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골의 서
로버트 실버버그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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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생각할 것이 무궁무진하다.

우선 등가교환의 법칙 ^^

강철의 연금술사를 보면, 연금술은 등가교환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

<두개골의 서>도 두 사람분의 영생을 위해서 두 사람분의 희생이 필요하다.

숫자상으로는 1:1 교환이지만...

네 명 중에 두 명이 죽고 두 명이 영원히 살아남는다는 건

나 아니며 너, 윳 아니며 도 식의 한탕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걸이면 살고 개면 죽는다.

1등은 양보한다고 해도 2등만 해도 산다.

나와 같이 죽을 자는 누군가?

나와 같이 영원히 살 인간은 누구?

이 등가 교환의 원칙은 왠지 1:1식보다 더 교묘하고 흥미롭다.


두 번째..

믿는다는 것...

일라이는 말한다. 불합리하기 때문에 믿는 거라고...

이 말은 맞다. 합리적인 건 이해하는 것이지 믿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리버는 이렇게 말한다. 불합리함에도 불구하고 믿는 거라고, 다른 선택이 없다고..

이 말도 맞는다.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땐, 절망적일 땐...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전자와 후자는 다르다.

불합리 하기 때문에 믿는다는 건 이성적인 힘이 작용하지만 (왠지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불합리함에도 믿는다는 건 더 이상 이성은 힘을 작용하지 않는다.

후자처럼 믿는 건 편하다. 어떤 의심이나 불신을 내려놓고 믿어버리면

누구도 이겨낼 수가 없다.

이성적인 설득도 통계적인 수치도 믿음 앞에서는 속수무책 무너져 버린다.

그러니 사랑 다음으로 힘이 센 게 믿음이다.  (오죽하면 플라시보 횩과라는게 있을까나... )


영생을 믿게 된 그들, 일라이 네드 올리버와 티모시...

두개골의 형제단이 미신이라도  영생을 얻었다고 믿는자들은  아마 죽을 때까지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믿음이라는 게 그런 거 아닌가...  이성을 마비시킨 본능적인 힘!!!!


그 다음엔 주인공 네 명이 상징하는 계급과 그 결과...

근데 이 4라는 숫자가 재밌다. 스탠바이미를 기억하는가?

거기서 4명의 소년이 시체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여기서 4명의 청년이 영생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성장의 원칙을 보여주기 위해서 4명이라는 숫자는 필순가?


암튼 이렇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책이지만

난 이 책을 잃으면서

더 이상 20대가 아니라는 것이 너무나 다행스러웠다.


믿음 하나만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일라이의 순수(혹은 집착)도

무엇이 있든 말든 상관없이 시도한다는 것에 의미를 갖는 티모시의 젊음도

사랑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네드의 열정도...

그리고 미래가 걱정스러운 올리버의 불안도...

모두 젊어서 혹은, 어려서 혹은 세상물정을 몰라서(산자와 죽은 자들의 계급을 생각해 보라, 30 혹은 40이면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란 게 확실하지 않은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신이여!

20대에 저를 이런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해주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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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마을
로맹 사르두 지음, 이승재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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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좋았다는데...  난 왜 이 책에 짜증이 났을까?
역사추리소설 광고엔 늘 똑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장미의 이름> 의 뒤를 잇는(혹은 견줄만한) 최고의 작품!!!!
이 책에도 물론 이런 광고 문구가 적혀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장미의 이름>과 견줄만한 유일한 역사 추리소설은 (현재까진) <옥스퍼드 4증언> 뿐이다. -_-+)

이 책은 일단 고증이 잘된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13세기 중반, 우리네 고려 역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유럽의 중세사가 고증이 잘됐는지 안됐는지 알수도 없을 뿐더러
책을 선택하는 이유도 되지 못한다.
역사와 언어를 초월해 감동을 줄수 있느냐는 건,
인물과 스토리가 얼마나 흥미진진하냐는 것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은 반쯤 성공하고, 반쯤은 실패하고 만다.

일단 사건은 화끈하다.
드아 주교의 푸아 종교재판이 서문으로 장식되어 있다. 
육시된 시체가 강에서 떠내려왔다는 두 여자의 증언과 함께
사건이 일어난 5년전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느날 드라강이라는 후미진 교구에 육시(戮屍)된 시체 세구가 떠내려온다.
그 때부터 이 교구의 주교인 아갱 주교는 바빠지기 시작한다.
주위를 수색하고 여러곳의 사건을 알리고
13번째 마을(아마 서양에서 불길한 숫자라지 13이라는 숫자는...?)을 맡아 줄 새로운 신부를 구한다.
그러나 새로운 신부를 맞이하기 전, 알수 없는 누군가에서 괴상한 무기(손으로 쏘는 대포, 아마 총?)에 의해 처참한 살인을 당한다.

아갱 주교가 살해된 다음 날
13번째 마을를 맡을 에노기 신부가 도착하고 그는 마을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흑사병으로 유령의 도시가 된 외르투르로 떠난다.
그리고 주교의 제자이자 보좌신부였던 쉬케가
아갱 주교의 시신을 건낼 가족을 찾아 파리로 떠난다.

