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형사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1
피터 러브시 지음, 하현길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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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든 것은 디테일에 있다.

전직 영매인 패트릭 제인이 주인공인 미국 드라마 멘탈리스트'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다.

 

<멘탈리스트의 패트릭 제인이었다면 범인을 좀 더 빨리 찾아 낼 수 있었을까?>

 

 

영화 속에서는 디테일이 환하게 들어나 보이는데

현실에서는 그 디테일이 엄청 꼬여있다. 씨줄과 날줄이 모여서 만들어진 엄청나게 큰 테피스트리에서 잘 못 꼬여진 한 땀을 찾아내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디테일의 중심에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한 축을 담당한다.

 

 

 

 

<살인사건의 디테일은 이렇게 거대한 테피스트리에서 잘 못 끼워진 한 땀을 찾아내는 것과 같을지도...>

 

한물간 유명 여배우의 살인사건에서 엄청난 사실들이 튀어나온다.

방화, 마약, 불륜, 엄청난 가치의 유물

흔히 fact라고 하는 사실만으로도 사건은 엄청나게 꼬여있다.

나는 공교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우연히 일어나 매우 기이한 이야기들 말이다.

누군가 살의를 품고 계획해서 다른 사람을 해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건에 하필이면, 그 곳에서 그 때에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 말이다

그리고 공교로운 이야기는 늘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벌어진다.

우리의 인종차별주의자에 마초, 거기다 뚱보 형사 피터 다이아몬드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 관계에 집중하고 안타깝게도 범인을 잡는다. ㅠㅠ

 

 

 <패트릭 제인처럼 미남 탐정은 아니지만, 쉴드의 빅처럼 카리스마 만빵인 형사처럼 상상되는 피터 다이아몬드.

이 아저씨처럼은 생겨야 아무래도 산타클로즈 분장 알바도 가능하지 않을까?>

 

 

 

치밀한 플롯, 번득이는 유머와 위트, 허를 찌르는 반전까지...

제인 오스틴이 머물렀던 마을 바스에서 벌어지는 은은한 영국식 미스터리라는 요크셔 포스트 지의 서평이 딱 어울리는 책

공교로운 살인사건이라서 더욱 마음에 들었던 추리소설, 그리고 다음 편 피터 다이아몬드 원맨쇼를 기다리게 만들기 충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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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시간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6
안 로르 봉두 지음, 이승재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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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과점에 들어가면 다양한 케이크와 빵, 그리고 쿠키가 기다린다.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색과 향을 가지고 손님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세련된 색과 향, 그리고 예전에는 맛 볼 수 없었던 식감과 맛을 지닌 케이크와 빵, 쿠키들을 사기 위해 제과점에 들어가면 늘 설레기 마련이다.

오늘은 어떤 것을 사갈까?

즐거운 고문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그 즐거운 고문을 끝내고 돌아갈 때, 어떤 제과점에서나 같은 모양, 같은 색으로 만들어진 빵 하나를 나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어떤 제과점에서나 비슷한 맛을 지녔지만 제과점을 나설 때 꼭 하나씩 들고 나오는 빵이 있다. 바로 단팥빵이다. 특별할 것도 색다를 것도 없지만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빵이 단팥빵이다.

 

 

이 책 기적의 시간을 빵을 비유하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단팥빵이다.

 

  이 책은 누구나 예상 가능한 결말을 지닌 책이다.

유럽의 구석 캅카스 지역에서 일어난 열차사고로 프랑스 부인이 숨지고 그 프랑스 부인이 비극 속에서도 지키고 싶었던 소년이 바로 주인공 블레즈 포뢰틴, 쿠마일이다. 열차사고의 최초 목격자인 글로리아 바실리에는 소년을 프랑스로 돌려보내기 위한 긴 여정에 들어갔다. 반군과 민병대, 그리고 러시아군이 벌이는 전쟁을 지나서 러시아의 동쪽 끝 캅카스에서 소년의 고향이 프랑스, 서부 유럽까지 길고 긴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캅차스 지역은 러시아 동남부의 국경지대다. 뉴스에도 곧잘 등장하는 체첸지역이며, 그루지아, 아르메이나, 이란 등 온갖 민족과 국경이 밀접한 지대다. 광물 자원이 풍부해서 각 국가가 국경을 놓고 분쟁중인 지역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이건 위키백과에서 찾은 캅카스 지역의 현실)

 

세상은 늘 바실리에와 쿠빌의 삶을 위협하고 죽음은 늘 그들 주위 어디에서나 찾을 수가 있다. 글로리아는 절망은 어떤 폭력보다 더 교활하고 위험하다고 소년에게 가르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디든 교묘히 침투해 간다고. 아무 대처도 하지 않고 그냥 두면 사람들의 영혼을 야금야금 갉아 먹는다고. 그래서 글로리아는 소년이 절망이란 병에 걸리지 않도록 소년에게 전쟁이 빼앗아 가기 전 세상이 간직하고 있었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연이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가장 아름다운 보물인 열매를 맺어 사람들을 풍요롭게 해 주었던 과수원 이야기,

