으로 인한 분노를 참지 못해서 다른 이를 해치게 된다.

한 흑인 가장은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에 실직을 했다고 한다. 가족에게 사실대로 말한 용기가 없어 다른 직장을 알아보지만, 경제 공황은 그의 재취업 기회를 주지 않았고 3개월 후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내의 핀잔에 그는 집에서 보관한 총을 꺼내 들어 아내와 아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한 개인의 폭력적인 성행 때문일까? 모든 해직자들이 살인과 자살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직장에 다니는 사람보다 그럴 확률을 더 높다. 국가 안전망이 든실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해고는.... 살인이다.

폭력치사율을 높이고 늘 경제 공황을 야기하는 무능력한, 1%를 위한 정당이라는 것은 역사적인 결과를 통해서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교묘한 물타기를 통해서 집권한다. 지역간의 갈등, 빈부간의 갈등을 통해서 중산층에게 공포를 조장한다. 저들이 집권하면 너희들의 재산을 빼앗아 흑인과 라틴계에게 줄 것이다. 그러니 우리를 뽑아라, 우리가 너희들의 재산을 지켜줄께!!!! 우리에게 종북 빨갱이들이 있는 것처럼 공화당에는 늘!!! 흑인과 라틴계들은 언제나 그들에게 든든한 배경이 된다.

 

그렇지만 이 원인에 대해서는... 우리는 이 책을 보지 않더라고 잘 알고 있다. 우리 사회도 미국 사회를 닯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뭐든지 내가 해 봐서 아는 대통령을 둔 죄로, 노점상에서 대기업 CEO, 대통령으로 계급이 수직상승한 대통령을 둔 죄로, 뭐든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개인의 탓이 돼버렸다. 무한경쟁의 시대,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지고 숨 쉬기조차 어려워지는 것은 사회가 잘 못된 정책 때문이라는 생각 대신 개인이 무능력하고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간주한다.

 

내가 이 책은 사랑하게 된 이유는 폭력치사율이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서 높아지고 낮아진다는 것을 알려줘서도, 왜 미국 사회에서 1%를 위한 정당에 끝임 없이 투표를 해 주는 이유를 가르쳐 줘서도 아니다. 정말 제 정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막 해대며 우리를 공황상태로 몰아넣는 우리나라 대통령과 한 정당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윤리의식은 내가 생각하듯이 하나가 아니란다.

수치심의 윤리와 죄의식의 윤리로 나뉜다고 이 책에서 전한다.

이 책 132 쪽에 보면 (나에게는 마치 모세가 홍해를 가른 것처럼 세상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기적의 순간이었다)

수치심의 윤리는 수치와 굴욕이, 다시 말해서 불명예와 치욕이 가장 큰 악덕이고 수치의 반대, 곧 자부심과 명예(존경)가 가장 큰 미덕으로 통하는 도덕체계다. 죄의식의 윤리는 죄가 가장 큰 악덕이고 죄의 반대, 곧 순결이 가장 큰 미덕으로 통하는 도덕체계다. (중략) 수치심의 윤리는 우월한 사람이 있으며 그런 사람은 자부심과 명예를 만끽하고 열등한 사람은 열등감과 수치심으로 느끼는 위계화 된 사회 체계를 미화한다. (중략) 자부심의 반대는 겸손이고 겸손은 순결의 필수 조건이므로 죄의식의 윤리에서는 겸손을 가장 높은 미덕의 하나로 꼽는다. 반면에 수치심의 윤리에서는 겸양은 자기 모욕에 맞먹기에 가장 몹쓸 악덕으로 본다. 이런 가치관의 차이로 생겨나는 한 가지 결과는 죄의식의 윤리로 살아가는 사람은 자부심을 누르고 겸손을 품는 길의 하나로 사회적 신분이 낮은 사람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려 하고, 반대로 수치심의 윤리로 살아가는 사람은 자부심을 끌어올리고 자신의 수치심과 열등감을 누그러뜨리는 길의 하나로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신분에 있는 사람에게 동질감을 느끼려 한다. (중략)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진보의 성패는 많이 가진 사람의 풍요에 우리가 더 얹어 주는가의 여부가 아니라 너무 적게 가진 사람에게 우리가 충분히 베풀어주는가 여부에 달렸다고 이야기 한 반면 레이건은 우리는 사람들이 계속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미국을 보고 싶어 하는 당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이 이원화된 윤리의식을 통해서 나는 드디어 우리나라의 행정부 수장이 대통령과 제 1당을 이해할 수가 있게 됐다. 그들은 경제적인 성공만을 바라보며, 부자들과 동질감을 느끼며 빈자를 그냥 사고에서 삭제한다. 왜냐면 빈자의 존재는 그들의 무능력을 입증하는 결과지만, 개인의 탓으로 넘겨버리면 자신의 윤리체계 안에서 안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은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한 정부라는 실언 아닌 실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왜냐면 그의 윤리의식과 우리의 윤리의식은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서 있기 때문이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을 대변할 생각도, 그럴 능력도 없는 사람들의 모임이... ‘우파들이다. 그것을 길리건 박사는 과학적으로 증명해 냈다.

 

나는 새는 좌우로 날개로 난다는 리영히 선생님의 말씀을 믿었다. 다양성은 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우리 사회는 새가 아니고 좌우의 날개 따위는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에게 무한 경쟁을 통해서 승자와 패자로 나누고 모든 것을 승자가 독식하며 패자에게 수치심을 안겨주며 그들을 폭력적인 선택으로 이르게 하는 정치 세력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200페이지의 길지 않은 책이고 읽는데 별 어려움이 없는 사회과학 서적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한번 일독하기를 바란다. 더 바라는 것은 군사정권 이후 20여년의 우리나라 정권이 향방에 따라서 자살율과 범죄율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누군가 이 책처럼 연구를 해주는 것이다. 미국의 예가 아닌 우리나라의 예를 통해서 우리 사회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줬으면 좋겠다.

 

작년에 우리나라 20대 젊은이들 중 300여명이 폭력적인 선택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었다. 비상구가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저 나약한 젊은이였을까? 쌍차 사태로 벌써 22명의 아까운 생명이 사라졌다. 22명의 죽음은 과연 무능력한 젊은이의 무력한 선택이었을까??

이 책의 7장의 제목처럼 정치가 삶과 죽음을 가른다.

411, 나와 다른 사람의 삶을 살리는 귀중한 의무를 할 시간이다.

꼭 투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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