그러나 여기까지만 재밌다.
여러조각의 예쁜 천들로 만들어졌지만 엉성하고 조악한 퀼트처럼
<13번째 마을>은 음흉한 교회세력의 중세 권력 장악사를 엉성하게 만들어 놨다.
사건은 독자의 마음을 빼앗을 만큼 괴기스럽고 음흉했지만
그걸 풀어나가는 인물도 방법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에드기 신부가 사건의 실체(그것도 절반 뿐인 실체)를 알게 된 것도 우연..
(그 노인을 만나지 못했으면 어떻게 됐을까나?)
소심한 보좌신부 쉬게가 사건의 원인을 알게 된 것도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인물을 만났기 때문이다.(이런 제길.. -_-+ 사건의 목격자가 범인을 지목하는 추리소설이라는거 아냐???_


원인과 실체를 모두를 알게 된 것은
드라강에서 부터 파리로 로마로 전 유럽을 뛰어다진 쉬게도
외르투르에서 포교활동을 열심히 하던 에드기 신부도 아니다.


5년 후에 이 종교 재판을 맡게 된 드아주교일 뿐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잠시 잠깐 등장하는 그 인물.... 이 드아주교는 친절하게 주제까지 설파해주신다.)

이렇다 보니 처음 그 매력적인 사건들은 해프닝으로 끝나버리고
다 읽고 난 후에 감정은 왠지 모를 허탈감 뿐이었다.

중세 소설은 사건 몰입도에 상관없이 좀 읽기 어렵다.
현재에는 잘 쓰지 않는 낱말들이 툭툭 튀어나와 전자사건을 두들겨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수고를 아끼지 않고 읽었건만 이렇게 허무하다니... -_-+
내 다시는 <장미의 이름> 운운하며 광고해대는 책을 절대로 믿지 않으련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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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도 그 여자의 자리는 없다 - 현대 아랍 문학선
나왈 알싸으디위 외 24명 지음, 문애희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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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읽은지 벌써 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사태에 분노를 금치 못하고 난 이 책을 또 꺼내들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생전 처음으로 아랍작가들의 작품을 접했다.
아랍..
대 서방세계에 대해 무한한 분노가 숨어 있는 곳. (MBC시사프로그램 'W' 에서 보여지듯이)
이슬람이라는 종교로 무장한 남녀의 차별이 심한곳, (조 사코의 만호 '팔레스타인'에서 봤듯이)
찢어진 가난과 넘치는 부가 공존하는 곳. 인류 최대의 자원인 석유가 매장되어 있어 전쟁이 끊이지 않는 곳
(시리아나에서 그려냈듯이)
그래서 난 그 아랍작가들의 소설도 차별과 분노, 분배와 전쟁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할 꺼라고 생각한다.

정말 부끄럽다.

그곳에서 우리 소설의 소나기처럼 첫사랑의 부끄러움을 간직한 소년이 자라고,
사랑을 가장한 폭력때문에 괴로워하는 여자들이 살고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숨기기 위해서 늘 움추려드는 불쌍한 남자가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다.

그래, 난 아랍에 대해서 무지했고 그곳에서는 사람이 사는 것이 아니라,
선동가만, 독립투사만, 사업가만, 그리고 여성운동가만 사는 줄로만 알았다.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은
일상의 어려움과 소중함을 간직한 사람들은 없는 줄만 알았다.

그런 오해와 편견 무지를 깨끗이 날려버리며
소설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이 책은 아랍사람들의
삶과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폭력과 투쟁이 아니라...

나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
요즘 매일같이 폭탄이 쏟아진다.
천국에 그들이 자리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분명 지구에는 그들의 자리는 없다.
미국와 석유.. 이스라엘이 버티고 있는 한 말이다.


속히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중단되길 바라며...

(이렇게 좋은 소설이 들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별하나를 뺀 건 번역때문이다. 참고로 이 번역은 아랍어를 라틴어로 라틴어를 다시 영어로, 영어를 다시 국어로 바꾼 것만 같다. -_-+ 우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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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얀 마텔 지음, 황보석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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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보통 6시간의 독서로 한권의 책을 읽는 편인데
이 셀프는 무려 그 두배인 12시간 이상이 들었다.
요즘 내러티브가 강한 추리소설과 일본소설만 읽어서일까? 이 책은 정말 오랜만에 읽은 어려운 책이었다.
중심 줄거리가 없는 이 책은 섬세하고 장황하며 산만한데다가 한문장이 한문단을 장악할 만큼길다.

그런데 지루했냐고?
글쎄....
어렵다고 해서 지루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권하겠냐고
글쎄...
내가 좋았다고 남들에게도 좋은 것도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12시간의 시간은 마치 내 지난 일기를 들여다 보는 것처럼
재밌고 그리웠던 점도 있었고
그녀가 (혹은 그)가 그랬던 것처럼
잘라 도려내고 싶은 점도 있었다.
그래서 스티븐 잡스의 평전 이후 가장 많은 포스트잇을 들여서
북마킹을 해야 할 정도였다.

self가 자라는 건은 나무들이 자라는 것과 영 딴판이다.
싹을 티울 환경이 아니면 씨앗으로 영양분을 축적해 놓는 나무와 달리..
self는 사랑받고 우정을 쌓는 행복한 시간에 영양분을 추적해 놓는다.
환경이 좋아지면 싹을 틔워 자라나는 나무와 달리
self는 고난과 역정 속에서 자라난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행복한 기억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처참한 기억도...
나를 스쳐지나갔던 수 많은 경험이고 그것은 'self'로 흡수 통합된다.