언제나 세상의 중심이 되어 세상을 빛나게 만들었던 가족의 이야기,

그리고 삶의 가장 큰 축복인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

피난 통에 언제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야 하는, 그리고 죽음과 폭력이 언제나 주위에 머물러 있었던 소년에게 그 아름다운 이야기는 백신과 같았다.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만드는 강력한 백신. 그리고 그 백신의 중심엔 바로 소년에게 용기를 심어 주고 사랑을 베풀어주는 바로 글로리아가 있었다.

 

민족과 국경이 너무 많아서 서로에게 총칼을 휘두르는 시대에

삶을 버티기 위해서 이야기를 지어내고

절망의 특효약인 희망을 찾아서 새로운 지평선을 향해 숨이 차오를 때까지 뛰어가는 이야기.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서 오늘을 참아내고 몸부림치는 글로리아의 쿠마일의 삶을 보고 나면 눈물 한 방을 찔끔 흘리게 되지만, 절망 속에서 새로운 지평선을 찾아낸 그들처럼 나만의 지평선을 찾고 싶게 만드는 책.

 

별 다섯 개 밖에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고 우리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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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증언 1
존 카첸바크 지음, 김진석 옮김 / 뿔(웅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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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덜 교수의 철학적인 수사가 필요한 질문이 아니다. 정의의 편에 서길 원했고 강자에게서 약자를, 다수에게서 소수의 권리를 보호하고 주장하고 싶었던 한 유능한 기자의 질문이다.

 

플로리다 시골마을 파촐라에서 어린 백인 소녀가 살해된다.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흑인 대학생 바비 얼. 그는 인종차별과 불공평한 재판의 희생자라며 기자 매슈 코워트에게 편지를 보낸다. ‘난 진범을 알고 있어요!’ 정의의 사도로서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싶었던 기자는 거부할 수 없는 그 한마디에  바비가 알고 있는 그 진범을 찾기 위해, 진실을 알기 위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연쇄살인범이자 곧 사형당할 블랙 설리반이라는 인물이 자신이 그 소녀를 죽였다고 매슈에게 자백한다. 이런 내용이 담긴 매슈의 기사는 대중에게 공감을 샀고 급기야 바비는 무죄로 석방된다. 대중에게 큰 반향을 산 매슈는 퓰리쳐 상이라는 명예를 얻는다.

 

모두 다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블랙 설리반은 사형당하기 바로 전.... 퓰리쳐 상의 위엄에 빛나는 매슈에게 또 다른 자백을 한다. 모두 39건의 살인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인정하면서도  파촐라에서 살해된 11살의 조니 슈라이버에 대한 자백을 철회하고 만다.

범인이 누군지 우리 둘 다 알고 있잖아’ (나쁜 *)

 

설리반의 그 한 마디는 매슈에게 부메랑이 되어 다가온다. 정의라 믿으며 행한 기자의 모든 행동들,  다른 사람의 치부를 밝히고 무능력을 꼬집으며 사생활을 폭로했던 모든 폭력들이 이제 그의 원죄가 되고 말았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무너진 정의를 어떻게 바로 세울 것인가?

정의롭고 싶어하는 매슈는 자신이 망쳐놓은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처음 바비 얼을 체포했던 로버트 반장과 함께 다시 사건 속으로 빠져든다.

 

존 카첸버그의 책은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을 잡는 과정을 다루는 이른바 '추리소설'이지만 그 이상의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인생을 살아가며 꼭 만나게 되는 질문들을 그의 책 속에서 만나게 된다.