책을 읽으며 생각이 머무는 자리도 천차만별일고 미셀 트루니에가 말했듯, 소설이 주제는 작가가 아닌
독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섬세하고 지루하고 장황하지만 삶과 성장을 주된 줄거리로 잡은
self는 독자의 나이와 독자의 상황에 따라서 무지개처럼 수 많은 주제를 만들수 있을 것만 같다.

다 봤다고, 책장 깊숙히 보관할 책이 아니라, 지치고 힘들 때
어려운 일이 닥칠 때
한번 쯤 꺼내 다시 보고 싶은 책.... 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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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 모중석 스릴러 클럽 1
제임스 시겔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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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랑과 전쟁
금요일 저녁 11:00

우리의 주인공 찰스와 그의 아내 디에나가 이혼 조정위원회에 나와 있다.

신구:  그래, 두 분은 어떻게 이 조정위원회에 나오게 되셨습니까?

디에나:이 사람이 외도를 했다구요.

찰스:   그건 외도 아니야. 그냥 단지 난 함정에 빠졌던 거라구...

디에나:그건 당신의 변명 뿐이야. 그냥 함정이라면 나한테 먼저 이야기를 했어야지.

찰스:  당신한테 이야기 하고 싶었어. 하지만... 음... 단지 상황이 안좋아진거 뿐이야.

정애리: 많은 부부과 외도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문제가 그것 뿐이라면 부부 서로가 자신의 감정을 털어 놓는 시간을 갖는게...

디에나: 다 쓸데 없는 말일 뿐이에요. 이 사람은 당뇨병을 앓는 딸 안나를 위해
              만들어 놓은 돈을 그 여자에게 줘버렸단 말이에요.

찰스 :   그 여자에게 준 거 아니야. 여보... 난 협박을 당하고 있었다구!!!
             교묘한 함정에 빠졌어. 내가 다 설명했잖아.

디에나: 당신이 그 돈에 손을 대는 순간, 우리 부부의 신뢰는 이미 끝났다구.
             외도도 참을 수 있지만, 날 믿지 못하는 당신이랑 더 이상 살 수 없어.
            이 사람은 극악무도한 범죄자인 바르게즈를 우리집에 들어오게 했어요.
            그 사람이 우리 딸 안나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니.. 당신이 우리를 위험에 빠뜨렸잖아.

찰스:   디에나. 내가 몇번이나 사정을 이야기 했잖아.
             나도 노력했어. 노력했다구...

디에나:  철부지 범죄자 윈스터를 시켜서 바르게즈를 협박했던거... 
               회삿돈을 횡령한게 당신이 말한 노력이야? 윈스턴을 살해당하고 당신은 회사에서 짤렸잖아!!

 이호재: 그런 불법 행위를 하셨단 말입니까?

찰스:   난 그냥 피해자란 말이에요. 열차시간을 한번 놓치고, 현금 인출을 잊었기 때문에
            그들이 만들어 놓은 덫에 걸린 피해자란 말입니다.
            난 외도를 할 생각이 없었다구요. 더욱이 가족을 위험에 빠드리다니요.
            그럴 생각은 전혀, 전혀 없었다구요.
            그 단 한번의 탈선 때문에 내 인생이 송두리채 빼앗겼단 말입니다.


원래 이 탈선의 소재는 사랑과 전쟁의 한회 줄거리에 불과하다.
단 한번의 탈선이 중산층 가장의 삶을 송두리채 뒤흔들고
가족과 직장에서 모두 버림받는다....정도???

그러나 여러 문학작품에서 반복된 이 지루한 소재는 제임스 시겔이라는 작가에 의해서
새로운 양상을 띄게 된다.

액자 소설형식을 통해서 흡입력을 높이고,
우연과 필연을 엮어 놓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몰입도가 강해졌다.
끝장을 보기전에 절대 손을 놓을 수 없는
덫에 빠진 한 남자의 인생구하기 프로젝트, <탈선>
열대야를 보내기엔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음,,,, 탈선의 재미도 만만치 않았는데 호객 물만두님의 서평에 의하면 단한번의 시선(아직 배송 중ㅠㅠ)은 이 보다 더 좋을 듯 싶다.  아무래도 영림의 블랙캣 시리즈와 더불어 이 모중석 스릴러시리즈에도 중독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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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7-30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시리즈 좋죠^^ 모중석시리즈는 2권이니 더 봐야겠지만요^^ 그나저나 이혼중재 재미있네요^^

KNOCKOUT 2006-07-31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캘리포니아걸처럼 물만두님의 서평에 또 홀렸습니다. 단한번의 시선... 기대 만빵 중입니다. ^^;;;