 우리는, 적어도 나는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최소한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는 사람이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정의라는 갑옷을 입고 너무나 쉽게 폭력을 행사한다.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이 옳지 않으니까.... 말로, 표정으로, 글로 다른 이를 멸시한다. 더욱이 요즘은 너무나 쉽게 휴대폰을 꺼내 들어 불의의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는 정의로운(?)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정의라는 빛나고 아름다운 갑옷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갑옷인지... 유리처럼 산산 조각난 그 갑옷의 파편을 얼마나 날카로운 것인지는 깨닫기 쉽지 않다. 이 책을 보며 나는 내가 정의롭다는 생각으로 행한 수 많은 폭력들이 나를 덮쳤다. 그리고 이내 그런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범죄자의 심리, 인종차별, 저널리스트의 자존심, 미국 형사 사법제도의 구조적 결함들의 심리 서스펜스라고 이 책의 말미 <퍼블리셔 위클리>에서 서평을 내 놓았지만 나에게는 정의란 무엇인지, 정의의 갑옷의 무게에 대해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세상이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특히나 스스로 정의롭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렇지만 책의 주제에 무게는 이 전의 카첸바크의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이나 <하트의 전쟁>보다는 좀 가볍다는 생각이 드는데다가,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 무려 40여명이나 살해하고 거기다가  몇몇 사람을 절대로 다시는 행복해 지지도, 사람을 믿지도 못할 만큼 심리적으로  살해하는데 성공한 블랙 설리반이라는 사이코 패스라는게 조금 짜증이 났기에 별 하나를 살짝 쿵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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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의 그림자
스테파니 핀토프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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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심리 분석이 태동되던 1905년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잔인하게 살해된 전도 유망한 한 여성 수학자의 살해방식이 한 법학 교수가 연구 주제로 삼고 있는 범죄자의 심리분석과 놀랍게도 일치했다. 그 법학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들고 뉴욕 경찰을 찾아온다.

 

내가 그 범인을 알고 있다!!!!’

 

1905년 보편적인 수사 방식 대신, 아직은 일리(一理)있지만 정식 수사 방식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범죄 심리학을 중심으로 사이먼 형사와 싱클레어 교수가 협력해서 사건을 풀어가기 시작한다.

트릭이 새롭지도 않다.

읽는 내내 범인이 뻔히 보이는 이야기다.

1905년으로 배경을 옮기긴 했지만,

1905년대의 독자(?)가 아닌 다음에야, 범죄 심리학이 새롭지도 않다.

 

근데 재밌다!!!!!

상처투성이지만 합리적으로 현대적인 사고를 지닌 질 사이먼이라는 주인공도 마음에 들었고...

대책 없는 낙천주의로 사건을 그 지경으로 처박아 버린 싱클레어 교수도, 물론 읽는 내내 속 터지게 만들긴 했지만,

끝까지 인간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는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수수께끼의 인물 니키까지도 소설을 풍성하게 만들며 시리즈로의 발전을 추측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에겐 시리즈로 나온다면 찾아서 읽어 보고 싶게 만든 좋은 추리 소설이었다.

 

 

 

연쇄살인범들의 잔인한 범죄방식을 기술하는 요즘의 추리 소설이 이제는 슬슬 지겨워진 독자게엔 강추하는...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감성이 베어나오는 추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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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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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악이다.

Q_P_란 마약중독자에 게이인 연쇄 살인범이 일기처럼 자신의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고

그것을 은폐하는 과정을 파편적으로 기록한 책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 자체를 기술한 책이라는 것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는 强者고 피해자는 弱子.

요즘처럼 무한경쟁 시대에 약자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것은 피곤하고 재미없는 일이다.

그래서 뭐든지 强者 위주다.

하물며 범죄소설도 그렇다.

 

범죄소설의 독자에게 가장 힘이 쎈 인물은 탐정이다.

예전에는 잘난척 대마왕들이,

요즘은 나약하고 서툰데다가,

하물며 가끔은 인종차별주의자에, 권위적인 인물이 탐정역을 하긴 하지만

그들을 따라서 범인을 잡는 과정을 즐긴다.

왜냐면 탐정이 범인을 잡으며 현실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는 正意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독자의 마음을 가장 크게 잡아끄는 사람이 탐정이 아니라 가해자인 것 같다.

가해자가 왜, 무엇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는지....

탐정의 수사 방향에 따라서 가해자의 사정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해자에게 연민을 느끼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기꺼이 그를 용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왜 가해자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를 용서해야 하는 책을 읽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Q_P에게 이름조차 인식되지 못하고

다람쥐로 명명되며 그의 성욕을 위해 목숨을 잃은 한 소년의 억울하고 안타까운 이야기는

절대로....

기억되지 않는다.

다람쥐는 Q_P_ 피해자 중에 하나 일뿐이고...

다람쥐와 같은 弱子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서

결코 어떤 작가에게도 매력적인 소재가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뭐 추리소설 하나 가지고 왜 이리 방정이냐 할 지도 모르지만...

공지영 작가의 말대로 사회를 반영하지 않는 소설은 없다.

홈즈나 포아로는 범죄자와의 수 싸움을 이겨내고 절대 을 추구했던 재수 없던 탐정이 그리워지는 건 피해자 중심의, 탐정 중심의 범죄소설보다 가해자 중심의 범죄 소설이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책을 읽으면 기꺼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연민을 느끼고 용서할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젠장 이런 병맛스런 시츄에이션이라니....

 

다시 한줄로 요약하면 이 책은 절대 악

절대 악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추천..

하지만 범죄 프로파일러도 아니고

현실의 끔직한 사건으로도 절대 악은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분이라면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라는 추천마법사의 공격을 무시하는 것도 좋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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